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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3회차! 재벌빌런-123화 (123/175)

#123화

렉스 국무 장관을 만난 이후.

더 이상 우리를 건드는 간 큰 인간들은 나타나지 않았다.

그 결과, JP모건과 BOA는 순풍 맞은 듯이 흘러갔는데.

“역시 미국이라고 볼 수밖에 없어요. 들어오고 나가는 자금의 규모부터가 달라요.”

수천억 달러의 자금을 굴렸던 첸이 행복한 비명을 지를 정도였으니 말 다 했다.

게다가, 첸을 기쁘게 만든 건 따로 있었다.

얼마의 돈이 맡겨지고 그 돈으로 대출을 내보내 얼마의 이자를 벌어들이냐.

이게 한국 및 아시아권의 은행들이 돈을 버는 방법이라면.

미국은 달랐다.

맡겨진 돈을 어디에 투자하여 얼마를 벌어들이냐가 미국 은행들이 이익을 얻는 방법이었다.

고객의 예금을 받는 상업 은행의 투자 활동을 막는 글래스-스티걸법이 99년 클린턴에 의해 폐지된 덕분이다.

만약, 해당 법안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면 월가가 폭삭 망하지도 않았을뿐더러 이렇게 월가의 거대 은행들을 인수하지 못했을 거다.

어찌 됐든, 이런 자유로운 투자 활동은 첸의 입장에서 호랑이가 날개를 단 것이나 다름없었다.

전 회차에서도 선물 시장의 늑대라 불리며 판에 올라가 있는 돈을 능숙하게 털어먹던 그다.

나와 함께한 8년의 세월은 그를 더욱 대단한 투자가로 만들기 충분했다.

또한, 그의 곁에는 내가 있지 않은가.

“아마존의 주가가 바닥이라는 보고서가 올라왔습니다.”

“테슬라라는 전기차 회사가 있는데….”

“애플의 신형 스마트폰이….”

“유가가….”

정답을 알고 있는 나는 그가 물어볼 때마다 확신을 주거나.

“셰일 기업들에 투자하려 합니다.”

“독일 채권이….”

“엔화 가치가 상승한다는….”

오답을 수정해 줬다.

당연히 첸은 신날 수밖에 없었다.

투자하는 족족 성공하는 건 물론.

남의 돈(고객의 예금)으로 투자할 수 있으니 말이다.

게다가, 그의 천재적인 아이디어로 인해 우리는 세금 문제를 한 큐에 해결했는데.

“양 은행에서 인베스트먼트에 투자하는 형식으로 진행하면 어떨까 합니다. 실질적인 투자 수익은 인베스트먼트가 얻고 양 은행은 수익을 나눠 받는 식이죠.”

리비아에 소재지를 둬 세금을 전혀 내지 않는 인베스트먼트를 활용한 방법이었다.

“잘못하면 탈세로 감옥 갈 수도 있습니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투자 계약서에 원금 보장이라는 말만 들어간다면 낮아진 수익률을 문제 삼을 수는 없을 겁니다.”

그럴듯했다.

수익률이 낮아진 거야 안전하게 운영하기 위해 원금을 보장하는 곳에 투자했다고 우기면 될 일이니 말이다.

안 그래도 방만한 투자로 월가가 쪽박 찼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 않은가.

뭐, 원금 보장에 대한 리스크는 크긴 하지만.

‘내가 큰 줄기만 잡아 줘도 투자에 실패할 확률은 거의 없다.’

척.

그의 기지에 나는 엄지를 치켜드는 거로 대답을 대신했다.

***

호사다마라고 했던가?

더는 문제가 없을 것 같아 안심하고 한국으로 돌아간 지 반년.

일은 벼락처럼 벌어졌다.

그것도 아주 완벽히 의외인 곳에서.

“중국 정부에서 고강도의 관세 정책을 발표한답니다. 한 시간 뒤, 상무부의 기자 회견이 잡혀 있습니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

미국이 아니라 중국이라니?

마치 오래된 악연을 다시 마주친 기분이었다.

“청와대에서는 어떻게 대처한답니까?”

“아직 대책을 수립 중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기자 회견이 끝나고 다시 연락을 주기로 했습니다.”

“…일단 기다리는 수밖에 없겠군요.”

잠시 후.

중국의 관세 정책을 확인한 우리는 충격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한국산 제품에 20%의 관세를 부과한다.]

그것도 산업과 상품군의 구별이 없이.

그 말인즉슨, 아생후연살타가 아닌 동귀어진 식의 끝장을 보겠다는 거다.

“어려운 싸움이 되겠습니다.”

신종민이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고 나도 동감하여 고개를 끄덕였다.

중국의 성장은 전생과 비교하여 엄청나게 더뎠다.

GDP로만 비교해도 전생과 비교하면 60% 수준에 머물렀으니 말이다.

문제는.

힘은 상대적이라는 거다.

