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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의 기어-99화 (99/109)

< -- 99 회: 권력 -- >

앞으로 이끌게 될 '해적'들에 대한 문제는 그럭저럭 해결되었다. 신운성은 틈나는 대로 부하가 될 해적들에게 공포를 심어주었다. 조금이라도 잘못하면 검을 들고 설쳤다. 어딘가 잘라내진 않아도 검으로 긁으며 상처를 남겼다.

덕분에 해적이 된 북부인들 중 멀쩡한 피부를 가진 이는 없었다. 신체 어딘가에는 꼭 신운성이 남긴 상처가 남아 있었다.

해적들은 점점 더 독해졌다. 덕분에 배를 다루는 일에는 금방 익숙해졌다. 여기에 신운성은 한 가지를 더 시켰다.

"배 만드는 것도 배우면서 수리하는 법을 배워라."

머리가 나쁜 이들은 얻어맞으면서 배웠다. 살기 위해선 배를 만드는 것까지는 못해도 수리하는 법은 꼭 익혀야 했다.

'그럭저럭 잘 되고 있군.'

해적을 이용해 북부의 해안을 초토화 시키는 것이 신운성의 기본적인 계획이었다. 그리고 되도록 여자들을 납치해올 생각이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한 지역의 인구를 줄이기 위해서 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일은 바로 식량을 축내는 것이다. 하지만 식량을 축내는 것이 어려우면 여자를 없애면 된다.

인간은 동물들과 달리 한 번에 자식을 여럿씩 낳는 경우가 별로 없다. 대부분 한 번에 하나였다. 그것도 한두 달도 아니고 굉장히 오랫동안 아이를 임신한 상태로 지낸다. 때문에 한 여성이 쉬지 않고 임신해도 낳을 수 있는 숫자는 그리 많지 않다.

남자는 아무리 많아도 인구 증가에 도움이 되진 않는다. 남자가 많으면 노동력이나 전투력이 증가할 순 있다. 하지만 인구 증가에 필요한 것은 여자다. 여자의 숫자가 적으면 폭발적으로 인구 증가를 이루기가 어렵다.

때문에 신운성은 꾸준히 여자를 빼앗아올 생각이었다. 북부의 여성들은 남부인으로 만들어 남부의 인구를 늘릴 생각이었다.

처음에는 별로 효과가 없는 방법이다. 하지만 20년 정도 지나면 차이가 확연히 드러나게 되는 방법이었다.

여자가 줄어들게 되면 북부인들이 더 독해질 가능성이 있지만 그런 것이야 감수해야 할 문제였다. 어차피 전쟁이 계속되다보면 독한 인간들이 늘어난다.

'해안선을 완전히 초토화시키고 더 큰 배로 바다를 점령한다.'

바다를 완벽하게 손에 넣게 되면 생기는 이점이 있었다. 그것은 적이 아무리 대군을 보유하고 있어도 바다까지 쫓아오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즉, 해안선을 따라 움직이며 경계가 소홀한 곳만 골라 마음 놓고 노략질을 해도 북부군은 당할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된다.

강력한 군대가 있다 해도 배로 움직이는 것과 육로로 움직이는 것에는 차이가 크기 때문이었다.

더구나 바다는 오러 마스터도 집어 삼킬 수 있었다. 아무리 강력한 오러 마스터도 바다 한 가운데 빠지게 되면 곤경에 처한다.

하나하나 차근차근히 풀어나가야 할 일들이 아직 많았다. 때문에 신운성은 마음이 급해도 서두르지 않았다.

'바다를 점령하려면 해안 요새를 많이 지어두는 편이 좋다. 코벵 뿐 아니라 수시로 보급할 수 있는 항구들이 필요해.'

히렌은 이제 시작이었다. 신운성은 베랑과 히렌처럼 남부에서 북부로 이어지는 해안가에 있는 사막에 거점과 해안 요새를 만들 생각이었다.

'필요한 건 다 갖추었어.'

집으로 돌아가는 신운성의 표정은 무척이나 밝았다.

페르나는 요즘 들어 행복했다. 서은하가 부쩍 챙겨주기 때문이었다. 예전에는 약간 거리를 두며 꼼짝도 못하는 분위기를 연출하는 경우가 많았다. 서은하가 오러 마스터에 오른 이후에는 더 심했다.

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페르나에게 친근하게 대하기 시작했다.

"오늘은 우리 둘이 같이 잘까?"

"정말요?"

