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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의 기어-3화 (3/109)

< -- 3 회: 신세계 -- >

밖으로 나오니 아직도 좀비가 어기적거리며 움직였다. 신운성이 있는 방향으로 계속 몸을 틀며 천천히 거북이처럼 이동했다.

'잘 하면 잡을 수 있을지도.'

위협을 만난 신운성은 일단 관찰했다. 약 5분간 이리 저리 움직이며 적당한 거리에서 관찰한 결과 거리만 떨어져 있으면 별 위험이 없음을 깨달았다.

'한 번 공격해보자.'

신운성은 위협이 되는 것을 처리하기로 결정했다. 무시하고 그냥 가도 문제 될 것은 전혀 없었다. 그러나 이상한 곳에 떨어진 상황이었다. 괴물까지 나타났다. 여기서 자신의 힘이 어느 정도 통하는지 확인해보는 것은 필수였다.

'어느 정도 안전이 확보 되었을 때 능력을 확인해봐야 해.'

나중에 위급한 상황에 처했을 때 빠른 결정을 내리기 위해선 정보가 필요했다. 그래서 신운성은 일단 공격하기로 결정했다.

의자 다리로 만든 몽둥이는 가방에 찔러 넣었다. 대신 왼손에 케이블 끝을 감고 오른손에는 아령을 들었다. 2kg짜리 아령의 묵직함을 느껴졌다.

신운성은 아령을 던졌다. 아령은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갔지만 좀비에게 맞지 않고 빗나갔다.

'정확성이 떨어지네.'

던지는 것은 포기했다. 근력이 받쳐주지도 않고 정확성이 떨어지니 아령을 던져 맞춘 뒤 케이블로 다시 당기는 작전은 무리였다.

신운성은 다른 방법을 사용했다. 케이블에 달린 아령을 원심력을 이용해 돌렸다. 슬링을 이용하는 것처럼 계속 돌리면서 조금씩 케이블을 풀어주자 아령이 몸을 중심으로 회전하며 조금씩 멀어졌다.

풀리지 않게 단단히 묶고 혹시나 하는 생각에 테이프로 감은 아령은 떨어지지는 않았다.

'한 번 쳐보자.'

신운성은 조금씩 좀비를 향해 다가가며 회전하는 아령이 좀비의 머리에 맞도록 움직였다. 좀비는 바로 앞에서 아령이 왔다 갔다 하는데도 계속 전진할 뿐이었다.

퍽!

아령은 보기 좋게 좀비의 머리를 강타했다. 좀비는 힘없이 쓰러졌지만 계속 꿈틀거리며 다시 일어나려 했다.

'힘들다.'

케이블을 다시 당기며 아령을 회수한 신운성은 자신이 만든 무기가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했다.

'일단 저 놈부터 잡아보자.'

바닥에 쓰러진 좀비는 쉽게 일어나지 못했다. 신운성은 재빨리 좀비의 머리 부분 쪽으로 접근했다. 약 1미터 정도 남기고 멈추자 좀비가 갑자기 몸을 뒤집는 것이 보였다.

'위험!'

재빠른 좀비의 움직임에 신운성은 후다닥 뒤로 물러났다. 그러자 약 2미터 정도 재빨리 다가오던 좀비가 갑자기 멈췄다.

'악어 같다.'

평소에는 가만히 있다가 먹이가 지나칠 때면 벼락 같이 덤비는 것이 악어를 닮았다.

'1미터 정도 남기니까 다가왔어.'

팔이 닿지 않는 거리에서 아령을 계속 던져서 머리를 깨려고 했던 작전은 실패였다.

'뭔가 다른 게 필요해.'

비는 계속 내리고 있었다. 신운성은 살짝 허기를 느꼈다. 자고 일어나서 밥도 제대로 못 먹고 위험한 상황을 마주하니 체력이 급격히 저하되는 중이었다.

다시 사무실로 들어선 신운성은 먹을 것을 찾았다. 사무실에 있는 작은 냉장고를 여니 치즈 케이크가 보였다.

