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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의 기어-64화 (64/109)

< -- 64 회: 밝혀진 정체 -- >

시녀로 아미야를 받아들이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데리고 있다가 적당한 남자에게 보내면 된다는 말에 서은하도 받아들였다. 하지만 전사인 두 사람이 싸울 줄 모르는 여자를 데리고 다닐 순 없는 법이었다.

"제 시녀라고는 하지만 솔직히 지금 데리고 다닐 수는 없습니다."

"그거야 남부로 가게 되면 그때 부탁하네. 지금은 그냥 옆에서 시중들게 해주면 돼."

"저는 좀 더 사막을 돌아다니고 싶은데요. 솔직히 사막의 건물에 관심이 많아서요."

"그래? 그럼 그 동안에는 내가 데리고 있겠네. 하지만 꼭 데려가야 해."

"알겠습니다. 보답이라니 제가 안 받으면 파렴치한 놈이 되겠죠."

"하하하하! 맞아. 전사들의 대장인 날 부끄럽게 하면 안 되는 거야."

아미야는 좋은 소녀였다. 신운성이나 서은하를 착실히 시중들었다. 전사들의 대장을 아버지로 두었다면 약간 건방질 법도 하건만 그런 것이 하나도 없었다. 나중에 서은하에게 전해들은 바에 의하면 남부에서 정착하고 싶은 욕구가 매우 강하다고 했다.

사막에서 살지만 사막을 사랑하는 사막인은 없다는 것이 대표적인 이유였다.

어쩔 수 없이 살 뿐이었다. 다른 곳으로 진출하려고 해도 피부색을 가지고 차별을 심하게 하니까.

때문에 호안바트가 신운성에게 딸까지 붙여주는 것이었다. 신운성이 오러까지 쓰는 전사이고 사절단에까지 끼었으니 그래도 자리 잡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아서였다.

'신전을 빨리 찾아야 돌아가서 정착하는데 도와주든 할 텐데.'

문제는 호안바트가 여러 편의를 봐주면서도 어디 가는 건 꼭 가로 막는다는 사실이었다. 사절단이 돌아와서 문제가 해결되기 전에는 절대 안된다는 것이었다.

덕분에 신운성은 원치 않는 수련의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뜨겁다.'

오러 연공법은 주변의 마나를 흡수하는 것. 사막에서 오래 지내게 된 신운성은 아예 사막의 열기 속에 있을 마나를 흡수해보고자 했다. 뜨거운 열기를 온 몸으로 받으면서 오러 연공법을 펼치니 몸 안에 들어온 기운들이 날뛰는 느낌이었다.

낮에 오러 연공을 한 뒤에는 밤에 또 했다.

밤낮을 쉬지 않고 계속 오러 연공을 하다보면 아주 가끔 정신력이 오르기도 했다.

'정신력은 중요해.'

마나를 느끼고 컨트롤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신운성은 쉬지 않았다.

매일 같이 수련을 하는 날이 지속되는 와중에 남부로 떠났던 사절단의 일부가 되돌아왔다. 남부와 일이 잘 풀렸다는 소식을 가지고 오자 벨로트족은 모두 사막을 떠날 준비를 하느라 바빠졌다.

"자네는 안 간다고?"

"네, 다른 사막의 부족들을 설득해보려고요."

"하긴, 우리만 가지고 사막에서 뭘 하기는 좀 그렇지."

"시간은 아끼는 편이 좋죠."

거짓말이었다. 되돌아갈 수 있다면 그냥 돌아가고 싶은 것이 신운성의 마음이었다. 그러나 퀘스트 때문에 사막을 떠날 수 없는 처지이니 어떻게 해서든 핑계를 대야만 했다.

결국 벨로트족과 신운성은 헤어졌다. 벨로트족의 전사들이 사막에서 싸우게 되면 부족민들이 무방비 상태가 되니 남부 부족 연합에 합류해 보호를 맡기고 싸우려는 것이었다. 이러한 제안은 남부 부족 연합도 쌍수를 들어 환영했다. 부족민이 자신들과 함께 있다면 전사들이 마지막 순간에 배신할 일은 적어지기 때문이었다.

"그럼 당분가 다시 만나기는 힘들겠군. 하지만 잊지 말게. 내 딸은 자네들 시녀야."

"네, 알겠습니다."