"그래, 그이도 좋아할 거야."

오늘은 서은하가 신운성을 독차지하는 날이었다. 그런데 서은하가 의외의 제안을 했다. 페르나를 잠자리에 끼워주기로 한 것이다.

'대체 무슨 일일까?'

페르나는 바보가 아니었다. 서은하가 친절을 베푸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는 사실 정도는 눈치 챘다.

'오빠 때문일까?'

페르나는 자신의 친오빠를 떠올렸다. 서은하가 갑자기 잘해줄 이유라면 카딘 정도 밖에 생각나지 않았다.

'오빠가 중요한 모양이네.'

중요한 인물이기에 연결고리인 자신에게 잘해준다는 생각에 페르나는 카딘에게 고마움을 느꼈다. 이유야 어찌 되었건 좋아하는 사람과 즐겁게 지낼 수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었다.

'나중에 선물이라도 보내줘야지.'

생각을 정리하며 페르나는 식사 준비를 했다.

신운성은 돌아오자마자 씻고 식사를 했다. 식사로 나온 것은 구운 생선과 게와 조개 찜이었다.

생선은 껍질에 기름을 발라 구워 바삭바삭했지만 두툼한 속살은 부드럽기 그지없었다. 큼지막한 게와 조개들은 딱 알맞게 익어 맛 좋은 단백질을 공급해주었다.

맛있는 식사는 기분을 좋게 만들어주었다. 식사가 끝나고 가볍게 술을 나누는 자리가 되자 집안의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즐길 것이 별로 없는 시대이기에 서로 하루 종일 있었던 일들을 얘기하며 정보를 주고받는 것이 여가 생활의 일부였다. 물론 때로는 실없는 농담을 던지며 웃음꽃을 피웠다.

그리고 잠들 시간이 찾아오자 페르나는 서은하와 함께 침실에 들었다.

대화를 나눌 때는 조숙한 여인이었지만 침실에 들어서자 음란한 요부로 변신했다. 세 사람은 금방 뒤엉켰다. 이어 페르나는 황홀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선물은 뭐가 좋을까?'

페르나는 잠들기 전,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도와준 카딘에게 무엇인가 감사 표시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다 잠들었다.

해가 뜨고 지면 하루가 지난다. 반복되는 일과 속에서 신운성은 더욱 훈련에 박차를 가하며 코벵으로 진출할 준비를 했다.

"레던. 네게 배 5척을 주겠다. 배에 탈 선원은 최소로 줄여라."

"그럼 실력이 뛰어난 사람을 선발해야겠군요."

"그래. 그러면 된다."

"맡겨만 주십시오."

공을 세울 시간이 점점 다가오자 레던의 표정은 비장해졌다. 마치 목숨을 걸어서라도 공을 세우겠다는 표정이었다.

"장인 어른께서는 계속 해안가를 따라 올라가며 베랑과 히렌처럼 거점과 해안 요새를 지을 만한 곳을 찾아주셨으면 합니다."

호안바트에게는 사막 전사들과 함께 사막에 새로운 거점을 만드는 것을 부탁했다.

"하하, 그거야 문제없지."

며칠 후 출정일자가 잡혔다. 연합 수뇌부에서는 코벵을 다시 되찾는 일을 반대하지 않았다. 코벵은 중요한 지역이기에 오히려 손에 넣길 원했다.

코벵을 단단하게 하면 루앙이 더 안전해지고 그리되면 연합의 수뇌부도 안전해지기 때문이었다.

배를 타고 바다로 나온 신운성은 땅이 조금씩 멀어지는 풍경을 보다 고개를 돌렸다. 반대편 방향에는 바다밖에 보이지 않았다.

'날씨는 좋고. 바람도 적당하다.'

항해에 어려움은 전혀 없었다. 적도 등장하지 않았다. 사막에서 낙타를 타고 가득 그저 지루한 풍경을 계속 바라보는 시간의 반복이었다.

그렇게 코벵에 도착했을 땐 지루하다는 생각은 사라졌다.

처참했다. 수많은 배들이 정박해 있는 가운데 여기 저기 널린 백골들이 보였다. 아직 썩지 않은 살점들이 붙은 시체도 보였지만 대부분 살점은 모두 썩어 백골이 된 상태였다.

보는 순간 떠오르는 것은 오직 '죽음'뿐이었다.

결코 유쾌하지 않은 풍경에 모두 기분이 나빠졌다.

"어떻게 할까요?"

