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68 회: 밝혀진 정체 -- >
하늘의 별이 가득한 사막의 밤하늘 아래, 신운성과 서은하는 라스틴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신들의 전쟁은 참 이상한 거 같아."
"그러게."
두 사람은 도마뱀인간에 대해 물어보며 깜빡 잊었던 것을 물어보았다. 신들끼리 싸우고 싶으면 직접 싸우지 왜 이런 방법을 택하는지 의문이었다. 거기에 대한 해답은 모두 나오지 않았지만 사람들의 신앙이 신에게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전쟁을 하고 있는 거 같은데 사람들의 믿음이 신에게 힘을 주는 걸까?"
"아무래도 그렇지 않을까?"
"그럼 신전이 사람들의 감정을 힘으로 바꿔주는 매개체일까?"
"그런 거 같다."
두 사람의 생각은 그다지 다르지 않았다.
"어쨌거나 중요한 건 모두 죽일 필요는 없다는 거야."
"그렇긴 하네."
이것은 중요한 것이었다. 파우론의 신자를 모두 죽이는 것과 세상에 라스틴만 믿는 사람을 남기는 것은 차이가 있었다.
파우론의 신자를 모두 죽이는 것은 상대를 모두 죽일 때까지 싸워야 한다. 반대로 한쪽 신만 믿는 사람을 만드는 것은 개종시키면 된다. 마음속으로부터 진실로 믿지 않는다 해도 개종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인정된다니 다행이었다.
"하지만 개종이 쉽지는 않겠지. 사막이 생긴 이유가 전쟁의 여파라니."
두 신의 대리자들이 싸운 결과가 방대한 사막이었다.
그만큼 치열하게 싸웠다는 소리였다. 양보를 모르고.
정보는 여전히 부실했다. 의문을 풀어줄 수 있는 존재는 제대로 된 정보를 주는지조차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힘을 더 키워야 해. 마나를 더 모으던 해서.'
일단 목적은 완수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그냥 당할 순 없으니 이 세계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 필요가 있었다.
"일단 얻은 포인트부터 분배하자."
두 사람은 곧바로 상의에 들어갔다. 신운성은 오러 연공법을 더욱 빠르게 익히기 위한 선택을 했다. 체력과 힘, 그리고 민첩은 그대로 놔두었다. 지금도 인간을 상대하기에는 부족함을 느끼지 못한 것도 있지만 포인트를 효율적으로 투자하기 위해서였다.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할 필요도 있으니 지혜도 올려야 해.'
두 사람은 일단 정신력을 100까지 올렸다. 그리고 정신력을 '철심'으로 만들 수 있었다. 기왕 올린 것 철심에 스탯포인트를 100을 더 투자해 능력치를 10을 올리니 변화가 느껴졌다.
'마나가 그냥 느껴진다.'
숨을 들이쉬고 내쉬는데도 희미하게 마나가 느껴졌다. 정신력일 때는 오러 연공법을 통해 집중할 때나 느껴지던 것들이 이제는 아주 자연스러워졌다.
촉감이 느껴진다고 해야 할 정도였다.
'흐름이 희미하지만 느껴져.'
마나는 항상 그 자리에 있는 것은 아니었다. 쉬지 않고 움직이는 힘이었다. 흐르고 있다. 이를 느낀 신운성은 가볍게 오러 연공을 해보았다.
몸 안으로 빨려 들어온 마나가 가볍게 움직여졌다. 몸 안의 마나와 만났다.
'훨씬 쉽다.'
들어온 마나를 움직이는 일이 예전과 달리 무척이나 쉬웠다. 그냥 하면 되는 수준이었다. 예전에는 정신을 집중하지 않으면 안 되던 일이 이제는 그냥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정도였다.
'철심을 100까지 올리면 대체 어떤 경지인 거야?'
상상이 가지 않았다.
하지만 모든 포인트를 철심에 투자할 순 없었다. 남은 포인트는 지혜에 투자했다. 지혜에 투자한 이유는 간단했다. 보다 많은 정보를 얻고 파악할 수 있는 힘을 가지기 위해서였다. 아는 것이 별로 없으니 지금부터라도 관찰을 통해 알아내야 할 것들이 많았다. 또한 전쟁에서 상대를 간파하기 위해 정보를 분석하는 데에도 지혜가 유용할 것이라 생각하고 결정한 일이었다.
100이 된 지혜는 '문일지십'이란 것으로 변했다.
'문일지십이라. 한 가지를 배우면 열 가지를 안다는 건가?'
