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43 회: 퀘스트 -- >
문자를 배운 이후 두 사람은 마을을 바로 떠났다. 돈 맛을 본 촌장의 허가에 자경대 청년도 떠나라고 재촉하지 않았지만 신운성은 마을이 불편했다. 사람이 있으면 신경 쓸 수밖에 없었다.
돈에 욕심을 보이긴 했지만 마을에서 쫓아 나오는 사람은 없었다. 뒤를 쫓는 사람이 없다는 것을 확인한 신운성은 적당히 외진 곳에서 퀘스트 창을 확인했다.
* 새로운 언어를 습득하라! (완료)
새로운 세계에 도착해 문명의 흔적을 발견했다. 이들의 언어를 능숙하게 쓸 수 있을 정도로 습득하라! (언어학습알약이 지급)
성공: 스탯 포인트 10.
실패: 없음.
퀘스트가 완료되었다. 문자를 배움과 동시에 완료 메시지를 들었다. 또한 '지혜'라는 능력치가 생겼다. 새로 생긴 능력치는 언제나 그렇듯이 '0'이었다.
이름: 신운성
강운: 15
강철 체력: 14
괴력: 13
신속: 13
정신력: 5
지혜: 0
스탯 포인트: 19
신운성은 능력치들을 보며 고민했다. 정신력이란 능력치는 어떻게 올리는 것인지 아직 감도 잡지 못했다. 어떻게 올렸는지 모르니 어떤 영향이 있을지 제대로 짐작할 수 없었다. 다만 지혜는 문자를 접하면서 생겼기에 무엇인가 많이 읽거나 하면 생길 것 같아 보였다.
'경전을 읽어보면 알겠지.'
스탯 포인트를 빨리 투자하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 나중에 경전을 읽고 모든 퀘스트를 완료하면 한꺼번에 투자할 생각이었다.
신운성과 서은하는 인적이 드문 곳에서 조용히 파우론의 경전을 읽기 시작했다.
태초에 세계는 악으로 물들어 있었다. 악신 라스틴을 추종하는 무리들이 인간을 노예로 부렸다. 인간들은 라스틴의 추종자들이 사용하는 힘에 현혹되었다.
악에 물든 라스틴의 추종자의 지배 아래 인간은 신음했다. 그리고 절망이 세계를 뒤덮어 자비로우신 아버지 파우론님께 닿았다.
하늘의 먼 곳에서 인간을 구원하시기 위해 파우론님은 구원자들을 보내셨다. 파우론님의 계시와 함께 힘을 하사 받은 구원자들은 세계에 내려왔다. 그러나 사악한 라스틴의 추종자들은 구원자들을 추적해 살해하였다.
인간의 희망이 쓰러져갔다.
그러나 신의 구원자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고독과 절망 속에서도 투쟁을 이어나가 차례로 파우론님의 은혜를 이 땅에 전파하였고 결국 빛의 힘으로 사악한 라스틴의 어둠을 몰아내었다.
'뭐야 이거?'
경전의 첫 머리를 읽은 신운성은 신음했다.
'지금 내 상황하고 비슷하잖아?'
비밀이 하나 풀렸다.
'결국 다른 신이 이 세계의 신이 되기 위해 우릴 이용하는 건가?'
신들이 하나의 세계를 두고 다투고 있었다. 이유는 잘 알 수 없다. 서로 마음에 안 들면 자신들이 서로 싸워서 한 쪽을 소멸시키면 될 문제다. 힘이 약한 쪽이 사라지게 되어 있었다. 그러나 신들의 방식은 달랐다.
인간이 땅따먹기를 하듯이 세계의 소유권을 두고 싸우는 모습을 보였다.
'뭔가 이유가 있겠지만.......'
신운성은 제대로 된 신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신들이 영역 다툼을 벌이다니.
'초월적인 존재이긴 하지만 진정한 의미에서 신이라고 보기에는 부족하다.'
결론이 나왔지만 그래도 신과 같은 힘을 가졌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었다. 진짜 신이 아닌 초월적인 존재라면 약점이 있을지 모르지만 신운성이 어떻게 해볼 수 있는 한계를 까마득하게 넘긴 존재라고 봐야했다.
"후우......."
한숨이 절로 나왔다.
'너무 먼 곳까지 생각하지 말자.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하자.'
