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3회차! 재벌빌런-46화 (46/175)

#046화

[호주 뉴캐슬항 불타다!]

-어제 새벽 호주 뉴캐슬항이 불탔다. 호주 최대의 석탄 수출 항구인 이곳은 약 1억 5천만 톤에 달하는 석탄을 취급하는 항구로서 전 세계….

첸이 읽고 있던 신문을 접었다.

그의 입가에 조소가 지어졌다.

‘엘이 해냈다.’

잠시 후.

선물 시장이 열리자 지수가 미친 듯이 솟아올랐다.

모니터를 바라보던 첸이 주먹을 꽉 쥐었다.

‘됐다!’

80… 83… 89… 95… 110.

더는 돈을 쏟아붓지 않아도 선물 가격이 계속해서 올라갈 터.

첸이 SC 인베스트먼트의 총자산과 이번 계획에 투자된 자금을 계산하기 시작했다.

총자산 1,370억 달러.

그중 묶여 있는 자금을 제외한 870억 달러가 이번 작전에 투자된 상황.

묶여 있는 자금을 제외하고 SC 인베스트먼트의 모든 것을 투자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중국은 세계에서 석탄 수요가 가장 많은 나라다.

첸의 계획은 바로 이 점에서 착안했다.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어 석탄의 선물 가격을 인위적으로 올린 뒤 현물 역시 쓸어 담겠다는 계획.

성공적으로만 진행된다면 중국은 전력난에 빠질 수밖에 없고 그건 곧 중국을 지배하는 백문에게 대미지가 된다.

여기까지가 첸의 원래 계획이다.

하지만, 계획의 마지막 점검을 위해 엘과 신종민과 함께한 회의에서 첸은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호주 뉴캐슬항에 있는 석탄을 모두 불태워 가격을 올린다는 엘의 의견.

이건 혁신적, 아니 미쳤다고밖에 없었다.

석탄 가격을 띄우겠다고 항구를 불태우다니.

첸은 이런 엘의 과감함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기에 반대했지만 그의 고집을 꺾지 못했다.

결국, 계획은 실행됐고 첸은 지금 이 순간, 성공을 목도했다.

그것도 상상 이상의 성공을.

잠시 상념에 빠졌던 첸은 곧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다.’

그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외쳤다.

“있는 돈 전부 쏟아부어! 단 하나도 남기지 말고!”

기회다.

막대한 돈을 벌 수 있는.

***

SC 오션 강남 사옥.

신종민은 중국 수위의 석탄 회사 ‘중메이’의 전무 하오샨을 만나고 있었다.

신종민의 태도는 시종일관 여유로움이 넘쳤고 하오샨은 이마에 흐르는 땀을 손수건으로 닦고 있었다.

“그러니까, 중메이에서는 이번 계약을 물리고 싶다 이겁니까?”

“계약을 물리자는 얘기가 아닙니다. 그저, 납기 날짜를 변경하고 싶다는 얘기를 전하러 왔습니다.”

“하오샨 전무라고 하셨죠?”

“그, 그렇소….”

신종민의 입가에 비웃음이 서렸다.

“저희 SC를 호구로 보십니까?”

“갑자기 무슨…?”

“그렇지 않고서야 여기까지 찾아와 이따위 말을 지껄일 리가 없지 않습니까?”

화가 났는지 하오샨의 이마가 붉어졌다.

하지만, 지금은 참아야 할 때.

하오샨이 비굴한 웃음을 지으며 양손을 비벼 댔다.

“하하하, 우리 신 회장님께서 약간 흥분하신 것 같군요. 저희 중메이는 신뢰를 가장 큰 가치로 여깁니다. 계약된 수량은 틀림없이 인도될 겁니다.”

“다음 달, 말일까지요?”

신종민의 말에 정곡이 찔린 하오샨이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말해 보시지요. 다음 달까지 계약된 수량을 인도할 수 있습니까?!”

“그, 그게 중앙 정부에서 석탄 수출을 금지해서 힘들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답이 나왔군요. 계약서대로 7배의 위약금을 주시면 됩니다.”

하오샨의 등에서 식은땀이 흘렀다.

SC는 중메이에 3백만 톤의 석탄을 주문했다.

톤당 105달러로 계약했기에 총 주문 금액은 3억 달러.

SC는 이 막대한 돈을 잔금까지 모두 납부했다.

만약 이번 조정을 실패한다면 중메이는 주문 금액의 7배에 달하는 21억 달러라는 위약금을 지급해야 하는 상황.

하오샨은 어떻게든 신종민을 설득해야만 했다.

사실, 물량은 충분했다.

호주 뉴캐슬항이 불탄 거지 중메이의 창고가 불타 없어진 건 아니니까.

문제는, 전력난을 예상한 중앙 정부에서 석탄 수출을 금지시켰다는 거다.

