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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의 기어-4화 (4/109)

< -- 4 회: 신세계 -- >

이름: 신운성

상단에 '유저 정보창'이라고 적혀 있었지만 내용은 꼴랑 하나. 이름 밖에 나오지 않았다.

'어떻게 된 거야?'

신운성은 인상을 찌푸렸다. 유저 정보창이란 것도 기가 막히지만 내용은 더 기가 막혔다. 왠지 분노가 치솟았다.

'분명 나를 이곳에 오게 한 것과 관련이 있어.'

예상은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정보가 너무나 부족했다. 신운성은 '닫기'라고 적혀 있는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불친절한 유저 정보창은 사라졌다.

이윽고 신운성은 기어를 벗으려 했다. 하지만 벗겨지지가 않았다.

'한 번 차면 그냥은 안 벗겨지나?'

손목을 자른다면 벗는 거야 어렵지 않지만 손목을 자를 이유가 없었다.

'유저 정보창이라고 했으니 이것은 일종의 게임인가? 아니면 뭘까?'

알 수 없었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이 있었다.

'이 곳은 지구 혹은 현실이 아니야. 가만히 있다가는 죽는다.'

정말 게임이라면 죽은 뒤에 현실에서 다시 깨어날 가능성은 있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가능성이었다. 죽으면 그걸로 끝날 수도 있었다.

'목숨 가지고 시험해볼 순 없지.'

그렇다면 남은 선택지는 오직 하나.

'싸워야 해. 살아남으려면 강해져야 해.'

마음이 급해진 신운성은 무기를 챙겨들고 왔던 길을 돌아갔다. 사무실 부근에 도착하자 가만히 서있는 좀비가 보였다. 신운성은 냅다 달려들어 망치를 휘둘렀다.

후웅! 퍼걱!

온 몸을 뒤틀어 있는 힘껏 내려치자 좀비의 머리가 단숨에 박살나며 허물어졌다.

'젠장. 무기가 맛이 가고 있네.'

아령을 고정한 부분이 약간 뒤틀린 것이 보였다. 급조한 무기의 한계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나중에 고치자.'

신운성은 다시 뭔가 있나 싶어 좀비를 살폈다. 그러자 좀비의 가슴에 놓여있는 기어를 발견했다. 신운성은 막대의 끝부분으로 기어를 쳐냈다.

'똑같은 건가?'

도움이 되는 것은 무엇이든 취해야 했다. 때문에 소홀히 넘어갈 수 없어 기어를 주어든 순간 다시 음성이 들렸다.

- 유저의 기어를 획득하셨습니다. 합성하시겠습니까? 성공률은 50%입니다.

음성과 함께 앞에 반투명한 창이 떴다. '예/아니오'로 된 작은 창을 두고 신운성은 고민했다.

'합성? 합성하면 뭔가 더 좋은 게 있나? 아니야. 혹시 실패하면?'

잠깐 고민했지만 선택은 합성이었다.

'내가 있던 곳에 가서 좀비를 잡으면 또 나올 거야. 실패해도 상관없어.'

실패해서 손목에 찬 기어가 사라진다 해도 부담은 없다고 신운성은 판단했다. 무엇보다 합성에 성공하면 무엇인가 도움이 되는 것이 나올까 싶어 무척 궁금했다.

'예'를 선택해 누르자 손목에 찬 기어에서 빛이 번쩍였다.

- 합성에 성공하셨습니다.

- 스탯 '행운'이 생성되었습니다.

'응?'

스탯이 생성되었다는 말에 얼른 유저 정보창을 확인해보았다.

이름: 신운성

행운: 1

스탯 포인트: 0

아주 작은 변화였다. 여기에 유저 정보창 옆에 '인벤토리'란 탭이 생겼다. 눌러서 확인해보니 작은 금고만한 칸이 보였다. 실험을 위해 아이템을 넣어보니 딱 한 개만 물건을 넣을 수 있었다. 허공에 떠 있는 금고와 같은 상태라 움직이는 방향으로 인벤토리 칸도 따라 움직였다.

'위치 조절도 가능하네.'

신운성은 오른팔로 쉽게 꺼낼 수 있는 위치에 옮겨 놓았다.

'아쉬운 건 너무 크면 안 들어간다는 거.'

가방을 넣으려했지만 가방 안에 여러 물품이 있어서 그런지 들어가지 않았다. 기다란 무기도 들어가지 않았다. 그래서 가방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것을 생수병을 넣었다.