호안바트는 만족한 표정을 지었다. 사실 그에게 딸은 많다. 아들도 많다. 다른 부족의 여자들을 받아들이면서 딸려오는 아이들은 모두 양자나 양녀가 된다. 때문에 자식이 많았다. 이러한 혈연을 이용해 영향력을 넓히는 것은 사막에서뿐만 아니라 이 세상에서 흔히 벌어지는 일이었다.

신운성의 사막 수색은 계속 이어졌다. 다른 부족을 만나는 것은 굉장히 힘들었지만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다. 사막에 넓게 퍼진 것처럼 부족들은 드문드문 자신들의 영역을 구축하고 있었다.

만나는 부족에게는 벨로트족에게 했던 것처럼 남부 부족 연합에 대해 알려주었다. 그리고 다시 이동했다. 확인하고 싶으면 직접 가서 알아보라며 정보를 주고 떠났다. 괜히 상대 부족의 근거지로 가게 되면 움직이지도 못하고 묶일 수 있었다.

"아, 정신이 이상해질 것 같아."

"여기 물 좀 마셔."

3개월을 같은 일을 반복했다. 굳이 낮에 움직인 이유는 주변을 잘 살필 수 있는 빛이 필요하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더운 상황에서도 신운성은 쉬지 않았다.

"대체 언제까지 이렇게 헤매야 하는 건지."

사막은 넓었다. 동쪽으로 간다면 코벵이나 바다가 나올 수 있기에 방향은 무조건 서쪽이었다. 원을 그리듯 샅샅이 뒤지고 싶긴 했지만 달랑 2명으로 광범위한 지역을 수색할 순 없었다. 그래서 한 일은 바로 만나게 되는 사막인들에게 지도를 보여주며 물어보거나 아무도 살지 않는 건물 같은 것을 물어보았다.

자신들의 근거지에 대한 물음이 아닌 다른 건물들에 대한 질문에 경계하는 부족이 있는가하면 별 다른 의심 없이 솔직하게 말해주는 자들도 있었다.

지도가 가리키는 곳은 찾지 못했다. 하지만 몇몇 다 무너진 폐허 같은 건물들은 발견했다. 안에서 발견된 것은 없었다. 다른 사막인들이 가르쳐주었기 때문에 쓸 만한 것이 남아있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사막의 날씨가 갑자기 흐려졌다.

"뭐야? 무슨 일이지?"

구름이 있다는 것은 비가 내릴 수도 있다는 소리였다. 사막이라고 비가 아주 안 오는 것은 아니었다. 비가 안 오는 곳도 있고 오는 곳도 있다.

하지만 이번에 찾아온 것은 비구름이 아니었다.

투두둑.

"어?"

빗소리라고 보기에는 너무나 큰 소리.

"방패로 막아!"

두 사람은 움직이기보다 제자리에서 방패로 머리 위를 막았다. 엄지 손가락만한 우박이 떨어지면서 내는 소리는 무서웠다.

우박에 맞은 낙타는 날뛰었다. 결국 두 사람은 낙타를 놓치게 되었다. 발광하는 낙타에 타고 있다가 떨어지면 안 되기 때문이었다.

낙타들은 발광하며 뛰었지만 얼마 가지 않아 쓰러졌다.

"젠장!"

방패를 계속해서 두들기는 우박 소리에 신운성은 연신 욕을 내뱉었다. 하지만 그런다고 우박이 멈추거나 하지는 않았다.

"오빠! 방패 뚫릴 것 같아!"

새로운 방패를 상점에서 구입해 양 손에 들게 했다.

한 동안 무섭게 내린 우박은 갑자기 멈췄다. 하늘은 언제 무엇인가 쏟아냈냐는 듯이 해맑았다.

"뭐 이런 개 같은 날씨가."

"이럴 때도 있구나......."

사막이라고 1년 내내 태양만 바라보라는 법은 없지만 굵직한 우박을 사막에서 맞이한 일은 신기하고도 무서운 경험이었다.

"방패 다 찌그러졌어."

"그러게."

두 사람은 너무 찌그러져서 쓰기 어려워진 방패는 버렸다.

"그런데 낙타는 어쩌지?"

"이제부터 걸어야지. 어휴."

한숨이 나오는 상황이었다. 사막을 헤매는 것도 골치 아픈데 이젠 걸어 다녀야 할 판이었다.

