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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3회차! 재벌빌런-97화 (97/175)

#097화

정보가 필요할 때, 나는 보통 두 가지를 이용해 왔다.

하나는 비고르를 통해 러시아 정보국을 이용하는 거고 다른 하나는.

‘빅터.’

SC 벤처 휘하의 게임 회사 사장이자 내가 데려고 있는 천재 해커인 그를 이용하는 것이다.

정보국 특성상 정보의 신뢰도는 확실했지만, 시간이 걸리는 건 어쩔 수 없기에.

곧바로 빅터에게 연락했다.

[바로 찾아볼게요.]

제이스를 비롯해 아토즈사의 직원들의 정보를 전달하고 십여 분.

띠링.

[한 시간 전까지 이곳에 있었어요. 지금 CCTV를 해킹하고 있으니까 조금 더 기다리면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거예요.]

빅터가 문자와 함께 도버 바로 옆 하트필드 어딘가의 주소를 보내 왔다.

“이 새끼들 봐라….”

납치를 자행한 놈들이 납치 대상의 휴대전화를 그대로 뒀다고?

그럴 리가 없지 않나.

냄새가 풍겼다. 매우 진한 함정의 냄새가.

놈들의 목적이 무엇인지는 모른다.

그러나, 놈들이 모르는 확실한 사실이 하나 있다.

바로 내가 이런 술수는 수도 없이 겪었고 펼쳤다는 사실이다.

“찾았어? 어디 있대?”

“바로 옆 동네에 있어. 함정일 가능성이 크고.”

“뭐야, 가서 데려오면 되겠네.”

함정이란 소리를 듣고도 대수롭지 않게 대답하고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간 리우.

나를 경호하던 열 명의 요원들이 그를 따라나서면서 말했다.

“기다리고 계시면 모두를 데려오겠습니다.”

“위치와 위성 사진을 보냈습니다. 작전에 참고하세요.”

“네.”

그렇게 모두가 떠나고 홀로 남은 지 10여 분.

철컹.

차단기가 내려가는 소리와 함께 사무실의 불이 꺼지며.

덜컹.

문이 활짝 열렸다.

그리고 나타나는 스무 명의 인영들.

누가 봐도 나를 잡으러 온 놈들이다.

전 회차를 포함해서 지겹도록 겪은 일이다. 이제는 놀랍지도 않다.

콰직. 푹!

곧바로 문 쪽으로 튀어 나가 가장 먼저 들어온 놈의 울대에 뾰족하게 세운 주먹을 박아 넣은 뒤.

곧게 편 엄지를 눈알에 박아 넣었다.

“끄헉!”

울려 퍼지는 비명에 뒤에 있던 놈들이 당황했는지 재빨리 앞으로 뛰쳐나왔다.

서걱. 서걱.

평소 가지고 다니는 소형 나이프를 꺼내어 놈들의 팔, 어깨, 얼굴, 가릴 것 없이 이곳저곳을 베어 냈다.

꽤 깊게 베였음에도 앓는 소리 하나 나지 않았다.

‘훈련받은 놈들이군.’

잠시 주춤하자 처음 눈알이 파인 한 명을 제외하고 모두가 나를 잡기 위해 짓쳐 들었다.

좁은 사무실 통로 틈으로 몸을 뒤로 빼며 한 명씩 상대하기 시작했다.

수익. 푹.

날아오는 칼날을 피하고 몸을 숙여 놈의 허벅지에 칼을 박아 넣었다.

뻐억!

다른 놈이 날린 주먹을 맞아 주며 앞발로 상대의 낭심을 후려 찼다.

“끄헉.”

칼에 맞는 고통은 참아도 이건 참을 수 없는지 놈이 중요 부분을 붙잡고 쓰러졌다.

그렇게 벌어진 틈으로 몸을 욱여넣고 재빠르게 손을 움직였다.

푸욱! 촤악! 서걱.

휘둘러진 칼날이 어떤 놈의 옆구리에 큰 상처를 내고 다른 놈의 이두근을 베어 내며 소름 끼치는 소리가 났다.

평소 사용하지 않음에도 최대한 날을 갈아 놓은 게 이럴 때 도움이 된다.

“이익.”

놈들 중 하나, 아니 셋이 주먹과 발 그리고 칼을 휘둘렀다.

퍽. 퍽.

칼을 피해 낸 대신 다른 것들에 얻어맞고 볼썽사납게 바닥에 나뒹굴었다.

“잡아!”

재빨리 일어나 계속해서 놈들과 전투를 벌인다.

맞아 줄 건 맞아 주고 한 놈씩 차례대로 처리했다.

좁은 통로가 아니었으면 진즉 붙잡혔을 터.

그렇게 20분 정도 전투를 지속하자 놈들의 숫자가 일곱으로 줄어들었다.