'물을 구하기 쉬울 때까진 조심해야지.'

인벤토리를 확인한 뒤에 신운성은 다시 빠르게 움직였다.

'행운을 더 올려야 해.'

행운이란 스탯이 생기자 인벤토리가 생겼다. 신운성은 행운을 올리면 사용할 수 인벤토리가 더 늘어난다는 사실을 깨닫고 행운을 올리기로 마음먹었다. 스탯 포인트라는 것을 얻으면 다른 스탯을 올릴 수도 있겠지만 현재 신운성이 가진 것은 행운뿐이었다. 그러니 행운에 집중하는 수밖에 없었다.

신운성의 방까지 도착하는 것은 금방이었다. 도착하자마자 신운성은 좀비를 잡았다.

'역시 좀비를 잡으면 기어를 주는 구나. 아마 지금은 처음이라서 적응할 수 있는 기회를 주나보다.'

문득 소리 지르며 도망치던 사람들이 어리석다고 느껴졌다.

'기어가 없으면 살아남기 힘들 텐데. 목숨을 버리는 행위야.'

앞으로 어떤 것이 생길지 모르지만 기어가 목숨 줄이 되어줄 것만 같았다.

'빨리 더 많이 잡아야 해. 기회가 있을 때 많이 올려두는 게 좋아.'

다른 사람들이 주춤거릴 때 치고 나가야 했다.

'어차피 도망친 사람들은 살 기회를 버린 거야.'

기회를 앞에 두고도 두려워서 도망친 사람들이었다. 죄책감이 약간 들긴 했지만 이내 지웠다.

'남 걱정할 때가 아니다.'

남을 걱정해줄 정도로 잘난 인간도 아니었다. 신운성은 자신을 잘 알았다. 한 번 본 것을 그대로 외워버리는 천재도 아니었고 운동을 아주 잘하는 것도 아니었다. 그냥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청년이었다.

'살려면 강해져야 해.'

생각을 정리한 신운성은 기어를 합성했다. 그러자 스탯 포인트가 1오르며 행운 옆에 '+' 버튼이 생겼다. 눌러주니 스탯 포인트가 줄어들며 행운이 2가 됐다.

'인벤토리가 1칸 더 늘었어.'

좋은 현상이라 생각한 신운성은 더 많은 인벤토리를 얻기 위해 서둘렀다.

사무실이 있던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니 얼마 가지 않아 또 다른 콘크리트 덩어리를 볼 수 있었다. 사람은 없었고 역시 좀비만 덩그러니 서있었다.

좀비를 처리하고 기어를 합성하자 성공했다.

'50%의 확률인데 계속 성공했다.'

스탯포인트를 올려 행운을 3으로 올린 신운성은 고민했다.

'만약 실패하면 어떻게 되는 거지? 파괴되나?'

겁이 났다. 만약 파괴된다면 기어를 모았던 것이 모두 수포로 돌아간다.

'이쯤에서 멈출까?'

하지만 멈출 수 없었다. 어쩌면 파괴가 안 될지도 몰랐다.

'이건 좋지 않은데. 꼭 도박 중독에 걸린 것 같잖아.'

한쪽으로 기우는 생각을 경계하며 신운성은 다시 고민했다. 그러나 답은 어느 정도 정해져있었다.

'계속 한다. 실패할 때까지. 혹은 다른 사람을 만날 때까지 계속한다.'

어쩔 수 없었다. 현재의 상황을 타계하기 위해선 좀 더 강해져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렇기에 모험을 선택했다.

'일단 저곳부터 뒤져볼까?'

안으로 들어가 봤지만 쓸 만한 것은 없었다. 그냥 평범한 방이었다. 안에는 옷가지가 좀 있었지만 무기로 쓸 것은 보이지 않았다.

이후 신운성은 좀비를 10마리나 더 잡았다. 더구나 운 좋게도 합성은 계속 성공해 행운을 13으로 올릴 수 있었다. 덕분에 가방 안에 있던 대다수의 물건은 인벤토리 칸에 넣을 수 있었다. 여러 개의 인벤토리 칸이 허공에 떠 있는 상태였지만 이를 한 곳에 모아 겹치니 숫자 탭이 생겼다. 탭을 누르면 칸이 저절로 변경되었다.

가방은 여전히 등에 지고 있었다. 야구 배트는 들어가지 않아서 케이블로 묶어 가방에 고정했다.

