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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의 기어-35화 (35/109)

< -- 35 회: 탈출 -- >

숨 가쁜 추격전이 펼쳐졌다. 신운성과 서은하는 계속해서 달렸다. 도시를 벗어나기 위해 외곽을 향해 나아갔다. 하지만 의도를 파악한 티몬의 병사들은 철저하게 외곽으로 향하는 길을 봉쇄한 채 포위망을 좁히려 했다.

"마셔."

골목을 달리다 건물에 들어가 숨었다. 뒤를 쫓던 병사들이 골목에 들어서며 모습이 보이지 않자 문을 열고 확인하는 소리가 들렸다.

잠시 휴식을 위해 물을 나눠 마시고 간식으로 에너지바를 상점에서 사먹은 두 사람은 딱 30초를 쉬었을 뿐이었다.

"가자."

보통 사람이라면 벌서 지쳐서 쓰러졌겠지만 신운성과 서은하는 거뜬했다. 죽음의 숲을 벗어나기 위해 3일 동안 싸우며 행군했었다. 아직 하루도 지나지 않았는데 지쳐서 쓰러질 일은 없었다.

다시 밖으로 나오자 병사들이 보였다. 반대로 도망쳐야 하지만 신운성은 오히려 병사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병사의 숫자는 3명.

'숫자를 줄여둬야 해!'

무작정 도망치는 것은 하책이었다. 포위망을 뚫기 위해선 구멍을 내야 한다. 구멍을 내기 위해선 추격자의 수를 줄여야만 했다.

때문에 숫자가 얼마 되지 않는 것을 확인하자 바로 달려들었다.

"여기다!"

병사들은 소리치며 막아서려 했다. 조금만 버티면 아군이 오니 붙잡아 놓으려는 속셈. 하지만 신운성과 서은하를 잡기에 병사들은 너무 약했다.

괴력을 이용한 돌진을 막을 병사들은 없었다. 단 한 번의 충돌로 자세가 흐트러지면 바로 메이스가 날아왔다. 어디든 부딪치면 뼈가 부러졌다.

병사들은 순식간에 처리되었다. 3명을 죽이는 데 걸린 시간은 10초도 되지 않았다.

"후우!"

숨을 거칠게 몰아쉬며 호흡을 정리한 신운성은 다시 뛰었다. 곧 병사들이 몰려오니 자리를 벗어나야 했다.

- 정신력이 1 상승했습니다.

갑자기 메시지가 들렸지만 한가하게 유저 정보창을 확인할 틈은 없었다.

두 사람은 계속 달리며 도망쳤다. 적의 수를 줄이며 이리 저리 움직였다. 병사들의 숫자는 점점 줄어들었지만 추적은 오히려 더 끈질겨졌다. 시간이 지나자 무리 지어 다니는 병사의 숫자가 점점 늘어나 7명을 넘었다.

7명부터는 빠르게 처리하기 어려웠다.

결국 신운성과 서은하는 계속 도망치기만 했다. 하지만 병사들이 많이 뭉쳐 다닌 탓에 포위망에 살짝 빈틈이 생기고 있었다. 두 사람은 이렇게 생긴 빈틈을 놓치지 않고 계속 외곽을 향해 움직였다.

그러나 갑옷을 입은 자가 멀리 보이면 얼른 도망쳤다.

기사는 위험했다.

쫓고 쫓기는 추격전은 끝이 없었다. 그러다 운이 나빴는지 길 양쪽으로 병사들이 가로 막히는 일이 벌어졌다.

"몰아넣었어!"

"빨리 와!"

병사들이 외치며 길을 막고 가만히 있었다. 섣불리 상대하려다 죽어나간 병사가 수두룩했다. 때문에 병사들도 신중해졌다.

"썩을."

주변을 둘러봐도 나갈 곳은 없었다. 시간이 조금 지나자 병사들이 많이 몰리는 것이 보였다.

"오빠 이쪽!"

그때 서은하가 문을 열고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꽤 큰 건물이었다. 서은하가 먼저 들어가니 신운성도 어쩔 수 없었다. 혼자서 앞뒤로 달려드는 적을 상대할 자신은 없었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 바로 문을 닫고는 안에 있는 가구로 문을 막았다. 침대와 탁자 의자를 순식간에 쌓았다.

"이쪽으로!"

문을 막은 뒤 서은하가 부르는 계단으로 올라가는데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건물을 벗어나지 못하면 그야말로 죽을 때까지 싸워야 할 판!

