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행운의 기어-66화 (66/109)

< -- 66 회: 밝혀진 정체 -- >

이성을 잃은 상태로 적의 뒤를 쫓는 도마뱀인간들은 차례차례 최후를 맞이했다. 어둠에 눈을 뜬 사냥꾼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사냥하기 좋은 상태. 조심스럽다면 오히려 골치 아프지만 대놓고 발광하며 사방으로 흩어졌으니 손쉬웠다.

달빛의 안내를 받은 사냥꾼은 자비를 보이지 않았다.

결국 밖으로 나온 도마뱀인간들은 모조리 잡혔다.

'슬슬 안을 구경해볼까?'

여유롭게 걸었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항상 긴장 한 조각을 품었다.

입구 주변에는 도마뱀인간들이 지키고 있었다. 하지만 예전에 상대하던 것보다는 조금 더 작은 놈들이었다.

'이제 슬슬 숫자가 줄어들고 있다 이거지?'

신운성은 서두르지 않고 기다렸다.

다음 날 밤. 신운성은 다시 불을 질렀다. 하지만 도마뱀인간들은 나오지 않았다.

'겁에 질린 건가? 아니면 유인하는 걸까?'

알 수 없었다.

신운성은 서두르지 않았다.

'3일. 3일만 조용히 지내주지.'

신운성은 3일 동안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도마뱀인간들의 활동이 다시 활발해졌다. 그러나 신운성은 다시 덫을 설치했다. 밖으로 나왔던 도마뱀 인간들은 괴성을 지르며 안으로 도망쳤다.

이제는 기가 꺾인 것이 분명했다.

모습을 드러낸 적은 싸워보기라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정체를 드러내지 않고 계속 목숨을 앗아가기만 하니 공포가 증폭되었다.

용감무쌍해 보이던 도마뱀인간들은 기가 팍 죽은 상태였다.

신운성은 다시 기다렸다. 3일을 다시 기다리니 또 조심스럽게 도마뱀인간들이 나왔다.

이에 신운성은 도마뱀들이 활동하는 것을 지켜보며 가장 숫자가 적은 무리의 뒤를 따랐다.

총 6마리.

작정하고 잡자면 못 잡을 것이 없었다. 더구나 무리지은 도마뱀인간들은 덩치가 작았다.

'큰 놈이 지휘했었으니까 작은 놈이 약하겠지.'

도마뱀인가들은 원래 살던 곳에서 멀리 떨어진 곳까지 오더니 무엇인가 잡기 시작했다.

신운성은 슬그머니 움직여 사각지대로 파고들었다. 하지만 낮이었고 사방이 탁 트인 상황이라 신운성은 발견되었다.

"키익! 키아아아아아!"

한 마리가 신운성과 서은하를 보고 괴성을 지르자 작업을 멈추고 무기를 들고 다가왔다.

도마뱀인간들은 숫자를 믿고 덤볐다.

'날 기억 못하는 건가?'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신운성과 조우했던 도마뱀인간은 대부분 죽었다. 덩치가 작은 것들은 한 번도 신운성을 보지 못했다.

그렇기에 이것들은 자신들이 만난 존재가 그 동안 무서워서 피했던 존재라는 사실을 하나도 몰랐다.

'나야 편하고 좋지!'

마주 달려 나가는 신운성의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피었다.

"키아아아아아악!"

도마뱀인간들은 기선을 제압하기 위해 괴성을 지르며 덤벼들었다.

전면에서 동시에 3마리가 짓쳐들어 위험해 보였지만 신운성은 여유 있게 제일 왼쪽으로 움직여 한 마리를 먼저 상대했다.

퍼억!

공격을 하려던 도마뱀인간의 공격을 슬쩍 피하며 팔뚝을 치자 무기를 놓쳤다. 그와 동시에 다른 놈이 공격했지만 이번에는 오러를 머금은 방패로 막고는 팔을 후려쳤다. 그러자 팔의 피부가 터져나갔다.

무기를 들고 있는 놈은 하나. 날아오는 공격은 메이스로 막고 발로 걷어찼다.

단단한 근육이 느껴졌지만 도마뱀인간은 충격을 받고 물러섰다. 그 사이 신운성은 무기를 다시 쥐려던 놈들의 머리를 후려쳐 박살냈다.

