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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의 기어-86화 (86/109)

< -- 86 회: 혈전 -- >

승리 이후 2번 더 북부에서 원정을 왔다. 신운성은 모두 코벵에 들어설 때까지 모두 내버려두었다. 그리고 적이 오면 배들을 미리 출항시켰다가 밤이 되면 접근하는 방식을 취했다.

밤이 되면 신운성과 서은하가 배 밑에 구멍을 냈다.

배를 잃은 북부군은 코벵에 발이 묶인 상태. 매일 밤 적을 끈질기게 괴롭히며 항복을 유도했다.

"이제 노예가 1000명이 넘습니다."

목숨을 건진 병사들은 모두 노예로 삼았다. 이쯤되자 신운성도 문제에 봉착했다.

"식량은?"

"물고기를 잡는 것으로는 충당이 안 될 것 같습니다."

주변에 식량을 구할 곳이 없으니 더 이상 코벵에 머물 수 없는 상황이었다.

"차라리 노예들을 다 죽이는 게 어떻습니까?"

레던의 조언에 신운성은 고개를 저었다.

"살려주겠다고 했으니 살려준다. 그들이 반항하지 않는 이상 내가 죽인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적을 향한 약속이라도 신운성은 지키려고 했다. 지키지 않는다고 뭐라 할 전사는 없다. 하지만 약속하면 적이라도 지켜준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은 매우 중요했다. 평소에 사람들에게 신뢰를 심어두면 훗날 필요한 경우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가 편해지기 때문이다.

"제가 실언했습니다."

레던은 사과하면서 신운성에게 감탄했다. 조언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실망을 느끼긴 했지만 크진 않았다. 대신 적에게도 신의를 지키는 모습을 보이니 혈연으로 연결된 것이 더욱 잘한 일이란 생각이 들었다.

"일단 후퇴한다. 코벵을 포기한다. 대신 수원에는 독을 풀어 놓고 흙으로 묻어버리도록."

흙으로 묻어도 다시 파내고 독을 정화하면 되는 것을 알지만 신운성은 최대한 북부군을 괴롭히고 싶었다.

'생각 같아선 아예 못 쓰게 만들고 싶지만 그것도 안 되고.'

시도는 해봤지만 물이 계속 조금씩 솟아나는 것을 막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래서 최대한 못 쓰게 만드는 것으로 코벵을 잠시 봉인하도록 만들었다.

"고급 석재와 배는 어떻게 합니까?"

신운성은 잠시 고민했다. 배를 타고 루앙으로 내려가 공격을 할까 생각도 해보았지만 희생이 커지는 공격이란 생각에 고개를 흔들었다.

"고급 석재는 배에 실은 후에 침몰시킨다. 그리고 부두와 건물을 모두 파괴한다."

떠날 때가 되니 신운성은 하나도 남겨두고 싶지 않았다.

파괴 작업이 다 끝나자 남부군은 미련 없이 코벵을 떠났다.

아비트.

남부원정군을 지원하는 가장 큰 역할을 하고 있는 항구는 예전과 같은 성세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요즘 들어서 성세에 문제가 생겼다.

"아마도 변고가 생긴 모양입니다."

"설마 루앙이 함락되기라도 했단 말입니까? 그런 징조는 없었는데."

남부와 꾸준히 연락을 주고받으며 전황을 살피고 있던 성황군 책임자인 사제는 고개를 흔들었다.

"루앙에 이어 코벵까지 함락되었겠죠. 적들도 바보가 아니니 가만히 있기만 했겠습니까?"

"으음."

사제는 반박하지 못했다.

"상대의 영역을 빼앗으면서 천천히 목을 조인다는 것은 발상은 좋지만 역으로 적에게 반격할 기회를 줬습니다. 남부인들이 남쪽 어딘가에서 배를 만들어 일시에 들이친 게 분명합니다."

정보가 없으니 추측을 해야만 했다. 추측은 코벵의 함락을 맞추긴 했지만 나머지는 다 틀렸다.

"그럼 어쩌자는 겁니까?"

"찔끔찔끔 군선을 보내지 말고 일시에 들이닥쳐서 상대를 압도하자는 겁니다. 한 100척쯤 한꺼번에 보내면 적은 기가 질려 도망갈 겁니다."

그릇된 추측을 바탕으로 작전을 짜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정보가 없는 상황에서 제대로 된 정보를 입수할 때까지 아무 것도 안 하는 것도 실수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었다. 적이 계속 움직인다는 상상을 하게 되면 가만히 기다리는 것은 하기 힘들다.

