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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의 기어-58화 (58/109)

< -- 58 회: 서전 -- >

신운성과 서은하가 사막을 헤메는 동안 되돌아온 사절단은 두 사람의 실종을 알렸다.

"그럴 수가. 대체."

사드하와 카딘을 비롯해 유드족의 전사들은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었다.

"혹시 공격이라도 당했나?"

"아닙니다. 별 다른 일 없었습니다. 아마도 너무 멀리 움직였다가 길을 잃고 되돌아오지 못한 것 같습니다."

"그럴 수가."

사드하는 자신의 잘못이라고 생각했다. 좀 더 많은 경험을 시켜주기 위해 보냈건만 너무나 허무하게 두 사람을 잃게 되었다.

"미안하다."

사드하는 먼저 카딘에게 사과했다. 카딘의 여동생은 결혼하고 얼마지나지도 않아 졸지에 미망인이 되었다.

"아닙니다. 어차피 혼자 살겠다고 하던 녀석이니까. 괜찮겠죠."

"후우......."

원수라도 확실하다면 복수라도 생각하겠지만 사막에서 실종된 것이니 복수하겠다는 생각도 할 수 없었다.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닙니다. 어서 기마병을 준비해야죠. 적들의 원군이 도착한 모양이더라고요."

"그래."

슬픔에 빠져 있을 시간은 별로 없었다. 슬퍼할 시간에도 전쟁은 계속 해야만 했다.

루앙.

영주의 자식들과 기사들, 그리고 그들이 끌고 온 병력은 바로 루앙을 점령했다. 성황군은 부두를 비롯해 방벽의 안쪽만을 이용하기로 했다.

"그러니까 나머지는 도시를 재건하는데 기여를 많이 한 이들에게 공평하게 분배한다?"

"그렇습니다. 공자."

"이렇게 좁은 곳에서 나눠 먹기를 해야 한다니 차라리 밖으로 나가서 차지하는 편이 좋지 않을까?"

"우린 남부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습니다."

"하는 수 없지."

수많은 귀족들은 결국 루앙을 재건하는데 힘을 보탰다. 마음은 벌써 남부를 휘저어 거대한 영지의 주인이 되는 것에 쏠려 있었으나 무턱대고 서두를 순 없었다. 혼자서 잘났다고 날뛰다가 남부인들의 공격에 지워질 가능성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루앙은 빠르게 재건되었다. 더구나 루앙의 외곽에는 예전에는 없던 벽까지 세우기 위한 공사에 들어갔다.

이것이 남부인들을 자극했다.

"이런 식이면 결국 루앙은 저들의 손에 떨어지게 됩니다. 저들의 목적이 확실한 점령을 통한 남부인 말살이라면 우린 새로운 방법을 찾을 때까지 저들의 걸음을 최대한 늦춰야 합니다."

밤이 되자 전사들은 조용히 루앙에 접근했다. 벽 앞쪽에는 접근하는 이들을 보기 위한 불이 피워져 있었다. 불 근처에 보초는 없었다.

'아마도 멀리서 지켜보고 있겠지.'

이렇게 되면 쉽게 접근하는 것은 어려웠다. 불을 피해 돌아가야 하는데 루앙 전체를 둘러쌀 정도로 널리 퍼진 감시망은 매우 촘촘해 보였다.

"조용히 끝내긴 어려운 것 같다."

"그럼 빠른 시간 내에 파괴하고 나오죠."

전사들은 돌격을 시도했다. 그러자 멀리서 고함 소리가 들렸다.

"적이다! 습격이다!"

순식간에 소란스러워졌다.

"더 빨리!"

전사들은 온 힘을 다해 달렸다. 그리고 미완성의 벽에 도달한 순간 주변에 보이는 도구와 벽을 파괴하는데 전념했다. 가끔 멀리 사람이 보였지만 쫓아가 죽이거나 하진 않았다.

"적이 다가온다! 뒤로 빠지자!"

목적은 오로지 공사 방해였을 뿐.

전사들은 썰물이 빠져나가는 것처럼 빠르게 도망쳤다.

"생쥐 같은 놈들이네."

"아무래도 공사를 방해할 생각인가 봅니다."

보고를 받은 그란은 히죽 웃었다.

"그만큼 신경 쓰고 있다는 얘기겠지. 어쨌거나 귀족들 상황은 어떻지?"

"가서 일망타진하겠다고 벼르는 이들이 있습니다."

"숫자는?"

"약 1천 정도뿐입니다."

"너무 적네."

"어떻게 할까요?"

"같이 움직이지. 그들만으론 불안하니 성기사 100명을 붙여줘."

"알겠습니다."

성기사와 함께 밖으로 나온 영주군은 가르농에서 나온 전사들과 마주하게 되었다.

영주군은 모두 말에 탄 상태였지만 남부 전사들도 마찬가지였다.

"오늘 거하게 한 판 붙겠군."

사드하는 성기사들과 함께하는 영주군을 보고는 웃었다.

전투를 앞둔 심장은 두려움에 더욱 빨리 뛰고 있지만 억지로 웃었다. 머리를 공포에 물들게 하지 않기 위해서. 그리고 아군의 긴장을 풀기 위해서.

"나이도 많은데 돌아가 쉬시죠."

"그래, 나이 많은 나보다 더 못 싸우는 놈은 내일 밥 굶긴다."

"그럼 우리가 더 잘 싸우면 뒤로 빠지는 겁니다?"

"물론이다."

전투를 앞둔 긴장을 풀며 사기를 고조시킨 남부 전사들은 괴성을 내지르며 달려나갔다.

"드디어 마족을 발견했군요."

