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65 회: 밝혀진 정체 -- >
정체불명의 종족의 외형은 도마뱀이었다. 사막의 모래와 같은 누런빛이 감도는 피부에 울퉁불퉁한 피부. 파충류 특유의 생김새를 가진 얼굴. 팔과 다리만 인간에 가깝고 엉덩이로부터 기다란 꼬리가 나와 있는 모습은 기괴했다.
옷은 넝마에 가까웠다. 가지고 있는 무기도 조악했다. 문명이 그리 발달하지 않은 것 같아 보였다.
좀비의 존재도 기괴했지만 도마뱀인간도 기괴하긴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차이는 있었다.
"수가 많지 않은 거 같아."
"응."
어디까지나 죽음의 숲에 있는 좀비들에 비해 수가 많지 않다는 소리였다. 잠도 자지 않고 며칠을 전투하며 행군해야 할 정도로 많은 좀비가 있었다는 것은 아직까지도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였다. 죽음의 숲에 비하면 도마뱀인간들은 평범한 사막부족처럼 보일 정도였다.
또 다른 차이점이라면 기어를 주지 않았다는 점.
좀비를 사냥하면 기어를 얻을 수 있었지만 도마뱀인간은 아니었다. 아무 것도 나오지 않았다.
멀리서 무리 지어 움직이는 도마뱀인간들을 보며 신운성은 고민했다.
'잡을까?'
정신이 반쯤 나간 상태에서도 잡았으니 전력상 밀릴 일은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방심할 순 없다. 상대했던 놈들이 마침 무리 중에서 최고로 약한 놈들이었을지도 모르니까.
인간도 자신보다 훨씬 작은 뱀의 독에 죽기도 한다. 작은 놈이라고 방심하다가는 자연에서는 그대로 황천행이다. 그러니 방심하지 않고 경계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밤이 찾아오자 도마뱀인간들의 활동이 뜸해졌다. 근거지로 추정되는 건물로 모두 돌아간 도마뱀인간들은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저런 모습이라면 사막인들에게도 알려졌을 텐데. 대체 어떻게 된 것일까?'
생각해보면 이해 안 가는 일들뿐이었다.
'복잡한 건 일단 나중에 생각하자.'
현재 중요한 것은 신전을 찾는 것뿐이었다. 다음 일은 그 다음에 생각해볼 일이었다. 정신이 나갈 정도로 지겨운 사막을 벗어나는 것이 현재 유일한 희망이었다.
신운성은 상점에서 물건을 여러 개 샀다.
그것은 바로 '덫'이었다.
시간이 지나 아침이 되자 도마뱀인간들이 밖으로 나오려 했다. 그러다 한 놈이 비명을 질렀다.
"캬아아아아!"
거대한 덫의 이빨이 발목을 파고들어 피가 흘렀다. 뒤따르던 도마뱀인간들은 깜짝 놀라 나오며 살피려 했으나 그들 또한 덫을 발동시켰다.
"키아아아아아!"
도마뱀인간들의 비명이 연이어 들리자 안에서 무수히 많은 도마뱀인간들이 몰려나왔다.
덫은 계속 발동되었다. 그제야 도마뱀인간들은 경계를 하며 주변 땅을 몽둥이로 내리치며 살폈다.
9마리가 발목에 상처를 입고 절뚝거리며 안으로 실려 갔다. 이어서 분노한 도마뱀인간들이 짝을 지어 주변으로 퍼졌다. 주변에 있을 괘씸한 적을 찾기 위한 움직임이었다.
'됐다.'
멀리서 상황을 지켜보던 괘씸한 적 신운성은 슬그머니 움직였다.
흩어진 것들을 사냥할 시간이었다.
"쉬이이이이익!"
도마뱀인간 둘이 연신 쉭쉭거리며 의사를 교환했다. 상당히 열이 받은 상태. 공격적이 돼서 그런지 피부색이 검붉어졌다.
신운성은 그런 두 마리의 도마뱀인간들을 숨어서 지켜보았다.
'거리는 충분. 숫자는 적다.'
신운성과 서은하는 눈짓으로 뜻을 교환했다.
'내가 왼쪽. 넌 오른쪽.'
이어지는 끄덕임에 신운성이 몸을 날리자 서은하가 뒤따랐다. 사막의 바람보다 더 빠르게 달린 신운성의 메이스는 사정없이 도마뱀인간의 뒤통수를 갈겼다.
