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9화
철푸덕!
장이량 앞에 중상을 입은 리청풍이 잡혀 와 바닥으로 내팽개쳐졌다.
“크…. 어억!”
몸 여러 군데, 특히 복부에 커다란 총상을 입은 리청풍이 고통스러운 비명을 질렀다.
그의 상처에서 피가 울컥 흘러나왔다.
“장삼은?”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백랑대와 싸우다 전사한 듯 보입니다.”
“그래?”
자신의 이복동생이 죽었다는 소리에 장이량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안전장치는 해 뒀다지만, 백문 최고의 무력 단체인 암살단을 이끌던 놈이라 거슬렸던 탓이다.
기분이 좋아진 장이량이 리청풍을 내려다봤다.
“백랑대장 리청풍입니다.”
평소 장삼의 오른팔이라 불리던 오우정이 장이량에게 알려 줬다.
방금까지 전투를 치르고 와서 그런지 그 역시 몸 여기저기에 상처를 달고 있었다.
“피해는 많았지만 백랑대 전원을 사살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전부 문주의 혜안 덕분입니다.”
장이량이 노렸던 바다.
최근 매수한 러시아의 정보총국 부국장을 통해 헝샤섬에 백랑대가 모여 있다는 첩보를 입수.
장삼에게 암살단의 절반을 딸려 보냈다.
장삼이 백랑대를 해치우면 그거대로 좋은 일이고 싸우다 죽어도 좋다.
위치가 드러난 백랑대?
아무리 놈들이 뛰어나다 하여도 무협 영화에 나오는 놈들이 아닌 이상 모조리 몰살당할 수밖에 없다.
심지어, 암살단과 싸우느라고 전력이 반 토막 난 놈들이 아니던가.
자기 생각이 모두 들어맞은 장이량이 음침한 웃음과 함께 오우정의 어깨를 두들겼다.
“수고했다. 앞으로 암살단을 맡아 백문의 칼이 되도록.”
“감사합니다! 문주.”
“한데, 이상한 점이 있군.”
“예? 어떤 점이….”
오우정의 반문에 장이량이 중얼거렸다.
“아무리 힘을 잃었다지만, 명색이 주석이 직접 계획한 일인데 백랑대만 보냈다는 게 이상해. 아직 움직일 수 있는 전력도 있을 텐데….”
“하오나, 백랑대만 하더라도 막강한 전력임은 틀림없습니다.”
오우정에 반문에도 장이량은 경계를 강화하기로 했다.
상대가 노리는 바를 정확히 모른다면 할 일은 철저한 대비뿐이기 때문이다.
“오우정.”
“예! 문주.”
“암살단과 문도들에게 경계를 철저히 하라고 전해라. 그리고, 난징 군구에 연락해서 상하이시로 군대를 파견하라 전하고.”
“예! 문주.”
장이량이 후진타오를 떠올렸다.
그래, 얼마 남지 않은 목숨.
마지막 발악쯤은 얼마든지 받아 주마.
그렇게 모든 일이 정리되나 싶었는데.
타아앙!
총성이 들렸다. 그것도 매우 가까운 거리에서.
***
-칙, 도착 3분 전.
최효석의 무전이 들렸다.
척. 척.
대원들이 하나둘 자리에서 일어났다.
“으어어.”
세 시간이나 쪼그려 앉아 있었던 리우가 기지개를 켜며 몸을 풀었다.
그런 리우에게 자그마한 철제 캡슐을 내밀었다.
“뭐야?”
“강해지는 주사. 맞으면 호랑이 기운이 솟아난다.”
“그런 게 있어?”
“있어. 정말 최악의 상황일 때만 써. 한 번 쓰면 한 달은 앓아누워야 하니까. 잘못하면 죽을 수도 있고.”
리우가 알쏭달쏭한 얼굴로 캡슐을 받아 들었을 때.
덜컹.
컨테이너를 싣고 가던 트럭이 멈춰 섰는지 진동이 느껴졌다.
탕! 끼이익.
이윽고 컨테이너의 봉인이 풀리는 소리가 들리며 문이 열렸다.
길 건너에 크리스털 호텔의 정문이 보였다.
피식!
흘러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요새 누가 걸어서 침투하나?
이렇게 쉽게 올 수 있는데.
‘뭐, 덕분에 품은 좀 들었지만.’
리비아에서 들어오는 물품으로 위장 침투하기 위해 시선을 끌어 줄 백랑대를 구하러 헝샤섬으로 가 전투를 치렀다.
그 와중에 데저트의 대원이 20명 넘게 죽기도 했다.
하지만, 이 방법이 아니었다면 희생자는 더 많았을 것이다.
미리 대비하고 있는 적만큼 골치 아픈 게 없기 때문.
척. 척.
대원들과 함께 컨테이너에서 뛰어 내렸다.