효과는 금방 나타났다. 지금까지 익히고 있던 오러 연공법의 원리가 서서히 보이기 시작했다. 아울러 예전에 읽었던 어느 성기사가 쓴 편지의 내용이 파악되기 시작했다.
오러 연공법의 원리가 보이니 편지의 내용들이 뜻하고자 했던 것들이 자연스럽게 이해됐다. 새롭게 깨닫게 된 원리가 그 동안 이해를 막던 정보부재의 벽을 뚫었다. 이어서 알고 있던 경전의 내용과 함께 모든 것이 합쳐지며 이해를 도왔다.
'꽤나 어렵고 복잡한 내용이네.'
그러나 이미 신운성의 것이 되었다. 신운성은 새로운 방법으로 마나를 움직였다. 새롭게 이해한 지식을 토대로 오러 연공법을 새롭게 발전시키자 유입되는 마나가 더 많아지며 몸 안을 빠르게 돌아다녔다.
이어서 손에 오러를 모으자 손끝이 빛났다.
'움직여라.'
의지를 보내자 오러는 손끝에서 손등으로 이동되었다. 손바닥에서 손등으로 오러의 점은 자유로이 이동했다.
'이 정도면 오러 마스터도 빠른 시일 안에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오러를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기에 오러 마스터라는 호칭을 받는다. 신운성은 아직 오러를 자유롭게 더 많이 뭉치는 단계가 아니기에 마스터는 아니었다.
"은하야. 너도 지혜 100으로 올려. 이거 진짜 좋다."
"정말?"
서은하는 신운성을 따라 바로 능력치를 올렸다. 그리고 얼마 가지 않아 신운성이 했던 것과 같은 것을 해냈다. 실험삼아 방패를 잡고 해보니 원하는 부위만을 오러로 강화하는 것이 가능했다.
"이제 빨리 지칠 일은 없겠어."
"그러게."
그 동안 문제라고 생각해왔던 일 하나가 해결되는 순간이었다.
두 사람은 빠르게 퀘스트 완료를 통해 얻은 500 스탯 포인트를 분배했다.
이름: 신운성
강운: 39
강철 체력: 16
괴력: 15
신속: 15
철심: 10
문일지십: 10
남은 스탯 포인트: 3
문일지십에 90포인트를 다시 투자해 10으로 만들자 오러 연공법에 대한 것들은 물론 지금까지 배웠던 것과 수집했던 정보들이 더욱 많이 떠오르며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갑자기 늘어난 정보에 잠시 현기증이 나기도 했지만 곧 익숙해졌다.
'인위적으로 머리를 좋게 만든다니.'
기어의 능력이 놀라우면서도 무서워지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두려워 할 시간에 조금이라도 더 강해져 행복한 삶을 사는 편이 나았다. 죽을 때까지 전쟁만 하다 죽을 수도 있었다. 종교 전쟁이란 것은 며칠 만에 끝날 수도 있는 영지전과는 성격이 달랐다.
돌아가기 힘들다면 최대한 즐겨야 했다. 그러기 위해선 강해야 했다.
'죽으면 아무 것도 못 즐겨.'
신운성은 남은 스탯 포인트를 모두 강운에 투자했다.
'지금까지 운이 좋았던 거야. 그러니 운에 맡겨보겠다.'
오러도 중요하지만 신운성은 운에도 조금씩 투자하기로 했다. 위험한 일이 있을 때마다 정확하게 피할 수 있도록 도와준 것이 운이었다. 무엇보다 인벤토리에 더 많은 물품을 저장하기 위함이기도 했다.
'상점 포인트는 60만이 넘는군.'
퀘스트 완료로 받은 5만개의 동전은 50만 포인트가 되었다. 서은하는 2배인 10만포인트를 얻은 것에 비해 엄청난 소득이라 할 수 있었다.
'이제 돌아가자.'
포인트 분배를 끝낸 두 사람은 돌아가면서 잠을 잤다.
다음 날, 사막을 걷는 고행은 다시 시작되었다.
신운성과 서은하가 사막에서 헤매는 동안 남부의 사정은 좋지 않게 돌아가고 있었다.
"이대로 또 물러난다니 어떻게 해야겠소?"
"저들의 방어를 뚫는 것이 쉽지 않으니 어려울 것 같소이다."
북부인들은 전쟁을 서두르지 않았다. 서두르다보면 보급선이 길어진다. 사람이 아무리 많다고 해도 모든 전선을 전부 다 철통 같이 지킬 순 없었다. 점령하는 땅이 많고 넓어지면 그만큼 적이 반격해올 수 있는 구멍이 많아진다.