공격적으로 변해있던 도마뱀인간의 머리가 박살나며 피가 사방으로 튀었다.
다른 도마뱀인간이 놀랐으나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서은하는 도마뱀인간의 머리를 사정없이 박살냈다. 피가 튀어 얼굴에 묻었다. 붉은 피가 은발을 적시며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무표정한 얼굴에는 감정이 없었다.
'믿음직해. 강하고 아름다워.'
생각 같아선 뜨거운 시간을 가지고 싶었지만 할 일은 태산이었다.
두 사람은 다음 목표를 향해 조용히 움직였다.
도마뱀인간들은 주변을 수색해도 별다른 이상을 발견하지 못해 다시 건물 근처에 모였다. 그러나 수가 부족했다.
"키아아아아아아악!"
여러 마리가 동료를 부르기 위해 고성을 내질렀으나 되돌아오는 것은 없었다.
도마뱀인간들의 분위기가 더욱 나빠졌다.
이번에는 한 조를 이룬 숫자가 2배가 되었다, 네 마리씩 짝을 지어 다시 주변을 수색하기 시작했다.
'물러나자.'
적들이 수가 불어난 것을 보고 신운성은 망설이지 않고 물러났다. 4마리라면 잡는 것이 어렵지 않을 수 있지만 실수하면 동료를 불러 모으게 되고 그렇게 되면 피곤한 일이 벌어질 수 있었다.
'시간은 아직 많아.'
밤이 되자 신운성은 조용히 건물의 입구를 향해 다가갔다. 땅을 조용히 파내고 덫을 설치한 후에는 흙으로 보이지 않게 가렸다. 바람이 불면 드러날 수도 있기에 꽤 깊이 땅을 파고 흙은 약간 넉넉하게 올려놓았다.
덫을 다 설치한 뒤에는 조용히 물러나 휴식을 취했다. 이제 적이 다시 걸리길 기다리면 될 뿐이었다.
다음날 아침.
도마뱀인간 하나가 역시 걸려들었다. 그러나 피해는 계속 이어지지 않았다. 한 번 당한 뒤에는 조심하게 된 것이었다.
화가 난 도마뱀 인간들은 다시 4마리씩 짝을 지어 주변으로 흩어졌다.
신운성은 물론 다시 물러났다.
이후 7일간 같은 일을 반복했다. 이쯤 되자 도마뱀인간들은 밤에 건물 입구에 보초를 세웠다.
어두운 밤은 신운성에게 매우 익숙했다.
밤에 싸웠던 수많은 경험들은 모두 피가 되고 살이 되었다.
어둠속을 거니는 사냥꾼은 목표를 향해 살금살금 다가갔다.
도마뱀인간들은 아무런 소리도 듣지 못했다. 하지만 등 뒤에 신운성과 서은하가 서자 그제야 이상을 느끼고 돌아봤다.
그러나 그것이 끝이었다.
오러를 머금은 단검이 잽싸게 목을 갈랐다. 피가 솟구쳤다. 소리 대신 피거품만이 목구멍 안에서 끓어올랐다.
그렇게 보초를 서고 있던 두 마리를 잡은 뒤에 시체를 끌고 입구에서 약간 떨어졌다.
그 다음 한 일은 시체 부근에 덫을 설치하는 일이었다.
도마뱀인간들은 또 당했다.
"캬아아아악! 캬악! 캬악!"
가장 덩치 큰 녀석이 성질을 부리며 주변의 작은 놈들을 때렸다. 이윽고 뭔가 명령을 내리자 도마뱀인간들은 주변으로 흩어져 수색을 시작했다.
수색은 물론 허탕이었다. 숨어 다니는 데 도가 튼 신운성과 서은하가 그리 쉽게 잡혀주지 않았다.
밤이 되자 건물 입구 주변에는 4마리의 도마뱀인간들이 보초를 섰다.
4마리. 낮에는 부담이 갈 수 있지만 밤에는 상관없는 숫자였다.
'어둠은 가장 좋은 엄폐물.'
어둠을 이용한 공격에 눈을 뜬 두 사람은 아무렇지도 않게 보초들을 향해 다가갔다. 두 마리의 머리를 바수는 것과 동시에 다른 두 마리가 소리를 질렀다.
