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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의 기어-94화 (94/109)

< -- 94 회: 혈전 -- >

밤새도록 살육이 이어졌다. 남부군 전사들은 루앙 밖에서 휴식을 취하면서도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아직도 싸우는 걸까?"

"그런 모양인데?"

전사들은 안다. 신운성이 뒤에 남아 싸우며 전사들을 지키려 했다는 것을.

"그냥 도망쳐도 되는데."

때문에 잃고 싶지 않았다. 막강한 적에 대항해 일단 싸워줬기 때문이었다. 그냥 도망쳤다면 실망했겠지만 신운성과 서은하는 도망치지 않고 맞섰다.

치열하게 싸우면서도 전사들을 잊지 않았다.

덕분에 희생을 많이 줄였다. 하지만 많이 줄인 것뿐이었다.

"후우......."

빈자리가 많이 늘었다. 시체는 회수하지도 못한 상황. 하루 만에 쌓인 피해는 막심했다. 하지만 완전히 와해될 정도는 아니었다.

"이제 곧 새벽이 온다. 모두 싸울 준비를 해라!"

돌아가면서 쉬는 것도 이제 끝이었다. 농성 중인 적의 성을 점령하기 위해선 다시 안으로 들어가야 했다. 적을 완벽하게 내성에 몰아넣지 못해 아예 루앙 밖으로 나와 있었지만 이젠 슬슬 내성 공략도 생각해야 할 때였다.

"투석기를 준비하라! 그리고 공성차는 분해해서 가져간다!"

전사들은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신운성과 서은하는 루앙 안을 뛰어다니며 공포를 안겨주었다. 수많은 북부군 병사들을 직접 박살내며 얻은 스탯 포인트는 강철 체력에 쏟아 부었다. 밤새도록 싸우면서 체력이 떨어져 싸우지 못하게 되는 일을 막기 위해서였다.

북부군 병사들은 철저히 숨거나 도망쳐서 죽일 수 있는 숫자는 점점 줄어들었다.

'모은 스탯 포인트가 500점 좀 넘는 군.'

몽땅 강철 체력에 투자한 덕분에 능력치가 50이나 올랐다. 강철 체력은 76이 되었다. 이젠 피로가 별로 느껴지지 않을 정도였다.

'놀랍군.'

마치 금방 자고 일어난 것 같은 기분.

아무리 뛰어도 지치질 않았다.

'이 정도라면 며칠이고 싸울 수 있다.'

자신감이 넘치는 신운성은 다시 계속 움직였다. 적을 죽일수록 더 강해질 수 있으니 멈출 수가 없었다.

적을 발견하면 먼저 웃음부터 나왔다. 적을 죽이는 것이 즐겁기까지 했다. 죽이고 더 강해지는 것을 체감하게 되니 멈추질 못했다.

"거기까지다 악마."

그러나 학살을 막아서는 자들이 있었다.

그란과 성기사들이었다. 밤새 신운성의 뒤를 쫓아 지쳤지만 이들의 가슴을 활활 불타오르는 중이었다.

죽어버린 수많은 동료들을 보며 느낀 분노와 신에게 간절히 염원을 담아 기도한 것이 통해 이들의 몸에는 막대한 신성력이 들어찬 상태였다.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신운성은 살짝 긴장했다.

'처음 봤을 때보다 더 강해졌다.'

만만치 않음을 느낀 신운성은 뒤로 물러났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 빨리 그란과 성기사들은 포위해왔다.

순식간에 도망칠 길을 막혔다. 하늘을 날 수 있다면 좋겠지만 불가능.

'저들도 높이 뛰어오를 능력은 있겠지.'

기세를 통해 상대의 힘을 가늠한 신운성은 메이스와 단검을 들고 자세를 잡았다. 밤새도록 함께 하며 수많은 이들의 피와 살을 머금었던 무기들은 다시금 빛났다.

대화는 없었다.

그란은 앞으로 뛰어나오며 검을 찔러왔다.

'허초!'

하지만 몸의 기울기와 뛰어나온 속도 그리고 마나의 흐름을 통해 그란의 공격이 허초라는 것을 신운성은 파악하고 슬쩍 피하며 반격을 넣었다.

