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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3회차! 재벌빌런-82화 (82/175)

#082화

“목표는 적의 전멸이 아닙니다.”

“그럼?”

“그들의 전력을 약화하는 겁니다.”

국민군을 전멸시켜 내전을 종식하는 건 내가 원하는 바가 아니다.

만약 내전이 종식된다면 리비아 정부가 아쉬울 게 없어진다는 뜻이고.

평화가 찾아온 리비아에 많은 경쟁자가 들어온다는 뜻도 된다.

원 역사에서도 7대 메이저 중 한 곳인 토털이 내전이 한창인 리비아에 진출한 적이 있다.

하물며, 내전이 끝난 리비아?

모든 메이저에서 돈을 싸 들고 올 게 뻔하다.

내전이 터지기 직전인 지금이야 우리가 은인 대접을 받고 있지만.

평화가 찾아오고 유가가 상승하면 리비아 정부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우리와 맺은 불리한 계약을 파기하려 들 것이다.

문제는.

가만히 두면 내전은 국민군의 승리로 끝난다는 거다.

정부군 주도로 내전이 끝나도 문젠데 하물며, 반군이 이긴다면?

그때는 계약이고 뭐고 없다. 목숨만 부지해 리비아를 떠나도 감지덕지한 상황이 될 거다.

그렇기에 나는 국민군과 정부군 간 전력 균형을 맞추기로 했다.

서로를 압도하지 못하게 만들어 내전을 지속할 수 있도록 말이다.

최효석이 이런 내 계획에 의문을 표했다.

“근데, 과연 그게 쉽게 될까? 우리가 먼저 공격하면 죽자고 달려들지 않겠어?”

“그렇지는 않을 겁니다.”

“왜?”

“국민군 처지에서는 우리는 부수적인 적대 세력일 뿐입니다. 주적은 정부군이죠.”

“그래서?”

“멀쩡한 주적을 두고 전면전을 펼칠 전력을 깎아 먹겠습니까? 적당히 싸우다가 도망칠 수밖에 없죠.”

최효석이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있는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그대로 꽁무니를 빼도 문제잖아? 놈들의 전력이 그대로 보존될 거 아니야.”

“그래도 상관없습니다.”

“어째서?”

“1차 내전 때와는 달리 현재의 국민군 대부분은 징집병입니다. 그들이 영역을 두고 도망치게 되면.”

“그만큼 징집할 수 있는 병사가 줄어든다?”

“맞습니다.”

내 생각을 완전히 이해한 최효석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다. 그러면 거기에 맞게 움직일게.”

“부탁드리겠습니다.”

그가 나간 임시 막사에 적막이 감돌았다.

이번 작전에 발생할 변수들이 머릿속을 어지럽혔다.

다음 날.

“5km 전방에 국민군 다수가 집결해 있습니다.”

비고르 대신 러시아 정보국과의 연락을 맡은 SSO 대원이 알려 왔다.

무전기를 든 최효석이 곧바로 지시를 내렸다.

“전투 준비.”

척. 척.

장갑차로 개조된 험비에서 에쉬드의 요원들이 쏟아져 나왔다.

지붕에 달린 기관총에 요원이 자리 잡고 정면을 주시했다.

드릉.

150대에 달하는 험비가 낮게 울며 조심스럽고 천천히 전진을 시작했다.

4km, 3km, 2km….

교전 거리에 가까워질수록 대원들의 긴장감이 치솟는 게 느껴졌다.

잠시 후.

콰왕!

적들이 쏜 박격포가 100m 전방에 떨어져 폭발을 일으켰다.

사거리에 들어오지도 않았는데 포탄을 쏘아 낸다는 건.

“겁먹었네.”

“병사들도 미숙하고요.”

적의 지휘관이 겁을 집어먹었다는 뜻이며 형편없는 명중률은 빈약한 훈련 강도를 보여준다.

“쏟아지는 포탄을 맞아 줄 필요는 없겠지. 잠시 쉬었다 가자고.”

최효석이 곧바로 무전을 쏘아 냈다.

멈춰 선 우리 앞으로 포탄이 끊임없이 떨어져 내렸다.

20분 정도 지났을까?

적들의 포탄이 떨어졌는지 더는 폭발음이 들리지 않았다.

최효석의 무전에 에쉬드 전체가 진격을 시작했다.

드르륵. 드르륵!

지붕에 기관총을 부착한 험비가 길을 뚫으면.

타앙! 탕. 탕. 타타탕.

산개한 에쉬드의 요원들이 숨통을 끊었다.

그야말로 일방적인 학살.

잘 훈련된 병력과 오합지졸의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 주는 전투였다.

그리고.

타앙!

최효석이 쏜 총알이 도망치는 적 지휘관의 머리통을 꿰뚫는 것으로 그날의 전투가 마무리되었다.

***

니푸라 유전 남쪽으로 가면 샤리르 유전이 나온다.

잘랄과의 계약서대로라면야 우리가 원유를 채굴할 권리가 있지만.

현재 국민군이 점령하고 있어 채굴할 수 없는 유전이다.

