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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3회차! 재벌빌런-131화 (131/175)

#131화

“커허억….”

삼합회, 차오슝의 본거지로 난입한 지 이십 분은 지났을까?

리우의 압도적인 폭력으로 길을 뚫은 우리는 건물에 있는 삼합회를 모두 처리할 수 있었는데.

차오슝은 자신의 조직원들이 밀리는 것 같아 보이자 혼자 창문에 있는 사다리로 도망치다가 곧바로 경호팀에게 걸려 죽도록 처맞고 끌려왔다.

얼마나 두들겼는지 마치 수십 명한테 둘러싸여 몰매를 맞은 듯한 모습.

어금니가 나갔는지 입에서는 피가 줄줄 흘러나오고 있었고 다리는 거꾸로 꺾여 있었으며 팔이 부러졌는지 달그락거리는 팔을 붙잡고 있었다.

생각 외로 중상을 입은 모습에 요원들을 바라보니 그들이 내 눈을 피하는 게 보였다.

뭐, 어느 정도는 이해한다.

나인드래곤이란 최고급 시설에서 잘 쉬고 있던 경호팀 입장에선 이놈이 휴가를 끊어 버린 범인이나 다름없으니 말이다.

그들을 향해 한숨을 푹 쉰 나는 붙잡혀 있는 차오슝의 곁으로 다가갔다.

“나 누군지 알지?”

“…아, 압니다.”

“네가 무슨 짓을 했는지도 알고?”

“저는 그저 ‘리 총리’님의 부탁을 받고 일을 진행한 것뿐입니다.”

놈이 리운용을 입에 올렸다.

다분히 의도적인 단어. 그의 위세를 빌려 위기를 모면하려 하는 듯 보였다.

나는 그런 놈에게 현실을 깨닫게 해 줬다.

“그러시겠지. 그런데 그거 아나? 당신을 움직인 자는 이미 시체가 되었다는 거.”

“그게 무슨….”

차오슝이 눈을 휘둥그레 뜨더니 몸을 덜덜 떨기 시작했다.

그럴 수밖에.

총리까지 죽인 놈들이 자신을 살려 두진 않을 거라고 생각했을 테니.

“사, 살려 주십시오. 저는 그저 시키는 대로 움직였을 뿐입니다.”

그가 바닥에 고개를 처박고 사정했다.

말할 때마다 입에서 피와 침이 섞여 나와 바닥을 적셨다.

“걱정하지 마. 내 손에 네가 죽는 일은 없을 테니까.”

“제, 제…. 네?”

차오슝이 믿기지 않는 듯한 얼굴로 나를 바라봤다.

“대신 나하고 뒤처리 좀 해야겠다.”

***

내가 차오슝에게 시킨 일은 리운용의 죽음의 원인을 중국 탓으로 만드는 것이었는데.

우선 가장 먼저 한 일은 차오슝의 도움을 받아 대만에서 암약하는 중국 측 정보원들을 잡는 일이었다.

일개 삼합회가 그런 고급 인력들의 정보를 어떻게 아나 싶겠지만.

본디 정보원과 뒷골목은 떼려야 뗄 수 없는 법이다.

일례로 양처지가 구룡회를 장악하자마자 가장 먼저 한 일이 조직원 중 중국 측과 끈이 닿아 있는 놈들을 처리한 일이다.

나는 삼합회의 도움을 받아 대만에서 암약하는 정보원들을 이른 시간 안에 십수 명을 잡을 수 있었다.

물론, 잡힌 정보원들의 실력 역시 녹록지 않았다.

공산당이 바보가 아니고서야 적대국이나 다름없는 지역에 파견하는 정보원들을 아무나 보내지는 않았을 테니 말이다.

당연하게도 그들을 잡는 와중에 삼합회 조직원들이 꽤 많이 희생되었는데.

차오슝은 그런 조직원들의 희생은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그저 자신이 살아남기 위해 조직원들을 갈아 넣는 모습만을 보였다.

그렇게 삼합회 조직원들의 목숨과 맞바꾼 정보원들의 시체와 류쿤이 데려온 비서의 시체를 전투 지역에 흩뿌리도록 지시했다.

이 모든 일을 처리하는 데 걸린 시간은 반나절, 굉장히 이른 시간 안에 처리했지만.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별로 없었다.

슬슬 대만 정부에서도 리운용의 행방을 찾을 때가 다가오고 있기 때문.

“지금 바로 빠져나가셔야 합니다.”

상황을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는 김 팀장이 탈출을 종용했다.

아무리 중국에 속해 있지만 반쯤은 독립된 국가가 대만이다.

