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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의 기어-19화 (19/109)

< -- 19 회: 생사의 경계선 -- >

또 다시 찾아온 아침.

세상이 좀비로 가득해도. 사람이 사람을 죽고 죽여도 세상은 망하지 않고 돌아간다는 증거.

신운성은 김재민 일행이 들어간 구조물 앞에 와 있었다.

"오늘은 늦게 나오려나 보네."

"그러게."

기다리는 것은 지루하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 일단 지켜보기로 했던 것이니까.

'과연 어떻게 됐을까?'

싸우고 있는 것 같던 일행. 불화를 극복하고 더 단단하게 단결했다면 신뢰할 수 있는 그룹일 것이다. 신운성은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반대라면.......'

쓸모없는 그룹이었다. 신운성의 기준에서는.

꽤 오래 기다리자 문이 열렸다. 가장 먼저 나온 것은 김재민 한 명이었다.

'응?'

그리고 끝이었다. 더 나오는 사람이 없었다.

김재민은 터벅터벅 되는 대로 걷기 시작했다. 어느 정도 멀어지자 신운성은 서은하와 함께 구조물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3명의 시체를 보았다.

'결국 이겨내지 못한 건가?'

신운성은 불화가 생겼고 신뢰하지 못한 김재민이 결국 모두 죽이고 기어를 차지한 것이라고 생각해버렸다. 진실이 아닐 수도 있었지만 현재 중요한 것은 진실이 아니었다.

"가자."

김재민은 터벅터벅 걸었다. 허무했다. 3명의 시체를 보면서 우울했다.

'빌어먹을. 왜 이렇게 된 거야?'

편의점을 떠나올 때만 해도 화기애애하게 의기투합했던 일행들이었다. 나이도 대부분 비슷해서 친구 같았다. 어떤 힘든 일이 있어도 함께라면 이겨낼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처음에는 잘 돌아갔다.

하지만 몇 번 좀비 사냥에 성공하고 시간이 지나자 남자 3명이 불평을 쏟아냈다. 먹을 것의 분배 때문이었다. 여자들이 좀비를 잡는 일에 소극적인데 나누는 것은 똑같다며 불평이 나왔고 싸움이 원인이 되었다. 결국 3명이 떠났다.

이후 신운성을 만나고 타인의 기어를 합성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사건이 벌어졌다.

살인.

기어를 향한 탐욕 때문에 벌어진 살인이었다. 이해는 됐다. 더 강해지면 더 안전해질 수 있으니까. 하지만 함께 하는 것도 안전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김재민이었다. 그래서 다들 한 마음으로 뭉치길 원했었다.

'나만의 생각이었지.'

짧은 생각이었다. 인간의 욕망을 우습게 본 대가로 동료를 모두 잃었다.

김재민은 씁쓸해졌다.

'그 사람이 왜 그랬는지 이해 가네.'

김재민은 신운성을 떠올렸다. 사람을 쉽게 믿지 않고 의심하는 행동들이 모두 이해 됐다.

'어떻게 해야 하나.'

하지만 이해는 이해고 현실은 현실. 마냥 잘잘못을 따질 때는 아니었다.

'앞으로가 중요해.'

김재민은 입술을 깨물었다.

'다시 시작하는 거야.'

여기서 죽을 순 없었다. 과정이야 어떻게 되었든 기어를 손에 넣은 김재민은 강해졌다.

'더 강해져서 이곳을 빠져나가는 거야.'

이를 악물었다.

서서히 걷던 김재민의 발걸음이 조금씩 빨라졌다. 좀비를 찾아 계속해서 움직인 김재민은 멀뚱히 서있는 좀비를 발견했다.

'목표 발견!'

한 마리 잡을 때마다 1씩 더 스탯을 올릴 가능성이 있다. 그것을 생각하며 김재민은 야구배트를 들고 조심스럽게 접근했다. 야구배트는 좀 짧기 때문에 조심해야만 했다. 자칫하다가 좀비의 반격을 받게 되면 위험했다. 동료들이 있기에 그 동안 위험에 처해도 벗어날 수 있었지만 이젠 아니었다.

