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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의 기어-15화 (15/109)

< -- 15 회: 행운의 기어 -- >

눈을 뜸과 동시에 조금씩 식어가는 몸. 불안으로 뜨거웠던 만큼 빠르게 식어가는 느낌은 불쾌하다.

'젠장.'

눈을 뜬 신운성은 입술을 깨물었다. 죽었던 이들을 꿈에서 다시 보는 것은 끔찍한 일이다.

'이게 죄책감인가?'

살인을 할 당시에 생각은 별 것 없었다. 살기 위해선 죽여야만 한다는 판단을 따랐을 뿐. 죽이고 나서 불쾌하긴 했지만 깊게 생각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자꾸 꿈에 나오니 대충 넘어가긴 힘들 것 같다고 생각했다.

'어쩔 수 없어. 죽이지 않으면 죽을 뿐이야.'

신운성은 이를 악물었다. 되돌아갈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런 방법은 모른다. 어찌 되었건 앞으로 계속 나아가야만 했다.

불쾌한 느낌을 씻어내기 위해 물을 마셨다. 하지만 그래도 심장에 스며든 불쾌함은 씻겨내려가지 않았다.

'뭐야?'

계속해서 불안한 느낌이 들었다. 밖은 날이 밝아오는 중이었다.

'혹시 또?'

습격자가 있는 것이 아닐까 싶어 문에 귀를 대고 바깥 동향을 엿들으려 했다.

비 내리는 소리 외에는 들리지 않았다. 메이스를 챙겨 들고 문을 살짝 열어보았다. 빗소리가 조금 더 커진 것 외에는 별 다른 이상은 없었다.

'뭐야?'

불안은 점점 더 커져만 갔다. 이대로 있어선 안 된다는 생각에 서은하를 깨웠다.

"왜?"

"아무래도 움직이는 게 좋겠어. 불안해."

움직이자는 말에 서은하는 바로 일어나 짐을 챙겼다.

밖으로 나오니 여전히 비가 내리고 있었다.

'정말 짜증나는 곳이야.'

첫날부터 계속해서 비가 내렸다. 언제쯤 그칠지 예상도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아무리 날씨를 욕해봐야 돌아오는 건 없다.

신운성과 서은하는 짐을 챙긴 뒤 움직이기 시작했다.

'얼른 가자.'

시간을 지체할수록 불안이 더 커졌다. 신운성은 더 이상 버티지 못한다고 생각하며 걸음을 옮기려 했다.

"오빠, 저기."

그때 서은하가 뒤쪽을 손으로 가리켰다. 항상 주변을 살피라고 말한 것을 성실히 수행했고 그 결과가 지금 드러났다.

신운성은 재빨리 뒤돌아섰다. 그리고 보았다.

'저게 뭐야?'

비틀거리는 무리가 보였다.

'좀비?'

한둘이 아니었다. 빠져나갈 구멍도 없이 포위망을 펼치고 다가오는 것 같았다.

"가자!"

싸울 수 없었다. 한두 마리면 모를까 무리를 지어 덤비는 좀비와 싸울 생각은 전혀 없었다.

두 사람은 서둘러 도망쳤다.

김재민은 편의점 야간 아르바이트생이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군대에 가기 전에 잠깐 돈을 벌어두기 위해 한 선택이었다. 그런데 출근 첫 날부터 이상한 일에 휩쓸렸다.

일이 별로 없어 한가했다. 번화가였다면 밤에도 찾아오는 손님이 꾸준했겠지만 김재민이 일하게 된 곳은 주택가였다.

동네 손님 말고는 찾아올 사람이 별로 없는 상황. 소설을 읽으며 시간을 보내던 중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지진 같이 건물이 흔들렸다.

"어?"

진열대의 상품들이 충격으로 인해 바닥에 떨어졌다. 유리로 된 것은 깨졌다.

'좆 됐다.'

상품이 파손 되었으니 난리가 날 터. 김재민은 서둘러 편의점 사장에게 연락을 넣었다.

