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85 회: 사막으로 -- >
20척의 함선이 양쪽으로 갈라지며 10척의 적선의 양 옆으로 지나치려했다. 그러자 북부군의 전선들은 우익을 향해 일제히 배를 돌렸다.
우익의 남부군 함선들은 속도를 늦추고는 방향을 더욱 튼 반면 좌익의 함선들은 속도를 더욱 높였다.
배들의 거리는 점점 가까워졌다. 북소리와 깃발의 신호가 분주하게 오가며 신운성의 함대는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결국 북부의 전선들은 사이에 끼게 되었다.
"불화살 발사!"
거리가 가까워지자 불화살이 북부군 함선의 돛을 노리며 허공을 갈랐다. 연기를 뿌리며 날아간 불꽃은 돛에 닿는 순간 사정없이 자라나며 돛을 집어삼켰다.
갑작스러운 불화살 공격에 적들도 화살로 대응을 해왔다.
"커헉!"
사막 전사들이 여기 저기 쓰러지긴 했지만 피해는 적이 더 컸다.
아주 짧은 순간 동안의 교전으로 인해 양측이 모두 피해를 입었다. 하지만 피해가 더 큰 것은 북부군이었다.
돛이 모두 타버려 속도가 죽어버린 것이었다.
"뒤로 물러난다!"
돛이 다 타버린 상황에서는 노를 젓는 방법밖에는 없었다. 원래부터 노를 젓는 배로 만들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노는 몇 개 되지도 않았다.
바다 한 가운데서 꼼짝도 못하게 된 북부군은 서둘러 불을 끄고는 돛을 갈아끼움과 동시에 코벵을 향해 움직였다.
북부군은 있는 힘을 다한다고 했지만 배는 굼벵이처럼 느릿느릿 바다를 나아갔다.
"조금 더 있으면 적이 상륙에 성공할 것 같습니다."
다후트의 보고를 들은 신운성은 잔인한 미소를 지었다.
신운성이 원하는 것이 바로 적의 상륙이었다.
북부군은 어렵사리 코벵에 배를 댈 수 있었다.
"빨리 내려서 보급한다! 그리고 적의 매복에 대비하라!"
북부군의 지휘관은 서둘러 보급을 한 뒤에 다시 물어날 생각이었다. 음식은 그럭저럭 남아있으니 물만 채우면 바로 도망가면 된다. 돛이 다 타기는 했지만 여분은 아직 남아 있었기에 적의 추적을 벗어나면 바로 돛을 달고 도망칠 수 있었다.
'사막인들이 합류했다. 빨리 돌아가서 알려야 해!'
활을 쏘던 검은 피부의 전사들을 떠올린 지휘관은 이를 갈았다. 사막인들이 파우론을 부정한 것이나 다름없는 상황이었다.
남쪽으로부터 와야 할 배들이 오지 않아 만약을 대비하고 오지 않았다면 큰일 날 뻔했다.
"빨리 서둘러라!"
지휘관은 병사들을 다그쳤다. 그러자 기사들이 덩달아 움직이며 병사들을 더욱 재촉했다. 그러나 이어진 비명 소리에 보급을 멈추고 전투 준비를 할 수밖에 없었다.
"적이다! 사막인들이다!"
낙타를 탄 사막 전사들이 코벵을 수색하던 병사들을 잡아 죽였다.
"전투 준비 하라!"
지휘관은 전투에 대비하는 수밖에 없었다.
레던은 신운성이 세운 작전대로 전사들과 함께 매복하고 있었다. 수는 많지 않았지만 모두 실력이 뛰어난 전사들이었다.
'나를 믿어준 이상 여기서 공을 세워야 한다!'
레던은 눈을 빛내며 적이 가까이 다가오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수색하려던 자에게 화살을 날렸다.
기습적으로 날아간 화살은 맨 앞에 서 있던 병사의 가슴에 박혔다.
이후 전사들은 화살을 몇 번 더 날리고는 근처에 묶어 둔 낙타를 타고 코벵 시내를 달렸다.
"나를 따르라!"
돌격하는 이들에게는 별 다른 명령이 필요 없다. 앞서 달리는 명령권자가 돌격하면 돌격하고 싸우면 싸운다. 그리고 물러나면 같이 물러난다. 난전 속에 빠질 수도 있기에 복잡한 명령 따윈 오히려 혼선만 줄 뿐.
사막 전사들은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고 레던의 뒤를 따라 돌격했다.
낙타를 타고 창을 든 사막 전사들의 맹렬한 돌격에 수색을 하던 북부군은 잡혀 죽거나 도망치기에 바빴다.
'적이 모이고 있다!'
돌격대의 생명은 지휘관에게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조금만 잘못 판단하면 떼죽음을 당할 수도 있기에 지휘관은 노련하게 전장을 살피는 일을 게을리 해선 안 된다.
"왼쪽으로!"
모여드는 적을 피해 왼쪽으로 방향을 틀자 사막 전사들은 레던을 따라 방향을 틀었다.
