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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의 기어-7화 (7/109)

< -- 7 회: 신세계 -- >

다음날, 일어난 신운성은 몸이 나른했다. 근육통이 살짝 느껴지며 피로가 다 풀리지 않아 움직이기 싫었다. 하지만 움직여야만 했다. 안전이 확보되지 않은 곳에서 가만히 있는 것은 자살하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았다.

서은하와 함께 에너지바로 간단하게 허기를 채운 뒤 물을 마시고 일어섰다.

"비가 계속 오네."

비는 체력을 깎아먹는다.

'젠장.'

속으로 욕을 하며 신운성은 이동했다. 이동을 하며 발견한 좀비를 죽이고 콘트리트로 된 건축물을 살피는 일을 반복했다. 그리고 이제는 기어를 얻을 때면 서은하와 번갈아가면서 하나씩 합성했다.

'이제 16.'

행운이 16에 도달했다. 아이템 칸이 늘어나 들고 다녀야 할 물건들이 줄어들었다. 신운성은 좋은 일이라고 생각하며 수색을 계속했다. 그리고 처음으로 좀비도 죽고 방도 비어있는 곳을 보았다.

'누군가 잡은 건가?'

머리가 박살난 좀비가 보였다. 방은 비어있었다. 하지만 운 좋게도 기어가 좀비 옆에 굴러다니고 있었다.

'못 봤나 보군.'

반쯤 빗물로 인해 생긴 작은 웅덩이에 기어가 잠겨있었다.

'어쨌거나 나 말고 사냥할 수 있는 사람이 있는 건 좋지.'

찾고 싶었다. 하지만 계속 비가 내려 흔적을 추적하는 것은 어려웠다. 신운성은 기어를 합성하고 다시 움직였다. 이제는 좀비를 찾는 것만이 목적이 아니라 또 다른 사람을 찾는 것이 목적이 되었다.

'되도록 뭉쳐야 해. 뭉치지 않으면 위험해.'

몸이 회복되어 정상적인 사람의 움직임을 보이는 좀비의 존재가 신운성을 계속 압박했다.

신운성은 걸음이 조금 더 빨라졌다. 그리고 이상한 흔적을 발견했다. 이번에는 좀비는 그대로 있었지만 방은 누군가 뒤진 흔적이 보였다.

'좀비와 싸우지 않고 물자만 털어간 건가?'

있을 수 있는 일이었다. 위험은 피하고 물건만 챙긴다. 좀비는 느리니까 건드리지도 않고 움직일 수도 있었다.

신운성은 계속 좀비를 잡았다. 이제는 점점 익숙해져서 속도가 빨라졌다. 잡다보니 요령이 생겼다. 느려터진 좀비에 대한 두려움은 조금씩 사라졌다.

그렇게 행운이 20까지 올라갔을 때 다른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등짐을 잔뜩 진 남자 하나와 여자 둘이었다.

"저기요!"

신운성은 천천히 다가가며 사람들을 불렀다. 멈춰선 남자는 신운성이 보이자 서둘러 다가왔다.

"어서 오세요!"

남자와 여자 둘은 신운성과 서은하를 반갑게 맞아주었다. 그렇지 않아도 불안한 상황. 함께할 사람이 늘어나니 좀 더 안도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반가움은 잠깐이었다. 신운성이 가진 무기의 끝이 좀비의 피와 뇌수로 범벅이 되어 더러운 것을 보고 긴장하는 것이 보였다.

"이거 좀비 잡아서 그런 겁니다."

"아, 좀비 그거 잡았어요? 대단해요!"

예쁘장하게 생긴 여자가 대단하다는 표정으로 칭찬했다. 그런데 여자의 칭찬에 남자의 표정이 약간 굳는 것이 신운성과 서은하의 눈에 보였다.

'설마.'

신운성은 슬쩍 두 여자의 외모를 관찰했다. 하루 정도 제대로 씻지 못하긴 했지만 둘 다 몸매도 좋고 예뻤다.

'질투?'

신운성은 갑자기 남자가 자신을 견제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더구나 서은하를 한 번 보더니 슬쩍 비웃는 것 같기도 했다.

'멍청한 놈.'

신운성은 남자를 멍청하다고 판단했지만 그렇다고 떠날 생각은 하지 않았다.

"정말 어떻게 된 건지 모르겠습니다. 혹시 아는 거 있나요?"

