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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의 기어-75화 (75/109)

< -- 75 회: 인간관계 -- >

부인이 4명으로 늘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찾아오는 사람들은 많았다. 서서히 퍼져나가는 명성의 주인공을 확인하기 위해 오는 사람들은 남부 부족이 많았고 정략결혼을 제의하는 사람들은 사막 부족이 많았다.

신운성은 사막 부족 중 정략결혼을 원하는 이들에 대한 조사를 아미야에게 맡겼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아미야를 통해 호안바트에게 권리를 이양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이렇게 되면 사막인들 중에서 신운성에게 잘 보이고 싶은 이들은 호안바트에게 일단 잘 보여야 한다.

사람들의 욕망을 이룰 수단을 쥔 자는 권력을 가지게 된다. 신운성은 호안바트에게 그것을 주었다.

남부 부족에서는 정략결혼을 청하는 사람들은 별로 없었다. 때문에 페르나가 큰 권력을 쥐게 되는 일은 별로 없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속사정을 알고 보면 전혀 달랐다.

사막 부족들은 입지가 약하고 뭉치지 못한 상태이기에 신운성을 통해 뭉치려고 했기에 비교적 많이 몰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남부 부족들은 달랐다. 우선 페르나는 카딘의 동생이었고 카딘은 유드족의 전사였다. 그리고 그런 카딘은 바로 족장 보나르와 혈연으로 연결되기 전이었다.

페르나는 이미 유드족 족장의 비호를 받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또한 정략결혼 상대도 카딘을 통해 정한다고 하지만 보나르의 입김이 안 들어갈 순 없었다.

며칠 쉰 신운성은 다시 전사들을 이끌고 나섰다. 이번에 따라 나선 것은 100명이었다. 한 번의 성공으로 인해 신뢰가 쌓이자 더 큰 공을 세우길 바라는 마음에 연합의 수뇌부들이 전사들을 붙여주었다.

공을 세우길 바라는 이유는 간단했다.

연합의 선택이 잘못되지 않았다는 명분을 쌓기 위해서였다. 강제적으로 통합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패전을 하게 된다면 연합은 뿌리부터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 조금이라도 공을 세운 신운성이 계속 성공하길 바라는 것이었다.

"비가 올 것 같습니다."

멀리 먹구름이 천천히 몰려오는 것이 보였다. 시간은 저녁이 거의 다 된 시간. 미완성 요새를 바라보는 신운성은 진한 미소를 머금었다.

"최고군."

진짜 최고였다.

비오는 날은 경계를 서기에 가장 안 좋은 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비로 인해 시야는 더욱 좁아질 수밖에 없다. 기습을 하는 쪽도 영향을 받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위치가 고정된 방어하는 입장이 좀 더 불리한 것은 어쩔 수 없다.

무엇보다 요새 주변에 불을 피우지 못하게 되니 적에게는 더욱 불리했다.

"힘들겠지만 푹 쉬어두라고. 아주 긴 밤이 될 테니까."

어둠이 깔리기 시작한 것과 동시에 비가 조금씩 내리기 시작했다. 요새 주변에 피워둔 불들은 비가 내리자 조금씩 약해지더니 결국 하나둘 꺼지고 말았다.

"가자."

모든 불빛이 꺼지자 신운성은 전사들과 함께 요새의 목책을 향해 다가갔다.

10명은 말을 관리하기 위해 남겨두고 90명이 신운성의 뒤를 조용히 따랐다.

어둠 속이라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바짝 붙은 탓에 흩어지지 않고 대열을 유지하는 것이 가능했다.

"내가 신호하면 일제히 병사들이 있을 것 같은 부분을 향해 활을 쏘고 뒤로 도망친다."

어둠 속에서 단지 지금까지 본 것을 토대로 상상해서 하는 공격이라 정확도는 매우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적당한 거리에 들어설 때까지 반응은 없었다. 비로 인해 모든 것이 암흑에 물든 상황. 하지만 신운성은 정확히 요새를 향해 나아갔다.

"준비. 50보 앞에 목책이 있다고 생각해라."

