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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의 기어-36화 (36/109)

< -- 36 회: 탈출 -- >

지붕 위를 달려 결국 내성의 문 앞에 도착한 신운성은 난감해졌다. 문 앞에 기사들로 보이는 이들이 있어서였다. 결국 성벽을 따라 방향을 꺾었다. 그리고 향한 곳은 후문.

'열려 있다!'

마침 만들어진 병사들의 식사를 가지고 나오는 이들이 있었다.

바람처럼 달린 신운성과 서은하는 바로 수레를 뛰어 넘어 문을 지키는 병사들을 습격했다.

병사들도 그냥 당하지는 않겠다는 의지를 담아 창을 찔렀지만 소용없었다. 허공에서 창을 피하기는 어렵지만 방패로 방향을 바꾸는 것은 가능했다.

찔러오는 창촉의 방향을 바꾸자 병사는 다시 창을 당겼지만 신운성은 이미 앞에 도달한 상태. 사정없이 휘둘러진 메이스는 안면을 박살냈다.

음식 수레를 가지고 나오던 이들은 비명을 지르며 도망쳤다. 신운성과 서은하는 이들을 뒤로 하고 내성으로 들어갔다.

'성 안에서 버틸 수 있을까?'

어쩌면 독안에 든 쥐가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다른 방법을 생각해내기에는 시간이 촉박했다. 버틸 수 있을 때까지 버텨야만 했다.

내성으로 들어가는 문을 통해 안으로 들어갔다. 하인들이 드나드는 곳이라 그런지 통로가 조금 지저분했다.

"비켜!"

"꺄아아아아악!"

안으로 들어가니 일을 하기 위해 움직이는 여자들은 비명을 지르며 도망쳤다.

신운성과 서은하는 계속 안쪽으로 들어가다 계단을 보았다.

'위? 아래?'

양쪽으로 나있는 계단. 잠깐 머뭇거렸지만 금방 선택했다.

아래로 간다면 막다른 길이 될 수도 있다고 판단해 무조건 위로 갔다. 여러 층이라면 성 안에서 숨바꼭질이 가능할 수도 있다고 판단해서였다.

서둘러 계단을 올라 2층에 도달하자 한 무리의 사람과 마주쳤다.

"쥐새끼가 날뛰더니 여기까지 왔군."

티몬의 영주 어닐이 호위기사 2명을 대동한 채 움직이던 중이었다.

'기사!'

어닐이 뭐라 떠들던 신운성은 신경 쓰지도 않고 바로 도망쳤다. 기사 둘을 상대로 싸울 생각은 전혀 없었다.

"잡아!"

기사들이 바로 뒤를 잡기 위해 거리를 좁혔다. 그때 서은하가 방패를 내던졌다. 기사 하나가 방패를 피하느라 주춤한 순간 다른 기사의 앞을 막아 약간 뒤엉켰다.

약간의 틈으로 인해 거리는 다시 벌어졌다. 신운성은 다시 위층으로 오르는 계단을 달렸다. 그러다 힐끔 뒤를 보곤 서은하를 먼저 보냈다. 속도가 신운성보다 느린 서은하가 방패도 없이 뒤처지는 중이었다.

"먼저가!"

잠시 기다리는 틈에 서은하가 지나갔지만 기사들이 도착했다. 신운성은 허리에 차고 있던 단검을 뽑아 던졌다. 단검은 빙글빙글 돌며 날아갔다. 목표에 제대로 박힐지는 알 수 없지만 흉기가 날아오니 기사는 검으로 단검을 쳐냈다. 그렇게 약간 시간을 버는 사이 신운성은 다시 도망쳤다.

"계속 위로 올라가!"

서은하가 약간 위에서 기다리고 있었으나 먼저 보냈다. 이후 신운성은 모퉁이에 숨어 숨을 죽였다. 기습을 시도할 생각이었다.

서은하가 위로 올라가는 소리를 내기에 기사들은 계속 뒤를 쫓았다.

신운성은 숨을 죽이고 몸을 숙였다. 이어서 기사 하나가 막 계단에 올라서며 모퉁이를 돌다 메이스를 휘둘렀다.

"악!"

메이스는 정확하게 복부를 가격했다. 충격을 받은 기사는 그대로 뒤로 밀려나며 쓰러졌다. 죽었는지 살았는지 알 수 없었지만 확인할 시간은 없었다. 신운성은 다시 계단을 뛰어올랐다.

