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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의 기어-14화 (14/109)

< -- 14 회: 행운의 기어 -- >

"멈춰."

이동을 하며 주위를 살피던 신운성은 멀리서 들려오는 욕지거리와 고함 소리를 듣고 주변을 살폈다. 아무도 없는 것이 확인되자 조심스럽게 소리의 근원지를 향해 나아갔다.

'싸우고 있다.'

대략 20명 정도 되는 인원이 싸우고 있었다. 남녀 구분 할 것 없었다. 돌을 든 사람도 있었고 급조한 무기나 혹은 연장을 든 이들도 있었다.

'무기를 든 놈도 있다.'

중요한 것은 싸우는 인간들 중에 신운성과 같은 방패를 든 인간이 존재한다는 것이었다.

방패를 든 남자는 잘 싸웠다. 하지만 공격하는 쪽의 숫자가 더 많았다.

뒤쪽에서 여자들이 날리는 진흙에 얼굴을 맞은 남자는 잠시 고개를 돌렸다. 이후 남자 몇 명이 달려들었다. 그 순간 방패를 든 남자의 동료가 도와주며 여러 사람을 죽였다. 하지만 숫자에서 밀리고 있기에 결국 하나둘 방패를 든 남자의 패거리는 죽고 말았다.

"씨발, 질긴 새끼들."

승리한 쪽은 막대한 피해를 입었지만 누구하나 슬퍼하지 않았다.

'급조된 무리다.'

동료애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만난 지 얼마 안 된 사람들이라면 그럴 수 있다. 오히려 신운성과 서은하처럼 목숨을 걸고 등을 맡길 정도로 신뢰하게 되는 것이 비정상이었다.

부상 10명. 멀쩡한 건 남자 1명과 여자 6명.

여자들은 무기를 들고 있지 않았다.

'기회다.'

위험하긴 했다. 하지만 모두 긴장 속에서 싸움을 하느라 지쳐 있는 상태였다. 지겹게 내리는 빗속에서 무리하게 움직이며 싸운 터라 체력이 모두 바닥이 난 걸로 보였다.

'나보다 느려.'

민첩을 31까지 올린 자신보다 느리다는 것이 확연히 보였다.

'더 강해지기 전에 친다.'

더 강하다는 것을 확신한 순간 결단을 내렸다.

"가자. 넌 여자들 적당히 견제해."

모든 짐을 내려놓았다. 방패와 메이스만 든 두 사람은 달리기 시작했다. 전투의 함성 같은 것은 내지르지 않았다. 그저 있는 힘껏 빗속을 달렸다.

두 사람이 달려오는 모습을 본 여자 하나가 소리 질렀다.

"무기 든 놈들이야!"

전리품을 챙기려던 이들은 화들짝 놀라 주변을 살폈다. 하지만 신운성은 이미 지근거리에 도착한 상태였다.

빠르게 휘둘러진 메이스가 상처 없이 멀쩡했던 남자를 그대로 저승으로 보냈다.

서은하는 겁에 질려 물러나려는 여자를 망설이지 않고 때려 죽였다. 이후 학살이 벌어졌다.

"살려줘! 제발!"

"개새끼들아!"

애원과 욕설이 동시에 울려 퍼졌다. 하지만 이미 살심을 품은 신운성과 서은하의 마음에는 닿지 못했다.

살육이 이어졌다.

빗물과 함께 핏물이 흘렀다. 여자고 남자고 차별은 없었다. 모두 동등하게 죽음을 맞이했다.

"빨리 챙겨서 뜨자."

부상자를 포함해 모두 죽이자 기어와 동전이 떨어졌다. 서둘러 기어를 합성하자 연신 스탯 포인트가 올라갔다. 그때 수많은 물품이 주변에 나타났다.

물병, 쌀 포대, 밀가루, 고추장 등.

무게가 나가는 식수와 먹을 것들이 쏟아졌다.

"행운부터 올리자."