순식간에 3마리를 해치우고 나자 서은하가 남은 3마리를 상대하는 것을 도와주었다.

"후우........ 다친 데 없지?"

"응."

"이것들이 소리 질렀으니까 다른 놈들이 올지도 모르겠다. 일단 피해있자."

두 사람이 떠나고 난 뒤 도마뱀인간들이 나타났다. 총 10마리였다. 도마뱀인간들은 주변을 살피다 시체를 들고 사라졌다.

다음 날도 그 다음 날도 신운성은 계속 사냥했다. 도마뱀인간들의 숫자는 점점 줄었다. 그리고 나중에는 20마리씩 뭉쳐서 다니기 시작했다.

신운성은 잠시 고민했다.

'이제 슬슬 안으로 들어가 볼까? 아니면 더 잡을까?'

답은 금방 나왔다.

안전제일.

더 잡기로 한 뒤에 머리를 굴려 방법을 생각해냈다. 그것은 바로 함정.

신운성과 서은하는 함정을 파기 시작했다.

깊게 땅을 판 뒤에 인벤토리에 가지고 다니던 단검을 꺼내 빼곡하게 박았다. 이후 상점에서 창을 산 뒤 창대를 잘라 기둥으로 삼고 그 위에 구입한 옷들을 펴서 고정했다. 단검을 모두 가린 뒤에는 흙을 살살 뿌려 함정을 완성했다. 이후 신운성은 알아볼 수 있게 표식으로 큼지막한 돌들을 주변에 박아 놨다.

함정은 두 개 더 만들어 총 3개가 되었다.

이후 신운성은 20마리의 도마뱀인간을 유인했다.

"야이 멍청한 새끼들아!"

도마뱀인간들은 달랑 두 명만 있는 것을 보고 달려왔다. 덩치가 약간 큰 놈들도 있었다. 약간 절뚝거리는 놈도 있었다.

여러 마리가 맹렬히 뒤를 쫓아왔다. 신운성과 서은하는 천천히 달리며 유도했다. 함정을 만들었어도 결국 싸워야 하기에 힘을 모두 소비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었다.

덕분에 도마뱀인간들과의 거리는 점점 좁혀졌다.

적절한 계산 덕에 함정 앞에 도착했을 때는 도마뱀인간들은 거의 뒤를 잡은 상황이었다. 신운성과 서은하는 동시에 커다랗게 만든 함정을 뛰어넘었다.

"키에에에에에엑!"

바짝 뒤를 쫓던 도마뱀인간들은 멈출 사이도 없이 함정에 빠졌다. 함정을 밟고 비명을 지르자 멈추려 했지만 맹렬히 달리고 있어 속도를 줄이지 못했다. 결국 앞으로 구르며 6마리가 떨어졌다.

단순한 덫이 아닌 단검들이 박힌 도마뱀인간들은 부들부들 떨었다.

신운성은 도마뱀인간들이 멈춘 것을 보고 약 올리듯이 멈췄다.

"무섭냐? 무섭지?"

언어를 알아듣는지 몰라도 신운성은 계속 도발적인 행동을 보였다. 급기야 자리에 앉아 물을 꺼내 마시기까지 했다.

멈췄던 도마뱀인간들은 다시 달렸다. 그리고 또 함정에 빠졌다. 이번에는 5마리였다.

한 차례 도발이 더 이어지자 또 다시 짧은 추격전이 이어졌고 이번에는 4마리가 함정에 당했다.

남은 것은 5마리.

이젠 도망칠 필요가 없었다.

도마뱀인간들을 다 처리하고 단검을 비롯해 쓸 만한 것들을 도로 챙긴 신운성은 같은 짓을 계속 반복했다.

그리고 며칠이 지나도 도마뱀인간들이 건물에서 나오지 않자 결심했다.

'이제 들어가도 되겠어.'

대낮에 입구로 들어갔다. 어둠을 경계하며 조금씩 안으로 들어가자 은은한 빛이 통로를 밝혔다. 빛나는 구슬들이 일정한 간격으로 박혀 있어 사물을 구분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이건 대체.'

조악한 무기를 쓰던 도마뱀인간들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건축 기술이 사용된 내부였다.