이상한 세계에 갑자기 끌려온 것은 분통 터지는 일이었다. 그것도 알지도 못하는 존재를 위해 대신 싸워야 하는 상황. 하지만 상대방이 어떤 존재인지 어느 정도 알게 된 이상 섣부른 행동은 금물이었다.
'빨리 경전이나 읽자.'
경전의 첫 부분을 빼면 나머지는 파우론의 위대함과 자비로움에 대한 이야기와 인간으로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대부분이었다.
신운성은 경전을 빠르게 읽었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던 가락이 있기 때문에 읽는 속도가 엄청나게 빨랐다.
경전을 다 읽고 나자 퀘스트가 완료되었다.
'투자 가능한 스탯 포인트는 총 119.'
강운에 2, 강철 체력에 2, 괴력에 2, 신속에 2를 투자하니 80 스탯 포인트가 날아갔다.
'39는 어디에 할까?'
한 번씩 업그레이드 된 능력치들은 하나를 올릴 때 스탯 포인트를 10씩 잡아먹었다. 때문에 39 스탯 포인트가 있다고 해도 눈에 띄는 변화를 주기는 어려웠다.
'지혜가 쓸모 있을까?'
문자를 습득하며 얻은 능력치. 분명 어디엔가 쓸모가 있을지 몰랐다. 하지만 확실치 않은 이상 잘못된 투자는 낭비가 될 뿐이었다.
'다른 능력치에 투자하는 것도 좀 그런데.'
강철 체력이나 괴력, 신속에 투자한다면 조금 더 강해지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오러를 익히지 못하면 육체적인 강함이 있다 해도 이 세상에서 살아남기는 어려웠다.
'반면 행운은.......'
가장 처음 얻게 된 능력치. 현재에 와선 큰 소용이 없어 보였다. 그러나 많은 아이템을 들고 다닐 수 있다는 것은 숨어 사는 사람에게는 유리한 점이었다.
'그래, 일단 물건을 비축해 둬야지. 상점 포인트도 마냥 쓸 수 있는 게 아니니 아껴야 하고.'
흥청망청 상점 포인트를 쓰다가 다 사라지게 되면 난처한 상황에 빠질 수 있었다. 동전을 1만개나 받았는데 올라간 상점 포인트는 10만 포인트였다.
'어쩌면 더 많은 포인트를 줄지도 모르지. 끝까지 간다면.'
신운성은 강운에 30 스탯 포인트를 투자해 20으로 만들었다. 이제 20가지의 물품을 100개씩 저장할 수 있게 되었다.
늘어난 인벤토리를 보며 신운성은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시간을 들여 서은하도 퀘스트를 모두 완료하고 받은 포인트를 투자했다. 신운성만큼은 아니지만 서은하도 많이 발전했다.
이름: 서은하
강운: 7
강철 체력: 6
괴력: 3
신속: 3
정신력: 3
지혜: 1
스탯 포인트: 0
신운성과 다른 점이라면 모든 포인트에 투자하고 남은 1포인트를 지혜에 투자해보았다는 점이다. 차이를 알아보기 위해서 투자했지만 서은하는 별 느낌이 없다고 했다.
'결국 더 많이 투자해야 아는 건가?'
지혜라니 머리 쓰는 것과 연관이 있을 것 같아 보였지만 지금은 머리 쓰는 일보다 몸이 더 중요하니 투자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이후 신운성은 가지고 있는 아이템 중에서 두루마리를 꺼냈다. 혼자 살던 남자를 죽이고 얻은 두루마리. 내용이 무엇인지 몰랐지만 그래도 문자가 적혀있기에 그냥 버리지는 않았다.
'이건?'
두루마리의 내용은 난해해서 뜻을 해석하기가 어려웠다.
'뭐가 이렇게 어려워?'
문자를 읽을 수 있다고 다가 아니다. 단어를 알고 있다고 모든 것을 정확히 해석할 순 없다.
지금이 딱 그런 상황이었다.
읽을 수 있고 단어의 뜻도 알지만 정확히 뭘 의미하는지 도통 알 수 없었다. 마치 뜬구름 잡는 식의 수수께끼 같은 문장이 계속 이어졌기 때문이었다.
"젠장."
신운성은 답답한 나머지 욕을 내뱉었다. 뭔가 굉장히 중요한 것 같다는 느낌이 피어올랐다.
