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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의 기어-95화 (95/109)

< -- 95 회: 권력 -- >

루앙이 함락되었다는 희소식이 연합에 전달되었다. 이제 적의 보급을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포위망을 더 철저히 점검하라! 그리고 루앙으로 사람을 보낸다!"

이제 루앙은 가장 중요한 군사적 요충지가 되었다. 루앙에서 코벵에 이르기까지 확실하게 방어하면 북부군에 대한 염려는 줄어들기 때문이었다.

북부군이 만든 거점은 아직 많이 남았지만 모조리 포위하고 있는 상황. 이제부터는 확실히 하나씩 제거해 나가면 될 일이었다.

하지만 모두가 좋은 소식을 들은 것은 아니었다.

"어떻게 그런 일이......."

유드족의 족장 보나르는 아들들이 전사했다는 소식에 망연자실했다. 아들들이 달랑 둘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자신의 후계로 키우고 있던 아들들이었다. 후계를 위해 아들들에게 심혈을 기울여 혈연을 만들어주었다. 혈연을 통한 권력의 연대로 부족의 족장 자리를 계승할 수 있게 해두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인맥을 맺은 아들들이 모두 죽었으니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했다. 문제는 다른 자식들이었다.

그다지 좋게 여기지 않던 자식들도 있다. 권력 강화를 위해 받아들였지만 그다지 마음에 안 드는 자식들. 하지만 막강한 후계자들이 죽었으니 자리에 욕심을 낼 수 있었다. 이들이 갑자기 날뛰게 되면 보나르의 권력도 흔들릴 수 있었다.

나이가 많은 보나르에게 계속 붙어있기 보다 더 유력한 권력자가 될 사람에게 가까이 하고 싶은 것이 사람 마음이다. 잘못하면 모든 권력을 잃은 채 그저 애들이나 돌보는 늙은이로 전락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웠다.

"대체 하크는 뭘 한 거지? 왜 내 아들들이 죽었나?"

"그때 당시 하크님은 북부군의 오러 마스터들과의 대결로 인해 상처를 입고 쉬고 계셨습니다."

"한나는?"

"한나님도 부상을 당한 상태였습니다."

보나르는 더 이상 원망할 대상을 찾을 수 없었다. 오러 마스터들이 부상을 당할 정도로 치열한 전투였다. 누가 죽어도 이상하지 않았다. 더구나 아들들이 직접 나서서 군을 지휘하겠다고 나섰었다는 것까지 알려졌다. 카딘도 어쩔 수 없던 상황.

'내가 자식들을 잘못 키웠어.'

자식들이 조금만 더 현명했다면 위험을 자초하는 자리에 목을 내밀 이유도 없었다. 욕심과 자만심이 겹쳐 만들어낸 작품이었다.

자식을 잃은 슬픔과 권력에 대한 걱정이 겹쳐 보나르는 결국 쓰러졌다.

'위험했다.'

신운성은 성기사들과의 마지막 싸움을 다시 떠올렸다. 특히 연속해서 공격해 들어오던 그란의 공격은 소름끼쳤다.

'운이 좋았어.'

절체절명의 순간이었다. 그때 마나 사용법이 빛을 발하지 못했다면 쓰러진 사람은 자신이란 걸 잘 아는 신운성이었다.

'그게 되다니.'

주변의 마나를 단숨에 움직였다. 몸을 거치지 않고 의지에 따라 주변 공간을 지배하는 느낌. 막대한 힘이 자신의 뜻에 따라 움직여줄 때의 희열이 아직도 뇌리에 남았다.

운이 좋았다.

신운성은 자신의 기어를 바라보았다. 황금색 기어는 여전히 빛을 뿜어내는 중이었다.

'어쩌면 이것 때문에 살 수 있었는지도.'

유저 정보창을 연 신운성은 남은 스탯 포인트를 모두 강운에 투자했다. 죽다 살아났기에 운을 더 늘리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능력치는 1을 더 올릴 수 있었다.

'이제 40.'

휴식은 달콤했다. 특히 루앙 점령에 성공했다는 소식은 마음을 흐뭇하게 해주었다. 더구나 보나르의 아들들이 전사했다는 소식까지 겹쳤다.

'이제부터 시작이다.'

루앙은 중요한 요충지였다. 여기에 대한 가장 큰 권리는 신운성에게 있었다. 거대한 건물들이 잔뜩 지어있기에 가치는 더 올라가게 되었다. 더구나 전투 막바지에 항복한 북부군이 상당하기 때문에 많은 이들을 포로로 잡을 수 있었다.