신운성은 의혹을 강하게 느끼면서도 주변을 꼼꼼하게 살피는 것을 잊지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거주 구역으로 쓰는 곳이 나왔고 여기저기 부상당한 도마뱀인간들과 허리에도 오지 않는 작은 도마뱀인간들만이 보였다.

두 사람은 빠르게 처리했다.

별로 위협이 되지 않는 적들을 상대로 시간을 끌지 않았다.

도마뱀인간들을 마지막까지 죽이고 안을 다시 살펴보았다. 산 것은 없었다.

이후 더욱 깊숙한 곳까지 들어갔다. 물이 고여 있는 곳이 있는가 하면 도마뱀이나 뱀들을 잡아가 보관해놓은 곳도 있었다.

'도마뱀인간이 도마뱀이나 뱀을 먹네.'

하지만 가장 궁금한 것은 도마뱀인간들의 습성이 아니었다.

신운성은 통로를 따라 더욱 깊숙한 곳으로 들어갔다. 적막이 깔려 있는 통로를 걷는 발걸음이 귀를 계속 자극했다.

통로는 계속 이어졌다.

발걸음 소리에 맞춰 심장은 두근거렸다. 무엇인가 곧 변할 것 같은 예감이 강하게 들었다.

'벗어날까?'

순간 그런 유혹을 느꼈다. 앞으로 더 가지 않고 돌아나가는 편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

하지만 신전을 찾아야 했다.

때문에 수색은 멈출 수 없었다.

결국 통로의 끝에 도달할 수 있었다.

거대한 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문에 손을 대는 순간 심장의 두근거림은 더욱 거칠어졌다. 불안인지 흥분인지 알 수 없는 느낌에 신운성은 갈피를 잡지 못했다.

'앞으로 나간다.'

팔에 임을 주고 밀자 문이 밀리며 열리기 시작했다.

오랫동안 봉인된 안쪽의 공기가 흘러나오며 냄새가 났다. 묵은 공기의 냄새는 그다지 유쾌하진 않았다. 신운성은 지나갈 수 있을 만큼만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그 순간 메시지가 떴다.

- 잊혀진 라스틴의 신전을 찾았습니다.

퀘스트가 완료되었다.

'드디어 돌아갈 수 있다.'

하지만 아직 볼 일은 끝나지 않았다. 퀘스트로 신전까지 이끌었다면 뭔가 목적이 있을 터였다.

안으로 들어선 신운성은 신전 내부를 살펴보았다.

반질반질한 대리석으로 도배된 실내를 밝히는 것은 빛나는 구슬이었다.

크게 밝지는 않아 어둠을 몰아내는 정도. 묘한 분위기를 만들며 약간 으스스한 느낌을 주었다.

신전이라고 하지만 안에는 정말 아무 것도 없었다.

'이런 곳이 신전이라고?'

신상을 비롯해 신을 상징하는 물건은 하나도 없었다.

그때였다.

기어가 밝게 빛나더니 신전 중앙에 빛으로 만들어진 존재가 나타났다. 형체는 알아보기 힘들었다. 빛이 마구 번져 알아보기 어려웠다.

기이한 현상에 신운성은 움직이지 않고 빛덩어리를 바라보았다.

- 어서 오십시오.

귀가 아닌 머릿속에 울리는 음성은 별로 놀라움을 안겨주지 못했다. 기어가 내는 소리처럼 들렸기 때문이었다.

"지금까지 나와 함께 하고 있던 기어인가?"

- 그렇습니다.

"정체가 뭐지?"

- 저는 라스틴님이 이 세계에 남겨두신 힘의 편린입니다. 아주 작은 일부일 뿐이죠.

"대체 날 왜 여기로 납치한 거지? 내 의사와 상관없이 말이야."

질문이 툭 튀어나왔다.

지금까지 가장 묻고 싶었던 질문이었다. 제대로 답해줄 존재가 없어 항상 머릿속으로만 생각했던 질문이었다.

- 납치? 아닙니다. 당신은 납치당하지 않았습니다.

"그럼 뭐지? 멀쩡히 다른 세계에서 잘 지내던 나를 여기로 데려온 거잖아?"

- 당신은 다른 세계의 존재가 아닙니다.

빛의 얘기는 계속 이어졌다. 얘기를 모두 들은 신운성은 무너지듯 주저앉았다.

============================ 작품 후기 ============================

선작 추천 평점 코멘트 쿠폰 후원 모두 감사합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