치즈 케이크는 순식간에 신운성의 입안으로 사라졌다.

'먹을 것도 챙겨야 해.'

냉장고 안에 먹을 것은 별로 없었다. 초콜릿 바와 생수가 들어있을 뿐이었다. 치즈 케이크도 조각이 하나 남아 있던 것이었다.

'일단 설탕하고 커피라도 챙기자.'

신운성은 냉장고 옆에 있는 설탕과 커피, 그리고 티백 녹차를 챙겼다. 모두 부피가 작았기에 가방에 넣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더 없나?'

사무실을 뒤져보았지만 더 먹을 것은 나오지 않았다.

'다른 곳으로 가봐야 한다.'

신운성은 사무실과 같은 곳이 더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자신의 방과 사무실의 상태는 밖에서 볼 땐 비슷했다. 엉뚱한 곳에 떨어지게 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비슷한 상황에 처한 사람이 더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기.'

생각을 정리한 신운성은 다시 무기를 찾기 위해 뒤졌다. 그리고 사무실 구석에서 나무로 된 야구 배트를 찾아냈다.

'사무실 사람 중 누가 야구 했었나?'

잡스러운 추리를 잠깐 한 신운성은 야구 배트로는 만족 할 수 없었다.

'1미터 정도까지 가면 달려든단 말이야.'

적어도 2미터는 거리를 둬야 했다.

신운성은 더 긴 무기를 찾지 못하고 밖으로 나갔다.

밖으로 나오니 좀비가 일어서는 것이 보였다. 굉장히 느렸다.

'가까이 가지만 않으면 위험하진 않다.'

정보를 갱신한 신운성은 주변을 조용히 살피며 움직였다. 현재 있는 곳이 어딘지는 알 수 없지만 가만히 있다가는 죽기 딱 좋았다. 평범한 숲에 있어도 가만히 있다가는 구조 받지 못해 죽을 수 있는 상황인데 괴물까지 있었다.

신운성은 자신을 보호할 무기의 필요성을 느끼며 빠르게 주변을 수색했다.

'찾았다.'

사무실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역시 콘크리트 덩어리처럼 보이는 건축물이 있었다.

'여기도 좀비가 한 마리.'

콘크리트 덩어리와 꽤 거리가 떨어진 곳에 좀비가 있었다. 덕분에 안으로 들어가는데 문제는 없었다.

'여긴 창고?'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주변에도 사람이 보이진 않았다. 창고 한 쪽에는 간이침대가 놓여 있었다.

'여기 있던 사람도 도망갔나?'

신운성은 사무실에도 간이침대가 있던 것을 떠올리며 추측했다. 사무실 사람은 좀비를 보자 비명을 지르며 도망쳤다. 창고의 사람도 마찬가지로 도망쳤을 가능성이 있었다.

'알게 뭐야.'

도망친 사람들이 어쩌면 다른 위험에 빠졌을 수도 있지만 신운성은 무기가 될 만한 것을 찾는데 집중했다.

창고 안에는 여러 가지 물품이 있었다. 잡동사니가 많았다. 청소 도구도 있었고 페인트 도구도 있었다. 주로 세제와 같은 박스가 많은 것으로 보아 청소와 관련된 곳인 것 같았다.

'찾았다.'

신운성은 청소 도구들 사이에서 대걸레를 발견하고 만족한 표정을 지었다.

'저거면 돼.'

약 1.5미터에 달하는 대걸레의 봉을 보며 만족한 표정을 지었다.

'저걸 잡고 팔을 뻗으면 2미터는 나오겠어.'

나중에 더 좋은 것이 나올 수도 있겠지만 그때까지 자신이 위험과 마주하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기에 신운성은 대걸레 봉을 택했다.

대걸레의 봉 끝 부분은 분리가 가능했다. 분리해내자 바닥을 닦는 걸레 부분이 떨어져 나갔다. 끝부분이 T자 형으로 된 것이 보였다.

'딱 좋아.'