물품을 전부 챙기려면 어쩔 수 없었다. 신운성은 합성으로 얻은 스탯 포인트를 전부 행운에 투자했다. 그러자 이변이 발생했다.

- 실패 없이 최초로 행운을 100까지 올렸습니다.

기어가 금빛으로 빛나더니 색이 변했다. 하얀색이던 기어가 황금색으로 변했다.

- 기어가 '행운의 기어'로 변합니다.

- 유일한 기어의 소유자가 되었습니다. 보너스 스탯 포인트 10이 지급됩니다.

- '행운'을 '강운'으로 업그레이드 할 수 있습니다. 하시겠습니까?

변화는 순식간에 이뤄졌다. 메시지를 확인한 신운성은 두 번 생각하지도 않고 행운을 강운으로 바꾸었다.

'더 좋은 것이 있다면 취한다.'

살아남기 위해선 더 강해질 필요가 있었다. 지금은 운이 좋아서 버틸 수 있었지만 언제까지고 운이 좋으란 법은 없었다. 찾아온 행운을 지키기 위해선 행운에 걸 맞는 사람이 되어야만 했다.

행운은 강운으로 변했다. 100이었던 행운 수치는 갑자기 없어지고 '강운: 1'이 되었다.

동시에 인벤토리에 저장했던 물건들이 전부 쏟아졌다.

"어?"

"오빠? 무슨 일이야?"

행운을 올리고 물건을 챙기던 서은하는 깜짝 놀랐다. 갑자기 더 많은 물건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 행운이 강운이 되었습니다. 인벤토리 한 칸에 동일 품목을 100개까지 저장할 수 있습니다.

메시지를 들은 신운성은 서둘러 쌀포대를 인벤토리에 넣었다. 그러자 같은 칸에 숫자가 늘어나며 쌀 포대가 계속 들어갔다.

'이건!'

신운성은 서둘러 남은 포인트를 전부 강운에 투자했다. 하지만 강운은 쉽게 오르지 않았다.

'10포인트에 스탯이 1 올라간다.'

중요한 정보였다. 강운을 5까지 올리고 남은 스탯 포인트는 4 포인트였다. 어떻게 활용해야 할 지 생각하며 머리가 복잡했다.

"오빠! 오빠! 왜 그래?"

"미안. 잠깐 일이 있어서. 얼른 챙기자."

신운성은 쌀과 물을 위주로 챙겼다. 쌀 포대와 물병의 크기와 종류가 달랐지만 대충 비슷한 정도는 모두 같은 아이템으로 인식되는지 한 칸에 계속 들어갔다.

중요한 물품은 금방 챙길 수 있었다. 동전들도 모두 수거했다.

"일단 어디 조용한 데로 가서 얘기하자."

두 사람은 짐을 챙겨 가장 가까운 구조물로 향했다. 사람이 없는 원룸에 들어선 두 사람은 문을 잠근 뒤 숨을 돌릴 수 있었다.

신운성의 손목에서는 금색으로 빛나는 기어가 존재감을 발휘했다. 얘기를 듣는 도중 서은하는 신기하다는 눈으로 기어를 계속 바라보았다.

"그러니까 인벤토리 한 칸에 동일 물품이 100개까지 들어간다고?"

"응. 대신 강운 1 올리는데 10 스탯 포인트가 필요해."

"그럼 나도 행운 올릴까?"

서은하의 행운은 78에서 멈춘 상태였다. 남은 스탯 포인트는 19. 신운성의 인벤토리에 있던 물품이 떨어져서 그것을 챙기기 위해 다른 곳에 투자하지 않고 행운에 투자했었다.

"아니야. 서두를 것 없어. 일단 넌 좀 더 강해지는 게 좋아."

서은하는 군말하지 않고 신운성이 시키는 대로 했다. 근력과 민첩에 스탯 포인트를 나누어 투자했다.

"그런데 변화가 있잖아. 그게 전부일까?"

"모르지. 지금부터 확인해봐야지."

"다른 스탯도 올리면 더 좋은 게 나오겠지?"

"그래."