그런 곳의 총리를 죽인 일이 얼마나 무거운 일인지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알고 있습니다. 마무리하고 곧바로 떠나죠.”

나는 시체들을 나르고 있는 삼합회 조직원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내 의도를 눈치챘는지 김 팀장이 무전기를 들어 조용히 명령을 전달했다.

잠시 후.

투툭. 투투투툭.

경호팀의 소총에서 불꽃이 튀기 시작했고.

퍽. 퍼퍼퍽!

삼합회 조직원들이 속절없이 쓰러졌다.

당연히 그 모습을 본 차오슝이 대경하며 소리쳤다.

“이 개새끼가!”

콰직!

어느새 그의 뒤로 접근한 리우가 뒷덜미에 칼을 박아 넣는 것으로 현장이 마무리되었다.

그렇게 차오슝의 죽음을 확인한 나는 모두에게 산에서 내려갈 것을 지시했다.

탈출의 경로는 험난하지는 않았다.

아직 리운용의 행방불명이 알려지지도 않았는지 경찰이나 군이 수색하는 기미는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곧 경찰과 군의 수색이 시작될 것은 뻔했기에 나는 최대한 안전하고 빠른 탈출 경로를 짰다.

“수송기는 안 됩니다.”

내 의견에 김 팀장이 의아한 눈으로 답변했다.

“가장 이른 시간에 이곳을 빠져나갈 방법입니다.”

“탈출만 생각하면 그렇죠. 그 이후의 일이 문젭니다.”

“아!”

김 팀장이 그제야 알아차렸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홍콩 공군의 수송기를 이용하면 당장의 탈출은 쉽다.

하지만.

수송기가 들어왔다 나가는 시간이 너무 공교롭지 않은가.

리운용의 사망 시간의 전후로 타국의 군용기가 들락거린 흔적이 발견된다?

이건 의심을 피할 수 없는 일이다.

‘대만에 머저리들만 있을 리가 없으니까.’

최악의 경우, 내가 이 일에 개입되었다는 사실이 밝혀질 수도 있는 문제다.

“그럼 어쩌는 게 좋을까요?”

“배요.”

“배는 너무 느립니다. 하선이 끝나고 영해를 빠져나갈 때까지 며칠이 걸릴지 모릅니다.”

옳은 말이다. 일반적으로는.

“잊으셨습니까? 우리에겐 SC 오션이 있습니다.”

“아!”

전 세계 선박 물류의 40%를 점유하고 있는 게 SC 오션 선박 부문이다.

당연히 어느 항구든 SC란 로고가 박힌 배를 볼 수 있었으며.

나는 그와 더불어 몇 번이나 작전 탈출을 도와준 송동익이란 조커 한 장을 더 준비해 놨다.

“지금쯤 송 선장이 항구에 도착해 있을 겁니다.”

“선견지명이 대단하십니다.”

선견지명이 아니다.

리운용이 배신할지 어떻게 알겠는가.

만약 예상했다면 함정에 빠지지도 않았겠지.

나는 홍콩에서 대만으로 출발할 때 혹시 몰라 송동익을 대만으로 불렀다.

만약 대만과 중국이 전쟁에 돌입한다면 탈출하기 위함이었는데 공교롭게도 지금은 가장 좋은 탈출 방법이 되었다.

잠시 후.

항구에서 약간 떨어진 곳에서 바다로 뛰어든 우리는 대만 항에 정박해 있는 SC 오션의 배에 오를 수 있었고.

“오랜만이네요.”

“어째, 이럴 때만 뵙는 것 같습니다.”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지 입이 튀어나온 송동익을 만났다.

뭐, 이해는 한다.

“휴가 중에 죄송합니다. 송 선장이 아니면 영 불안해서요.”

뱃사람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휴가를 잘라 먹었으니까.

“대신, 신 회장에게 말해서 선장님 휘하 선원들까지 두둑이 챙겨 달라고 하겠습니다.”

“뭐 그렇다면야.”

송동익이 그제야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인센티브는 고래도 춤추게 만든다는 말이 틀린 말이 아니다.

“그런데, 오늘도 바닥입니까? 좀 연구를 해 보는 게 어떻습니까?”

“그래도, 이번에는 얼마 걸리지 않으니 참으십시오. 다음번 모실 때까지 제대로 궁리해 보겠습니다.”

그와 내가 서로를 바라보며 웃었다.

***

홍콩으로 돌아오기까지는 이틀 정도 소요되었다.

통신할 수 없어 바깥의 상황을 알 순 없어 답답했지만.