'배고프다.'

긴장한 상태로 열심히 움직이자 다시 허기가 밀려왔다. 치즈 케이크를 먹었지만 속은 여전히 허전했다.

'먹을 게 필요해.'

신운성은 제발 먹을 것이 나오길 기대하며 다시 움직였다.

"으아아아아악!"

움직이는 와중에 비명이 들리자 신운성은 달렸다. 비명 소리가 들린 방향으로 2분 정도 뛰자 좀비에 물려 벗어나려고 발악하는 남자가 보였다.

'위험하다.'

남자를 도와주기 위해 뛰쳐나가려던 신운성은 멈췄다. 발악하던 남자가 경련을 일으키더니 축 늘어졌기 때문이었다.

'왜?'

남자가 물린 곳은 팔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죽었다.

좀비는 쓰러진 남자의 위에 올라타 뜯어 먹기 시작했다. 입을 대고 옷까지 게걸스럽게 뜯어 먹는 모습은 구역질이 났다. 신운성은 서둘러 나무 뒤에 숨어 이를 지켜보았다. 도망가고 싶었지만 정보를 더 얻기 위해선 관찰할 필요가 있었다.

'독인가?'

남자의 사인을 생각해보면 '독'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자연스러웠다.

'물리면 죽는다.'

그러자 좀비가 더욱 두려워졌다. 물리면 얼마 안가 죽고 뜯어 먹힌다는 소리였다.

'아마 좀비를 잡아보려고 하다가 물린 거겠지.'

자세히 살필 수는 없었지만 다른 경우는 생각나지 않았다. 신운성은 구역질을 참으며 좀비의 식사를 지켜보았다. 그리고 얼마 뒤 깜짝 놀랐다.

'회복되고 있어.'

좀비의 몸이 갑자기 회복되고 있었다. 엉망이 되었던 좀비의 피부가 원상복구 되었다. 좀비는 계속해서 여기저기 뜯어 먹었다. 몸은 계속 회복되었다.

식사가 끝나자 좀비는 멀쩡한 사람의 육체를 가지게 되었다.

'젠장.'

신운성은 비명을 지르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 식사를 마친 좀비는 일어나 코를 킁킁거렸다.

'비가 오니까 냄새를 맡는 것은 불가능하다.'

좀비의 행동에서 신운성은 후각이 위치를 알려줄 수도 있다는 정보를 얻었다. 하지만 더 무서운 정보는 쓰러져 있던 남자의 시체가 일어섰다는 것이다.

'좀비가 된 건가?'

무서운 정보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원래 좀비였던 녀석의 움직임은 인간과 같았다.

'빌어먹을.'

좀비가 된 남자의 움직임은 다른 좀비와 다를 것 없이 엉망이었다. 하지만 몸을 회복한 좀비는 인간과 똑같이 움직였다. 멀쩡한 사람의 걸음걸이와 별 차이가 없었다.

'여길 벗어나야 해.'

신운성은 몸을 회복한 좀비와 싸워서 이길 자신이 없었다. 때문에 조용히 뒤로 물러났다. 거리가 멀리 떨어져 있었기에 회복된 좀비는 물러나는 신운성을 발견하지 못했다.

'젠장. 빌어먹을.'

쌍욕을 내지르고 싶었지만 입술을 꾹 깨물었다. 소리를 내서 좀비를 끌어들이게 되면 위험했다. 신운성은 회복된 좀비로부터 멀리 떨어지기 위해 반대 방향으로 계속 움직였다. 그러다 자신이 사냥했던 곳에 도착하자 바닥에 주저앉아 흙을 몸에 발랐다.

'냄새부터 없애자.'

겁이 났기에 하는 행동이었다. 비를 계속 맞으면 진흙이 씻겨 내려가겠지만 조금이라도 발각될 확률을 줄이기 위해 하는 행동이었다.

'걸리면 죽는다.'

가지고 있는 무기도 변변치 않았다. 고정했던 아령이 계속 뒤틀릴 때마다 다시 테이프를 칭칭 감아 고정했다. 하지만 얼마 안 가 부서질 것만 같았다.

'새로운 무기를 찾아야 해.'

겁이 난 신운성은 허기도 잊고 다시 움직였다. 무서운 괴물이 숲에 돌아다닌다고 생각하니 편하게 쉴 생각이 들지 않았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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