이번 회차의 나로 인해 월가가 무너진 미국은 힘이 빠진 상태고 동일본 대지진 이후 일본은 아직도 회복에 전념하고 있다.

그 결과, 상대적으로 피해가 덜한 한국이 비상했지만.

‘그런데도.’

중국이 가진 힘에 비교할 수는 없었다.

더군다나 지금은 중국을 견제해 줄 미국이 자국의 경제 회복에 주력하고 있는 상황.

‘러시아의 힘이라도 빌릴 수 있다면 좋겠지만.’

무력이 아닌 경제 분쟁이다. 거기다 러시아와 한국은 동맹국도 아니기에 러시아가 끼어들 여지도, 명분도 없다.

즉, 어떻게든 한국의 힘만으로 이겨 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사실을 짐작했는지 신종민이 의견을 내놨다.

“차라리, 모른 척하는 건 어떠십니까? 어차피 한국에 소재한 오션만 피해를 보는 거 아닙니까?”

틀린 말이 아니다.

적당히 무시하고 넘어가도 SC 전체적으로 봤을 때는 피해가 적다.

문제는, 이건 나를 겨냥한 수작이라는 거다.

그렇지 않고서야 중국이 갑자기 저렇게 나올 리가 없으니 말이다.

게다가 이번 일은.

“중국이 홀로 이런 미친 짓을 벌이지는 않았을 겁니다. 분명 로스차일드에서 후진타오와 접촉을 한 겁니다. 자신들이 직접 나서기 전, 우리 쪽 힘을 빼놓기 위해서요.”

“…그렇군요.”

잠시 고민하던 신종민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일단, 그룹 차원에서 대책을 세워 보겠습니다.”

그렇게 신종민이 회장실을 떠난 직후.

지이잉.

[6시. 청와대.]

이강진 회장으로부터 연락이 들어왔다.

***

“시작입니까?”

거의 반년 만에 만난 이지석이 인사도 하지 않고 다급하게 물었다.

“네.”

“크흠….”

대통령이 불편한 신음을 내뱉었고 이강진 회장이 앞으로의 일을 물었다.

“자네가 일러 준 대로 움직이면 되나?”

“네. 만약 조정할 일이 생기면 말씀드리겠습니다.”

“알겠네. 곧바로 움직이지.”

“부탁드리겠습니다.”

이강진 회장과의 대화 중에 대통령이 끼어들었다.

“정부는 어떻게 움직이면 되겠습니까?”

“버티십시오.”

“네?”

“지금은 버티는 수밖에 없습니다.”

“이 회장님, 한국의 대중 무역 의존도가 얼마인지 모르실 리가 없을 텐데요?”

“정확한 수치는 모르지만, 의존도가 극단적으로 높은 건 알고 있습니다.”

이게 바로 머릿수의 힘이다.

두 번이나 경제를 무너뜨렸는데도 오뚜기처럼 일어서는 게 가능하고.

인구수에서 나오는 소비력만 가지고 교역 국가들을 절절매게 만드는.

그걸 알고 있는 대통령이 다시 한번 위기감을 강조했다.

“한 달을 버티면 밖에 있는 중소기업의 삼분지 일은 망해 없어질 거고 반년을 버티면 대기업도 힘들어집니다.”

“한 달은 넘을 것이고 반년은 가지 않을 겁니다.”

“…정말입니까?”

“허언을 말씀드린 적이 없는 것 같은데요?”

“국민의 생활이 걸려 있습니다. 몇 번을 확인해도 부족합니다.”

“단언하겠습니다. 반년 안에 해결됩니다. 일단 버티십시오.”

그렇게 이지석에게 확신을 주고 청와대를 나오는 길.

할 얘기가 남았는지 같은 차에 올라탄 이강진 회장이 물었다.

“반년 만에 뭘 어떻게 하려고? 자네가 쉽게 보는 거 같은데 이건 외교 문제야. 민간 문제가 아니라.”

“생각해 놓은 바가 있습니다.”

“무엇을?”

“상대가 우리 약점을 쥐고 흔들면 우리 역시 마찬가지로 상대의 목줄을 틀어쥐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나는 오랫동안 묵혀 놓은 수를 꺼내기로 마음먹었다.

지난번 백문을 멸문시켰을 때.

나는 그들의 본거지에서 물경 2천억 달러가 넘는 중국 기업들의 채권을 발견했다.

그 후 후진타오에게 뒤통수도 맞은 나는 그것들을 대만에 넘겨 중국을 압박하려 했지만.

‘실패했지.’

대만의 12대와 13대 총통을 지낸 마잉주가 생각보다 더 겁이 많았다는 게 문제였다.

아니, 후진타오를 만나 하나의 중국 정책을 뜻하는 양안 관계를 재합의하다니.

믿기지 않겠지만 대만의 총통을 두 번 역임한 작자가 벌인 일이다.