무장한 우리가 나타나자 호텔 직원으로 위장한 백문 놈들이 깜짝 놀라며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가자.”
척. 척.
최효석이 앞장서 뛰자 대원들이 따라갔다.
“꺄악!”
백 단위가 가볍게 넘는 인원이 완전 무장을 하고 뛰었다.
상하이 시민들이 사방으로 도망친 건 당연했다.
왕복 6차선 도로를 가로질러 호텔의 쪽으로 달리기 시작하자.
타아앙! 퍽.
“크륵.”
호텔에서 총알이 날아와 대원 하나의 목을 꿰뚫었다.
최효석이 분개하며 대원들을 독려했다.
“사격하면서 달려!”
대원들이 움직이면서 호텔 정문을 향해 총알을 쏘아 냈다.
탕. 타탕. 쨍그랑!
유리문이 사정없이 부서지며 로비 곳곳의 기물들을 부쉈다.
그렇게 로비 쪽에서의 반격은 그쳤으나.
타탕 타타탕.
이번엔 2, 3층에서 총알 비가 내려와 대원들의 몸을 꿰뚫었다.
‘젠장.’
어쩔 수 없는 희생이다.
방법은 하나.
최대한 빨리 움직이는 것뿐.
“움직여!”
최효석이 대원들을 독려했다.
그리고, 나는 그들의 희생을 줄여 주기로 마음먹었다.
리우와 함께 각자 가까운 엄폐물에 몸을 숨겼다.
동시에 총알이 날아오는 호텔 2, 3층 쪽으로 총구를 들었다.
타아앙! 탕. 탕.
방아쇠를 당기자 총구에서 볼 꽃이 뿜어져 나갔고.
퍽.
대원들을 죽이기 위해 고개를 내민 놈의 머리가 터져 나갔다.
그렇게 몇 번의 사격을 하자.
퍽. 퍽. 퍽.
나와 리우가 숨은 엄폐물에 총알이 날아와 박히기 시작했다.
적들의 주의를 끄는 데 성공한 것이다.
그 틈을 놓치지 않은 최효석이 대원들을 이끌고 호텔로 진입하는 게 보였다.
이제 우리가 들어갈 차례.
퍽. 퍽.
하지만, 날아오는 총알 덕분에 쉽사리 전진할 수는 없었다.
‘기다려야 하나?’
안쪽으로 들어간 대원들이 2, 3층을 정리하면 해결될 일이지만, 마음이 놓이지 않아 마음이 급할 때.
-칙, 3분.
최효석의 무전이 들어왔다.
3분 안에 클리어하겠다는 뜻이다.
피식.
믿자.
언제까지고 내가 앞장설 수는 없는 노릇이지 않나.
‘이번 일만 끝나면 당분간 현장은 자제해야겠어.’
회귀 후, 거의 모든 일이 계획대로 진행되어 돈과 무력을 모두 가지게 되었다.
그렇게 두 힘이 시너지 효과를 일으켜 나만의 세력을 크게 키울 수 있었다.
하지만, 언제까지고 총과 칼로 적들을 상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백문과의 싸움이야 후진타오가 협력해 무력으로 놈들을 죽이러 나왔지만.
다른 놈들은 지금과 같은 방법을 사용할 수 없다.
데이사르는 전 유럽의 영향력을 가지고 있고 빌더버그는 미국을 움직일 수 있다.
그런 놈들을 죽이겠다고 병력을 동원한다고?
모르긴 몰라도 내가 있는 곳으로 전투기를 보내 폭격을 날릴 것이다.
그만큼 국가 단위의 무력은 우리로선 상대하기 힘들다.
그렇기에 붉은 광장에서 봤던 러시아제 무기들에 군침이 돌았던 거다.
잠시 상념에 빠져 있을 때.
-클리어!
최효석의 무전이 들어왔다.
“가자.”
곧바로 리우와 함께 호텔로 향했다.
로비에 도착하니 시체들이 즐비했다.
대원들과 적들의 시체였다.
생존자가 단 한 명도 없는 것으로 보아 최효석이 독한 마음을 먹은 듯 보였다.
내가 장백을 죽여 나비 효과를 일으킨 탓에 백문 놈들이 상하이로 이전한 상황.
적들의 정보가 없는 만큼 비고르에게 부탁해 정보를 받은 결과, 이곳에 있는 모든 이들은 백문 놈들이라고 듣긴 했다.
‘민간인이 있었어도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시체들을 지나쳐 계단을 타고 위층으로 올라갔다.
탕. 탕.
올라가면 갈수록 총성이 가깝게 들려왔다.
아마 놈들은 농성하며 지원군을 기다리는 선택을 한 것 같다.
난징 군구의 병력만 도착하면 우리쯤은 쉽게 처리할 수 있다고 믿을 테니까.
그리고 그것밖에 답이 없다고 생각할 테고.
‘맞는 선택이야.’
총 맞는 선택.