"저도 깨어나 보니 여기였어요."

정보를 주고받으며 신운성은 세 사람을 자세히 살폈다.

'손목에 기어가 없다. 그러면 기어에 대해선 모른다는 거네.'

신운성은 이들이 싸우지 않는 사람들이란 생각이 들었다.

'발목만 잡을 것 같다.'

등짐을 보면 물건을 많이 챙긴 것이 한 눈에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좀비랑 싸우지 않았다는 것은 자신들의 안전을 제일 우선시한다는 뜻이었다.

'잘못하면 내가 독박 쓴다.'

두 여자는 신운성이 좀비를 잡았다고 하니 호의를 베풀며 다가오고 있었다.

"저 혹시 목마르면 이것 좀 마셔요."

물을 건네기도 했고.

"배고프지 않아요? 이거 드세요."

과자를 주기도 했다.

남자의 표정은 점점 더 굳어갔다. 마치 바람피우는 애인을 보는 남자의 표정 같았다.

신운성은 먹을 것을 받아먹었다.

"지금 상황도 안 좋은데 같이 움직여요."

여자 중 날카로운 눈매의 미녀가 제의했다. 두 여자는 신운성만을 보고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남자는 입술을 꾹 다물고 있었다.

'같이 다녀봐야 좋을 거 없다.'

신운성은 빠르게 판단했다. 여자 둘이 호의를 보이고 있긴 했지만 짐으로 보일 뿐이었다.

'아마도 남자도 같은 방식으로 꾀어 낸 모양이네.'

남자가 있으면 든든하니 여자 둘이 남자에게 붙은 것 같아보였다.

"저기 같이 다니는 것보다는 우선 따로 움직이죠."

"네? 그게 무슨 소리에요?"

"우선 여기 상황이 어떤지 파악해야죠. 좀비가 있어서 위험하긴 하지만 느리잖아요. 가까이 가지만 않으면 위험할 것도 없으니까요."

신운성은 자신이 아는 정보를 전부 주지 않았다.

'더 무서운 게 있는 줄 알면 놔주지 않겠지. 그건 안 돼.'

만약 세 사람 중 한 명이라도 기어를 차고 있었다면 신운성은 자신이 가진 정보를 풀고 함께 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세 사람은 그러지 않았다. 분위기도 별로였다.

'이런 상황에서 짐을 더 떠안을 순 없어.'

서은하도 짐이라면 짐이었다. 하지만 서은하는 최소한 도움이 되기 위해 노력했다. 함께 좀비를 사냥할 때도 도망가지 않고 바로 옆에서 야구 배트를 들고 대기했다.

"그러지 말고 같이 움직여요."

가슴이 큰 여자가 다가와 팔을 껴안았다. 부드러운 가슴의 감촉이 팔에 느껴졌다. 그러나 신운성은 더 굳어지는 남자의 표정을 보고는 팔을 뺐다.

'저 놈도 글러먹었어. 지금이 어떤 상황인데 질투를 해?'

생존보다 여자에 더 관심이 많아 보였다.

"괜찮아요. 제가 지나오면서 봤는데 좀비들 그냥 멀뚱하니 서있었거든요. 우선 여기가 어떤 곳인지 빨리 파악해야죠. 같이 움직이면 시간이 더 걸리잖아요."

"그게 맞는 것 같다. 일단 따로 움직이면서 수색해보자."

남자가 재빠르게 치고 나왔다. 이에 여자 둘은 불안한 표정을 지었지만 신운성은 바로 서은하를 이끌고 움직였다.

이에 남자는 반대 방향으로 움직였다. 여자 둘은 잠시 고민하는 표정을 짓더니 결국 남자를 쫓아갔다.

'혹 뗐다.'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신운성이 걸을 때 서은하가 슬쩍 팔을 잡아 당겼다.

"왜 그 사람들하고 같이 안 가? 얘기도 다 안 해주고."

질책은 아니었다. 서은하의 목소리에는 불안이 가득 담겨 있었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게 되자 일단 안도했는데 다시 갈라지니 불안이 솟구친 상태였다.

"도움이 안 될 것 같아서."

"응?"

"그 사람들 손목에 기어 하나도 안 차고 있었어. 좀비 한 마리 안 잡아 본 것이 확실해."

서은하는 고개를 숙였다.