아령을 T자형이 된 대걸레의 끝 부분에 고정했다. 테이프로 한 번 감은 뒤 케이블로 여러번 감아 단단하게 고정했다. 그 뒤에 다시 풀리지 않도록 테이프로 칭칭 감았다.

기다란 망치가 완성되었다.

몇 번 휘두르면서 감을 잡은 신운성은 좀비에게 다가갔다. 약 2미터 정도 거리를 남겨 둔 상황이 되었지만 좀비는 천천히 움직일 뿐이었다.

'좋았어!'

신운성은 가차 없이 급조한 망치를 휘둘렀다. 위에서 아래로. 말뚝을 향해 휘두르듯이 급조한 망치를 있는 힘껏 휘둘렀다.

퍼걱!

둔탁한 소리와 함께 좀비의 머리가 깨졌다. 좀비는 그대로 허물어졌다. 쓰러진 좀비는 아주 살짝 몸을 떨었다. 질린 신운성은 다시 한 번 더 휘둘러 아예 머리를 박살냈다.

좀비의 떨림이 멈췄다.

'끝난 건가?'

하지만 방심하지 않았다. 상대는 인간이 아닌 괴물이었다. 머리가 박살났어도 갑자기 일어날 수도 있었다. 정보가 부족하기에 섣부른 판단은 금물이었다.

조심스럽게 망치의 끝부분으로 찔러보았지만 미동도 하지 않았다. 조심스럽게 1미터까지 접근했다 후다닥 뒤로 물러나도 움직임이 없었다. 그때였다.

무엇인가 눈에 들어왔다.

'저게 뭐지?'

하얀 색 물체가 좀비의 옆에 떨어져 있었다. 시계 같이 생겼지만 시계는 아닌 것 같았다.

'스마트 기어인가?'

호기심이 생긴 신운성을 망치의 끝부분을 좀비에 대고 밀었다. 꽤 힘들었지만 좀비는 밀려났다. 안전거리를 확보할 때까지 좀비를 밀어낸 신운성은 스마트 기어로 추정되는 물건을 잡았다.

'시계는 아니고. 스마트 기어면 좋겠는데.'

스마트 기어는 스마트 폰 이후에 나오기 시작한 물건이었다. 아직 크게 활성화 되지는 않았지만 학교 다닐 때 같은 반 친구들이 호기심에 구입한 것을 보았기에 존재는 알고 있었다.

'전화가 되면 좋겠는데.'

신운성은 휴대폰이 없었다. 휴대폰을 가지고 있으면 공부에 방해가 되기 때문에 해지했다. 휴대폰을 가진다는 것은 사람들과 유대 관계를 맺는다는 의미였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었기에 신운성은 사람들과 만날 생각이 없었다. 가끔 친구들을 만나 놀고 싶기도 했지만 꾹 참았다.

'되나?'

전화가 된다면 좋겠다는 생각에 전원을 찾아보았지만 전원을 넣는 버튼 같은 것은 없었다. 액정 화면은 투명해서 거울과 같았다.

'배터리가 다 됐나?'

한숨을 내쉰 신운성은 버릴까 하다가 멈췄다. 어쩌면 다른 곳에서 충전할 수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일단 가져가자.'

그렇게 생각하며 손목에 기어를 차는 순간 음성이 들렸다.

- 유저의 기어를 착용했습니다. 유저 등록 완료되었습니다.

"어?"

갑자기 액정에 불이 들어왔다. 액정에는 하얀 색의 복잡한 문양이 빛을 발하고 있었다.

'뭐야?'

전원이 들어온 건가 싶어 액정에 손을 대자 갑자기 전면에 반투명한 창이 떴다.

"헉!"

깜짝 놀란 신운성은 뒤로 물러섰지만 물러선 만큼 반투명한 창이 따라왔다.

'어떻게 된 거야?'

당황한 신운성은 재빨리 창을 살펴보았다.

'괴물은 아니다.'

이상한 괴물이 아닌 것을 확인하자 두근거림이 조금씩 가라앉았다.

'유저 정보창?'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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