"좋습니다. 그럼 일단 대규모로 군선을 모읍시다."

비용이 많이 소모되긴 하지만 돈은 아직 충분했다. 배 만드는 장인들이 총동원 되었고 유례없는 호황을 맞이하게 되었다. 웃돈을 얹어주면서 기일을 최대한 단축해달라는 요구가 쇄도했다.

"그나저나 배로만 움직이는 것도 불안하니 이참에 사막도 한 번 뚫어보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자 그겁니까?"

"그렇죠."

"좋습니다. 한 번 알아봅시다."

이 결정으로 인해 제르모는 아비트 못지않은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수많은 사람들을 이끌고 사막을 다시 건너 남부로 돌아가는 것은 험난한 여정이었다. 더위에 피해를 입는 사람들이 속출했다. 모두 북부인이었다. 사막 전사들은 멀쩡했다.

피해로 인해 약 100여명이 사망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멈추는 일은 없었다.

사람 수가 많아 느렸지만 꾸준히 계속 나아간 전사들은 사막을 벗어났다. 코벵을 떠나 한 달이 넘는 길고 긴 여정이었다.

코벵까지 가는 데 걸린 시간과 코벵에 머물며 싸웠던 기간까지 합하면 4개월은 훌쩍 넘어가는 원정이었다.

길고 긴 원정 끝에 돌아오자 남부 부족 연합은 환영해주었다.

"정말 잘 해주었다."

연합군 수뇌부는 직접 나와 신운성을 치하했다. 임무 성공의 증거로 북부인들을 잡아왔기 때문이었다. 여자와 아이들은 곧바로 부족 연합에 받아들여졌다. 그리고 남자들은 노예로 유드족에 끌려갔다. 전쟁을 하다 잡은 관계로 무기를 쥐어주는 것은 어려웠다.

살기 위해 항복하고 노예 생활을 받아들였는데 노예가 되었다고 싸우라고 전쟁터에 밀어 넣으면 좋아할 리가 없었다.

유드족의 족장 보나르는 연신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요새의 활용을 주장했다가 발언권이 약화 되었었지만 신운성의 활약으로 다시 입지가 좋아진 탓이었다.

더구나 900명에 달하는 노동력이 확보되었다. 소유권은 신운성과 사막 전사들에게 있었지만 사막 전사들에게는 신운성이 대신 보상을 해준다고 약속했었다.

"제 대신 보상을 해주시면 일을 시키셔도 괜찮습니다."

"그냥 소유권을 넘기는 건 안 되나?"

"저들을 살려주겠다고 했으니 그건 어렵겠습니다. 넘기면 다들 불안해 할 테니까요."

"그런가?"

보나르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보상을 해주었다. 대신 보상은 그리 많지 않았다. 노예들은 대부분 신운성이 설득해서 넘어왔기에 사막 전사들은 신운성의 소유라고 생각했다. 그런 것을 약간이지만 보상을 주겠다고 좋아했다.

"일은 적당히 시키십시오. 너무 험하게 시켜서 죽으면 곤란합니다."

"반항하면 어찌하나?"

"그런 자는 죽여도 좋습니다."

신운성은 노예가 된 남자들에게 사정을 설명해주었다. 이제 노예로 전락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무척 실망했지만 팔아넘긴 게 아니라 잠시 일을 시키도록 빌려주는 거라고 하니 그나마 납득하는 분위기였다.

"전쟁 상황은 좀 어떻습니까?"

"북부군은 확장을 멈췄다. 아마도 코벵을 함락 당한 것이 이유 같다."

"그렇겠죠. 남부에 정착한 북부인들은 많은 면에서 북부에서 내려오는 보급 물자에 의지하고 있었을 테니까요."

"그래. 하지만 공격에 대한 의견이 갈라져서 이쪽에서 별다른 시도는 해보지 못했다."

"차라리 지금 몰아쳐서 전부 죽이는 것이 이득인데."

"하지만 저들은 피해를 먼저 생각하고 있지."

온건파의 입장은 간단했다. 더 완벽한 순간이 올 때까지 기다리자는 것이었다. 온건파의 입장도 이해할 수는 있었다. 대규모로 출정한 상황에서 큰 피해를 입게 된다면 연합의 입지는 단숨에 흔들릴 수 있었다. 애초에 기반이 튼튼하지 않은 집단이기 때문에 피해에 민감했다.