검보다 짧은 메이스였지만 안쪽으로 한 걸음 더 파고들며 거리를 좁히자 그란은 화려한 스텝을 밟으며 신운성을 피했다.

메이스는 허무하게 허공을 갈랐다. 이후 검이 목을 향해 날아들었다.

고개를 살짝 숙이는 것으로 피했지만 이어서 변화가 생기며 어깨를 베려는 찰나 오러를 머금은 단검으로 이를 쳐냈다.

순식간에 벌어진 공방.

그 사이에 남은 성기사 둘은 서은하를 향해 공격을 날리고 있었다.

신운성은 몸을 빼려는 동작을 보였다. 그란은 잽싸게 막기 위해 움직였다.

'걸렸다!'

다급해 하는 척하며 서은하를 도우려고 한 것은 연극이었다.

그란이 몸을 움직이는 동작에 맞춰 신운성은 단검을 찔러갔다. 짧지만 그만큼 가까이 따라붙은 상황. 그란은 검을 사용하기보다 주먹을 사용했다.

검을 쥐지 않은 왼주먹이 날아왔지만 신운성에게 위협은 되지 않았다.

다음 동작의 흐름을 대충 읽어냈기에 피하는 동시에 반격을 넣었다. 메이스는 짧은 거리에서 갑옷에 닿았다. 순간 충격이 생겼다.

그란의 갑옷이 빛나며 메이스에 닿은 부분을 튕겨냈다.

'쳇!'

상대는 역시 마스터였다.

신운성은 충격을 이용해 뒤로 물러나며 아예 서은하를 돕기 위해 움직였다.

서은하는 어려운 싸움을 하며 상처를 입었지만 신운성이 가세하는 순간 혼신의 힘을 다했다.

"하앗!"

주의를 자신에게 끌기 위해 기합까지 내지르며 공격을 내지르자 성기사 하나가 주춤했다. 다른 하나는 공격하며 생긴 빈틈을 찌르기 위해 달려들었지만 신운성이 아주 약간 더 빨랐다.

검을 든 팔을 박살내며 발차기로 무릎을 찼다.

기사는 순식간에 허물어졌고 신운성은 머리를 박살내며 뒤돌아섰다. 그때 그란의 공격이 찔러들어왔다.

'피할 수 없다.'

피하게 되면 서은하가 찔리는 상황. 신운성은 마나를 쥐어짜 단검에 오러를 잔뜩 밀어 넣었다.

콰앙!

그란의 검과 정면충돌한 신운성은 비틀거렸지만 쓰러지진 않았다.

'2타가 온다!'

급하게 마나를 다시 모았다. 하지만 한계가 있었다.

콰앙!

"크윽!"

간신히 막기는 했지만 이번에는 많이 부족했다.

'3타!'

그란의 연속 공격은 멈추질 않았다. 갈수록 더 강해지는 공격에 신운성은 이를 악물었다.

'모으는 것으로 안 돼!'

물러날 수 없는 상황. 다시 한 번 마나를 모았지만 이번엔 속까지 뒤흔들렸다.

"커헉!"

피를 토하고 말았다. 속이 찌릿찌릿했다. 하지만 고통에 아파할 틈은 전혀 없었다.

'4타!'

다시 한 번 날아오는 공격을 노려보며 신운성은 정신을 집중했다.

'안에 없으면 밖에서 모은다!'

마나 사용법.

익숙하지 않지만 이젠 써야만 했다. 몸 안의 마나가 부족해지고 있는 상황이었다. 지금까지 강철 체력 덕분에 빠르게 회복하며 계속 싸울 수 있었지만 그란과 연속으로 부딪치며 한계가 왔다.

이를 타파하기 위한 유일한 수단은 마나 사용법뿐이었다.

콰앙!

신운성의 몸은 격하게 흔들렸다. 하지만 이번에는 신음을 흘리지도 않고 물러나지도 않았다. 그란은 재차 공격에 들어갔다.

5타! 6타! 7타!

연속으로 계속 공격을 넣고 있었지만 신운성의 자세는 점점 안정되었다. 몸에 축적한 마나가 아닌 주변의 마나를 그대로 가져다 사용했기에 힘을 모으는 속도가 점점 빨라진 덕분이었다.