"여자 둘 행동도 그렇고 남자는 더 많은 정보를 얻기 보다는 여자들이 나한테 관심 보이는 걸 질투하더라. 그런 사람들하고 함께 움직여야 나만 피곤해져."

"응."

서은하는 더 질문하지 않았다. 서은하도 세 사람이 보낸 비웃음이 담긴 시선을 보았었다. 구멍 난 신발을 신은 뚱뚱한 자신의 모습에 창피하기도 했다. 그래도 함께하고 싶어서 꾹 참았었다.

'오빠는 정말 다른 건 생각 안하는 구나.'

예쁜 여자들이 신운성에게 달라붙을 땐 솔직히 기분이 나쁘기도 했다. 무엇인가 빼앗기는 것 같았다. 자신이 뒤로 밀려나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이제 신운성에 대해 좀 더 알 것 같았다.

'살아남는 것만 생각하고 있어.'

그리고 도움이 되지 않으면 가차 없이 버린다는 것도.

서은하는 더욱 정신을 차렸다.

'쓸모없는 사람이 되면 안 돼.'

서은하는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 신운성의 등을 바라보며 입술을 꾹 깨물었다.

'저 등을 놓치면 안 돼.'

"미친. 대체 어디까지 이어진 거야?"

계속해서 이동과 사냥을 반복하면서 신운성은 어느 덧 행운이 29까지 올랐다. 하지만 지금 그런 것보다는 다른 것이 신운성을 괴롭혔다.

"숲이 꽤 큰가봐."

"그러게."

근처에 도시가 없는 것 같았다. 평지인데 하루 종일 한 방향으로 걸어도 끝이 안 보였다. 더구나 더 안 좋은 것은 계속 발견되는 방에서 먹을 것을 찾기가 불가능해졌다는 점이었다.

세 사람을 만난 이후 발견한 방들은 모조리 누군가 뒤진 상태였다. 사람은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대신 좀비들만이 남은 상태였다.

'사람들이 점점 뭉치고 있는지도 모르지.'

신운성은 좋게 생각했다. 일단 계속 좀비가 발견된다는 것을 좋은 것으로 판단했다. 느려터진 좀비가 서있는 것은 몸을 회복한 좀비가 아직 없다는 것과 같은 뜻이었다.

하지만 사람들이 뭉친 것과 별개로 숲의 크기에 신운성은 질려버렸다.

'확 불을 질러버릴까?'

불을 지르고 싶지만 비가 내리고 있었다. 아울러 불을 질렀다 잘못되면 숲에서 벗어나지도 못하고 타죽을 수도 있었다.

"그런데 오빠. 이상하지 않아?"

"뭐가?"

가만히 앉아서 휴식을 취하는데 서은하가 문득 말을 걸었다.

"짐승이 안 보여."

"짐승?"

"응. 여기 숲이잖아. 좀비가 있는 건 어쩔 수 없다고 해도 왜 짐승이 안 보이지?"

서은하의 지적에 신운성은 머리가 아팠다. 신경 쓸 것이 점점 더 늘어났다.

"확실히 이상하네."

하지만 뭔가 가설을 내놓을 수 있을 만큼 정보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짐승이 이 정도로 없는 숲이면 사람이 관리하거나 그런 경우가 아니면 주변에 도시가 있거나 그럴 때던데."

사람이 관리하는 것치고는 너무 넓었다. 주변에 도시는 없었다.

여러 가지 생각을 하던 신운성은 하나의 생각을 떠올리곤 등골이 서늘해지는 것을 느꼈다.

"먹을 것이 없으니까."

"응?"

"짐승들이 먹을 것이 없으니까 숲에 없는 거겠지."

말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나무가 있다면 벌레가 있고 벌레가 있으면 새가 있다. 그리고 나무의 열매를 먹는 작은 짐승들이 있고 작은 짐승들을 잡아먹는 맹수들이 있다.

즉, 숲이란 것은 생명을 품는 보금자리와 같다. 그런데 숲에 먹을 것이 없다니.

신운성은 서둘러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상해. 진짜 이상한 곳이야.'

나무들은 이상이 없어 보였다. 작은 의혹에서 생긴 수수께끼가 두 사람을 더욱 어지럽게 했다.

'진짜 뭐하는 곳이야?'

신운성은 투덜거리다 다시 일어났다. 어찌 된 곳인지 알려면 계속 움직이며 정보를 수집해야만 했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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