"어쨌거나 이제 좀 쉬는 게 어떤가? 다시 출정하려면 쉬어야지."

"알겠습니다."

신운성은 바로 집으로 돌아왔다.

페르나는 오랜만에 돌아온 신운성을 보고 달려들었다. 신운성이 오러 마스터라고는 하나 전쟁 속에서는 어찌 될지 모르는 일이었다. 속은 시커먼 숯처럼 변해 매일 답답했었다.

"나도 전쟁터에 가고 싶어요."

"오러 마스터가 되면 생각해보지."

"정말요?"

"그래."

페르나는 더욱 품에 파고들며 신운성의 단단한 몸을 느꼈다. 언제나 그리워하던 단단한 신운성의 존재가 숯이 된 마음에 불을 지폈다. 하지만 페르나는 일부러 신운성에게서 떨어졌다.

"일단 씻고 계세요. 식사 준비 할게요."

"그러지."

신운성과 서은하가 씻는 동안 페르나는 아미야와 카리나와 함께 바쁘게 움직였다. 평소 먹던 음식이 아닌 전쟁터에서 돌아온 남편을 위한 식사였기에 소홀히 할 수 없었다. 훈제해두었던 고기 덩어리를 모두 꺼냈다. 평소에 조금씩 잘라 먹던 것이지만 남편이 돌아왔으니 아낄 이유가 없었다.

훈제한 고기를 굵직하게 썰어 야채와 함께 솥에 넣고 끓이기도 하고 얇게 썰어 서둘러 구해온 과일과 함께 익히기도 했다. 버터가 녹은 무쇠판 위에서 고기와 과일이 지글지글 익었다. 행복이 익어가는 소리에 페르나의 얼굴에서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일을 돕는 아미야와 카리나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맛있다. 급하게 준비했을 텐데 역시 요리를 잘하네."

"그래요?"

신운성은 양껏 먹었다. 요리는 사막에서 전사들과 함께 먹은 것보다 훨씬 맛있었다. 무엇보다 곁에 다가와 시중을 들어주면서 슬쩍 닿는 접촉이 음식의 맛을 돋웠다.

식사가 끝나자 서은하는 웃으며 먼저 잔다고 방에 들어갔다. 그러자 페르나가 침실로 아미야와 카리나를 데리고 들어왔다.

"응? 다른 두 사람은 왜?"

페르나와 동침을 예상하고 있던 신운성은 갑작스러운 변화에 놀랐다.

"오늘은 특별한 밤을 선사하고 싶으니까요."

이미 얘기가 된 것인지 세 여자는 거침없이 옷을 벗었다. 갈색의 건장한 페르나와 검은 진주 같은 아미야 그리고 카리나가 안겨들었다.

한 번도 3명을 동시에 안아본 적이 없던 신운성은 조금 정신이 없었다. 주도권을 놓치지 않기 위해 발악을 해보았지만 여자 셋이 덤비니 어쩔 수 없었다.

여자들에게 몸이 점령된 신운성은 그대로 몸을 맡기고 자극을 즐겼다.

"갑자기 이러는 이유가 뭐야?"

"좋아하니까. 후회되지 않게 최고의 시간을 나누고 싶어서요."

"불안했어?"

"당연하죠."

신운성의 가슴을 애무하던 페르나의 입술은 대답을 하며 점점 아래로 내려갔다.

"무사해서 정말 다행이에요."

남자의 상징을 앞에 두고 하는 말에 신운성은

'무엇이?'

라고 생각했다.

문일지십으로 마나의 흐름은 파악해도 여자의 변화는 예측하기가 어려웠다.

이윽고 페르나의 몸과 하나가 되자 아미야와 카리나가 양 옆에 붙어 애무를 시작했다.

"우리도 잊지 말아주세요."

"그래."

신운성은 계속 이어지는 자극에 푹 빠졌다. 그때 갑자기 서은하가 방 안으로 뛰어 들어왔다.

"나도 잊지 마!"

샘이 난 새로운 참가자로 인해 밤은 더욱 뜨거워졌다. 사막에서 벗어났지만 열기에서는 벗어날 수 없는 밤이었다.

============================ 작품 후기 ============================

많이 늦어서 죄송합니다.

머리가 아프다보니 쓰는데 시간이 오래 걸렸습니다.

더워지니까 체력도 금방 방전되고 솔직히 조금 힘든 상태입니다.

아무래도 오늘은 여기까지밖에 못 올릴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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