'이제 다시 코벵으로 진출한 뒤에 아비트를 친다!'

하지만 신운성의 계획에 아비트 점령은 없었다.

'북부군과 같은 실수를 저지를 순 없어.'

북부군은 루앙을 점령하고 장기적인 안목으로 목줄을 죄려 했다. 하지만 실패했다. 아무리 방어가 견고해도 틈이 없을 순 없었다. 더구나 신운성은 적을 기만해 무너트렸다.

'남부군은 방어에 약해. 점령했던 요새도 내주었고. 내가 루앙을 점령한 것도 기만술에 지나지 않는다.'

무엇보다 이번 전쟁은 상대의 인구를 줄이는 데 있었다. 굳이 깊숙이 들어가서 땅을 점령해야 할 필요가 없었다.

'북부군은 땅을 노렸지만 난 사람을 노리겠다.'

시간이 오래 걸리는 전쟁이 될 확률이 높았다. 하지만 획기적인 수단이 생기기 전에는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우선 배의 성능을 높여야 해.'

새로 생각해낸 계획을 위해선 좋은 배는 필수였다.

잠시 휴식을 취한 뒤, 신운성은 내성으로 향했다.

내성에는 시체가 즐비했다. 전사들과 병사들의 시체가 여기 저기 널려있었다. 시체를 치우는 작업을 하고 있었지만 쉽게 줄어들진 않고 있었다.

피로 물든 통로를 지나 내성의 내부로 들어가니 삭막한 실내가 나타났다. 제작할 때부터 효율만을 중요시했다는 것이 드러나는 내부 구조였다. 화려한 장식은 하나도 없고 최대한 간결하게 기능만을 중점으로 모든 것이 지어졌다.

'정말 별 거 없군.'

중요한 곳을 다 둘러보았다. 중요 인물의 거처로 판단되는 곳도 뒤져봤지만 쓸 만한 것은 별로 없었다. 지휘관의 것으로 보이는 집무실에서는 종이 다발만 발견되었다.

'오러 연공서 하나 없다니.'

신운성은 적잖이 실망했다. 그러다 한 권의 책이 집무실에 딸린 허름한 방에서 발견되었다.

'이건?'

'전쟁사'라고만 적혀 있는 책이었다. 내용을 살펴보니 과거 파우론을 믿는 성기사들이 전쟁을 치르면서 겪었던 일들을 기록한 책이었다. 모두 최대한 객관적으로 사실만을 기록하려 했기에 과거의 전투를 상상하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았다.

'옛날에는 정말 대단했군.'

신운성은 현재의 오러 마스터를 훌쩍 뛰어넘는 전력이 흔했던 시절의 전투를 상상하며 고개를 흔들었다.

'아직 멀었어.'

한숨을 내쉬며 다음 책을 확인한 신운성은 이 방의 주인이 '그란'이란 것을 깨달았다.

'지휘관이라.......'

자신을 죽음의 위기까지 몰아넣은 사람이라는 것은 모르는 신운성이었다. 그저 상대를 죽이기 위한 전투를 하던 도중 통성명을 할 이유 따윈 어디에도 없었기에 두 사람은 서로의 이름도 모르고 싸웠다.

'성기사들은 전쟁에 대해선 잘 모르는 모양이군.'

그란의 전쟁 일기였다. 의혹과 의문. 그리고 자신의 행동과 성공한 것들에 대해 자세히 적어놨기에 신운성은 그란이 전쟁 경험이 별로 없는 사람이란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나마 다행이군.'

노련한 이가 총사령관이었다면 고전할 수도 있었다.

'기회가 왔으니 잡아야 한다.'

어렵다고 생각했던 전쟁은 사실 아주 쉬운 수준이었다. 지휘관이 경험이 별로 없었으니 정말 다행이었다. 하지만 앞으로도 그러란 법은 없었다.

내성을 살펴보는 일이 끝난 뒤 회의를 열었다. 신운성은 참석한 이들의 얼굴을 보고 살짝 한숨을 내쉬었다. 많은 사람들이 참여했지만 모르는 얼굴이 상당했다.

'역시 피해가 큰 모양이군.'

전사들의 대장이 모이는 자리에 얼굴이 바뀌었다는 것은 부상이나 전사를 의미했다.

"전사들 덕분에 이번에 큰 승리를 얻을 수 있었다. 정말 고맙게 생각한다."

