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3화 〉 외전먼 세계의 이방인(5)
* * *
#
이거야 원. 가지고 놀 맛이 있겠는데?
어쩌면 이번에 잘해서 그녀에게 보빔의 중요성을 알려줄지도?
“호오. 뭐야 이거. 왜 같은 여자인데 부끄러워해?”
“이거 놔!”
“호오. 역시 너도 그쪽이었구나.”
같은 여자면 가슴 부비부비에 이렇게 부끄러워하면 안 되는 거지.
뭔가 따로 이유가 있는 것이 분명하다.
한참 나에게 비비적 당한 올리비아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손가락을 들었다.
“메테오 떨굴까?”
“아. 알았어. 손들지 마.”
“처신 잘하라고?”
하여간 철벽 오지게 치고 있네.
역시 강함이 보통이 아니니까 취하기가 쉽지 않다.
아니지. 그 때문에 오히려 더 꼴리는 걸까? 어서 저 몸을 나의 것으로!
보빌 생각에 아주 신나는 용용이다.
그러니까.
“이건 뭐고. 저건 뭐고 이건 뭔데?”
나는 내 새 히로인이 될 올리비아에게 음식들을 직접 날라줬다.
아주 한 상 거하게 차려줬지.
우선 한국의 문화부터 직접 각인시켜주는 것이다.
“어. 여자들에게 인기 많은 떡볶이랑. 치즈 곱창이랑. 파스타랑. 민초랑. 순대국밥이랑. 치킨이랑. 닭발 및 기타 등등.”
“은하야. 아무리 그래도 이건 너무 막 갖다 붙인 거 아니야?”
중간에 끼어든 수지가 식탁을 보고 찌푸렸다.
아니, 갖다 붙이다니! 케이트를 써서 일일이 실어나른 거란 말이다. 그것도 아주 따끈따끈하게 충분히 녹아 있는.
“어차피 맛있으면 다 그만인데 뭘. 그런데 중간에 민초는 좀 아니라고 봐.”
“그 전에 나보고 이걸 다 먹어보라고?”
원래 이 정도는 다 먹어 봐야지.
“사실 다른 음식도 먹여보고 싶은데. 이곳에 오래 있지는 못하잖아?”
“아니, 그거랑 이건 좀 다른 문제 같은데.”
아무튼 올리비아는 내 성의를 무시하지 못했다.
결국 그녀는 먹기 시작했다.
떡볶이를 시작으로 음식들을 다양하게.
중간에 민트초코 파이를 먹을 때의 얼굴은 너무 보기 좋게 일그러졌다.
왜지? 저 맛있는 걸 왜 싫어해?
심지어 억지로 욱여넣는 모습에서 솔직히 좀 기분이 상했다.
그 와중에 꼴린 것은 덤이지만.
“그래. 솔직히 따져서 내 입맛에 안 맞아. 아니, 정확히 말하면 맛 자체는 나쁘지 않은데. 평생 저쪽 음식에 익숙해져 있던 위가 이걸 버티지 못해. 특히 이 민초파이라는 건 뭔 이런 음식이 있는지도 모르겠고.”
민초의 맛을 모르다니. 불쌍하구나.
“그럼 이건?”
“뭔데?”
“이것이 바로 민트초코 아이스크림이라고 하는 것이오.”
민트초코 아이스크림이라는 말에 너무 짜증난 다는 듯 얼굴이 사정없이 일그러졌다.
아니, 대체 이게 뭐 어떻다고?
“아니, 대체 이딴 음식을 왜 먹는 거지? 너 돌았어?”
대뜸 나보고 돌았냐는 말까지 하는데.
아니, 이건 좀 너무한다고. 서운해 나도. 민트초코가 얼마나 맛있는데! 차갑게 하면 얼마나 맛있는데!
“왜 싫어? 그래도 서양에서는 나름대로 호감도가 높은 음식인데?”
“서양이고 나발이고 내가 싫다는데 이유가 필요한가?”
“아. 그건 맞지.”
본인이 싫다는데 뭐 그건 어쩔 수 없지. 억지로 먹일 수도 없는 일이고.
괜히 한번 먹였다가 속도 날아갈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면 어쩔 수 없는 거지.