이왕 이렇게 된 거 쉰다고 생각하고 이틀간 잠만 퍼 잤다.

그렇게 도착하자마자 우린 곧바로 나인드래곤 캐슬 호텔로 향했다.

역시나 성업 중인 호텔의 모습.

카지노를 즐기러 들어가는 인파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그렇게 잠시 호텔의 전경을 구경하던 차에.

“명예 회장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양처지의 부하가 다가와 우리를 안내했다.

잠시 후, 나는 요원들을 숙소로 보낸 뒤 양처지를 만났는데.

“몸 성히 돌아와서 다행이네.”

“만나 뵙게 돼서 영광입니다. 나인캐슬의 회장 양무회라고 합니다.”

오늘은 특이하게도 그의 아들인 양무회와 함께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처음 뵙겠습니다. 엘입니다.”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세계의 영웅이시라고요.”

어째 군기가 바짝 든 모습.

의아한 눈으로 양처지를 바라보니 그가 조용히 웃으며 말했다.

“이번에 우리 애들이 동원됐지 않은가. 아무리 내가 회주의 아비라고 하더라도 설명을 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랬더니 회주가 자네의 얼굴을 꼭 한번 보고 싶다고 해서 이렇게 데려왔네.”

“그렇습니까.”

맞는 말이다.

아무리 부자간이라도 서로의 존중이 없다면 단숨에 권력 싸움으로 치닫는 게 권력을 쥔 수컷들의 모습이니 말이다.

그렇게 잠시 인사를 나누자 양무회가 작별을 고했다.

“이렇게 뵐 수 있어 정말 영광이었습니다. 혹시 나중에라도 시간 되시면 같이….”

“저 술 좋아합니다. 조만간 한잔하시죠.”

“감사합니다!”

구룡회의 회주라는 자리에 어울리지 않게 예의가 있는지라 꽤 마음에 드는 인물이었다.

언제고 한번 자리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양처지를 바라보니 그가 서류 한 뭉치를 내게 건넸다.

“여태 벌어진 일을 정리한 서류일세. 언론에 나온 것들을 우리 쪽 정보로 교차하여 확인했으니 얼추 정확하다고 보면 되네.”

다른 지역은 몰라도 중국 본토가 돌아가는 정보는 여기가 가장 확실하다.

자신들을 먹어 치우려 하는 적이 다리 건너에 있으니 필사적으로 정보를 수집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렇게 그가 준 서류들을 읽기 시작한 지 삼십여 분.

모두 확인한 나는 양처지를 바라봤다.

“모든 게 생각대로 흘러가고 있네요.”

매우 만족한 얼굴로.

“평소 자네가 대단하다고 생각했건만, 이번만큼은 무섭다고 표현할 수밖에 없네. 말 몇 마디로 대륙을 쪼개 놓다니.”

양처지의 말대로 중국의 분위기는 내전이 일어나기 일보 직전이었다.

타임 라인대로 살펴보자면.

내가 막 함정에 빠졌을 때 중국 전역에 후진타오가 죽었으며 주석 자리가 공석이 되었다는 소식이 퍼졌다.

당연히 공산당 측에서는 막으려 했으나 소용없었다.

언론이 아닌 인민들이 가지고 있는 스마트폰을 타고 소식이 퍼졌기 때문이다.

이에 공산당이 혼란에 빠진 건 당연했다.

하지만, 그렇게 가만두고 볼 수 없는 노릇.

공청단을 중심으로 한 파벌은 후진타오의 후계자인 리커창을 주석으로 추대했다.

어차피, 당내 최대 파벌이 공청단이기도 했고 리커창이 차기 주석으로 임명된 건 공인된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권력의 이양은 순조롭게 흘러가는 듯했지만.

의외인 곳에 복병이 있었다.

바로 태자당이었다.

본래 공산당의 파벌 중 하나인 이곳은 후진타오가 상하이방을 숙청했을 때 알아서 고개를 조아렸지만.

무슨 용기가 났는지 리커창의 주석 취임을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이에 리커창을 위시로 공청단 전부가 나서 태자당을 압박했지만.

그들은 흔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목숨을 도외시하고 격렬하게 저항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솔직히, 심각할 정도로 마음에 들었다.

내 뒤통수를 친 후진타오는 죽어 땅속에 묻혔고 그의 후계자 리커창의 앞날에 고춧가루를 뿌려 놓았으니 말이다.

게다가, 첸에게 이런 사실을 전달해 놨으니 그가 얼마나 많은 돈을 벌었겠는가.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

“자네, 어디 아픈가? 왜 혼자 히죽거리고 웃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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