'내 잘못이 아니야!'

얼른 알려서 자신의 잘못이 없음을 알려야 한다고 김재민은 판단했다. 그러나 전화가 걸리지 않았다. 전화기를 보니 통화권 밖이라고 나왔다. 휴대폰이 안 돼서 편의점 전화기를 들어보았지만 신호가 걸리지 않았다.

'지진으로 이상이 생긴 건가?'

전화가 되지도 않을 정도로 심각한 지진이라면 상품이 파손된 것도 넘어갈 수 있겠다 싶어 김재민은 안도했다. 하지만 정리를 위해 움직이다 밖을 본 순간 위화감을 느꼈다.

'왜 이렇게 어두워?'

밤이니까 어두운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런데 너무 어두웠다. 도시의 밤은 사실 그렇게 어둡지 않다. 주변에 아무 것도 없지 않는 이상 어디에서든 불빛을 보는 것이 가능했다.

이상하긴 했지만 다른 손님이 오기 전에 치우는 것이 우선이기에 김재민은 서둘러 청소 도구를 꺼내왔다. 그리고 청소를 하려고 하는데 갑자기 손님이 찾아왔다.

"어서 오세......."

인사를 하려던 입이 움직임을 멈췄다. 자동문이 열리며 들어선 손님의 정체가 너무 충격적이었다.

"그어어어어어."

술을 마신 듯 비틀거리며 주춤주춤 다가오는 존재는 좀비였다.

"으악!"

너무 놀란 김재민은 황급히 뒤로 물러섰다. 그러나 좀비는 계속해서 김재민을 향해 걸어왔다. 아주 천천히.

"씨발! 저리가!"

욕이 절로 튀어나왔다. 김재민은 최대한 좀비와 거리를 두고 움직였다. 진열대를 사이에 두고 움직일 수 있었기에 잡히지 않고 밖으로 나가는 것에 성공했다. 하지만 밖으로 나오자 더 큰 충격을 먹었다.

"뭐야?"

축축한 공기. 흙으로 된 땅. 주변을 자세히 살펴보니 나무가 보였다.

"여긴 어디야?"

그때 좀비가 창문을 툭하고 치는 소리가 들렸다.

"씨발."

뭐가 어떻게 됐는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분명한 건 위험에 처했다는 것.

'저걸 가만 놔둘 순 없어.'

김재민은 독하게 마음을 먹었다. 서둘러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 청소하려고 꺼냈던 대걸레를 잡았다.

"씨발놈! 죽어!"

두려움을 숨기기 위해 일부러 욕을 내뱉었다. 욕이라도 하지 않으면 덜덜 떨리는 몸을 움직일 수 없었다.

"씨발! 씨발!"

느리게 움직이는 좀비의 머리를 계속해서 내려치다가 별 효과가 없자 눈구멍을 찔렀다. 그러자 좀비는 쓰러졌다.

하지만 계속 움직이려고 버둥거렸다. 김재민은 머리를 아예 박살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김재민은 카운터에 있는 야구 배트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 쓰러진 좀비의 머리를 사정없이 내리쳤다.

좀비가 더 이상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 되자 방치해 두고 좀비로부터 가장 먼 구석에 주저앉아 머리를 쥐어뜯었다.

아침이 오자 사방이 숲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 김재민은 허무해졌다.

'대체 여긴 어디야?'

알 수 없었다. 이상한 장소. 좀비. 편의점만 덩그러니 나무 사이에 자리하고 있었다. 밤에는 잘 몰랐지만 날이 밝고 나가서 보니 위층은 사라진 상태. 편의점 부분만 뜯어져 나온 것 같은 모습이었다.

"젠장."

편의점 문이 자동으로 열리지 않게 바꾼 뒤 김재민은 맥주를 마셨다. 술이라도 마시지 않으면 미칠 것 같았다.

술을 마시고 취해 있는데 갑자기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사람이었다. 김재민은 반가운 마음에 문을 열어줬다.

"어떻게 된 거죠?"

