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행운의 기어-108화 (108/109)

< -- 108 회: 귀환 -- >

사막에서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바람은 한 남자로부터 시작되었다.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남자는 새로운 신의 존재를 전했다. 사실 따지고 보면 새로운 신은 아니었다. 라스틴은 악신이라 불리던 신으로 먼 옛날에 악신을 믿던 이들이 모두 처단되었다고 전해져 내려왔다.

"악신이란 것은 파우론의 추종자들이 뿌린 거짓말입니다. 이 세상을 이끄시던 분이 바로 라스틴님이십니다. 파우론은 평화롭게 살던 세상에 전쟁을 일으킨 진정한 원흉이죠. 여러분이 사막에서 고통 받고 있는 이유를 아십니까? 그것은 바로 파우론의 힘 때문입니다. 평화로운 세계에 쳐들어와 전쟁을 건 탓에 대륙의 많은 부분이 사막화 된 겁니다."

"뭐라고!"

지노스의 선동에 사막인들은 분노했다.

처음에는 반신반의했다. 하지만 누군가 파우론의 경전에 나왔던 이야기를 하며 가능성이 있다고 말하자 의심은 점점 확신으로 변했다.

처음에는 1명이었다. 그리고 1명이 3명으로 변하자 사람들의 인식이 점점 달라졌다. 혼자 떠드는 얘기는 그저 하는 헛소리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3명이 떠드니 '어쩌면'이란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100명이 넘게 모여 떠들어대니 맞는 말이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 늘어났다.

"라스틴님의 귀환을 위해! 악신 파우론에 물든 이들을 구원합시다!"

"구원하자!"

지노스는 죽여 버리자고 말하지 않았다. 구원하자고 말했다. 한 사람이라도 더 살려서 자신을 믿게 하는 것이 라스틴이 원하는 바였다. 라스틴의 성기사가 된 지노스는 자신의 사명에 충실할 생각이었다.

'이것이 나의 운명이다.'

파우론에게 믿음을 바쳤으나 작은 의혹으로 버림받은 것까지 라스틴의 구원이라고 생각하게 된 지노스였다.

삶의 목적을 잃어 텅 빈 가슴은 온통 라스틴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했다.

용암처럼 뜨거운 광기는 모두 라스틴을 위한 것이 되었다.

여기 저기 흘리고 다니는 광기는 다른 이들의 이성을 잡아먹었다. 타인의 의혹을 집어 삼켜 녹이고 다시 하나가 되어 흘렀다.

사막의 열풍은 그렇게 다시 시작되었다.

사막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모르는 신운성은 대군을 맞이하고 있었다.

"적의 수는?"

"약 5만입니다."

"지금부터는 움직인다. 정면으로 싸울 필요 없다."

신운성은 절대로 정면 승부에 응해주지 않았다. 공명심이 강한 전사들은 불만을 품기도 했지만 거역하지는 못했다.

신운성은 황제였다. 더구나 황제의 말대로 계속 싸워서 이겨왔고 엄청난 부를 누리고 있는 상황이었다. 패배 한두 번쯤 당한다고 해도 신운성에 대한 지지는 흔들릴 것 같지도 않았다. 그만큼 지지기반이 단단해지는 중이었다.

신운성의 부인들, 페르나와 아미야 그리고 카리나의 가족들이 황제의 외척으로서 막강한 세력을 구축했다. 유드족은 점점 세를 불렸고 벨로트족도 마찬가지였다. 여기에 카리나의 오빠인 레던이 막강한 전사들을 키워 영향력을 넓히는 중이었다. 이들 또한 혈연으로 세력을 키웠다.

거대한 세력을 구축한 신운성은 또한 수많은 이들에게 영웅으로 각인된 상태였다. 불만이 있어도 함부로 표출하며 대립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다.

공을 세울 기회를 박탈당한 전사들은 더욱 치밀하고 집요하게 북부군을 괴롭혔다. 공을 탐해 깊숙이 파고드는 것을 못하기에 확실하게 타격을 입혀 전공을 세우는 쪽으로 머리를 쓰기 시작했다.

그 결과 북부군은 제대로 된 전투 한 번 못해보고 끌려 다니기 시작했다. 나중에는 싸울 생각이 없음을 알고 안전한 지역으로 후퇴하려 했으나 그 또한 문제였다.

안전한 곳에 틀어박히면 제국의 군대는 다른 곳을 휩쓸었다.

