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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의 기어-106화 (106/109)

< -- 106 회: 귀환 -- >

수많은 사략 해적들이 아비트를 점령했다. 아비트에서는 예전의 활기는 눈을 씻어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버려진 도시가 되었기 때문이었다. 건물들은 모두 비워진 것도 모자라 불태워졌다. 돌로 지어진 것들은 기둥을 무너트려 헐었다.

멀쩡한 곳이 하나도 없었다.

아비트를 더 이상 쓸 수 없게 되자 북부인들은 아예 망가트린 것이었다. 이유는 오직 하나 적이 쓰지 못하게 하기 위함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운성은 담담하게 건설을 명했다. 동시에 전사들을 이끌고 주변을 휩쓸었다.

전쟁에 대비하고 있기는 했지만 귀족들은 신운성의 군대를 막지 못했다. 교단에서 사제와 성기사들을 일제히 불러들인 까닭이었다.

'왜 성기사가 안 보이지?'

학살에 가까운 점령전을 치르면서 신운성은 의아해했다. 괴물의 등장을 모르는 신운성은 그저 이해할 수 없는 적 전력이었다.

'어쨌거나 더 많이 죽이면 돼.'

죽이고 빼앗는 일을 거듭하다보니 신운성은 어느 새 오러 마스터의 끝자락에 도착한 상태였다. 이젠 예전처럼 치고받고 싸울 필요가 없어졌다.

더욱 강해진 신운성은 주변의 마나를 이용한 공격을 했다. 마나 사용법이 익숙해지자 몸 밖에서 오러를 만드는 것도 자연스러워졌다. 외부의 마나를 이용해 오러의 구를 만들어 공격하니 무기가 따로 필요 없을 정도였다.

접근한 적의 사각에서 오러구가 파고들면 여간해서는 막질 못했다. 하나를 막아내면 둘. 둘을 막아내면 넷으로 늘려 공격해버리니 당해내는 이들이 없었다. 그래도 무기는 놓지 않았다.

무기가 없으면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기 어렵다는 불안감 때문이었다.

전투가 벌어지자 신운성은 가장 앞에 서서 움직였다.

전사들은 적들이 도망치지 못하게 포위한 상황. 소규모로 작은 요새에 모여 있다가 기습을 당한 북부군은 신운성에게 공격을 쏟아부었다.

피하지도 못할 만큼의 화살비 속을 신운성은 그저 걸었다. 화살들은 빛나는 갑옷에 모두 튕겨져 나갔다. 가끔 날아오는 무시무시한 힘을 담은 창은 어렵지 않게 잡아서 되돌려주었다.

요새의 문 앞에 선 신운성은 손바닥을 대고는 힘을 집중했다. 그러자 육중한 문은 가루가 되어 허물어졌다.

너무나도 어이없게 문이 허물어진 상황에 북부군은 모두 넋을 잃었다.

그러나 신운성은 멈추지 않았다.

멈추지 않는 사신의 발걸음에 정신을 차린 기사들이 다시 덤벼들었다. 그러나 사각지대에서 생성되어 날아오는 오러를 맞고 모두 절명했다.

"아, 악마다! 이 악마야! 죽어라!"

기사 하나가 공포로 물들어가는 상황 속에서도 용기를 간신히 쥐어짜냈다. 하지만 용기의 대가는 죽음이었다.

머리가 깨지며 쓰러진 기사의 시체는 신운성을 포위하고 있는 북부군에게 공포를 안겨주었다. 어떻게 해도 항거할 수 없는 적을 대면하게 되면 느끼는 공포였다.

일부 병사들은 도주하기 위해 요새 성벽으로 기어 올라가 뛰어내렸지만 이들을 기다리는 전사들이었다.

"항복하면 죽이지 않겠다."

공포가 극에 달해 극단적인 선택을 생각하고 있던 사람들의 표정이 변했다. 자살하려고 하던 사람도, 이판사판이란 생각으로 덤벼들려는 사람도 모두 '항복'이라는 선택지에 마음이 급격히 기울었다.

"사, 살려줄 겁니까?"

"항복하면 죽이진 않는다. 대신 파우론을 부정해야만 한다."

거짓은 말하지 않았다. 어차피 신앙심이 깊은 이들은 살려줘도 나중에 문제를 만들었다. 잡혀왔다가 신을 부정하라고 하니 난동을 부린 사람들을 다시 죽인 경험이 좀 있었기 때문에 신운성은 처음부터 신을 부정할 것을 요구했다.