아무리 공기업인 중메이라고 하더라도 중앙 정부의 말을 어길 수는 없다.

만일 어겼다간 사장 휘하 임원진들의 감옥행은 확실했다.

하오샨이 다시 한번 신종민을 설득했다.

“그, 그게 조금만 시간을 주시면….”

“안 된다고 아까 말씀드렸습니다. 더 할 말 없으시면 나가 보시지요.”

신종민의 완고한 태도에 하오샨이 드디어 본색을 드러냈다.

“이봐요! 신 회장! 우리가 공급하지 못하는 게 아니라 중앙 정부에서 금지한 걸 어떻게 하란 말이오?!”

“그걸 왜 저한테 물어보십니까? 알아서 하셔야 하는 것 아닙니까? 아니, 그런 내용이 계약서에 쓰여 있기는 합니까?”

분했지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신종민의 말에 틀린 게 없기 때문이다.

이윽고 신종민이 축객령을 내렸다.

“다음 손님이 올 시간입니다. 이만 자리를 비켜 주시지요.”

그렇게 신종민의 사무실에서 쫓겨난 하오샨.

그리고 그는 곧 낯이 익은 사람을 만났다.

“하오샨 전무?”

“리오진 사장님?”

중화 에너지 그룹의 사장 리오진과 하오샨이 어리둥절한 얼굴로 서로를 마주 봤다.

“여긴 어떻게….”

“하오샨 전무야말로….”

그들은 서로의 방문 목적을 물어봤다.

“혹시 계약…?”

“맞습니다. 리 사장님께서도 계약 때문에 오신 겁니까?”

그렇게 서로의 목적을 확인한 둘은 무언가를 깨달았다.

‘당했구나.’

***

부산한 발소리에 눈을 떴다.

“흐아암.”

플래시를 켜고 돌아다니던 리우가 다가왔다.

“일어났냐?”

“어디쯤이래?”

“한 시간쯤 가면 도착할 거라고 연락 왔어. 그래서 다들 짐 싸고 있고.”

부산항에 거의 다 왔다는 말을 듣자 겨우 살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호주에서 SRG 요원들의 수색이 끝난 후, 화물선은 몇 번이나 추가 수색을 받았다.

항구를 불태운 테러리스트를 절대 놓칠 수 없다는 듯 호주 정부는 가용할 수 있는 모든 경찰 인력을 가용해 뉴캐슬항에 있던 선박들을 몇 번이나 조사했다.

몇 번이고 머리 위까지 수색이 왔지만, 송동익 선장이 천부적인 아이디어로 마련해 둔 이곳이 발각되는 일은 없었다.

그리고 하루, 이틀, 일주일.

혹시나 발각될까 우리는 이곳, 배의 바닥을 벗어나지 않았다.

선박이 바다를 가르는 소리.

엔진이 시끄럽게 돌아가는 소리.

배가 해류에 요동치며 우리를 괴롭게 했지만.

마침내, 도착했다.

잠시 후.

쿵.

커다란 소리가 들렸다.

치칙. 치치.

머리 위에 있던 내저판에서 불꽃이 튀기 시작했고 내저판이 완전히 뜯기자 선장이 머리를 내밀었다.

“도착했습니다. 어서들 나오세요.”

선장이 밧줄을 내려주자 모두가 타고 올라갔다.

“수고하셨습니다.”

“아, 아닙니다! 저야말로 모시게 돼서 영광이었습니다.”

선장이 호들갑을 떨었다.

나는 그런 선장의 양어깨에 손을 얹고 그의 귀 근처에 입을 가져다 댔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조심하실 게 많으실 겁니다. 사례는 섭섭히 하지 않을 테니 항상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네, 네! 평생 조심하면서 살겠습니다.”

선장을 지나쳐 배에서 나서니 앞에 있던 고려가드 요원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모두 해산하셔도 좋습니다.”

그러자 최준현이 슬쩍 다가왔다.

“일 끝나면 소 잡아 준다면서.”

“…알았다. 가자.”

내 말에 요원들이 모두 환호성을 질렀다.

그리고 모두를 식당으로 데리고 들어갔고 정말 소 한 마리를 전부 먹어 치우는 그들의 모습을 목격했다.

***

서울에 도착한 후.

가장 먼저 SC 오션의 사옥을 방문했다.

임원들이 1층 로비에서 기다릴까 봐 연락하지 않고 몰래 방문했는데 문제가 생겼다.

“사원증이 없으면 들어갈 수 없습니다.”

SC 오션, 보안 직원이 1층에서 나를 가로막은 것이다.

옆에 있던 리우는 이 모습을 보며 낄낄 웃기 시작했고 말이다.

“저 정말 모르십니까?”

“모릅니다. 오늘 처음 뵌 것 같은데요?”

일전에 보안을 강화하라는 내 지시를 신종민이 충실히 이행한 결과였기에 불평도 할 수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신종민에게 전화를 걸어 내려오라고 전했다.