"적에게 안식을."

"적에게 안식을!"

한 성기사의 구호에 모든 병력이 따라하며 달려 나갔다. 말발굽 소리가 사방으로 흩어지며 땅을 뒤흔들었다.

점점 가까워질수록 커지는 소리에 심장은 더욱 빠르게 뛰었다.

서로를 향해 달리던 이들은 말을 조종해 살짝 상대를 스쳐지나갈 경로를 잡았다. 그리고는 무기를 휘둘렀다.

"크아아아악!"

"히히힝!"

충돌이 이어지자 사람과 말이 쓰러지는 사태가 속출했다. 사람만 공격한 것이 아니라 말을 공격한 이들이 있기 때문이었다. 아무래도 말보다는 사람이 가까우니 말을 공격하는 것도 한 방법이었다.

양군은 빠르게 서로를 스쳐지나갔다. 안전한 곳에 다다르자 다시 뒤돌아선 양 군은 서로의 피해를 확인했다.

"비슷비슷하군."

피해가 비슷했다.

"다시 간다!"

외침과 함께 영주군은 돌격했다. 남부 전사들도 돌격했다.

피가 흐르는 전투는 계속 이어졌다. 그리고 승자는 영주군이었다.

"젠장."

카딘은 가르농으로 후퇴하며 눈물을 흘렸다. 오랫동안 따르던 사드하가 전투에서 사망했다.

전사가 전장에서 죽는 것은 운명이었다. 하지만 상실이 슬프지 않을 순 없었다.

가르농에 도착한 카딘과 전사들은 상황을 보고했다.

수많은 전사들의 목숨을 잃고도 승리를 얻지 못했다는 사실은 충격이었다.

"좋지 않아."

가르농을 책임지던 이는 신음을 흘렸다.

패전은 좋지 않았다. 부족 통합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였고 아직 혼란스러운 때였다. 이럴 때 패배를 하게 되면 패전의 원인을 찾아 책임을 물으라는 사람들이 나오게 된다.

적을 코앞에 두고 권력 싸움으로 번질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였다.

"전사들은 일단 함구하도록."

명령이 내려지자 전사들은 전투의 결과에 대한 것을 아무도 말하지 않으려 했다.

하지만 어딜 가나 입이 가벼운 사람이 있는 법.

처음으로 치러진 대규모 전투의 결과는 은밀하게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승리를 거둔 영주군은 결국 가르농까지 진격했다. 첫 전투에서 승리를 거둔 이들이 공로를 인정받아 루앙에 대한 지분이 높아지자 다른 이들도 욕심을 부렸다.

"우리가 처음 나갔던 놈들보다 못한 것도 없는데."

"가봅시다."

새롭게 영주군이 다시 나섰다. 이번에 그란은 성기사를 함께 보내지 않았지만 여러 영주의 군대가 한꺼번에 몰려나갔기에 걱정하지는 않았다.

"5천 정도라면 쉽게 죽지는 않겠지."

지휘권이 제각각이었으나 그란은 별로 걱정하지 않았다.

성전에서 죽는 것은 신의 품으로 가는 지름길.

사람이 아무리 죽는다 해도 그란이 양심의 가책을 느낄 일은 없었다.

북부의 군대가 파죽지세로 남부를 향해 나아갈 무렵, 신운성은 한 무리의 사람들과 마주할 수 있었다.

"누구냐?"

원래는 말이 통하지 않을 상황이었으나 신운성에게는 말을 빨리 배울 수 있는 언어학습알약이 아직도 남아있는 상태였다.

"유드족의 전사. 하크요."

"남부인이 여긴 어쩐 일이지?"

"당신들 찾아 왔소."

"우리를?"

사막인들은 모두 검은 피부를 가진 흑인이었다. 이색적인 모습에 신운성은 잠시 움찔했지만 그것이 다였다.

"남부 싸우고 있소. 북부와 싸우고 있소."

신운성은 어렵게 단어를 조합해 대화를 이어나갔다. 어색한 모습이었지만 사막인들은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상인들이나 다른 지역 사람들과 원만하게 대화하지 보통 사람들은 소통이 안 되는 것이 보통이었다. 때문에 어설프게나마 자신들의 말을 하는 신운성과 서은하에게 약간의 호감을 가지고 있었다.

"도와주시오."

"그건 우리가 정할 일은 아니고 어쨌든 함께 쉬도록 하지. 그런데 여기까지 어떻게 온 거지? 보아하니 물도 다 떨어진 거 같은데."

"나도 모르오."

설명하기 귀찮은 신운성은 모른다고 해버렸다. 상대가 납득하도록 설명을 해야 할 필요가 전혀 느껴지지 않아서였다.

'이제부터가 중요하다.'

사막의 부족들을 설득해 남부의 편으로 끌어들여야 했다. 책임질 수 있는 자리에 있는 것은 아니지만 다른 이들은 만나지도 못했을 테니 신운성은 자신이 먼저 나서서 조금이나마 친분을 다지는 것이 좋다고 판단했다.

"사막을 헤매느라 정신이 없었나보지. 그만하고 얼른 데려와. 밥이나 먹자고."

사막인들은 의외로 친절했다.

신운성과 서은하는 불가에 함께 앉았다. 사막이라 뜨겁기는 했지만 음식을 익히려면 불을 피워야만 했다. 덥다고 익혀 먹어야 할 것을 날로 먹다가는 병 걸린다.

"자 먹어."

사막인들이 건네주는 꼬챙이를 받은 신운성과 서은하는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식사로 나온 것은 도마뱀 구이였다.

맛은 나쁘지 않았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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