서은하는 신운성의 옆에 바짝 붙었다.

"다행이다."

신운성이 더 강해졌다고 느낀 서은하는 조금 더 안심할 수 있었다.

안심해서 그런 것인지 서은하는 금방 잠들었다. 신운성은 잠든 서은하의 머리를 한 번 쓰다듬어준 뒤 유저 정보창을 살폈다.

이름: 신운성

강운: 5

체력: 40

근력: 31

민첩: 31

정신력: 0

스탯 포인트: 4

'여기서 체력이나 근력 같은 것을 100까지 올리면 다른 것으로 변하겠지? 어느 것부터 올릴까?'

신운성은 고민했다. 지금까지는 골고루 올렸지만 100에 도달하면 다른 것으로 바꿀 수 있다는 가능성이 존재했다. 여러 가지에 두루 능한 것도 좋지만 지금은 가장 필요한 것에 집중할 필요를 느꼈다.

'싸움은 점점 더 심해질 거야.'

20명이 무기를 들고 싸우는 모습은 살벌했다. 싸움이 끝나는 순간을 노려 습격했기에 해치울 수 있었지 그게 아니었다면 반대로 사냥 당해 죽었다.

'얼마나 숲에 들어와 있는지 모르겠지만.'

신운성은 가장 필요한 능력이 무엇인지 고민했다.

'근력? 민첩?'

모두 중요했다. 근력이 강하면 적을 압도할 수 있다. 민첩이 높으면 적의 공격을 피하며 반격하는 것이 가능했다. 그러나 신운성은 체력에 주목했다.

'한 번 싸우고 끝나는 게 아니야.'

결투 같은 것이라면 근력이나 민첩 중 자신에게 맞는 것을 골라 올리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광활한 숲에서 계속 싸워야 했다.

'체력이 제일 중요해. 지치면 끝이야.'

신운성은 체력에 나머지 스탯 포인트를 투자했다.

'숲을 빨리 빠져나가는 게 제일 좋아.'

체력이 높으면 강행군이 가능했다. 더불어 쉽게 지치지 않으니 싸움이 벌어져도 힘을 낼 수 있었다.

유저 정보창을 확인한 신운성은 상점 탭을 눌렀다. 그리고 눈을 비볐다.

'뭐야? 이 숫자는?'

상점에서 쓸 수 있는 포인트가 1053으로 늘어나 있었다.

'내가 주운 동전은 100개가 안 될 텐데?'

이상한 일이었다. 하지만 차분히 계산해보니 행운의 기어 기능 중 하나임을 깨달았다.

'동전 하나에 10 포인트로 올랐다!'

놀라운 일이었다. 이제 더욱 풍족하게 지낼 수 있다는 뜻이었다.

'좋았어!'

어려운 상황에서 더 오래 버틸 수 있게 되었다.

'이제 적어도 굶어 죽을 걱정은 하지 않아도 돼.'

한 가지 고민이 해결되자 기분이 좋아졌다. 밖에선 여전히 비가 내리고 좀비와 살인자들이 걸어 다니는 현실은 변하지 않았지만 신운성은 기분이 좋았다.

불행 속에서 행운을 잡은 것에 기뻐했다.

잠시 기쁨에 들떴던 신운성은 창문과 문이 잠긴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하고 잠을 청했다. 하지만 꿈은 달콤하지 않았다.

"죽어! 개새끼!"

"살려달라고 했잖아! 왜 죽였어!"

"으아아아아아!"

"엄마!"

무의식의 세계로 빠져들자 강렬했던 전투의 기억이 다시 꿈을 통해 재현되었다.

'제기랄.'

악몽 속에서 신운성은 또 싸웠다. 덤비는 인간들을 모조리 박살냈다. 꿈속에서 신운성은 현실에서보다 더 강한 절대적인 강자였다. 하지만 꿈에 나타난 존재들도 만만치 않았다.

"그어어어어어."

쓰러트렸던 존재들이 다시 몸을 일으켰을 땐 좀비가 되어 있었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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