끊임없이 약탈하며 자원과 사람을 남부로 보내고 남기는 것은 폐허가 된 주거지였다.

가축은 모조리 제국의 것이 되었다. 농지는 버려졌다. 일부러 파괴는 하지 않았지만 사람의 손이 닿지 않으니 얼마 지나지 않아 잡초가 무성한 곳이 되었다.

북부는 군대를 유지할 생산 기반이 점차 줄어듦에 따라 후퇴하게 되었다. 보급로가 길어진 상태에서 약탈을 몇 번 당하니 거점을 지키는 일이 점점 힘들어졌다.

신운성은 사람들의 씨를 말려버리기라도 할 것처럼 사람들을 죽이고 잡아 남부로 보냈다.

성황이 사망한 북부군은 구심점을 잃은 상황에서 불리한 상황에 직면했다. 북부인들의 인구가 빠르게 감소하는 것이 바로 원인이었다.

"이대로 있다가는 망할 뿐입니다. 남부로 쳐들어가 똑같이 갚아줘야 합니다."

"하지만 방법이 없지 않습니까?"

"바다로 갈 수 없다면 육로로 가야죠."

"사막 횡단 건은 진행하다가 멈추지 않았나요?"

"잠시 중지한 것뿐입니다."

한 때 코벵에 이상이 생겼음을 알았을 때 제르모를 통해 사막을 건너 남부로 가려고 했었으나 제대로 진행이 되지 않았었다. 끊임없는 약탈로 해안에 대한 대책을 세우기 바빴기 때문이었다. 더구나 사막을 횡단하려는 시도를 몇 번 하기도 했지만 제대로 나아가기도 전에 멈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무더운 사막을 횡단하는 것은 어려웠다. 물 소비가 심한 상황에서 대군을 움직이는 것도 어려웠고 소수의 탐사대를 보내는 것도 계속 이어지는 실패로 진행이 더디기만 했었다.

그러다 괴물이 나타나 잠시 중단되었었다.

"전력을 기울여봅시다."

교단으로서는 더 이상 방법이 없었다. 적의 전술이 무엇인지 뻔히 알면서도 막을 수가 없었다. 아무리 뒤를 쫓아도 소용없고 함정을 파고 기다려도 속지 않았다.

철저하게 농락당하는 상황이니 결국 해결책은 하나였다.

어떻게 해서든 남부에 도착해 뒤흔들어야만 했다. 적의 기반을 파괴하며 똑같이 되돌려주어야 했다. 하지만 슬그머니 한 사람이 색다른 의견을 제시했다.

"평화 협정을 맺는 건 어떻겠습니까? 싸우지 말자고요."

"뭐요? 마족들과 평화 협정이라니!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요!"

"하지만 사막을 어떻게 건넙니까? 건너다 몰살이라도 당하면 그땐 정말 아무 것도 못합니다. 차라리 협정을 맺고 힘을 비축하는 편이......."

"닥쳐요!"

대부분의 대사제들은 버럭 화를 내며 성토했다. 결국 가장 현실적이라고 할 수 있는 평화 협정 건은 물 건너갔다.

그리고 제르모에 모든 병력을 집결시켰다.

"적들의 움직임이 이상합니다."

보고를 받은 신운성은 바로 병력의 이동 경로를 살펴보았다.

"제르모로 가는 건가?"

"사막을 건널 모양입니다."

"잘 됐군."

사막은 이미 신운성의 손에 들어온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적이 승부수를 던졌다. 완벽하게 잡기 위해 깊숙이 들어올 때까지 건드리지 않는다. 전력의 공백이 생긴 동안 계속 북부 공략에 힘쓴다."

수많은 영지의 전력이 제르모에 집결했다. 이후 원정을 떠났다. 그렇게 해서 빈 곳을 신운성은 빠르게 점령했다. 북부의 약탈을 더욱 가속화되었다. 전력의 공백이 심각해 막아내는 것이 어려웠다.

그리고 신운성은 기다렸다. 적이 사막을 다 건너는 그 순간까지.......

"이제 조금만 더 가면 성공입니다!"

길고 긴 사막 횡단 끝에 북부군은 사막의 끝에 도달했다. 북부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도 모르고 전력을 다해 사막을 횡단했다. 많은 희생이 있었다. 단순히 물을 찾지 못해 고생했었다. 하지만 밤에 움직이기 시작한 북부군은 사막인들이 거주하던 건물을 발견해 식수를 보급할 수 있었다.