"배들은 모두 태운 후에 정박한다."

"아까운데 배를 왜 태웁니까?"

"죽은 백골들을 실은 배야. 나중에 유령이 나왔네 어쨌네 하는 소리 듣기 싫으니까 태워."

"알겠습니다."

사실 유령이 무섭기 때문에 내린 명령은 아니었다.

'시체들이 백골이 될 정도로 썩었다면 분명 썩은 균이 배에 남아있겠지.'

부패된 시체의 균이 남아있을 경우 자칫 잘못하면 병에 걸릴 수도 있기에 신운성은 배들을 폐기하라 명했다.

아깝지만 어쩔 수 없는 것이었다. 금속으로 만들어진 배라면 닦아서 쓰자고 했겠지만 나무로 된 배는 신운성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배를 모두 불태우고 한참 지나고 나서 코벵의 거리에 들어선 이후에는 백골들을 한데 모아 묻도록 했다. 사막인들 뿐이었다면 그냥 바다에 던져 넣으라고 했겠지만 지금 배에 탄 많은 수의 사람들은 북부인이었다. 시체를 함부로 대해 감정을 상하게 된다면 다른 의미로 골치 아프기에 조심해야 했다.

"샘 정화는 어떻게 되었나?"

"물은 곧 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사제가 끝까지 남아 정화를 시도했던 모양입니다."

샘 정화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도 않았다. 떠나기 전에 독으로 오염시키고 흙으로 묻어두었던 샘은 어느새 깨끗한 물을 뿜어내는 중이었다.

'죽은 인간들은 억울하겠군.'

조금만 더 버텼다면 깨끗한 물을 마시며 버틸 수도 있었는데 그것이 무산된 것이었다.

"짐과 인력은 내린다. 그리고 코벵을 정상화하는데 힘쓰고 거점을 완벽히 방어하는 것을 우선시하도록."

"그럼 이제 다시 돌아갈 겁니까?"

"전부 다 돌아가진 않는다. 수송을 맡은 배들만 돌아가서 물자를 계속 실어 나른다."

모든 배들이 전부 되돌아가는 것은 비효율적이었다. 아울러 북부군이 코벵에 다시 올 수도 있으니 싸울 준비는 항상 하고 있어야 했다.

배들이 짐을 내리고 떠나는 것을 본 신운성은 부대를 지휘하며 코벵 복원에 힘썼다.

아비트.

"이게 대체 어찌된 일입니까? 코벵으로 떠난 이들이 아직도 연락이 없다니."

"허허. 100척입니다. 무려 100척이나 보냈는데 무슨 일 있겠습니까?"

"아무런 연락이 없으니까 이러는 거 아닙니까?"

아비트의 북부군 수뇌부는 신경이 예민해진 상태였다. 무려 100척이나 되는 배를 남쪽으로 보냈다. 그런데 아무런 소식이 없으니 답답해 숨넘어갈 지경이었다.

코벵에서 위기에 처한 함대는 3척의 배를 보냈었지만 3척의 배는 아비트에 도달하지 못했다. 갑자기 나빠진 날씨로 침몰한 탓이었다.

어긋남 하나가 인식에 차이를 불러왔다.

코벵으로 향했던 함대에서 보낸 3척의 배가 도착했다면 코벵으로 바로 수송선을 보내 구조에 나섰겠지만 상황을 알려줘야 할 배들은 도착하지 못했다.

아무런 정보를 받지 못한 북부군 수뇌부는 남부군이 엄청난 세력을 키워 코벵에 진출한 것으로 착각하게 만들었다.

"아무래도 우리가 남부를 우습게 본 것 같소이다."

"빨리 해안의 도시들에 방어를 강화하라 전해야 합니다."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다른 도시들로 전령이 떠났다. 이 일은 성황에게까지 알려졌다.

성황은 남부에 악의 세력들이 너무 강해졌다면서 신도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성황의 요청에 독실한 신자 수십만이 아비트를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여기에는 성기사와 사제들도 포함 되어 있었다.

"악마들의 침략을 저지해야만 합니다!"

"위대하신 파우론님을 위하여!"

아비트에 모여드는 이들은 아비트를 더욱 크게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되어주었다.

그리고 그런 아비트를 노리는 배들이 시시각각 다가오는 중이었다.

============================ 작품 후기 ============================

전 이만 자러 갑니다. 모두 즐거운 시간 되시길.

선작 추천 평점 코멘트 쿠폰 후원 모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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