안으로 들어온 여자는 그렇게 물었다. 김재민은 당연히 몰랐다. 두 사람은 정보를 교환했지만 알 수 있는 것은 없었다. 다만 좀비의 머리를 완전히 박살내야 된다는 것 하나만 여자는 새롭게 알았다.

"제 이름은 유민정이에요."

"김재민입니다."

시간이 지나 통성명하게 된 두 사람은 의기투합했다.

편의점에 있었기 때문에 식량 걱정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찾아오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찾아오는 사람들이 모두 좋은 사람인 것은 아니었다. 질 나쁜 사람들도 상당했다. 이들이 오고 나서 편의점을 중심으로 파벌이 생겼다.

질 나쁜 사람들은 싸움은 굉장히 잘했지만 반대 파벌도 만만치는 않았다. 마치 선과 악으로 나뉜 모습이었다.

하지만 숫자가 늘어나며 100명에 도달하자 슬슬 불안이 싹 텄다.

"여기 더 있어봐야 소용없어! 밖으로 나가야 해!"

"무슨 소리! 여기 있으면 구조대가 올 거야!"

"무슨 구조대! 여기 오게 된 게 말이나 돼? 당신 부산에 있었다며? 난 수원에 있었어. 저 녀석은 인천이고 쟤는 강릉이야! 이게 말이 돼?"

사람이 모이고 난 뒤 정보를 주고받는 과정에서 드러난 사실은 황당했다. 한 동네 사람이 아니라 서로 다른 지역 사람들이 뒤죽박죽 섞여 있었다.

말이 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말이 안 되지! 당연히 안 되지! 이건 현실이 아니야! 게임 같은 게 틀림없어! 우린 다 속고 있는 거라고!"

"썩을!"

대화 상대는 이성을 잃은 상태였다. 김재민은 말이 안 통한다고 생각하며 돌아섰다. 그리고 자신을 중심으로 뭉친 사람들에게 돌아가 고개를 흔들었다.

김재민이 속한 파벌은 '재민이파'라고 불렸다. 처음 김재민을 중심으로 뭉쳤기에 붙여진 이름이었다. 수는 총 10명. 여자 4명에 남자 6명인 중소파벌이었다.

김재민은 3일이 지났을 때 더 이상 편의점에 있어선 안 된다고 판단했다. 몰려드는 사람들로 인해 편의점 물품이 빠르게 사라졌다. 아무리 배급을 한다고 해도 소용없었다.

양아치 같은 인간들은 때로 몰려와 마음대로 물건을 가져갔다. 양아치 같은 놈들이 한 번 털고 나면 다른 사람들도 움직였다. 결국 지켜낼 수 있었던 것은 한정적이었다.

독기를 품고 위협한 결과 겨우 지켜낼 수 있었다.

김재민은 다른 사람들을 설득해 움직여야 한다고 말했지만 소용없었다.

비현실적인 상황에 아예 미쳐버린 사람도 있었다.

"그냥 우리끼리 가자."

재민이파는 모두 기어를 가지고 있었다. 5명씩 주변을 돌아다니며 좀비를 잡은 덕분에 얻었다.

"그래."

행운을 올려 인벤토리를 얻었기에 움직이는 것이 두렵지만은 않았다. 재민이파는 그렇게 식수와 약간의 먹을 것을 챙겨 편의점을 떠났다.

10명으로 돌아다니는 것은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도 잠깐. 먹을 것이 떨어지자 다툼이 일어났다. 싸우지 않는 여자들은 조금씩 먹으라는 얘기가 나오자 패가 갈라졌다.

남자 3명이 무리를 이탈했다.

남은 7명은 이를 악물었다. 그리고 먹을 것을 찾기 위해. 능력을 더 올리기 위해 좀비 사냥을 거듭했다.

그러다 황급하게 도망치는 남녀를 발견했다.

"이봐요! 이봐요!"

모르는 사람들을 만났기에 무엇인가 정보를 얻기 위해 접근했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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