길고 긴 행군 끝에 남부를 코앞에 둔 상황.

북부군은 힘차게 행군했으나 곧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

루앙 제국의 대군이 사막을 벗어나는 길목을 가로막고 있었다.

"어떻게 합니까?"

"어차피 싸워야 할 상대다."

"하지만 이대로 싸워서 이긴다 해도 피해가 크면 다음 행보에 지장이 생깁니다."

"그럼 어디로 가라고?"

되돌아가고 싶어도 사막이었다. 악착같이 버티며 겨우 벗어났는데 별 다른 준비도 없이 되돌아간다면 피해는 더욱 커질 뿐이었다.

"싸운다."

북부군의 선택은 하나뿐이었다.

막대한 희생을 각오한 북부군은 이를 악물고 싸웠다.

사막을 벗어나지도 못한 채 날아오는 화살에 피를 흘리며 쓰러져갔다.

"돌격!"

성기사들은 제국군을 향해 돌진했다. 가장 앞에 선 것은 오러 마스터.

북부군을 가로막은 창병들의 창이 삽시간에 부러지며 대열이 흐트러지려했다. 그 순간 제국군의 오러 마스터들이 일제히 나섰다.

"잡아라!"

오랜 시간 기다려왔던 전투였다. 막대한 전공을 올려 누구보다 이름을 드높일 생각에 제국군 오러 마스터들은 북부군 오러 마스터들 못지않게 사납게 싸웠다.

"죽어!"

북부군 오러 마스터 중 하나인 에틴 베스토는 필사적으로 창을 휘둘렀다. 티몬을 잃은 뒤 복수를 다짐했었지만 제대로 된 인맥을 만들 수가 없던 에틴이었다. 오라는 곳은 많았지만 마음에 드는 곳은 없는 상황. 그러다 성황군에서 막대한 보상을 약속하며 에틴을 끌어들였다.

'여기서 죽을 순 없어.'

에틴은 필사적으로 싸웠다.

그런 에틴 앞에 나타난 것은 신운성이었다.

운명과도 같은 만남이었다.

신운성은 에틴의 아버지인 티몬의 영주 어닐을 죽이는데 한 몫 했었다. 하지만 에틴은 자신의 원수란 것이 신운성이란 것도 모르고 마주했다.

쾅!

오러를 가득 담아 상대를 향해 내질렀지만 신운성은 흔들리지 않았다. 앞으로 내민 방패는 에틴의 공격을 튕겨냈다.

충격에 주변의 약한 전사들은 흔들리며 주춤했다. 오직 오러 마스터들만이 영향을 받지 않고 계속 싸울 뿐이었다.

말은 필요없었다.

그저 싸우고 또 싸울 뿐.

신운성과 에틴은 서로 공격을 주고받기 시작했다. 주로 에틴이 공격하고 신운성이 방패로 막는 쪽이었다. 그러던 한 순간이었다.

"커헉!"

전투의 혼란을 틈타 뿌려두었던 신운성의 오러구가 에틴의 발밑에서 폭발하며 날려버렸다.

다리 하나가 날아간 에틴은 피를 흘리며 쓰러지면서도 무기를 휘둘렀다.

'여기서 죽을 순 없어!'

살아야 한다는 의지는 마지막까지 투쟁심을 불태웠다.

하지만 기적은 없었다.

에틴이 쓰러져 움직임이 봉쇄되자 신운성은 수많은 오러구를 만들어내 공격했다. 에틴은 필사적으로 방어했지만 몸통과 머리만 겨우 지켰다.

"크윽!"

에틴은 마지막 순간 몸을 굴려 공격을 피하려했지만 신운성의 공격은 빗나가지 않았다. 이후 수많은 오러 마스터들이 쓰러졌다.

전세가 불리해짐을 깨달은 북부군은 우왕좌왕했다. 흩어져 사막으로 도망치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끝까지 싸우는 이들이 있었다.

"항복하면 살려주겠다!"

신운성은 다시 한 번 달콤하면서 치명적인 약속을 내밀었다. 끝까지 저항하던 이들중 다수가 항복하고 나머지는 죽었다. 그리고 사막으로 도망친 북부군은 사막을 벗어나지 못했다.

============================ 작품 후기 ============================

늦어서 죄송합니다. 모두 즐거운 일요일 보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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