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3회차! 재벌빌런-128화 (128/175)

#128화

JP모건과 BOA.

첸이 회장으로 경영하고 있는 곳들이다.

처음에는 첸에게 반발하는 이들 때문에 경영이 쉽지 않았지만.

정리해고라는 칼을 빼 든 첸이 그들을 모두 잘라내고 SC인베스트먼트의 직원들로 채워 넣어 지금은 완벽하게 장악이 된 상태다.

두 은행을 완벽히 장악한 첸은 자신감을 얻었다.

백인들의 세상이라는 월가.

그 중심에 있는 두 은행을 장악했으니 말이다.

그렇게 첸은 오늘도 역시 좋은 기분으로 출근길에 나섰다.

“잘 다녀오세요.”

최근 임신이라는 사랑의 결실을 맺은 소홍이 출근하는 첸을 배웅하러 나왔다.

그녀는 첸의 비서로 활동해왔지만, 결혼 후 곧바로 퇴직하여 첸에 내조에 힘쓰고 있었다.

“더 자고 있지 뭐하러 나왔어. 임산부에게 잠이 얼마나 중요한데.”

“그래도, 아내가 되어서 남편이 출근하는데 나와봐야죠.”

“요즘은 좀 어때?”

“좋아요. 어제부터는 입덧도 없었고요.”

첸이 헤벌쭉 웃었다.

자신이 사랑하는 여인이 자신의 아이를 가진 모습.

이 얼마나 아름다운 모습이란 말인가.

첸이 행복한 얼굴로 소홍을 바라보다 현관문을 나섰다.

뉴욕 한복판 고급 아파트답게 복도와 로비는 휘황찬란했다.

첸이 경비원이 열어주는 문을 나섰고 그를 기다리는 차에 올라탔다.

“좋은 아침입니다. 회장님.”

“좋은 아침. 헨더슨.”

“오늘은 어디를 먼저 가시겠습니까?”

“오늘은 BOA부터.”

“알겠습니다.”

헨더슨이 운전을 시작했다.

첸이 뉴욕의 모습을 바라보며 감상에 빠졌다.

사방에 즐비한 고층 빌딩들.

그리고 그사이를 지나다니는 바쁜 직장인들이 보였다.

‘9년.’

첸은 여기까지 온 세월을 세었다.

부모님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고 홍콩으로 돌아갔다.

모든 게 중신 은행의 사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는 진실을 파악한 첸은 복수를 결심했다.

하지만, 상대는 중국에서도 수위에 꼽히는 거대 은행.

당연하게도 쉬울 리가 없었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1년의 노력으로 안 된다면 2년을, 그래도 안 된다면 20년을 생각했다.

그렇게 이리 구르고 저리 구르며 복수하기 위해 무슨 일이든 맡아 했다.

그렇게 일 년의 세월이 지나 엘을 만났다.

그리고 9년.

마침내 여기까지 왔다.

복수는 성공했으며 JP모건과 BOA의 회장이라는 막강한 자리까지 올라왔다.

어디 그것뿐인가.

복수에 미쳐 살 때 보지 못한 사랑까지 찾았다.

‘전부 엘 덕분이다.’

평소 엘을 신격화하던 첸이 경건한 마음으로 양손을 모았다.

일종의 기도 의식이었다.

헨더슨이 백미러로 자신을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있는 것도 모른 채 기도에 몰두했다.

기도가 통한 걸까?

첸의 스마트폰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울렸다. 엘의 연락이었다.

얼른 전화를 받은 첸이 반색했다.

“엘, 안 그래도….”

-시간이 없으니 본론만 말하겠습니다.

정말 급할 때의 말투다.

첸이 안주머니에 있는 펜을 꺼내 들었다.

“준비되었습니다. 말씀 주십시오.”

-후진타오가 죽었습니다. 며칠 있으면 중국에는 내전이 터질 거고요. 이걸 상정해서 투자 계획을 세우세요.

“네?”

뚝.

엘이 엄청난 소리를 하더니 전화를 끊어버렸다.

첸의 눈동자가 마구 흔들렸다.

내전으로 피해를 볼 중국 국민이 불쌍해서가 아니다.

바로 진득하니 풍겨오는 돈 냄새 때문. 냄새가 너무 진해 머리가 아파질 정도로 말이다.

잠시 생각하던 첸이 인베스트먼트의 초창기부터 함께한 임원에게 전화를 걸었다.

“간만에 돈 벌 일이 생겼어. 인베스트먼트 인원들로 TF팀 꾸린다고 생각하고 모두 데리고 BOA로 들어와.”

통화를 종료한 첸이 씨익 웃었다.

이번엔 얼마나 벌어들일 수 있을지 기대되었다.

***

리운용을 찾는 건 생각보다 오래 걸리지 않았다.