놈들이 잘못 판단한 게 하나 있다.
그건 바로.
콰직. 퍽.
우리 쪽에는 리우와 최효석이라는 희대의 괴물들이 존재한다는 거고.
타탕! 탕!
데저트의 대원들의 실력을 과소평가한 것이다.
나와 리우가 합류한 후.
최효석은 곧장 앞으로 나아갔다.
그들이 좁은 객실 복도를 지나가자 양쪽 객실의 문이 열리며 백문 놈들이 기습을 가했지만.
아무 소용 없었다.
쎄엑. 푹. 푹.
칼이 날아오면 공격한 놈의 목이 어김없이 갈라졌고.
드르륵. 드륵.
문 뒤에서 조그마한 기척만 느껴도 곧바로 총을 갈겨 댔다.
덕분에 대원들의 희생은 극소수였다.
나는 뭐 하고 있냐고?
타아앙!
연신 총알을 쏘아 보내 복도 끝에서 앞선 둘을 겨누고 있는 놈들의 머리를 터뜨렸다.
그렇게 앞으로 나가면 대원들이 지나간 호실을 뒤져 적들을 처리했다.
“클리어!”
“클리어!”
사방에서 객실을 청소했다는 소리가 총소리와 함께 들려왔다.
그렇게 삼십 분.
어느덧 우리는 총 30층 호텔의 2개 층만 남겨 놓았다.
여태까지의 적들의 수준을 보아 이곳부터는 암살단이 숨어 있으리라 봤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이른 시간에 28개의 층을 돌파할 수는 없었을 테니까.
내 예상이 딱 들어맞았는지 29층에 오르자 찐득한 살기가 느껴졌다.
처음부터 시간을 많이 끌 생각은 없었다.
‘힘순찐은 내 취향이 아니야.’
빨리 처리하고 빨리 돌아간다.
이번 작전의 요지다.
시간을 끌수록 대원들의 생존 확률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고이 간직해 뒀던, 아토즈의 제이스가 성능을 향상시킨.
SS-5 혈청을 꺼내려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그리고.
아무것도 잡히지 않았다.
이런 시팔?
“어라?”
내가 당황한 얼굴로 계속해서 주머니를 뒤지자 모두가 돌아봤다.
아까 호텔 밖에서 총격전을 벌일 때 떨어뜨린 것 같았다.
아니면 컨테이너일 수도 있고.
젠장, 줬다 뺏는 건 취향이 아닌데.
“리우, 아까 준 거…???”
리우에게 준 혈청을 돌려받기 위해 그에게 말을 걸던 차.
한쪽 구석에서 리우가 캡슐 속 혈청을 자신의 팔에 주사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왜, 왜?”
“흐흐, 이거 찾는 거 맞지? 맞으면 세진다는 주사.”
“이 미친놈이!”
“잘못하면 죽을 수도 있다며. 약골 싸장보다야 내가 튼튼하니까.”
히죽거리던 리우가 혈청의 약효가 올라오는지 핏줄이 피부 위로 올라왔다.
다음 단계는 아마….
“우욱!”
급격히 확장된 감각에 구토가 올라오고.
“크흐흐.”
코카인을 한 움큼 섭취한 마약 중독자처럼 이상 행동을 보이다가.
“싸장, 이거 죽이는데? 초능력이 생긴 거 같아.”
정상으로 돌아온다.
리우가 흡족한 얼굴을 했다.
다행히 혈청과 상성이 맞는지 부작용 증상은 보이지 않았다.
‘어쩔 수 없나?’
그래, 이왕 벌어진 일이다.
원래는 내가 앞장서 놈들을 해치우려 했지만.
“가라.”
이렇게 된 이상 리우를 앞장세울 수밖에.
“옛썰.”
그가 곧장 앞으로 나아갔다.
최효석이 다가와 조용히 물었다.
“저거 괜찮은 거 맞냐?”
복합적인 질문이었다. 리우 혼자 보내도 되는지, 혈청의 부작용은 없는지.
“총알을 막아 주거나 괴력이 생기는 건 아니지만, 감각이 급격하게 올라갑니다. 아마 괜찮을 겁니다. 지금 보니까 상성도 맞는 거 같구요.”
대답한 후 앞을 바라봤다.
적들이 충분히 시간을 끌 수 있는 좁은 복도.
그리고 언제 난징 군구가 도착할지 모르는 상항.
지형과 시간이 우리 편이 아니다.
“연막탄 가진 거 있으면 던지라고 해요.”
“알았다.”
최효석이 지시하자 대원들이 복도에 연막탄을 던졌다.
치이익.
적도, 우리도 서로 상대를 볼 수 없게 되었다.
하지만.
오감이 극대화되고 육감이 생긴 리우는 달랐다.
권총과 칼을 든 그가 29층 복도를 휘저었다.
푹! 콰직. 탕!
“끄아악!”
적들의 비명이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가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