당연히, 대만을 통해 중국을 견제하려던 내 계책은 틀어져 버렸고 나는 차선책으로 홍콩을 이용하기로 마음먹었지만.

홍콩 출신인 첸이 이미 반쯤은 독립 상태인 홍콩이기에 생각보다 효과가 작을 거라는 의견을 내놨다.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 나는 일단 채권을 묵혀 놓기로 마음먹었다.

물론, 그냥 묵혀 놓은 건 아니다.

언젠가 써먹을 생각에 오랜 시간을 거쳐 후진타오가 가장 아파할 만한 것으로 바꿔 놨다.

그리고 지금이 바로 그것들을 써먹을 타이밍이다.

***

중국과의 무역 분쟁은 본격적으로 진행되었다.

전생의 한국이었다면, 주로 대화로 문제를 풀려고 했겠지만.

이지석은 달랐다.

[정부, 중국산 농수산물에 대해 관세 10% 부과 예고.]

[이달부터 메모리 반도체 수출 금지.]

한국이 할 수 있는 초강수를 두어 맞불을 놓은 것이다.

당연하게도 나라가 시끌벅적했지만, 그는 믿는 구석이 있었다.

-믿겠습니다.

“속고만 사셨습니까? 반년 안에 해결된다니까요. 기다리세요.”

그런 그의 기대를 충족하기 위해 나는 홍콩으로 향했고.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도널드 창, 전 홍콩 행정 장관이 마중 나와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이거, 오랜만입니다.”

“이렇게 직접 마중 나오실 줄은 몰랐습니다.”

“엘 덕분에 홍콩이 이렇게나 살기 좋아졌는데 얼마든지 나와야죠.”

현재 홍콩은 반쯤은 독립 상태다.

금융업으로 벌어들이는 막대한 세수는 본래대로라면 상당 부분 본토로 흘러 들어가야 했지만, 지금은 아예 한 푼도 보내지 않는다.

세수는 엄청난데 책임질 인구는 적다.

당연히 홍콩 시민의 삶의 질은 한층 더 좋아질 수밖에 없었다.

그에 대한 증거로.

도널드와 함께 시내로 가는 길에 나는 눈에 띄는 몇 가지를 발견했다.

“아파트가 엄청나게 높게 지어지고 있군요.”

내 감탄을 들은 도널드가 뿌듯하다는 듯이 대답했다.

“전부 공공 주택입니다. 남아도는 예산으로 가장 먼저 착수한 사업입니다. 덕분에 홍콩의 집값이 절반 이하로 떨어졌고요.”

전생에서의 홍콩의 집값은 가히 살인적이었다.

시민들은 아무리 벌어도 월세 내기도 빠듯했고 말이다.

그런 문제를 한 큐에 해결하다니 역시 도널드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감탄한 얼굴로 그를 보자 그가 멋쩍게 웃었다.

“전부 제 아이디어는 아닙니다. 양 노사의 지분이 절반입니다.”

“양 노사가요?”

그가 구룡회의 태상 회주라고 불리는 양처지를 언급했고 나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평생을 구룡회 깡패로 살아온 그가 이런 지혜가 있었다고?

그렇게 양처지에게 감탄하던 차.

“도착했습니다.”

나는 또 한 번 놀랄 수밖에 없었다.

“…제가 알던 구룡성채가 아닌데요?”

“하하. 엘이 떠나고 많이 바뀌었습니다. 기존의 오래된 구룡성채를 허물고 새로 지었습니다.”

눈앞에 거대한 리조트가 보였기 때문이다.

그 리조트의 입구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고 말이다.

‘Nine Dragon, Casino라니.’

“양 노사의 꿈이랍니다. 구룡회가 합법적인 조직으로 탈바꿈하는 게요. 그래서 저는 이곳을 관광특구로 바꿔 주었고 양 노사는 구룡회의 전 재산을 털어 카지노를 만들었습니다.”

“…….”

“뭐, 보다시피 결과는 대성공입니다. 하루 이용객이 만 단위가 넘습니다. 여기서 나오는 세수 역시 엄청나서 국정에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하하.”

와글와글.

도널드의 말대로 나인드래곤은 성업 중이었다.

외국인 손님들이 쉴새 없이 몰려들 정도로 말이다.

“어서 들어가죠. 양 노사가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잠시 후.

도널드를 따라 들어간 나는 양처지를 만날 수 있었다.

“…이걸 젊어졌다고 해야 하나요?”

선글라스를 쓰고 꽃무늬 남방을 입은 그를 말이다.

“칭찬 고맙네.”

“보긴 좋으십니다.”

“흐흐. 그런 소리 많이 듣네.”

잠시 인사를 나누고 나는 그를 찾아온 본론을 꺼냈다.

“대만 총통을 만나고 싶습니다. 아주 조용히요. 방법, 있으시죠?”

내 부탁을 들은 양처지가 웃으며 대답했다.

“아주 잘 찾아왔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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