기사는 계단을 오르며 쫓았지만 속도가 빠르지 않았다. 습격에 대비해야 했기에 모퉁이로부터 최대한 거리를 두며 확인하고 다시 올라가다보니 쫓는 속도가 느려졌다.

더 이상 계단이 없는 곳까지 오자 서은하가 기다리고 있었다.

"방패 받아."

다시 상점에서 서은하의 방패를 사준 뒤에 두 사람은 계단에서 복도로 통하는 통로 양 옆에 섰다.

계속 쫓기기만 해서는 가능성이 없기 때문이었다. 탁 트인 곳에서는 기사를 상대 할 수 없어 보였지만 기습이라면 할 만하다 생각했다.

기사가 계속 뒤를 쫓아 올라오는 소리가 성 안에 퍼졌다. 그러다 갑자기 느려졌다. 기사도 뭔가 이상함을 느낀 것이다.

팽팽한 긴장감이 계단을 둘러싼 공간에 흘렀다. 기사는 검에 오러를 주입하고는 왼쪽을 바라보았다. 왼쪽에서 슬쩍 인기척이 느껴진 탓이었다.

오른쪽에 바짝 붙어 왼쪽을 견제하며 계단을 하나씩 올라간 기사는 서은하의 발을 발견하고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다음 순간 기사는 몸을 날렸다. 바람처럼 날아올라 오러가 담긴 검을 휘두르려 했다. 그때였다.

"하앗!"

등 뒤에서 들려오는 기합에 기사는 화들짝 놀라 뒤로 돌아섰다. 그것이 패착이었다. 서은하를 향해 몸을 날리다 돌아서니 등 뒤가 비었다. 서은하는 냅다 메이스를 휘둘렀다.

"컥!"

등을 보호하는 갑옷이 우그러졌지만 기사는 필사적으로 버텼다. 그러나 그게 전부였다.

꽝!

온 힘을 다해 내리쳐진 메이스는 투구와 함께 머리를 박살냈다. 오러를 사용하는 기사도 기습을 당하면 끝이었다.

"후우......."

뒤를 쫓던 기사 둘을 겨우 처리한 신운성은 숨을 돌리며 주변을 살폈다.

복도에는 아무도 없었다.

신운성과 서은하는 다시 움직였다. 그러나 더 갈 곳이 없었다. 복도 반대편에 내려가는 계단이 있고 중간에 굳게 닫힌 문이 지키는 방이 세 개 정도 있을 뿐이었다.

'그냥 도망치기만 해선 안 돼.'

소란을 만들어야 했다. 그런 생각에 문을 열고 안을 확인했다. 갑옷이 장식된 방이 나왔다. 꽤 고풍스러운 분위기였지만 무기에는 관심이 없는 신운성은 바로 나왔다.

이어서 들어간 곳에는 책상이 놓여 있었고 위에는 종이와 두루마리가 펼쳐져 있었다.

'뭐하는 곳인지 몰라도 중요해 보인다.'

바닥에는 거대한 짐승의 가죽이 펼쳐져 있었고 벽에는 검이 장식처럼 걸려 있었다.

신운성은 곧바로 불을 질렀다. 라이터로 종이에 불을 붙이자 금방 타들었다. 책상 위에 불붙은 종이를 내던지고 바로 밖으로 나간 두 사람은 다음 방을 열었다. 그러자 문이 열리며 비명이 들렸다.

"꺅!"

여자 하나가 엉덩방아를 찧은 상태로 물러나는 모습이 보였다.

"사, 살려주세요!"

꽤 고급스러운 옷을 입은 모습에 신운성은 신분이 높다는 것을 깨달았다.

'인질로 잡을까?'

잠깐 그런 생각이 스쳐지나갔지만 이내 생각을 고쳤다.

'누군지 알고?'

인질의 가치가 낮으면 오히려 짐이었다. 도망치기도 힘들고 자칫하다가는 상대가 역으로 이용해 포위망에 갇힐 가능성도 있었다.

신운성은 여인을 때려 죽였다. 적은 아니었지만 지금은 도망치고 있는 상황. 인질로 쓸 것도 아니면 조금이라도 방해가 될 만한 존재는 제거해야만 했다.

'여기도 태우자.'

침대에 불을 붙인 이후 곧바로 방을 빠져 나온 신운성과 서은하는 바로 복도 반대쪽에 있는 계단을 통해 아래로 조심스럽게 내려가기 시작했다.

피레나와 앨런은 조심스럽게 움직였다. 성 안에 기사가 얼마나 남았는지 모르는 상황에서 함부로 움직일 순 없었다. 무엇보다 어닐과 마주치기라도 한다면 골치 아팠다. 호위 기사를 대동하고 다니는 영주와 마주친다면 앨런 혼자서는 역부족이었다.