반대로 말하자면, 그만큼 하프타르 입장에서 절대 빼앗겨선 안 되는 지역이라는 뜻이 되며.

꽤 많은 전력이 집중되어 있었다.

정찰 위성으로 파악해 본 결과, 샤리르 유전에 주둔하고 있는 전력은 국민군 총 전력의 삼분지 일 수준. 한 개 사단급이다.

‘대부분 징집병이겠지만.’

이곳만 깨부수면 당장 정부군과 국민군의 전력은 비등해진다.

시간이 지나, 니푸라 유전이 제대로 돌아가면 전력이 역전될 수도 있겠지만, 그건 3~4년 뒤의 일.

원 역사대로라면 다음 달이면 리비아 2차 내전이 시작되기에.

시간을 벌기 위해 샤리르 유전에 주둔한 국민군을 쫓아내기로 마음먹었다.

본부에서 나온 지 일주일.

마침내, 샤리르 유전 지역에 도착했다.

-칙, 언제 포탄이 떨어질지 모른다. 다들 촉각을 곤두세우도록.

어깨에 매단 무전기에서 최효석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번 작전에 참여한 모두에게 보낸 무전이었다.

“이쪽입니다.”

SSO 대원이 바위산 정상으로 나를 안내했다.

그리고 올라간 그곳에는 비고르가 다급한 얼굴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저만 따로 불렀다는 건, 변수가 발생했다는 뜻이겠군요.”

“이스라엘 쪽에서 하프타르에게 무기를 공급한 정황을 포착했습니다.”

예상대로였다.

원 역사에서도 다위츠는 하프타르를 지원해 2차 리비아 내전을 일으켰다.

‘이번이라고 다를 게 없을 테지.’

“그리고….”

“네, 말씀하십시오.”

“중국 쪽에서 자금이 흘러 들어간 흔적이 있습니다. 하프타르의 집에 중국 상무위원 중 하나인 시진핑이 방문한 사실이 있습니다.”

‘백문 놈들이 눈치챘군.’

시진핑이라면 백문을 대변하는 정계 인사들의 대표 격이다.

그들이 하프타르라는 반군 지도자에게 돈을 건넸다면, 아마도 나와 SC를 공격하라는 청부를 했다는 뜻일 터.

생각했던 것보다 일이 복잡하게 돌아갔다.

“알아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필요한 정보를 알아봐 준 비고르에게 감사 인사를 건넸다.

비고르가 머뭇거리며 말을 이었다.

“각하께서 전언이 있으셨습니다.”

“전언이요?”

“도움이 필요하면 스페츠나츠 여단을 수송기에 실어 파견하겠다는 전언입니다.”

“하하.”

역시 불곰국의 수장다운 화끈함이다.

남의 나라에서 첩보전을 펼치는 것도 엄청난 부담일 텐데 아예, 군대를 보내겠다니.

국제 사회의 눈치를 아예 보지 않겠다는 뜻 아닌가.

“마음만 받겠다고 전해 주십시오.”

“상대가 국민군뿐이라면 상관없다만 이스라엘이 개입했다면 위험하다고 판단됩니다.”

“그래요?”

“이번만큼은 각하의 뜻에 따르시죠. 어떤 위험이 있을지 모릅니다.”

“정말 위험하다고 생각되면 말씀드리겠습니다.”

푸틴의 도움은 절대 공짜가 아니다.

정보나 무기 같은 러시아의 이름이 드러나지 않는 도움은 충분히 감당할 수 있지만.

러시아의 이름을 내건 병력 파견은 말이 틀려진다.

SC를 구하기 위해 러시아의 군병력이 움직인다?

이건 공식적으로 SC가 러시아에 소속된 조직이라고 알려 주는 행위며.

러시아의 우산 아래로 들어오라는 푸틴의 권유다.

내 거절을 들은 비고르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나를 바라봤다.

“알겠습니다. 그럼 전, 엘이 시킨 일을 마무리할 테니 그동안 몸조심하십시오.”

“항상 고맙습니다.”

“별말씀을.”

그렇게 비고르가 떠난 후, 최효석이 이끄는 에쉬드 연대로 돌아왔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샤리르 유전 지대에 주둔하고 있는 적 병력을 마주쳤다.

끼리릭. 끼릭.

이스라엘의 구형 전차 MK2 10대와 함께 말이다.

너무나 비현실적인 장면에 쌍안경을 들고 있던 최효석이 헛웃음을 지었다.

며칠 전만 하더라도 장갑차가 없어 트럭을 타고 다니던 놈들이 하루아침에 전차를 몰고 오다니.

또한, 전차 조종은 대체 누가 하고 있단 말인가.

“이건 상상도 못 했는데?”

“그러게요.”

에쉬드의 요원들이 아무리 강하다고 하더라도 감당할 수 없는 상대다.

우리는 잘 훈련된 병력을 데려온 거지 수류탄 하나로 탱크를 부수는 히어로를 데리고 있는 게 아니기 때문.

“후퇴 명령, 내리시죠.”

“그래야겠지?”