그러나 확실하게 점령하고 인구를 늘려 점령지에서 생산을 한다면 보급선은 굉장히 짧아진다. 수비하기에도 용이해진다.
"부족 통합은 어찌 되고 있습니까?"
"거의 끝나가고 있지만 일부 부족들이 남부 산맥 깊숙이 숨어 전부 통합은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래도 사막인들이 있지 않소?"
"그게 그나마 다행이죠."
신운성이 보낸 벨로트족을 비롯한 사막 부족들이 남부 부족 연합에 합류했다. 이들이 합류한 사실을 알리지 않기 위해 그 동안 한 번도 전투에 나선 일이 없었다.
"숫자가 좀 더 많으면 좋겠는데 말이지요."
"그래도 사절단들을 통해 현재 계속 성과가 나오고 있으니 다행입니다."
벨로트족이 합류한 이후 신운성이 보낸 사막 부족들도 많이 합류했지만 남부 사절단들이 이뤄낸 성과도 만만치 않았다. 사막인들을 길잡이로 해서 움직이니 처음 사막에 들어설 때보다 훨씬 효율적이고 빠르게 사막 부족드로가 접촉이 가능했다.
"우리는 저들을 정면으로 반격해선 안 됩니다. 우리가 노려야 할 곳은 먼저 코벵입니다."
코벵은 매우 중요한 위치였다. 현재 만들어진 배로는 북부에서 남부까지 한 번에 오는 것이 불가능했다. 코벵을 거치지 않는 방법이 없었다. 때문에 여길 막는다면 해상로는 봉쇄되는 셈이었다.
"준비를 단단히 해야겠죠. 적들도 중요한 곳이니 단단히 준비하고 있을지 모릅니다."
"우선 사막인들을 보내 염탐을 하도록 하죠. 저들은 아직도 사막인들과 가끔 교류하니까요."
전쟁에 대한 일들이 일단락되자 다음 안건이 계속 올라왔다.
"이번에는 새로 합류한 부족의 결혼 동맹에 관한 것입니다."
결혼 얘기가 나오니 수뇌부의 표정이 조금은 밝아졌다. 정략결혼이라고 해도 결혼은 경사스러운 일이기 때문이었다. 가족이 늘어나고 세력이 더 커지는 일이니 일단 기쁨을 느꼈다.
"요즘 결혼식이 참 많아졌습니다. 전쟁 중에 이렇게 결혼이 많기는 처음입니다."
"그래도 어쩌겠습니까? 서로 빠르게 신뢰를 얻어 세력을 안정시키는 방법은 결혼이 최고니 어쩔 수 없죠."
남부 부족 연합은 새로운 부족을 받아들일 때마다 기존의 핵심 부족들과 결혼을 통해 하나가 되었음을 알렸다. 중요한 인물들의 자식들이 결합함으로써 양 세력의 사람들은 서로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된다. 이를 외부에서 보면 한 가족이 된 거나 마찬가지로 보였다.
"이번에 새로 합류하게 된 부족은 제 막내딸과 결혼한 녀석의 동생과 결혼을 주선하겠습니다."
"그럼 다음으로......."
남부 부족 연합의 수뇌부는 끊임없이 올라오는 안건들을 처리했다.
일은 넘쳐흘렀다. 부족이 통합되면서 생기는 문제는 상당했다. 하나의 국가처럼 적을 상대하기 위해선 그에 걸 맞는 조직이 갖춰져야 한다. 조직을 위해선 행정이 필요하다. 행정 능력이 엉망이면 조직은 쉽게 와해될 수밖에 없다.
남부 부족 연합은 이제 시작하는 조직이었다. 때문에 문제가 쌓일 수밖에 없었다. 수없이 시행착오를 거치며 문제를 해결해야만 했다. 하지만 아무리 해결해도 문제는 멈추지 않았다. 모두 다 다른 권력자 밑에서 살아왔기에 생전 처음 보는 사람의 명령을 그대로 따르는 것에 거부감을 느끼는 일이 많아서였다.
북부 영주군에게 계속해서 밀리는 이유도 바로 이것이었다. 조직은 커졌지만 아직 그 힘을 온전히 내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 작품 후기 ============================
요즘 정말 컨디션이 안 좋네요. 웬만하면 쉬지 않으려고 했는데 하루나 이틀 정도 쉬면서 충전해야 할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부족한 것이 많은 글임에도 불구하고 항상 함께 해주시며 응원해주시는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