감사의 말로 인사를 회의를 시작하자 분위기는 화기애애해졌다. 죽은 사람이 많다는 것은 슬픈 일이지만 그렇다고 마냥 우울해 할 수는 없었다. 더구나 지금 자리는 논공을 하는 자리. 모두 가슴에 기대를 품고 있었다.

"우선 루앙에 대한 제일 큰 권리가 나에게 있다는 것을 확인해보고 싶다. 이의 있는 사람 있나?"

아무도 말을 꺼내지 않았다. 탈영했던 북부군을 휘하로 끌어들여 적의 후방을 교란시키고 성문을 연 것은 물론 오러 마스터들까지 처리했다. 더구나 밤새 루앙을 휘저으며 죽인 병사의 수도 상당했다. 이 정도면 일등 공신이라고 해도 무방했다.

카딘을 비롯한 전사 대장들은 포로들보다는 루앙 내부의 건물들에 더 관심이 많았다. 루앙이 앞으로 중요해질 거란 생각에 미리 좋은 건물을 선점하려는 경쟁이 회의를 통해 치열하게 표출되었다.

'이대로 두면 아무도 양보를 하지 않겠군.'

"내성은 남부 연합에 권리를 넘기기로 하겠다. 루앙이 앞으로 전쟁에서 중요한 곳인 만큼 루앙의 내성은 연합 수뇌부에 양보하겠다."

가장 큰 권리 중 하나를 양보하자 싸우던 각 부족 대표들은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그대들의 권리까지 양보하란 소린 아니다. 하지만 너무 싸운다면 우리의 연합이 깨질 수도 있으니 적당히 타협하길 권하는 바이다."

제안은 먹혀들었다.

욕심나는 것은 별로 없어 신운성은 대충 챙겼다. 성기사들이 보유하고 있던 무구와 약간의 돈, 그리고 부두 근처의 건물들이었다. 원래 내성이 가장 큰 전리품이었지만 연합에게 양보하며 대신 명성을 얻기로 했다. 이러한 결정이 알려지자 연합에서는 신운성을 거듭 칭송했다.

이에 따라 수많은 전사들과 남부인, 그리고 사막인들이 신운성을 중요한 인물로 인식했다. 무엇보다 루앙을 점령한 전사들이 전리품을 두고 싸움이 붙자 이를 말리기 위해 내성을 연합에 양보했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하면서 평가는 더욱 올라갔다.

하지만 신운성의 명성이 올라가는 것을 모든 이들이 반긴 것은 아니었다. 질시가 심한 인물들은 대놓고 말하지 못하고 속으로 이를 갈 뿐이었다. 그러던 그들에게 좋은 일이 생겼다.

신운성은 포로들을 한 곳에 모으도록 했다. 모두 신운성이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는 포로들이었다. 전사들이 신운성에게 포로에 대한 권리를 양도했기 때문이었다.

모여 있던 포로들은 곧 자신들의 운명이 결정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기 때문이었다.

신운성이 광장에 등장하자 포로들은 모두 신운성을 주목했다. 그때 포로 중 한 남자의 눈이 번뜩였다.

'신운성! 서은하!'

남자의 이름은 데런.

신운성과 서은하와 아주 잠깐 인연이 얽혀있었던 남자였다.

"악신 파우론을 부정한다고 말하면 살려주겠다!"

신운성의 목소리가 광장을 울렸다.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귀에 닿자 데런은 이를 갈았다.

'저 놈이!'

등 뒤에 아름다운 서은하가 미소를 지으며 신운성을 보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질투가 불 같이 일었다. 가슴 속에 치민 불꽃은 앞뒤 생각할 것도 없이 몸을 일으켰다.

"신운성! 이 악마야! 날 모르겠냐!"

얘기 도중 방해를 받은 신운성은 데런을 보고 눈살을 찌푸렸다.

"성기사에게 쫓기던 놈이 여기서 왕 노릇이라도 하고 있는 거냐? 엉? 멍청한 남부 놈들아! 너희들은 악마에게 속고 있는 거야!"

신운성은 천천히 연단에서 걸어 내려왔다. 데런은 신운성이 가까이 다가오자 비웃음을 머금고 눈을 빛냈다. 하지만 가까이 다가온 신운성은 다짜고짜 손을 휘둘렀다.

데런의 머리는 깨져 산산조각이 났다.

"악신 파우론을 부정한다고 말하면 살려주겠다!"

몇몇 북부군이 반항했지만 그럴 때마다 신운성은 머리를 박살냈다. 그러자 겁에 질린 이들이 파우론을 부정하자 나머지도 분위기에 휩쓸려 파우론을 부정했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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