"키에에에에에엑!"
허나 그것이 세상에서 마지막으로 낸 소리.
머리가 빠개지며 사방으로 피를 뿌리고는 쓰러졌다.
도마뱀인간의 마지막 외침을 들은 이들이 안에서 뛰쳐나왔지만 신운성과 서은하는 이미 어둠 속으로 사라진 뒤였다.
도마뱀인간들은 점점 신경질적으로 변했다. 그러나 변하는 것은 없었다. 신운성과 서은하를 찾지 못하고 계속 허탕만 쳤다. 밤이면 보초를 해치웠다. 아주 가끔 함정을 설치해 도마뱀인간들을 골치아프게 했다.
도마뱀인간들의 숫자는 점점 줄어들었다. 시간의 흐름과 함께 계속 줄어들다보니 결국 도마뱀인간들은 조심성이란 것을 배우게 되었다.
보초는 세우지도 않았고 아침에 나올 때는 항상 주변의 땅을 막대기로 내리쳐서 함정의 유무를 살폈다.
'슬슬 다른 작전을 써야겠군.'
감당할 수 없는 적들이 자신들을 노리고 있다는 생각에 도마뱀인간들은 행동을 바꾸었다. 초식동물처럼 조금 더 조심스러워졌다.
밤이 되자 신운성은 아무도 없는 건물 입구 앞에 섰다. 이번에는 입구 앞에 다수의 함정을 설치한 뒤에 상점에서 옷을 무더기로 샀다. 꽤 많은 포인트가 나갔지만 동전 1만개를 받았던 신운성은 그것을 10배로 뻥 튀겨주는 행운의 기어를 가지고 있었다.
상점 포인트는 아직도 넘쳐나기 때문에 싸구려 옷을 좀 많이 샀다고 문제 될 것은 없었다.
옷을 건물 입구 안에 쌓여졌다. 이후 불붙은 옷더미는 활활 타올랐다. 신운성은 불붙은 옷을 하나씩 메이스로 들어 안쪽으로 던졌다. 서은하는 뒤에서 연신 방패로 부채질을 했다.
연기가 안쪽으로 향하니 안쪽에서 도마뱀인간들이 튀어나왔다.
"키아아아악!"
죽여 버리겠다는 각오가 느껴지는 괴성을 내지르며 맹렬히 다가오고 있었으나 신운성은 피식 웃었다.
'역시 두 마리가 동시에 움직이기에는 좁네.'
신운성은 통로에 버티고 서서 도마뱀인간들을 맞이했다.
그렇게 한 마리씩 죽였다.
신운성을 잡기 위해선 불더미 위를 뛰어 넘어야 했는데 그렇게 되면 여지없이 메이스가 날아와 몸 어딘가를 박살냈다.
통로에는 도마뱀인간의 시체가 쌓이기 시작했다. 신운성은 계속 잡으며 뒤로 밀리자 외쳤다.
"가자!"
설치해둔 함정을 건너뛰었다. 함정 사이에 돌을 깔아 두었기에 알아보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서은하가 먼저 벗어난 뒤에 신운성이 빠르게 벗어났다.
뒤이어 튀어나온 도마뱀인간들은 쫓아오다가 덫에 발목을 잡혔다.
철컥!
소름끼치는 금속성과 함께 튀어나온 강철이빨이 도마뱀인간의 발목을 꽉 물었다.
"키아아아아악!"
뒤쫓아 나오던 도마뱀인간들은 함정에 연속으로 걸렸다. 이로 인해 추적이 약간 느슨해졌다.
신운성과 서은하는 유유히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도마뱀인간들은 포기하지 않고 어둠 속을 달려 뒤를 쫓으려 했다. 그러나 이것이 실책이었다.
멀리 도망치던 두 사람은 적당히 떨어진 곳에서 몸을 납작 엎드리고는 뒤쫓아 올 도마뱀인간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 작품 후기 ============================
한 번 페이스가 흐트러지니 회복하는 게 힘듭니다.
다음 편은 지금부터 써야 할 것 같습니다.
언제 올리겠다고 다짐은 못하겠습니다.
상태도 안 좋은데 모기가 모니터 앞에서 현란한 비행을 하면서 계속 방해공작을 펼치네요.
선작 추천 평점 코멘트 쿠폰 후원 모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