하지만 꼭 죽으란 법은 없었다.

이층에 올라간 서은하는 창문을 열었다. 그러자 골목 건너 건물의 지붕이 보였다. 건너편 건물이 더 낮았기에 뛴다면 충분이 위에 내려 설 수 있을 것 같았다.

"언제 봐둔 거야?"

"조금 전에."

두 사람은 서로 마주 보며 미소 짓고는 창문 주변을 향해 메이스를 휘둘렀다. 건물의 벽은 돌로 되어 있었지만 괴력을 이용해 계속 치니 창문 주변이 무너지며 넓어졌다.

사람 하나가 나갈 수 있을 정도로 커지자 신운성이 먼저 뛰었다. 허공을 날아 골목 건너의 건물 지붕 위에 내려섰다. 이어서 서은하가 뛰어내렸다.

"가자!"

건물 위에서 뛰는 것은 어려웠다. 하지만 골목에서 뛰는 것보다는 훨씬 나았다.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며 적의 추적을 피해 달아나는 것이 훨씬 수월했다.

"저기다! 지붕 위!"

"빨리 올라가!"

문을 부수던 병사들은 건물 위에서 벽이 부서지며 돌이 떨어지자 창문을 주시했다. 그리고 두 사람이 옆 건물 지붕 위로 도망치자 서둘러 뒤를 쫓았다. 하지만 건물 아래에서 움직이는 것은 위에서 움직이는 것보다 불리했다. 신운성과 서은하는 빠르게 다시 외곽을 향해 전진했다. 그러나 곧 멈추고 말았다.

"징그러운 놈들."

멀리 지붕 위에 기사들이 올라서는 것이 보였다. 기사들은 세 방향에서 조금씩 거리를 좁혀왔다. 중간을 뚫고서 도망칠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았다. 기사 두 명 간에 있는 거리가 신운성과 중간까지의 거리보다 짧게 느껴졌다. 기사들의 점점 접근하면서 보이는 이동 속도와 좁혀지는 거리를 보자 돌파를 시도했다가는 딱 걸릴 것 같았다.

'기사를 상대하는 건 위험해.'

사람의 목을 뎅겅뎅겅 날리는 것이 기사다. 방패나 다른 무기로 막아낼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정면에서 부딪치는 것은 지금의 신운성에겐 자살 행위에 가까웠다.

결국 두 사람은 반대 방향으로 뛰었다. 두 사람이 향하는 곳은 내성 방향이었다.

피레나는 전투에 집중할 수 없었다. 도시에서 소동이 일어난 탓이었다.

'무슨 일이지?'

혹시 케토군이 입성한 것인가 싶어 소동이 일어나는 곳을 살폈다. 하지만 소동이 일어난 곳은 성벽과는 거리가 멀었다.

'쫓기는 건가?'

병사와 기사가 쫓기는 것이 보였다. 이상한 것은 두 사람은 티몬의 병사와 기사 복장을 하고 있었다는 것.

'기사가 무슨 죄를 저질렀나?'

티몬의 기사가 뭔가 배신이라도 한 건가 싶었다. 그렇다면 피레나 자신과는 상관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쫓기는 도망자들이 주저하지 않고 병사들을 죽이며 계속 도망치는 모습을 보자 흥미를 느꼈다.

'지치지도 않나 보네.'

기사는 몰라도 병사는 지쳐서 쓰러질 줄 알았다. 그런데 병사가 오히려 기사보다 더 빨리 달리며 길을 열거나 병사들을 습격했다.

'기사는 오러를 못 쓰나?'

더구나 기사는 오러를 사용하지 않았다. 다시 의문이 가슴을 채웠다.

'설마 기사가 아니야?'

순간 떠오르는 가설 하나.

'날 구하러 온 건가?'

티몬의 병사와 기사로 위장하고 숨어 들어왔다가 발각된 것은 아닐까 생각하는 피레나였다.

'고작 저 정도 수로는 날 빼내기 힘들 텐데.'

진짜 자신을 구출하기 위해 투입된 사람들인지는 몰라도 오러를 쓰지 못하는 두 사람만으로는 자신을 성에서 빼내기 어려워 보였다.

피레나는 혼란스러웠다. 하지만 계속해서 지켜보며 점점 경악했다.

'대체 어떻게?'

일반 병사라고 생각할 수 없는 체력이었다. 오랫동안 전투했으면서도 지치지 않고 계속 도망치는 모습은 경이롭기까지 했다.