때문에 피레나는 조심스럽게 움직였다. 티몬의 병사의 옷을 입은 앨런은 겉보기에는 그저 병사로 보일 뿐이었다. 그래서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행동했다.

이러한 자연스러움이 오히려 의심을 사지 않았다. 멀리서 병사나 하인들이 지나가는 것이 보였지만 이상하게 여기지는 않았다.

그렇게 천천히 움직여 계단을 내려가는데 갑자기 아래쪽에서 소란이 일었다. 어닐의 고함 소리가 들렸다.

"잡아!"

어닐의 고함소리는 돌로 된 통로를 쩌렁쩌렁 울렸다. 꽤 먼 거리에 있던 피레나는 이를 듣고 아래로 내려가길 주저했다.

"어떻게 하지?"

"일단 침입자들이 있는 모양이네요. 기회를 봐서 나가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밑으로 내려가면."

"그래도 가야 합니다. 내려가지 않고는 밖으로 못 나갑니다."

피레나는 어쩔 수 없이 앨런을 따랐다.

밑으로 내려온 두 사람은 멀리 어닐이 다시 기사들과 조우한 것을 보았다. 기사 3명 중 1명은 바로 계단위로 올라갔고 남은 2명은 어닐을 호위하며 피레나와 어닐이 숨은 방향으로 다가왔다.

"안되겠습니다. 다시 올라가죠."

앨런은 기사 2명을 상대하기 어렵다고 생각하고 물러나기로 했다. 기습으로 1명 정도는 처리가 가능했다. 하지만 남은 기사 하나와 어닐까지 처리하는 것은 굉장히 어려웠다. 어닐이 영주라곤 하지만 기사이기도 했다. 젊은 시절 수적질로 유명했기에 앨런도 잘 알고 있었다.

결국 두 사람은 조용히 뒤로 물러났다.

신운성과 서은하는 조심스럽게 아래로 내려왔다. 그러다 위로 올라오는 두 남녀를 보았다.

고급스러운 드레스를 입은 여자와 병사였다.

신운성은 바로 죽이기 위해 덮치려 했으나 내질러지는 창에 기겁해 방패로 막으며 뒤로 물러섰다.

'뭐?'

놀라서 바라본 방패는 윗부분이 싹둑 잘린 상태였다. 무서운 것은 병사가 든 창이 오러로 인해 빛나고 있었다는 것이었고 더 무서운 것은 병사가 달려들고 있다는 점이었다.

이때 서은하가 방패를 던지며 견제했다. 그때 외침이 들렸다.

"앨런 멈춰!"

"아가씨!"

"멈춰! 멈추라고!"

병사의 정체는 앨런이었다. 다짜고짜 자신들을 향하기에 죽이려 했지만 피레나의 외침에 멈출 수밖에 없었다. 그 사이에 신운성과 서은하는 도망쳤다.

"왜 놔두신 겁니까? 티몬의 병사들인데."

"아니야. 그 사람들 앨런이 티몬 병사 복장을 하고 있는데도 공격했잖아."

"그런데요?"

"아까 도시 안에서 추격전을 벌이던 사람들이 있었어."

피레나는 자신이 본 것을 설명했다. 그제야 앨런은 피레나가 방금 본 두 사람을 이용하려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확실히 숫자가 많으면 탈출에 용이하죠."

"일단 그들하고 같이 움직이는 편이 좋아. 우릴 구하러 온 사람들로는 보이지 않지만 어쨌든 이용할 수 있을 거야."

피레나의 말에 앨런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가죠."

두 사람은 신운성과 서은하의 뒤를 쫓기 시작했다.

한편, 도망치던 신운성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기사로 보이는 자가 지키고 있는 계단을 내려갈 수 없어 반대편 복도로 달려 계단을 내려갈까 했는데 다시 기사들과 마주쳤다. 기사 중 하나는 가슴이 우그러진 갑옷을 입고 있었다.

'아까 그놈이군.'

두 기사는 신운성과 서은하를 보자 황소처럼 달려들었다. 흉흉한 기세에 신운성과 서은하는 결국 다시 되돌아가야만 했다. 그러다 계단을 올라오는 피레나와 앨런을 보았다.

신운성과 서은하는 다시 계단을 오르려 했지만 앨런이 길을 막아 가지 못했다. 결국 남은 방향은 막다른 길.

복도 끝에 몰린 신운성은 한숨을 내쉬었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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