-리 총리의 차가 동안산으로 향하는 걸 찾았소.

“고맙습니다. 안가에 대금을 둘 테니 찾아가십시오.”

-알았소.

동안산이라.

이 급박한 시기에 대체 거길 왜 간 거지?

궁금했지만 지금 급한 건 그의 신병을 확보하는 것이다.

혹시 죽었다면 그의 시체라도 확보해야 했다.

연락을 받았는지 차우슝의 조직원들이 안가 마당에 모여 있었다.

“남는 총 있습니까? 나이프도요.”

내 요구에 조직원 하나가 권총과 중국제 군용 나이프를 내밀었다.

제대로 관리하지 않았는지 총은 낡았고 나이프는 여기저기 녹이 슬어 있었다.

하지만, 얻어 쓰는 입장에서 불평할 수는 없는 일.

나는 아무 말 하지 않고 그것들을 받아들었다.

“오래 걸립니까?”

“아닙니다. 20분 정도만 이동하면 도착할 수 있을 겁니다.”

그의 말대로 차가 출발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동안산에 도착할 수 있었다.

차에서 내린 후 조직원들에게 몇 가지를 설명했다.

찾을 사람은 대만의 총리 리운용이며 자칫하면 총리 살해범이란 누명을 뒤집어쓸 수 있으니 찾게 되면 그곳에서 대기하라고.

설명을 들은 조직원들이 사방으로 흩어져 산으로 올라갔다.

그건 나 역시 마찬가지다.

주변을 살피며 흔적을 찾기 시작했다.

명색이 총리다.

그가 걸어서 올라갔을 리는 없기에 차량 바퀴 자국 위주로 흔적을 찾아 올라갔다.

그렇게 이십여 분.

차오슝의 조직원들에게서 무전이 들어왔다.

산 중턱 비탈길에서 정장을 입은 시체들을 발견했다는 것.

재빨리 그곳으로 이동해 살펴봤다.

깨끗한 정장을 입은 시체 네 구.

표정의 변화가 전혀 없는 것으로 보아 죽는 그 순간까지 자신의 죽음을 인지하지 못한 듯 보였다.

네 명을 쥐도 새로 모르게 죽였다라….

‘최소한 둘 이상이다.’

흉수가 여럿이라는 증거다.

그것도 꽤 훈련이 잘되어있는 프로로.

‘난감한데?’

아무도 모르게 몰래 이동한 탓에 리우를 비롯해 경호 요원들은 홍콩에 두고 왔다.

차오슝의 부하들이 있지만 목숨 건 전투에서 제대로 싸울 리가 없다.

방해만 되지 않으면 다행일 거다.

결국은 나 혼자 처리해야 한다는 건데.

씨익.

‘오랜만인데?’

오랜만의 전투를 할 생각에 흥분감이 도취하여 갔다.

“모두 여기서 대기하다가 무전 치면 들어오세요.”

그렇게 홀로 수풀을 헤치고 안쪽으로 진입했다.

저벅. 부스스.

발을 내디딜 때마다 낙엽이 밟혀 부스러지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상대가 프로라면 절대 놓칠 수 없는 소음에 차라리 빠르게 이동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내 위치가 금방 드러날 테고 기습을 당할 위험성도 있다.

피식.

‘언제부터 몸조심하면서 살았다고.’

잃을 게 많아지니 몸부터 챙기는 나를 깨닫고 웃음이 나왔다.

다다다다. 부스스스.

그렇게 산비탈을 힘있게 내디디며 올라간 지 십여 분.

놈들의 후미를 발견했다.

숫자는 총 셋.

하나는 누군가를 업고 산비탈을 오르는 중이고 나머지 둘은 뒤쪽에서 그를 따르고 있었다.

탁탁.

다리에 힘을 주어 그들에게 접근하니.

타아앙.

내 접근을 눈치챘는지 적 하나가 몸을 돌려 첫 번째 총알을 쏘아냈다.

퍽.

바로 옆 나무에 틀어박힌 총알.

재빨리 바위 뒤로 몸을 날리며 총을 쏜 놈을 겨냥했다.

타당. 타탕.

날아간 총알 하나가 명중했는지 놈이 어깨를 부여잡고 몸을 웅크렸다.

그대로 바위를 뛰어넘어 재빨리 달려나가며 총알을 쏘아냈다.

탕. 탕.

낡아서 그런지 총신이 흔들리는 게 느껴졌다.

이 새끼들, 명색이 대만의 밤을 지배한다는 놈들이 좋은 총 좀 쓰지.

속에서 불평이 올라오는 순간.

‘!’

머릿속에서 위험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본능적으로 앞쪽을 향해 몸을 굴렸다.

탕. 탕. 탕.

여러 발의 총소리가 울려 퍼지며 방금까지 내가 서 있었던 흙바닥에 먼지가 피어올랐다.