최효석이 무전기를 들고 후퇴를 명령했다.

다행히도 전차보다야 험비를 개조한 장갑차가 빠르기에 아무도 다치지 않고 후퇴할 수 있었다.

우리가 후퇴하자 국민군 사단은 곧바로 추격을 시작했다.

아마, 자신들이 보유한 전차를 믿는 모양.

우리는 후퇴에 후퇴를 거듭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3일째 되던 날.

-엘, 반격이 준비되었습니다.

비고르의 무전을 받고 곧바로 반격을 지시했다.

“리우, 가자.”

리우와 함께 에쉬드 1개 중대를 데리고 전장을 빠져나갔다.

적의 후방을 가르기 위함이었다.

전장을 크게 우회한 지 반나절.

꽤 높은 모래 언덕에 올라 적들의 주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잠시 후, 그들의 앞에 최효석이 이끄는 에쉬드 여단이 나타났다.

곧바로 MK2 전차의 포대가 불을 내뿜었다.

콰왕!

아무리 구형 전차라도 세계적인 전차 브랜드 중 하나로 꼽히는 메르카바다.

심지어 운전하는 조종수들 역시 국민군이 아닌 이스라엘 정규군 출신이 확실한 상황.

그들이 쏜 포탄이 비교적 정확하게 날아갔다.

순간적으로 가슴이 철렁했지만, 다행히 포탄이 최효석과 여단이 있는 곳을 살짝 벗어나 인명 피해가 발생하지는 않았다.

사전에 지시한 대로 최효석이 돌격을 감행했다.

콰릉! 쾅!

떨어지는 포탄이 이번에는 장갑차를 명중시켜 요원들을 폭사시켰다.

으득.

예상은 했지만, 눈으로 보니 나도 모르게 눈에 힘이 들어갔다.

그렇게 에쉬드 여단이 충돌 직전까지 돌격했을 때.

-칙. 엘, 지금 도착합니다.

비고르에게서 무전이 들어왔다.

두두두두.

우리가 서 있는 모래 언덕 뒤로 러시아제 MI24 헬기 다섯 대가 날아올랐다.

일전에 니푸라 본부로 들여온 ‘구조용’ 헬기다.

‘대전차 미사일을 몰래 구해 달라긴 했지만.’

슈우웅. 콰릉!

헬기가 그대로 날아가 MK2 전차를 폭사시키기 시작했다.

그것도 모자라 기관총 세례로 진형 가운데를 붕괴시키고는 곧바로 우회해 후퇴했다.

나와 최효석이 노렸던 장면이다.

희생을 감수한 돌격을 감행.

근접전을 펼쳐 RPG 같은 지대공 공격을 하지 못하게 막은 뒤.

헬기로 적들의 전차를 부수는 그림.

적들이 혼란에 빠진 틈을 놓치지 않은 최효석이 그대로 밀어붙였다.

나 역시 가만히 있을 수 없는 노릇.

“리우.”

“그래.”

우리가 탄 험비가 모래 언덕을 내려가 적들의 후방으로 달려갔다.

타앙! 탕.

사방에 울려 퍼지는 총성에서 전장의 살의가 느껴졌다.

탕!

우리를 주시하고 있던 적 하나가 험비를 향해 총알을 발사했고.

콰직.

험비의 방탄유리에 박혔다.

자신의 눈앞에 총탄이 박혔음에도 오히려 웃고 있는 리우.

“오늘 재밌겠는데?”

그가 뒤를 돌아보며 오싹한 말을 지껄였다.

“지랄하지 말고 앞이나 봐. 죽는 건 한순간이니까.”

약간의 시간이 지나서.

콰직. 콰직.

험비로 가장 후반에 있던 적들을 짓밟으며 적의 진영에 도착할 수 있었다.

“가자.”

“Ok.”

타앙! 탕 타탕.

나와 리우가 적의 후방을 가르며 나아갔다.

목표는 지휘관.

마구잡이로 징집한 국민군 특성상 지휘관만 죽으면 병사들은 도망가기 바쁘기 때문이다.

콱. 푸우욱! 탕!

리우가 등을 돌리고 있던 적 목덜미에 칼을 쑤셔 넣고 권총으로 다른 놈의 뒤통수에 구멍을 냈다.

에쉬드 요원들이 리우가 낸 길에 진입.

타타탕. 탕.

눈에 보이는 모든 적을 사살하기 시작했다.

나 역시 총구를 들어 주변의 적들을 사살하며 나아갔다.

그들이 믿고 있는 전차를 모조리 박살 내서일까?

적들의 사기는 이미 바닥이었고 우리의 공격에 대응하기보다 고개를 처박고 항복을 외치기 바빴다.

10분 뒤.

적들의 진형 가운데에 도착한 리우가 지휘관의 머리에 총구를 들이댔다.

“Bye.”

그가 히죽 웃으며.

타아앙!

지휘관의 골통을 박살 냈다.

그날의 전투는 그렇게 마무리되었다.

소기의 목적을 달성 후.

본부로 돌아간 나는 비고르에게 반가운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하프타르가 면담 요청을 수락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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