"하겠습니다. 파우론을 부정합니다."

"좋아. 넌 무기를 버리고 머리 위로 손을 얹고 밖으로 나가."

"이 배신자!"

기사 하나가 병사를 베려고 몸을 날렸다. 그러나 기사의 시도는 시도로 그쳤다.

퍼억!

검을 휘두르려는 순간 기사의 머리가 박살나며 몸이 허물어졌다.

"항복하고 파우론을 부정하라. 그러면 살려주겠다."

평소 신에 대한 생각을 별로 안 하고 살던 이들은 두려움을 느끼면서도 결국 신을 부정했다. 성전에서 죽으면 신의 곁으로 간다고는 하지만 그것을 믿지 못한 이들은 항복한 것이었다. 하지만 믿는 이들은 모두 달려들었다.

달려든 이들은 하나도 살아남지 못했다.

신운성은 아비트 주변을 평정했다. 아비트가 속한 영지의 영주성까지 함락하고야 말았다. 이 소식이 주변으로 퍼지자 주변 영주들은 군대를 모으기 시작했다. 하지만 신운성과 남부 전사들은 절대 성을 점령하지 않았다. 계속해서 이동하면서 적이 무리지어 모여 있으면 달려들어 무력화했다.

거점을 확보하는 건 아비트로 충분했다. 지킬 곳이 많아지면 방어가 힘들기 때문이었다.

신운성은 거듭 약탈을 반복했다. 적을 분쇄하고 거점을 약탈하고 사람들을 노예로 만들어 계속 남부로 이동시켰다.

어차피 이번 전쟁의 핵심은 거점이 아니기에 서둘러서 안쪽으로 쳐들어가야 할 이유가 없었다. 그란은 거점을 확보해 남부를 서서히 조이려고 했지만 신운성은 사람을 줄여 북부보다 훨씬 앞선 전력을 만드는 것에 주력했다.

'그런데 왜 성기사들이 안 보이지?'

신운성은 계속해서 주변을 초토화 시키며 성기사가 안 보이자 의문을 품었다. 그리고 자세한 사정을 알기 위해 행방을 수소문하다 한 가지 사실을 알게 되었다.

'죽음의 숲에서 괴물이 나타나서 막으러 갔다고?'

신운성은 라스틴을 의심했다.

"마법사들은?"

"찾아보기가 힘듭니다! 그리고 겨우 찾은 마법사는 연합을 거절했습니다."

"어쩔 수 없는 건가?"

성기사들은 굳은 표정으로 멀리 보이는 괴물을 바라보았다.

괴물은 시간이 지나며 인간을 잡아먹을수록 더욱 커졌다.

괴물의 성장에 결국 조급해진 교단에서는 마법사들 없이 괴물 사냥에 나섰다.

모인 이들은 모두 오러 마스터급.

비장한 표정으로 검을 든 이들은 괴물을 향해 달려들었다.

"쿠웨에에엑! 퉤!"

괴물의 입에서 거대한 검은 고름이 뱉어지자 성기사들은 삽시간에 흩어지며 피했다.

"크아아아아!"

하나도 안 걸리자 화가 난 괴물은 성기사들을 잡기 위해 날뛰었다. 하지만 성기사들은 잡히지 않았다. 작기 때문에 한 방만 치면 그대로 떡으로 만들 수가 있었지만 성기사들은 모기처럼 자유롭게 방향 전환을 하며 괴물의 공격을 피했다.

성기사들은 조급하게 굴지 않았다.

적당히 거리를 유지하며 한 명이 이목을 끌면 다른 하나가 다가가는 전략을 썼다. 괴물의 몸에 박힌 머리들이 모든 방향을 다 주시하고 있다는 것은 알지만 머리는 하나였고 사지가 달린 것에 변함은 없었다.

촉수가 잔뜩 붙은 괴물이었다면 전방위 방어와 공격이 가능했겠지만 인간과 같은 신체 구조로는 그게 불가능했다.

그래서 성기사 하나가 공격을 유도하면 다른 하나가 다가가 빈틈을 공격하는 방식으로 공격이 진행되었다.

"크아아아아아!"

하지만 괴물도 머리가 없는 바보가 아니었다. 자신이 아무리 노력해도 잡을 수 없다는 것을 알자 괴물은 뛰었다.

"도망간다!"

괴물은 성기사들로부터 도망갔다. 그리고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마을을 습격해 사람들을 잡아먹고 몸을 회복했다.