'이젠 내가 다 해야 해.'

김재민은 조용히 좀비와의 거리를 좁혔다. 그리고 야구배트를 들어 휘두르려던 찰나.

갑자기 어둠이 찾아왔다.

조용히 김재민의 뒤에 다가선 신운성은 머리를 박살낸 후 좀비도 해치웠다. 방패가 있어 달려드는 좀비를 방패로 밀쳐낸 뒤 메이스로 머리를 박살냈다.

신운성은 바로 김재민의 기어를 합성했다.

'다른 사람의 기어를 통해 얻은 포인트를 다시 얻을 수 있나 보네.'

김재민의 기어가 준 스탯 포인트가 상당히 많았다.

'정면으로 싸웠다면 위험했겠어.'

신운성은 자신이 질 수도 있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사냥에 집중했던 김재민은 뒤쪽을 경계하지 못했다.

'아무리 강해도 뒤를 잡히면 죽는다.'

한숨이 절로 나왔다. 타인의 기어를 합성할 수 없었다면 이런 걱정을 할 필요는 없었다. 죽여도 얻을 것이 없다면 일부러 사람을 죽일 이유는 별로 없다.

'일단 체력이나 올리자.'

100이 넘는 스탯 포인트를 얻었다. 신운성은 상당수를 체력에 투자해 체력을 100으로 만들었다. 그러자 음성이 들렸다.

- 체력이 100에 도달했습니다. 강철 체력으로 변합니다.

강철 체력으로 변하자 수치는 다시 1이 되었다. 실험삼아 계속 투자 했더니 10 스탯 포인트를 투자해 1을 올릴 수 있었다.

'진화한 능력치는 10씩 포인트를 투자해야 하는 건가?'

행운 때와 다른 것은 업그레이드 시키겠냐는 질문도 없이 자동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이었다.

남은 스탯 포인트는 적당히 근력과 민첩에 투자했다. 몸이 더 가벼워진 것이 확실히 느껴졌다.

'이제 더 오래 싸울 수 있어.'

오래 싸울 수 있다는 것은 더 많은 적을 상대할 수 있다는 의미였다.

"가자."

신운성은 길을 서둘렀다.

'더 강해져서 빨리 여길 벗어나야 해.'

머릿속에는 오직 한 가지 목표 이외엔 존재하지 않았다.

두 사람이 떠나고 난 자리에는 머리가 박살난 좀비와 김재민의 시체만 덩그러니 남았다.

신운성과 서은하는 계속해서 한 방향으로 움직였다. 방향을 가늠하는 것이 힘들었지만 다른 방법이 없었다. 나무 위로 기어 올라가기에는 나무 타기 실력이 일천했다. 괜히 나무를 탔다가 내려오지 못하는 꼴은 당하고 싶지 않기에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나무들이 굵직하고 거대하니 타고 올라가기가 쉬워 보이지도 않았다.

숲을 헤매는 것처럼 계속 이동하던 도중 사람과 좀비를 계속해서 만났다. 식량 사정이 더 안 좋아졌는지 아니면 기어를 노린 것인지 사람들의 습격은 계속 이어졌다.

사람을 죽이는 일이 반복되자 신운성의 눈빛은 맹수를 닮아갔다.

'죽여야 산다. 내가 죽지 않으려면 사냥꾼이 되어야 해.'

사냥감이 되어 이리저리 도망칠 순 없었다. 그러다 보면 결국 궁지에 몰려 죽게 된다고 생각했다.

"커헉!"

벌써 10번째. 적게는 3명 많게는 10명까지 그룹을 이룬 무리와 전투를 벌였다. 전투를 거듭할 때마다 신운성과 서은하는 강해졌다. 습격한 자들 중에 강한 자가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모두 신운성과 서은하의 아래였다.