걷는다. 또 걷는다.

열사의 땅을 하루 종일 걷는다는 것은 고문에 가까웠다. 가죽신 안은 땀이 차서 무좀이 생길 것만 같았다. 그래서 앞과 뒤, 그리고 옆 부분을 조금만 잘라 공기가 통하게 만들었다. 가죽 신발이야 상점에서 다시 사면 그만이기에 두 사람은 부담이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열기가 어디 가는 것은 아니었다.

낙타를 타고 움직일 때보다 물 소모량이 더 늘었다. 더구나 사막 부족은 보이지도 않았다.

뭐라고 투덜거리고 싶었지만 더위에 힘만 빠지기 때문에 신운성의 입은 열리는 일이 없었다. 투덜거린다고 시원해지지는 않는다. 오히려 더 더울 뿐이었다.

짜증과 고통 속에서 사막을 헤맨다는 것은 물과 식량이 있다고 해도 고문에 가까운 일이었다.

기어를 통해 강철 체력을 손에 넣지 못했다면 일사병으로 쓰러지고도 남았다.

지긋지긋한 사막.

'벗어나고 싶다.'

한 가지 열망이 의식을 지배하려고 했다. 하지만 생에 대한 집착은 신전을 찾으라 명했다.

"신전....... 신전........"

간절한 마음은 환각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더위에 조금씩 미쳐간 신운성은 조금만 특이한 바위가 보이면 신전을 중얼거리며 다가갔다.

낙타를 잃고 다시 1달이 흘렀다.

그리고 신운성은 기괴한 이들을 만날 수 있었다.

"쉬익! 인간이다!"

"잡아!"

"어? 뭐야? 왜 그러십니까?"

신운성은 다가오는 이들을 향해 의문을 던지면서도 반사적으로 방패와 메이스를 쥐었다.

"캬아!"

다가온 이들은 괴성을 지르며 덤볐다. 이에 신운성과 서은하는 반격했다. 강력한 힘을 실은 몽둥이가 방패를 때렸다.

꽈앙!

귀를 울리는 소리에 정신이 번쩍 든 신운성은 이를 갈았다.

"개새끼들이!"

사막을 헤매느라 정신이 반쯤 나갔던 신운성의 눈이 일그러졌다.

분노한 순간 오러가 일어났고. 오러를 일으킨 순간 앞에 선 자가 피떡이 됐다.

생명을 노리는 이들에게 자비 따위는 없었다.

신운성은 마구 날뛰며 덤벼드는 자들을 모두 때려잡았다. 신운성이 날뛰니 항상 등만 보며 쫓아다니던 서은하도 날뛰었다.

"후우......."

더 이상 주변에 상대할 적이 없음을 깨달은 신운성은 겨우 정신을 차렸다. 그리고 자신이 죽은 이들을 보며 놀랐다.

"뭐야 이것들은?"

시체는 인간의 것이 아니었다.

도마뱀으로 보이는 존재들이었다. 커다란 몸집의 덩치들이 인간처럼 옷을 입은 모습이었다.

"미치겠네."

사막에 이런 존재들이 있다는 소리는 듣지 못했다. 문득 신운성은 죽음의 숲이 떠올랐다. 같은 것을 생각했는지 서은하의 목소리가 밝아졌다.

"혹시 이 근처에 신전이 있는 게 아닐까?"

"그럴지도 모르겠다."

"그럼 찾아봐야지."

"아니야."

정신이 되돌아온 신운성은 일단 물부터 마시고는 생각을 정리했다.

"이 놈들이 더 많을 수도 있어. 일단 조심해서 움직여야지. 물러나자."

"응, 그런데 어디로 물러나?"

신운성은 주변을 둘러보다 난감해졌다.

"우리 어디로 왔지?"

서은하는 고개를 흔들었다.

신운성은 정신이 반쯤 나간 상태에서 걸었기에 지나왔던 길에 대한 기억이 거의 없었고 서은하는 계속 신운성의 등만 보고 걸었었다.

"일단 여기서 벗어나자."

신운성은 침착하게 시체들을 살피며 기괴한 것들이 나타난 반대 방향으로 추정되는 곳을 향해 움직였다.

============================ 작품 후기 ============================

이제야 겨우 다 썼네요. 늦어서 죄송합니다.

선작 추천 평점 코멘트 쿠폰 후원 모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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