그란은 섬뜩함을 느꼈다.

메이스를 높이 쳐든 신운성의 얼굴에는 광기로 물든 미소가 가득했다.

'위험!'

그란은 뒤로 물러나려 했지만 신운성이 더 빨랐다.

콰앙!

단검으로 그란의 검을 쳐내자 이번에는 그란의 몸이 흔들렸다. 검을 든 팔이 벌어지며 가슴이 열린 상황. 몸을 아예 회전시키며 다시 검으로 공격하려 했지만 소용없었다.

퍼억!

단 한 순간의 틈을 노리고 파고든 메이스는 그란의 머리를 박살냈다.

이제 남은 적은 성기사 하나.

신운성은 가차 없이 적에게 죽음을 선사해주었다.

피 웅덩이에 앉아 휴식을 취하는 신운성과 서은하를 발견한 전사들은 일제히 달려와 상태를 살폈다.

"부상을 좀 입었다. 적 오러 마스터들이 좀 강해야지."

"설마?"

"5명은 확실히 죽였다. 남은 하나는 다리를 다쳤을 거야. 내성에 더 있을지는 모르지만 아마 없을 것 같다."

이야기를 들은 전사 하나가 재빨리 대리로 지휘를 맡은 카딘에게 알리기 위해 달려갔다.

"난 좀 쉴 테니까. 호위를 부탁한다."

10명의 전사들이 호위를 위해 남았다.

신운성과 서은하는 근처의 건물 안에 들어가 숨을 골랐다.

한편, 오러 마스터들을 처치했다는 신운성의 전갈을 받은 카딘은 승리를 예감했다.

'역시!'

주먹을 불끈 쥔 카딘은 명령을 내리려 했다. 하지만 끼어드는 존재가 있었다.

"잠깐. 오러 마스터들이 다 죽었다고? 그럼 이번 공격은 내가 앞장 서겠다."

유드족의 족장 보나르의 큰아들이었다.

"형. 여기선 그냥 양보하는 게."

"아니야. 지금이 확실히 공을 세울 수 있을 때다. 여기서 확실히 하지 않으면 루앙에 어중이떠중이들이 다 모여 들 거다. 괜찮지? 카딘."

마치 아랫사람을 대하듯 보나르의 큰아들은 카딘에게 실망을 안겨주었다.

'죽을 자린지도 모르고.'

새로 얻은 아내의 형제이기에 무사하길 빌었지만 보나르의 큰아들은 공을 탐했다.

"괜찮습니다."

아내에게는 미안하지만 여기까지였다. 카딘은 신운성의 속셈을 모르지 않았다. 기회가 되면 위험한 곳에 밀어 넣으라고 루앙으로 오기도 전에 당부했었다. 카딘은 죄책감에 그러지 않았었다. 덕분에 보나르의 아들들은 무사할 수 있었지만 이젠 한계였다.

'유드족의 미래를 위해선 어쩔 수 없다.'

보나르의 아들들을 처치하겠다는 뜻이 담긴 말을 할 때부터 카딘은 신운성의 야망을 알아보았다. 유드족을 삼키려 한다는 사실을. 그리고 족장과 그 일족의 힘이 약해지면 불가능한 것도 아니었다.

'내가 변수이긴 하지만.......'

카딘이 배신한다면 신운성도 어려워진다. 하지만 보나르의 아들들과 신운성을 비교하면 무게는 신운성에게 기운다.

'난 할 만큼 했어.'

보나르의 아들들이 혈연이라면 신운성도 혈연으로 연결된 상태.

카딘은 유드족이 더 크게 성장할 수 있는 사람의 편에 서기로 결심했다.

보나르의 아들들은 전사들을 이끌고 내성 공성에 돌입했다. 투석기로 성벽을 타격하고 가져온 공성차를 다시 조립해 벽에 접근했다.

보나르의 아들들은 성벽을 넘는 것에는 성공했지만 살아 돌아오진 못했다. 다리 하나가 박살났던 오러 마스터가 날뛰자 목숨을 잃고 말았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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