성기사들과 괴물의 쫓고 쫓기는 추격전은 계속 이어졌다. 오러 마스터인 성기사들은 조를 나누어 교대로 괴물을 상대했고 뒤를 쫓을 때는 대기하고 있던 마차나 말을 이용해 쫓아갔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해도 괴물을 쫓는 것이 고작이었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성황은 결국 결단을 내리게 되었다.

'내가 가야겠군.'

최후의 수단을 쓰기 위해 성황이 직접 괴물과 마주하게 되었다.

한편, 마법사 알테스와 함께하게 된 성주혁은 멀리서 괴물의 모습을 보고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저게 죽음의 숲에서 나왔다고요?"

"그래, 죽음의 숲에서 나왔지."

알테스의 대답은 성주혁에게 혼란을 안겨주었다.

'우리가 있었을 땐 저런 괴물이 없었는데. 설마 나중에 생긴 건가?'

척 보기에도 죽음을 상징하는 괴물 같았다. 좀비들이 많은 곳이었으니 괴물이 나중에 생겼을 가능성도 있었다.

'어쩌면 남은 이들 중 누군가가 변한 것일지도.'

가능성은 있었다.

성주혁도 행동에 따라 새로운 능력치가 생기곤 했기에 하는 생각이었다.

"꽤 위험해 보이는군."

알테스는 걱정 어린 표정으로 성기사들을 바라보았다. 알테스의 입장에선 성기사들을 걱정해줄 필요는 없었다. 다만 괴물이 계속 날뛰게 되면 결국 북부가 초토화되고 그 여파가 되돌아오게 된다. 그래서 갈등하기 시작했다.

반면 성주혁을 비롯한 일행은 별로 관심이 없었다. 자신들이 어느 날 갑자기 납치되어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었다. 지금 사는 세상이 망한다고 해도 원래 살던 지구로 돌아가는 방법만 찾아내면 된다는 식이었다.

그래서 괴물의 존재가 날뛰어도 신경 쓰지 않았다. 오히려 성기사들을 비롯해 파우론의 신자들을 모두 죽여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설마 도울 생각입니까? 저들과는 사이가 좋지 않았다고 들었는데요."

"아무래도 돕는 게 좋을 것 같다. 저 정도라면 나중에는 더 잡기 힘들어져."

성주혁은 더 이상 말리기는 어려웠다. 신세지고 있는 상황이라 강요할 입장은 아니었다. 때문에 슬쩍 다른 방식으로 생각을 흐르게 했다.

"설마 파우론을 믿는 자들의 힘이 저게 전부일까요? 숨겨진 힘이 있겠죠."

"그럴지도."

알테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파우론과 라스틴의 싸움은 익히 알고 있는 일이었다. 사막이 생긴 이유와 싸움의 여파로 마나의 흐름이 꼬여 있는 것도 마법사이기에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숨겨진 힘이 있다면 봐둬야지.'

마법사와 교단은 서로 적대하는 세력. 상대의 진정한 힘을 볼 수 있다면 봐두는 것이 좋았다.

성기사들을 다시 보니 괴물을 잡기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한 방향으로 도망치도록 몰이를 하기 시작하는 것이 눈에 보였다.

'역시 뭔가 숨긴 게 있나?'

성급하게 결정하지 않기를 잘했다고 생각한 알테스는 성기사들의 뒤를 조용히 밟았다. 그런 알테스를 성주혁 일행은 아기 오리마냥 졸졸졸 성기사들의 뒤를 따라다녔다.

추격전은 굉장히 지루하면서도 피곤했다. 성기사들은 마차나 말을 타고 괴물의 뒤를 쫓았지만 성주혁 일행은 달려야만 했다. 만약 스탯포인트를 투자해 능력치를 올리지 않았다면 알테스와 떨어질 수도 있었다.

겨우겨우 알테스의 뒤따르던 성주혁 일행은 점점 지쳐갔다. 그러나 얼마 뒤 성황이 괴물의 앞을 막아서면서 고생은 끝났다.

"성황이군."

고생은 끝났지만 알테스의 말에 담긴 긴장감은 성주혁 일행에게 휴식을 불허했다.

============================ 작품 후기 ============================

본의 아니게 공지도 하지 못하고 쉬어 버렸네요.

쉴 생각은 없었는데 쓰는 속도가 너무 느려져서 늦었습니다.

물심양면으로 항상 응원해주신 분들께 정말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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