엘리베이터에서 신종민이 내려와 내게 인사했다.

“회장님!”

신종민이 나를 부르는 호칭에 보안 직원이 그제야 나를 알아봤는지 기겁했다.

“오랜만입니다.”

“왜 이러고 계십니까? 들어오지 않으시고.”

“여기 이분이 사원증이 있어야 들어갈 수 있다고 해서요.”

순간 신종민의 눈빛이 사나워졌다.

나는 그런 신종민을 진정시켰다.

“잘못이 아닙니다. 그동안 사옥에 방문하지 않은 제 책임이죠. 다음에 왔을 때도 이분을 다시 보고 싶네요.”

“명심하겠습니다.”

그렇게 안으로 들어가는 내 뒤로 보안 직원이 죄송하다며 허리를 숙여 사과했다.

“괜찮습니다. 임무에 충실하신 건데 일일이 사과하실 필요 없습니다.”

잠시 후.

SC 오션의 회장실에서 신종민과 마주 앉았다.

“일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알고 싶어서 왔습니다.”

신종민이 내 물음에 10장 정도 되는 리포트를 가져와 설명하기 시작했다.

“석탄 가격은 기존 70달러에서 160달러까지 뛴 상태입니다.”

“생각보다 빠르네요.”

“네, 뉴캐슬항에서 1억 톤에 가까운 석탄이 불타 없어진 게 직접적인 원인이 됐습니다.”

신종민이 리포트를 다음 파트로 넘겼다.

“이번 석탄 현물 거래로 SC 오션은 116억 달러, 선물 시장에서의 SC 인베스트먼트는 770억 달러의 수익을 얻었습니다.”

생각보다 많은 수익에 놀랐다.

특히, 기대하지 않았던 SC 오션의 수익에 놀랐다.

SC 인베스트먼트야 선물 시장에 100조 원에 가까운 돈을 쏟아부었기에 어느 정도는 예상했지만.

SC 오션은 상대적으로 적은 금액인 19억 달러, 한화로 2조 원가량의 자금만 투자했기 때문이다.

저번 회의에서 신종민은 내 계획을 듣고 일시적인 석탄 부족을 예상했고.

세계 유수의 광산 회사들의 돈을 뜯어내자는 의견을 제시했다.

위험한 생각이었다.

신종민의 말대로 광산 회사들의 돈을 뜯어낸다면 그들을 지배하는 이너서클들의 눈을 피할 수 없다.

하지만, 나는 그 의견에 찬성했다.

어차피, 백문과의 전쟁은 시작됐다.

이제 죽고 죽이는 일만 남았는데….

문제는, SC의 세력이 백문에 비해 크게 미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답은 하나다.

내 힘이 부족하면 남의 힘을 끌어들여야지.

자고로 동맹이란 아름다운 말도 있지 않은가.

때문에 일을 크게 벌여 척을 진 백문이나 빌더버그가 아닌 이너서클의 접촉을 노려 보기로 했다.

‘높은 확률로 날 죽이려 들겠지.’

이번 사건의 원인이 나라는 걸 알게 되면 분명 찾아올 것이다.

위험한 방법이지만 그들과 접촉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기도 하다.

이러지 않고서야 꼭꼭 숨어 있는 그들을 만날 방법은 없으니까 말이다.

“수고하셨습니다. 이번 수익금의 일부는 인센티브로 드리겠습니다.”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이미 첸은 그렇게 받고 있습니다.”

“그렇다면야….”

첸을 예로 들자 신종민이 거절하지 않았다.

신종민이 리포트의 마지막 파트를 읽기 시작했다.

“앞으로의 계획입니다. 첸은 계획의 마지막을 실행하겠다는 뜻을 전했고 저는 첸을 보조할 생각입니다.”

“그렇군요. 제가 도와드릴 일은 없습니까?”

“다행히도 없습니다. 당분간 푹 쉬고 돌아오시면 될 것 같습니다.”

신종민과의 간단한 회의가 끝났다.

“그럼, 저는 이만 돌아가 보겠습니다.”

“예, 살펴 들어가십시오. 혹시라도 돌발 상황이 있으면 연락드리겠습니다.”

그렇게 회장실을 나와 헤어지려던 때.

복도 끝 엘리베이터가 열리며 비서 한 명이 뛰어왔다.

“크, 큰일 났어요.”

“무슨…?”

그녀가 말을 하기도 전에 엘리베이터가 열리며 일단의 무리가 나타났다.

그리고 그들은 내 눈앞에 서류 하나를 꺼내 보여 줬다.

“이신후 씨 되시죠?”

“그런데요?”

“당신을 마약 거래 및 밀수 혐의, 상해 혐의로 체포합니다.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고….”

이번엔 또 뭐냐.

하 시팔. 진짜 터지려니 별의별 일이 다 터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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