"오빠 왜 그래?"
"이걸 모르겠어. 읽을 순 있는데 뭔 뜻인지 모르겠다."
"이거?"
서은하는 잠시 두루마리를 읽었다.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그러다 갑자기 뭔가 알 것 같은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들었다.
"이거 성기사가 남긴 거 같은데?"
"뭐?"
"성기사가 자기 조카에게 보내는 편지 같은 거야."
"그건 알겠는데 내용이 이건 뭐......."
신운성도 짐작은 하던 내용이었다. 하지만 편지 내용은 경전의 내용을 인용한 구절과 자연에 대한 감상을 섞어서 말하며 여러 가지 이상한 비유를 해서 알아먹기가 힘들었다.
"나도 정확히는 모르겠는데 무슨 연공법에 대한 내용 같아."
"응? 연공법?"
의외의 이야기에 신운성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응. 여기 보면 '위대하신 파우론의 축복을 받아 얻게 된 신성한 빛'이라고 나오잖아. 이게 경전에는 인간이 함부로 넘봐선 안 되는 위대한 신의 힘이라고 나와."
"응."
알고 있는 내용이었다. 그러다 문득 깨달아지는 것이 있었다. 경전에 나온 내용에 의하면 파우론이 구원자들을 비롯해 추종자들에게 내린 성스러운 힘이란 것이 나온다. 그리고 경전의 마지막 부분에 가면 또 다른 내용이 있다.
'신의 힘을 탐낸 인간들이 신의 힘을 흉내 내었다. 그렇게 해서 얻은 힘을 오만한 이들은 자신들의 후광이라 말하며 인간의 왕으로 군림하며 신성을 부정하려 하였다. 파우론님은 분노하였고 성전을 통해 인간의 왕국을 무너뜨렸다.'
"맞아. 그거."
"하하하. 뭐 이런......."
'자신들의 후광'. 후광이란 다른 말로 해석하면 오러였다. 결국 인간이 성기사의 흉내를 내기 위해 만들어낸 것인 오러 연공법이란 소리였다.
"난 왜 이걸 생각 못했지? 은하 네가 나보다 더 똑똑한가 보다."
"똑똑하긴 하지. 지혜 1을 더 올렸잖아?"
농담처럼 한 서은하의 말에 신운성은 깨달은 바가 있어 남은 9포인트를 몽땅 지혜에 투자했다. 그리고 다시 두루마리를 읽으니 내용이 확연히 한눈에 보였다.
"아......."
지혜를 더 올렸어야 한다는 후회가 뒤늦게 밀려왔지만 어쩔 수 없었다. 한 번 투자한 포인트는 회수 할 수 없었다.
"오러 연공법에 대한 토론이었구나."
두루마리가 경전과 함께 있던 것이 이해가 되는 순간이었다. 수수께끼 같지만 성기사는 인간이 아무리 오러 연공법을 연마해도 결국 신의 축복을 직접 받은 사람을 능가할 수 없다면서 조목조목 반박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조카에 대한 사랑 때문인지 그래도 포기를 못한다면 스스로 지키기 위해 참고하라며 조언을 곁들인 것이었다.
두루마리와 경전이 어떤 경위로 외딴 곳에 사는 인간의 손에 들어갔는지는 짐작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추측이 어려운 것은 아니었다. 습격이 자주 일어나는 시대였다. 더구나 발견된 곳은 티몬에서 멀지 않은 곳. 수적으로 유명한 티몬 근처에서 일어난 일이니 근처에서 누군가 습격당한 것을 혼자 살던 인간이 수습한 것일 수도 있었다.
'중요한 단서다.'
문자를 배우는데도 돈을 많이 내야 했다. 어쩌면 오러 연공법을 배우고 싶으면 영원한 종이 되겠다고 충선맹세를 강요받을 수도 있었다.
'일단 잘 챙겨두자.'
편지에는 오러 연공법에 대한 토론이 적혀있었지만 초보자에게는 무용지물인 내용이었다. 또한 아직 해석되지 않는 부분도 있었다.
'좀 더 많은 정보가 필요해.'
경전을 모두 읽어보지 않았다면 편지의 내용이 무엇인지 짐작도 못할 정도였다. 완벽하게 이해하기 위해선 편지를 쓴 사람의 지식수준을 따라잡아야만 가능하다는 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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