레던은 물을 싣기 위해 움직이던 선원들을 향해 돌진했다. 그러자 선원들은 모두 도망쳤다.
이후 시내를 빙글빙글 돌며 떨어져 나온 이들을 잡기 시작했다. 이것이 신운성이 가르쳐주고 간 작전이었다.
'적들은 물 보급을 못하고 있다!'
한 시간 정도 계속 시내를 휘저으니 낙타는 많이 지쳤다. 하지만 전투에 쓸 낙타는 아직 많이 남은 상태. 레던은 낙타를 갈아타고 다시 시내를 휘저었다.
레던의 행동으로 인해 북부군은 꼼짝하지 못하고 부두에 묶였다. 빨리 보급하고 떠나려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소리만 요란한 지루한 대치가 계속 이어지는 가운데 해는 점점 기울었다.
하늘은 피처럼 붉게 물들더니 검게 죽어갔다.
그리고 밤이 찾아왔다.
신운성은 배를 부두가 아닌 약간 떨어진 곳에 대고 헤엄쳤다. 부두가 아닌 곳에 배를 댈 수는 없어 헤엄을 쳐야만 했다. 작은 보트가 있었다면 편리했겠지만 그런 것은 없었다. 나무로 된 방패를 붙잡고 무기를 모두 올려놓은 채 물장구를 쳤다.
뭍으로 올라오자 흠뻑 젖은 옷이 축 늘어졌다. 신운성은 옷을 벗어 물을 짜내고는 다시 입었다. 마르지 않아 축축했지만 그런 것을 따질 때가 아니었다.
"준비 다 됐어?"
어둠 속에서 옷을 벗었던 서은하는 어느새 다 입은 상태였다.
"됐어."
"힘들면 그냥 쉬고 있어도 돼."
"아니야. 같이 갈래."
강철 체력을 가진 두 사람이 헤엄 좀 쳤다고 지칠 이유는 없었다.
"가자."
신운성과 서은하는 조용히 사막의 어둠과 동화되었다. 신발은 사막에서 신든 샌들이었기에 물에 젖었어도 금방 물기에서 자유로워졌다. 때문에 걸을 때마다 물 때문에 소리가 나는 것은 금방 사라졌다.
수없이 반복한 어둠 속의 살인을 위해 두 사람은 움직였다. 다른 전사들은 닻을 내리고 대기하고 있었다. 적이 혹시나 배를 타고 도망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였다. 어두웠기에 잘 보이지 않았지만 코벵에서는 명령을 받은 레던이 커다란 불을 여기 저기 밝히고 있어 북부군의 배들은 위치가 노출된 상태였다.
신운성은 조용히 물가를 따라 걸었다. 들판에 불어온 산들바람처럼 가벼운 발걸음이었다.
바람이 된 신운성의 접근은 아무도 눈치 채지 못했다.
방패와 메이스를 든 박살의 사신.
신운성의 감각은 어둠 속에서도 적의 위치를 구분하고 있었다.
'이쪽은 보지도 않고 있군. 레던이 잘 하고 있어.'
레던이 부두 근처에서 아직도 계속 날뛰며 시선을 끌어준 덕분에 신운성은 다가가는 방향은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
'어떻게 할까?'
문제라면 평소와 같이 자는 틈을 노리기 어렵다는 것.
주변부터 하나씩 제거하다보면 금방 이목을 끌게 되어 몰래 접근한 보람이 없어진다.
'병력이 대부분 배에 있다. 그렇다면.......'
좀 더 가까이 다가가 상황을 더욱 자세히 파악한 신운성은 다시 물속으로 들어갔다.
방패는 버려두고 메이스만 들었다.
"배에 구멍을 내자."
배에 가까이 다가가도 두 사람은 발견되지 않았다. 아무도 바다에 신경쓰지 않은 탓이다.
가까이 접근한 신운성은 메이스에 오러를 주입했다.
마스터의 오러가 주입된 메이스는 강한 빛을 뿜어냈다.
꽈앙!
사정없이 휘둘러진 메이스는 배에 구멍을 냈다. 바닷물이 사정없이 흘러들어가며 배가 기울기 시작하자 북부군은 요란해졌다.
"바다에 적이 있다! 찾아!"
하지만 신운성과 서은하는 이미 잠수해 들어갔다. 위에서 불빛을 비춰보지만 깊게 잠수한 두 사람을 찾는 것은 불가능했다. 결국 찾기 위해 기사들이 물에 뛰어들었다.
무거운 갑옷을 벗고 물에 뛰어든 기사들은 배 주변을 살폈다.
하지만 오러 마스터가 아니라는 점이 치명적인 실수였다.
기사들이 물에 뛰어들자 신운성은 메이스를 버리고 단검을 뽑았다.
괴력과 신속을 지닌 신운성과 서은하는 헤엄치는 것도 빨랐다.
물의 저항을 이겨내서 다가가자 당황한 기사 하나가 검을 휘두르려했지만 느렸다. 물의 저항이 검을 휘두르는 속도를 늦췄다.