나머지 두 놈 중 하나가 왼쪽으로 이동하여 나를 노린 모양.

위험하다곤 해도 이대로 멈출 수는 없다.

재빨리 달려나가며 앞쪽의 적을 향해 총알이 떨어질 때까지 사격했다.

“컥.”

놈이 목을 부여잡고 쓰러지는 게 보였다.

이제 남은 건 좌측 아래의 적과 사람을 업고 올라가던 적뿐.

‘눈에 띈 놈부터.’

왼쪽의 산비탈을 전속력으로 뛰어 내려갔다.

파직. 파직.

낙엽이 발에 밟히며 부스러지는 소리가 났다.

좌측 놈이 총구를 들어 올리는 게 보였다.

그 말은 즉.

놈의 머리가 드러났다는 뜻이다,

소매에 숨겨놨던 나이프를 놈의 머리를 향해 온 힘을 다해 투척했다.

쒜엑. 뻐억!

뼈가 갈라지는 소리와 함께 피가 튀며 놈이 뒤로 넘어갔다.

‘이제 하나.’

쓰러진 놈의 머리에서 나이프를 수거하고 놈이 가지고 있던 총을 챙겨 마지막 놈이 올라갔던 산길을 뛰어 올라갔다.

“흐아.”

산을 뛰며 전투를 벌여서인지 아니면 한동안 몸 쓰는 걸 하지 않아 체력이 떨어져서인지 숨이 목까지 차올랐다.

‘돌아가면 헬스장 다닌다.’

그렇게 잠시 뛰어 올라가다 보니 누군가를 업고 도망치는 놈이 보였다.

‘잘하면 리운용이 살아있을 수도 있다.’

자신들의 뒤가 잡힌 걸 알고 있음에도 이렇게 끝까지 업고 도망친다는 건 뒤에 업힌 리운용이 살아있다는 뜻이다.

나는 발걸음을 더욱 빨리해 놈을 향해 뛰어갔고 가까스로 50m 안쪽까지 따라잡았다.

그제야 내가 자신의 동료가 아닌 것을 눈치챘는지 놈이 당황한 눈으로 나를 돌아봤다.

그리고 그 순간.

나는 잠시 멈추고 도망치는 놈의 다리를 향해 총을 쐈다.

타앙.

단 한발. 그 한발이 놈의 종아리를 꿰뚫었다.

“끄아악!”

놈이 비명을 지르며 넘어졌고 뒤에 업혀 있던 리운용이 바닥에 내팽개쳐지며 비탈면에 굴러떨어졌다.

허억. 허억.

거친 숨소리를 내뱉으며 쓰러진 놈의 머리를 쏴 마무리했다.

‘살아있나?’

길옆 비탈길을 확인했다.

비탈면에 리운용이 엎어진 채로 쓰러져 있는 게 보였다.

리운용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비탈면을 내려가던 찰나.

‘잠깐.’

리운용의 상태가 이상했다.

호흡하며 생기는 약간의 움직임도 없었다.

또한.

‘리운용이 아니야.’

자세히 보니 그저 체격이 비슷한 누군가의 시체였을 뿐 리운용도 아니었다.

그 말인즉슨.

‘함정이다.’

일단, 이곳만 빠져나가는 게 급선무다.

하지만, 함정을 판 놈이 바보가 아닌 이상 놈들 역시 이곳을 지키고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꾸욱.

총과 나이프를 쥔 손에 힘을 줬다.

그렇게 십 분이나 내려갔을까?

철컥.

예상했던 대로 십여 명의 군인들이 산 아래를 포위하고 있었다.

“워워, 어디를 그렇게 가시나?”

“…완벽히 걸려들었군.”

군인들의 숫자는 열, 무장 역시 완벽했음은 물론 기세만 봐도 잘 훈련된 특수부대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게다가, 이들이 끝이라는 보장이 없다.

만약, 전투가 벌어진다면 사방에서 적들이 몰려올 가능성이 크다.

반면, 내가 가진 건 권총 한 자루와 나이프 하나.

나는 조용히 양손을 머리 위로 올렸다.

그러자 놈들의 대장 격으로 보이는 놈이 나와 비아냥거렸다.

“천하의 엘도 사람이군. 죽음이 두려워 항복하다니.”

놈의 입에서 내 이름이 흘러나왔다.

처음부터 나를 노린 함정이 맞는다는 거다.

“너희들은 누구지?”

“우리? 글쎄? 당신에게 원한을 가진 사람들?”

정체를 밝힐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놈이 말한 한 줄의 대사에서 조금이라도 정보를 얻기 위함이었다.

‘유창한 광동어. 중국 혹은 대만 출신이다.’

“조용히 따라오면 다치지는 않을 거다.”

“…그렇게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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