목책과 얼마 남지 않은 지점에서 전사들은 활을 쏘기 위한 준비를 마쳤다.

"발사!"

작게 중얼거린 명령이었지만 못 들은 전사는 없었다.

어둠과 비를 뚫고 화살이 날아갔다.

터더더더덩!

"적이다! 적이 나타났다!"

화살이 목책에 박히는 소리가 울림과 동시에 보초들의 고함이 요새를 깨웠다. 순식간에 소란스러워진 요새에 불빛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금부터 불빛을 저격한다. 꼭 맞추지 않아도 된다. 실시!"

전사들은 횃불을 든 이들을 노리고 화살을 날렸다.

"컥!"

대부분의 공격은 빗나갔지만 화살에 맞는 사람도 나왔다.

"동쪽이다! 요새 동쪽을 방어하라!"

횃불을 든 기마병들이 몰려나오기 시작했다. 갑주를 단단히 두른 것이 보였다.

"물러난다."

신운성과 전사들은 일제히 물러났다. 적의 기마병들은 결국 허탕을 치고야 말았다.

"이번에는 서쪽이다."

어둠이 가려주기에 이동에는 문제가 없었다. 적의 기마병은 기름을 잔뜩 먹은 횃불을 들고 있었지만 빗속에서 오래 버티긴 어려웠다.

서쪽 목책을 공격하자 같은 일이 반복 되었다.

서쪽 다음에는 북쪽. 그리고 다시 동쪽, 그리고 남쪽.

불규칙적으로 계속 화살만 날리며 공격을 하자 적이 바짝 긴장한 것이 느껴졌다. 비를 뚫고 들리는 소란스러움에 신운성은 만족한 미소를 지었다.

"이제 됐다."

적의 기마병이 더 이상 나오지 않게 되자 신운성은 만족했다.

'이쪽이 계속 혼란만 주는 것으로 판단했거나 아니면 함정을 팠거나.'

"모두 돌아가서 기다려라. 이제부턴 나와 한나만 간다."

"안 됩니다. 우리도 같이 가게 해주십시오."

전사의 자존심이 뒤에 남기를 거부하고 있었다.

"피해가 커지면 안 돼. 그리고 이번 작전의 요점은 혼란이다. 그러니 빠져."

"하지만!"

"말을 안 듣겠다면 지금 네 목을 쳐주겠다."

강하게 나오니 전사들은 불만스러워도 물러나야만 했다.

"기다려라."

신운성과 서은하는 요새의 목책을 향해 서서히 다가갔다.

비는 더욱 거세졌다. 전혀 고요하지 않은 밤.

죽음의 사신들이 요새를 향해 서서히 접근하는 것도 모르고 요새의 병사들은 방패를 앞에 세우고 긴장하고 있었다.

"젠장. 이게 무슨 꼴인지."

"공격을 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피곤하게 하는 거면 가지."

"그러게 말이야."

보초들은 답답했다. 긴장 속에서 계속 어둠을 주시하는 것은 무척이나 힘든 일이다. 그런데 비가 오는 상황에서 언제 나타날지 모를 적을 경계해야 하니 정신적 피로가 가파르게 상승했다.

그때였다.

보초 하나가 고개를 갸웃하며 한쪽 방향을 바라보았다.

"조용."

"왜?"

"쉿! 왼쪽에서 무슨 소리가 났어."

보초들의 이목은 대번에 왼쪽으로 집중되었다.

톡!

"적이다!"

긴장했던 병사들은 크게 외치며 소리가 난 방향으로 뛰었다. 그때 소리친 병사를 향해 단검이 날아왔다.

"컥!"

달리던 병사는 쓰러지면서 허우적거렸다.

"으아아아아아!"

허우적거리는 팔에 맞은 보초는 비명을 지르며 무기를 휘둘렀다. 근처에 적이 다가와 있다고 착각한 탓이다.

보초의 행동에 순식간에 동료들이 맞고 쓰러졌다. 이어서 단검이 날아와 발광하던 보초를 잠재웠다.

신운성은 결코 서두르지 않았다.