가까이 다가간 신운성은 단검으로 슬쩍 검의 궤도를 바꾸고는 안으로 파고들며 찔렀다.
"컥!"
단검에 찔리자 충격으로 몸이 굳은 기사는 그대로 가라앉기 시작했다.
신운성은 다시 인벤토리에서 단검을 꺼내고는 다음 목표를 찾아 움직였다.
이번에는 기사 둘이 단단히 준비하고 있었으나 소용없었다.
언제나 조용히 신운성의 등 뒤를 책임지던 서은하가 잽싸게 앞으로 튀어나와 기사 하나를 죽였다. 남은 기사는 서은하를 공격하려 했지만 그 순간 파고든 신운성이 목을 따버렸다.
붉은 피가 검게 물든 바다에 퍼지기 시작했다.
비릿한 피 냄새가 피어오르자 배 위에 있는 병사들은 불안에 떨었다.
이윽고 기사들을 모두 처리한 신운성은 배 밑으로 파고들어 구멍을 내기 시작했다.
10척의 배는 모두 배에 구멍이 뚫려 가라앉기 시작했다.
이에 배에 타고 있던 이들은 어쩔 수 없이 부두에 내렸다. 살기 위해선 어쩔 수 없었다.
그리고 악몽이 시작되었다.
배가 모두 가라앉자 신운성은 다시 뭍으로 올라와 레던을 찾았다.
"수고했다. 덕분에 일이 쉬워졌어."
"저들이 항복할까요?"
"내일 아침이면 결판이 나겠지."
신운성은 레던으로 하여금 계속 불안을 조장하도록 만들었다.
배를 잃은 북부군의 사기는 형편없이 떨어졌다. 배에 실려있던 수많은 물자를 모조리 잃은 상황이었다. 무기도 변변치 않았고 식량도 별로 없는 상황이었다.
물을 마시고 싶어도 물이 있는 곳으로 가려면 레던과 사막 전사들과 싸워야 했다.
무기도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부두에서 뭉쳐서 덜덜 떨기만 했다.
신운성은 그런 모습을 계속 지켜보며 도마뱀 고기를 뜯고 물을 마셨다.
무척이나 긴 밤이 되었다.
오도 가도 못하는 북부군은 전멸하리라 생각하며 기도를 올리기 시작했다.
절망적인 상황이니 신에게 구원을 요청하는 것이었다.
그것을 보며 신운성은 긴장했다.
'신이 정말 저들을 도와 신성력이라도 나눠주면 곤란해진다.'
하지만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병사들은 지친 상태에서 아침을 맞이했다.
"이제 마지막 일격을 가하면 저들은 금방 무너질 겁니다."
레던은 흥분한 목소리로 자신을 선봉으로 세워주길 간청했다.
"공격은 무슨. 이젠 저들의 항복을 받아낼 차례다."
신운성은 서은하와 함께 북부군을 향해 움직였다. 무장을 하고 있었으나 단 두 사람이 천천히 걸어오자 북부군은 공격하지 않고 지켜보았다.
"항복하라. 그러면 살려주겠다."
"말도 안 되는 소리! 그냥 죽여라!"
북부군의 지휘관은 단번에 거절했다. 마족에게 항복하는 것은 마족이 되는 것이라고 배웠기 때문이었다.
"살고 싶은 자는 무기를 버리고 왼쪽으로 가라."
신운성은 지휘관이 뭐라고 떠들든 무시하고 할 말만 했다. 이에 병사들은 몇 명이 눈치를 보더니 무기를 내려놓고 왼쪽으로 움직이려 했다.
"이 마족!"
그때 누군가 병사들을 죽이려 했다.
"미친 새끼!"
병사들은 그대로 당하지 않았다. 무기를 휘두르던 기사를 피해 사방으로 도망쳤다. 이것이 시작이었다. 살고 싶은 마음이 강했던 병사들은 너도나도 무기를 버리고 뛰었다.
죽음을 각오한 병력은 단숨에 신운성을 향해 달려들었다. 하지만 신운성은 상대하지 않고 바로 코벵 밖으로 도망쳤다.
무기를 버렸던 병사들은 신운성을 따라 달렸다. 이젠 돌아가도 아군이 받아주지 않아 죽게 될 상황이니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무기를 버리고 신운성에게 항복한 병사들의 수는 300명이 넘었다.
"파우론을 부정해라. 그러면 쉬게 해주겠다."
항복하면 마족으로 취급받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항복한 병사들은 주저하지 않고 파우론을 부정했다. 그러자 병사들에게 물과 음식이 배급되었다.
"쉬고 있어라. 그리고 너희를 부정한 저들은 모두 죽을 것이다."
신운성이 신호하자 대기하고 있던 20척의 배들이 닻을 올리고 부두로 접근했다. 그리고 사냥이 시작되었다.
끝까지 반항하려던 이들은 코벵 밖으로 도망가지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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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있어도 더워서 참 힘드네요.
모두 더위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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