문제는, 체력적으로 한계에 다다라 손발을 놀릴 힘도 없었다는 거다.

거기다 밀리고 밀려 등 뒤가 벽으로 막혀 있었다.

저항할 힘도 도망칠 길도 없는 지금.

허억. 허억.

놈들이 내게 다가왔고.

그런 놈들을 향해.

히죽.

살짝 미소 지어 줬다.

“……?”

놈들의 눈동자에 의문이 들어찼다.

“타임 오버야, 이 새끼들아.”

콰직.

놈들이 들어온 문이 열리며.

리우를 필두로 요원들이 들이닥쳤다.

***

“위험했습니다. 총이라도 있었으면 정말 큰일 날 뻔했습니다.”

“낸들 10분 만에 들이닥칠 줄 알았나요? 그리고 생각이 있으면 이런 번화가 건물에서 총을 쓰지는 않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보통 인질극을 가장한 함정은 상대를 잡기 위해 벌인다.

그런 경우 당사자는 두 가지의 행동 패턴을 보이는데.

하나는 자신이 직접 인질을 구출하려 움직이는 거고.

다른 하나는 홀로 남아 인질이 구출될 때까지 기다리는 거다.

전자를 선택했다면 인질이 있는 곳에서 놈들을 맞닥뜨렸을 테고.

후자라면 지금 내가 겪은 상황을 만나게 된다.

둘 다 위험하긴 마찬가지지만 적이 준비를 마친 공간으로 가는 전자보다야 후자가 더 안전한 건 당연하다.

나는 이곳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더 위험한 함정에 내 발로 걸어 들어갈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게 요원들이 나가자마자 30분 후 되돌아오라는 문자를 남겼다.

아니나 다를까.

내 예상대로 현장에 남아 있는 놈들이 들이닥쳤다. 생각한 시간보다 20분이나 빨리 들이닥쳤지만 말이다.

‘오랜만에 몸 좀 풀었네.’

나른함에 젖어 있던 몸에 긴장감이 감돌아 오히려 기분이 좋아졌다.

그렇게 잠시 쉬던 차에.

요원 하나가 놈 중 리더 격으로 보이는 놈을 내 앞으로 데려왔다.

놈의 앞에 얼굴을 들이밀고 심문을 시작했다.

“소속은?”

“…….”

“괜찮아. 말하지 않아도 된다.”

놈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어차피, 술술 불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어.”

놈에게서 시선을 돌려 리우를 바라봤다.

“한 놈씩 죽여.”

“Ok.”

리우가 칼을 들고 결박된 놈들에게 다가갔다.

아무 놈의 머리채를 잡고 목에 칼을 박아 넣었다.

푸욱! 촤악.

피 분수가 터졌고 칼이 박힌 놈의 두 눈이 부릅떠지며 그대로 사망했다.

“아직도 똑같은 생각이야?”

다시 시선을 돌려 이죽거릴 때.

“그만하시죠.”

계단 아래서 목소리가 들렸고 곧 누군가가 우리 앞에 나타났다.

요원들이 놈을 향해 MARS에서 가져온 총을 겨눴다.

“누구?”

“CIA 소속 정보국 제1팀장 제리라고 합니다. 이제 그만하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왜?”

“네?”

“내가 왜 그래야 하지? 네가 CIA에서 나왔다고 밝히면 우리 쪽 사람들을 납치한 일이 없어지기라도 하나?”

내가 날을 세우자 제리의 눈이 사나워졌다.

“저희와 적대하면….”

피슉.

놈의 말을 무시하고 칼을 휘둘러 방금까지 내가 심문하던 놈의 울대를 끊어 버렸다.

곧 바람 빠지는 소리가 나며 눈빛에 생기가 사라졌다.

“무슨!”

“왜?”

피슉.

“이만한 각오도 없이 일을 벌였어?”

피슉.

“아니면 내가 이런 일을 겪고도 그냥 넘어가는 관대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나?”

피슉.

걸어가며 차례대로 놈들의 목을 꿰뚫었다. 그렇게 네 번째 적의 목에 칼을 박아 넣으려 할 때.

더는 버티지 못하겠는지 제리가 다급하게 외쳤다.

“그만! 제발 그만두십시오.”

그가 차마 보지 못하겠는지 바닥에 고개를 처박았다.

내가 노렸던 바다.

아무리 죽음을 많이 봐 왔던 사람이라도 자신 때문에 남이 죽는 것에 초연할 수는 없는 법.

심지어 그게 한 명이 아니라 다수의 사람이면 죄책감에 제정신을 유지할 수 없다.

만약 제정신을 유지하는 놈이 있다면 둘 중 하나다.

나와 같이 반쯤은 미친놈이거나.

사이코패스 살인마거나.