돌을 던져 보초들의 시선을 엉뚱한 곳으로 돌렸다. 그리고 떠드는 사람을 향해 단검을 던졌다. 빗속이라 소리를 통해 위치를 파악하는 것이 어려워지자 생각해낸 방법이었다.

단검이 항상 보초를 잡은 것은 아니지만 어둠 속에서 바짝 긴장한 보초들은 약간만 건드려도 난리쳤다. 어둠 속에서 적이 가까이 있다고 생각하니 참지 못하고 마구잡이로 공격한 것이었다.

요새의 목책을 한 바퀴 돌면서 같은 일을 계속 반복하자 이제는 돌을 던져도 떠드는 사람들이 줄어들었다. 대신 병사들이 빼곡하게 들어섰다.

사람 수가 많아지자 보초들은 심리적인 안정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서로 얘기하면서 위치를 확인하고 공포심을 줄여나갔다.

'떠들어주면 좋고.'

신운성은 가차 없이 떠드는 자를 향해 단검을 날려주었다. 무시무시한 속도로 날아간 단검들은 대부분 방패에 가로막혔지만 아주 가끔 경계가 허술했던 병사의 머리에 박히기도 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떠드는 자들이 줄어들었다.

소리를 내면 표적이 된다는 사실을 알겠기 때문이었다.

'조용히 해도 좋고.'

시간은 많았다.

신운성과 서은하는 여기 저기 돌을 던지며 병사들을 자극했다. 아무도 떠들지 않았다.

표적이 된다는 공포가 다시금 되살아났기 때문이었다.

숫자가 많았지만 병사들은 자신이 표적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두려워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소리가 들려도 주변에 알려 경계를 강화하는 일을 주저했다.

신운성은 여러 번 같은 일을 돌아다니면서 반복했다.

'이제 슬슬 다음 단계로 가도 되겠어.'

그때였다. 요새에서 기마병이 출격했다.

'그냥은 안 당하겠다는 건가?'

신운성은 일단 물러났다. 횃불을 든 기마병에게 잡히면 피곤해지기 때문이었다.

요새의 기마병들은 주기적으로 목책을 순시했다.

신운성은 아예 돌아와 전사들에게 편히 쉬라고 일러두었다. 이후 계속 요새 주변을 돌면서 적의 기마병이 쫓아 나오도록 유도했다.

같은 작업이 밤새 이어졌다.

그러다 기마병들이 교대하며 나오는 일이 점점 느려졌다.

'계속 신경 쓰이게만 한다고 판단한 건가?'

신운성은 지속적으로 요새 지휘관이 어떤 생각으로 명령을 내렸을까 생각하면서 행동을 변경했다.

'이젠 진짜 해도 되겠어.'

기마병이 나서서 하지 못한 일. 그것은 직접 요새에 뛰어들어 타격을 주는 일이었다.

신운성은 단검을 목책에 박으며 기어올랐다.

소리가 분명히 남에도 불구하고 떠드는 병사는 없었다. 다만 사람들이 주변으로 몰려들 뿐.

그때였다. 거의 다 올라갔다고 생각될 때쯤 창이 날아오는 소리가 들렸다.

신운성은 바로 창을 잡았다. 빠르게 내질러졌지만 마나가 실리지 않았음을 깨달은 신운성은 두려워하지 않았다.

"으악!"

창을 힘껏 잡아당기자 병사 하나가 목책 밖으로 딸려나오다 창을 놓았다. 창을 고쳐 쥔 신운성은 바로 병사를 찔러 죽이며 몸을 위로 날렸다.

병사가 떨어질 때 발로 차며 더욱 높이 날아오르며 어두운 공간 속에 뛰어들었다.

순간 빛나는 메이스가 어둠을 가르며 수많은 병사들을 날려버렸다.

"적이다!"

외침과 함께 신운성은 몇 번 병사들을 상대해주다 병사들을 뒤엉키게 하고는 슬쩍 목책 밖으로 뛰어내렸다. 하지만 어둠 속에서 싸움이 붙은 병사들은 서로를 향해 계속 무기를 휘둘렀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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