'이쪽으로 오네.'

계속해서 도망치던 두 사람이 지붕 위로 도망치려다 다시 내성쪽으로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어떤 사람들일까?'

피레나는 가슴이 두근거렸다. 어쩌면 탈출할 기회가 생길 지도 몰랐다. 가만히 앉아서 전투가 마무리 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제일 안전했다. 그러나 안전 뒤에 오는 것은 불행한 미래였다. 티몬과 이어진다면 명예를 잃을 터였다. 그리고 음흉한 어닐을 생각하면 후일 클리돈이 위험했다.

'그 인간은 클리돈을 집어삼킬지도 몰라.'

짧은 기간 동안 어닐을 상대하며 피레나는 어닐이 굉장히 교활한 남자라는 것을 파악했다.

'케토에 의해 구해진다면....... 역시 마찬가지일거야.'

명예를 잃은 여자의 아들에게 자신을 입증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을 수 있었다. 피레나가 생각하는 최고의 결과는 축복 받은 결혼과 사내아이였다. 강력한 영주의 후계자와 결혼해 낳은 사내아이라면 가문 내에서 충분히 입지를 다질 수 있었다. 클리돈이 먹히는 것이 아니라 클리돈을 배경으로 거꾸로 잡아먹을 수도 있었다.

피레나는 짧은 시간 동안 고민하다 입술을 깨물었다.

'도망치자.'

교활한 티몬보다는 강직한 케토가 피레나의 입장에서는 더 마음에 들었다.

'불리한 상황에서 탈출한 뒤에 선택한다면 내 입지가 더 올라가겠지?'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자신의 자식이 강력한 케토의 기사가 되는 상상을 한 피레나는 서둘러 움직였다.

클리돈의 기사 앨런 바무스는 방에 갇혀 있는 상태였다. 피레나를 케토까지 호위하는 임무를 맡고 있었지만 티몬에게 습격당해 붙잡히고 말았다.

기사로서는 치욕적인 상황이었다. 하지만 피레나가 무사한 이상 함부로 날 뛸 수도 없었다. 피레나가 티몬을 선택한다면 반항 자체가 무의미했다. 때문에 앨런은 조용히 일이 해결될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앨런."

하지만 가만히 앉아 있을 수만은 없게 되었다. 피레나가 병사 둘을 대동하고 방 안으로 들어섰다.

"몸은 괜찮으십니까?"

"난 괜찮아. 앨런은?"

"저야 보다시피 멀쩡합니다."

사실은 여기 저기 부상을 입어 거동이 좀 불편했지만 앨런은 내색하지 않았다.

"그나저나 여긴 갑자기 어쩐 일이십니까? 티몬의 영주가 방문을 허락할 리가 없을 텐데요."

"그거야 내가 여기 안주인이 될 테니까."

"결정하신 겁니까?"

앨런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 앨런을 보며 피레나는 병사에게 명령을 내렸다.

"내 호위기사의 수갑을 빨리 풀어라."

위엄어린 피레나의 명령에 병사는 앨런의 수갑을 풀어주었다. 오러를 움직이는 원동력인 마나의 흐름을 제어하는 도구가 풀리자 앨런은 손목을 어루만지며 일어섰다.

그때 다가온 피레나가 앨런에게 단검을 내밀며 속삭였다.

"빨리 죽여."

영문을 알 수 없었으나 앨런은 기계적으로 단검을 받아 병사 둘을 해치웠다. 순식간이었다. 병사들은 잠깐 당황하다 그대로 목이 잘렸다.

"어떻게 된 일입니까? 갑자기 죽이라니. 티몬을 선택한 게 아니었습니까?"

"거짓말이었어."

앨런은 웃었다. 피레나는 거짓말로 병사들을 속였었다. 티몬을 선택한다고 했으니 피레나는 포로가 아니라 자신들의 상전이 될 여자였다. 병사들 입장에서는 당연히 말을 들어주지 않을 수 없었다. 더구나 어려운 것도 아니고 자신의 호위 기사를 보겠다는 것을 막기 어려웠다. 계속 무섭게 다그치며 노려보기에 병사들은 결국 융통성을 발휘했고 그 결과 죽게 되었다. 정상적인 상황에서는 절대 일어날 수 없는 일이었지만 안팎으로 어수선한 상황이라 생긴 빈틈이었다.

"그럼 도망쳐야겠군요."

앨런은 쓰러진 병사의 창을 들었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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