엎드린 놈의 앞에 쭈그려 앉자 놈이 나를 쳐다봤다.

“정보국 놈이면 사무실에 있지 왜 여기까지 나와 이 고생을 하지?”

“대화하기 위해 그랬습니다.”

“대화하려면 전화를 했어야지. CIA 정도면 얼마든지 내 번호쯤은 알 수 있지 않아?”

“…협상의 우위에 서기 위해 인질극을 벌였습니다.”

“인질들은?”

“무사합니다. 위협만 가했기에 다친 곳은 없습니다!”

“그거야 나중에 확인해 보면 알겠지. 만약 생채기라도 나 있으면 여기 있는 모두가 죽는 거고.”

제리의 얼굴에 다급함이 서렸다.

“절대 그럴 일은 없습니다! 제가 몇 번이나 강조….”

“됐으니까 나를 보고 싶어 하는 놈이 누군지나 말해 봐.”

“그, 그건….”

놈이 망설이자 리우가 인질들에게 다가갔다.

그 모습을 본 제리가 포기한 얼굴로 내게 말했다.

“본부에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기다리지.”

잠시 후.

통화하던 제리가 전화기를 건넸다.

“엘이다.”

-CIA 정보국 국장 제임스.

“보내 준 선물이 인상적이더군.”

-우리가 두렵지 않나?

“내가 왜 두려워해야 하지?”

-우리가 마음만 먹으면 너를 포함한 네 주변 모두를 제거할 수 있다는 생각은 하지 않나?

“반대로, 내가 마음만 먹으면 미국 내각 모두에게 히트맨을 보낼 수 있다는 생각은 하지 않고?”

-…기 싸움은 여기까지 하지. 본론을 말하겠다.

“얼마든지.”

-화이트 하우스에선 당신이 지금 벌이고 있는 일을 막고 싶어 한다.

“그래서 이런 일을 벌였나?”

-그렇다. 원래 계획은 경고였고 당신이 우리 말을 듣지 않는다면 제거까지 생각했다.

“백악관이 나서서 개인의 투자를 가로막다니. 자유의 미국이란 말도 옛말이군.”

-정상적인 투자면 우리도 막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 당신이 벌이는 일은 매우 위험하다고 생각했다.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어떻게 장담하지?”

-당신의 과거를 보면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더는 얘기가 통하지 않는군. 이만 끊겠다.”

뚝.

제리에게 받은 전화기를 던졌다.

“이곳 깨끗이 치워 놓고 인질들 복귀시켜.”

“네? 네!”

***

아토즈에서의 일이 끝나고 이틀이 지났다.

제이스는 복귀하자마자 내게 전화를 걸어 모두의 무사함을 알렸고.

나는 그에게 혈청을 노리는 적이 생겼다는 핑계로 리비아에서 사람을 불러 경호를 붙여 준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오늘.

[3,000억 달러는 아니지만 2,700억 달러의 대출이 결정되었네. HS가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자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야.]

비더러의 연락을 받고 HS의 본사로 이동해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떼먹을 생각 하지 말게.”

이 영감탱이가 진짜 나를 뭘로 보고.

“물론입죠. 제날짜에 이자 따박따박 넣겠습니다. 걱정하지 마십쇼. 하하.”

계좌에 대출금이 입금된 걸 확인하자마자 미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에 올라탔다.

슈우웅.

‘정말 이젠 전용기를 사야겠다.’

얼마 전부터 조금씩 알아보고 있지만, 썩 마음에 드는 물건이 없었기에 도입을 미뤘다.

뭐랄까.

미래를 살다 와서 그런지 지금 나와 있는 전용기들이 영 눈에 차지 않는다고 할까?

그래도, 이젠 정말 불편해서 안 되겠다.

한국, 러시아, 리비아, 이제는 미국까지.

돌아다닐 곳은 많아지고 그때마다 공항에서 버리는 시간이 많아지고 있다. 거기다 불편한 이동 시간은 덤이다.

그렇게 무슨 전용기를 구매할까 상상 쇼핑을 즐기던 차에.

“처음 뵙는군요. 힐러리 클린턴이에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인물을 만났다. 현 미국 국무 장관인 힐러리였다.

내가 황당한 얼굴로 바라보자 그녀가 미소 지으며 옆자리에 앉았다.

“엘을 만나기 위해 공항에서부터 기다렸어요.”

“국무 장관 자리도 한가한가 봅니다. 이렇게 영국까지 와서 시간을 버리시고.”

“설마요. 대통령보다 바쁜 자리가 국무 장관직인데요.”

“제가 할 일이 있어 바쁘니 본론만 하시는 게 어떻습니까?”

날을 세운 내 반응을 그녀가 태연하게 받았다.

“당신과 손을 잡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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