이름: 신운성

강운: 10

강철 체력: 2

괴력: 3

신속: 3

정신력: 0

스탯 포인트: 9

근력은 괴력으로 민첩은 신속으로 변했다.

'이게 다 사람을 죽여 얻은 거지.'

좀비만 잡았다면 이렇게 강해지는데 많은 시일이 걸릴 수밖에 없었다.

인간을 죽여 얻은 포인트.

유저 정보창은 바로 신운성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목숨 위에 섰는지는 알려주는 척도였다.

그것을 알기에 신운성은 마냥 기뻐할 순 없었다. 먹먹해지는 기분 때문에 신경질적으로 유저 정보창을 닫았다. 강해지는 것은 좋지만 불편한 진실이 계속 이성을 건드리며 기존의 가치관을 떠올리게 했다.

'이겨내야 해.'

좀비나 사람과 싸워 이기는 것보다 더 큰 적을 만난 기분이었다.

비가 조금씩 줄어들기 시작했다. 태양이 조금씩 모습을 드러냈다. 하지만 그렇다고 좀비가 사라진 것도 아니고 식량 사정이 좋아진 것도 아니다.

날씨가 변해도 잔혹한 현실은 그대로.

백주대낮에 식량을 구하기 위해 움직이는 이들은 늘어났다. 약자는 철저히 도태되기 시작한 것도 이쯤이었다.

처음에는 물 만난 물고기처럼 신나게 하고 싶은 짓을 하던 인간들이 있었다. 힘으로 사람을 억압하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죽이고 강간하고 노예로 만들었다.

그러나 사람을 끌고 다닌다는 것은 어떤 형식으로든 관계를 맺는다는 것. 주인과 노예라는 관계도 결국은 계약이다.

주인은 노예를 착취한다. 하지만 노예를 부리기 위해선 먹여주고 재워줘야 한다. 타인의 자유를 사는 대가로 보호를 해줘야 한다.

이 또한 계약이다.

하지만 이것이 불가능한 상황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구조물들은 대부분 단순한 구조였다. 원룸이거나 방이었다. 편의점도 있고 사무실도 있었지만 그런 경우는 별로 없었다. 집이나 마트가 통째로 이동되어 왔다면 좀 나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그것이 식량 사정을 악화 시켰다.

먹을 것을 구할 수 없는 현실. 계속해서 약탈을 해도 부족해지는 상황이 되자 주인과 노예의 사이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노예는 자신에게 주어지는 음식이 점점 줄어드는 것을 보며 위기를 느꼈다. 이상한 곳에 떨어져 노예처럼 생활한다고 정말 노예근성이 뼛속까지 박힌 것은 아니다. 그저 현실과 타협했던 것 뿐.

더 강한 자에게 달라붙어 무엇이든 시키는 대로 했지만 이제는 선택해야만 했다.

주인이 노예를 포기한다면 노예도 주인의 말을 들을 필요는 없다.

인간관계란 결국 계약.

싸움이 벌어졌다. 노예들의 반란이었다. 서로 죽고 죽이는 상황이 벌어졌다.

반란에 성공한 노예가 있는가하면 실패하고 모조리 죽기도 했다.

숲에 이동된 사람들의 숫자는 그렇게 빠르게 줄어들기 시작했다.

"여기서 이러고 있을 틈이 없는데!"

성주혁은 안타까워했다. 이동하던 도중 한 무리의 사람들이 싸움 끝에 죽어 있는 것을 보았다. 모두 머리가 박살난 상태였다.

"가자. 어찌 되었든 움직여야지."

날카로운 인상의 남자가 말을 걸었다.

"죽은 사람은 죽은 사람이고 산 사람은 살아야지."

"그래."

성주혁은 날카로운 남자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움직였다. 그 뒤를 20여 명의 남자들이 따랐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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