“네 입맛은 존중하겠는데 나는 싫으니까. 다시는 이런 음식 꺼내오지 마.”
“넹.”
“진작 그럴 일이지. 쯧쯧.”
가볍게 혀를 찼다. 민초로 유혹하는 건 못하겠구나.
이건 좀 아쉽지만 어쩔 수 없다. 일부러 말로 더 타이르려고 해도 본인이 싫다는데 강요하다 나를 싫어하면 곤란하다.
지금은 호감도 작이 우선이지!
“와 은하 담당 일진.”
“담당 일진이고 나발이고. 그래서 나에게 더 보여줄 거라도 있나?”
마치 자기 호감도를 올릴 다른 뭔가가 있냐고 묻는 저 당당함!
자기 몸의 가치를 알고 있는 거다.
“으음. 보빔의 소중함?”
“보빔?”
이런이런 보빔에 대해 전혀 모르는 건가.
이렇게 되면 내가 보빔에 대해 알려주는 수밖에 없겠구나.
자, 그럼 잘 들으려무나 나의 달링. 올리비아.
“보빔이라는 것은 말이야.”
나는 그녀의 귀에다가 조심스럽게 속삭였다.
아주 조심스럽고도 부드럽게. 마치 유혹을 하듯.
“보지와 보지에서 질펀하게 애액을 흘리며 비비는 것을 의미해. 다른 말로는 가위치기라고 하고 민달팽이 섹스라고 하지.”
“미친년인가 진짜?”
곧바로 욕이 박히는구나. 그래도 괜찮아! 내가 레즈라는 것을 세상에 밝히는 것이 뭐가 그리 어렵단 말인가!
“뭐가 문제지!? 비비는 것이 박히는 것보다 더 나은데!”
“이거 미친년 아니야? 이런 말 하기 뭐하지만, 구멍은 박히라고 있는 거 아니냐?”
응? 설마 남자를 좋아한다고? 지금 내 앞에서 남자와 하겠다고 말하는 건가?
“그래서 박히려고?”
“지랄하지 말고. 나는 그럴 생각도 비빌 생각도 없어. 그냥 용도가 그렇다는 것뿐이지. 네 말은 지금 남자라면 좆대가리끼리 칼싸움 한다는 뜻이야.”
“아니, 거기서 남자들을 왜 비유하고”
“내가 보기엔 그게 그거라서.”
“흑. 너무 철벽이네.”
그나마 다행인 건 박힐 생각은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것은 이쪽이 더 가능성 있다는 증거가 아닐까?
“후후후.”
“뭐야. 그 기분 나쁜 웃음은.”
“그냥 네가 남자는 싫어한다고 해서?”
그것만으로도 나는 다행이라고 생각하니까?
“글쎄다. 싫다고 한 적은 없는데?”
“왜 그래?”
“내 뒤를 잇는 후계자 얻으려고 씨라도 받을 수 있지.”
“그건 절대 안 돼!”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이제 보니 사람 조금 놀리는 것이 유즈키랑 비슷한 속성이 있어!
후후후. 이런 타입 나쁘지 않디.
“너 진짜 웃는 거 기분 나쁘다.”
“후후후. 그래도 네가 여자가 좋다고 했으니까?”
“여자가 좋다는 건 아니지만. 나 좋다는 년들 많으니까 넌 꿈 깨도록.”
아무렇지도 않게 자기 자랑을 하는 올리비아.
나 좋다는 년들? 대체 그 년들은 누구인가?
대체 어떤 년들인데 감히 내 올리비아를?
이거 용서할 수 없거든요.
“뭣? 얼마나 강한데?”
“한 명은 세계최강의 배틀메이지이자 인형사. 한 명은 광검. 뭐 소드 마스터 즘 되는 인물. 그리고 한 명은 황제. 황제는 장난에 가깝지만 하여튼.”
세계 최강의 배틀메이지이자 인형사? 한명은 광검이자 소드 마스터? 그리고 황제?
뭔지 몰라도 하여튼 대단한 것들이라는 건가.
그래. 그 정도는 되어야 경쟁자라 할 수 있겠지.
가 아니라.
이건 분명히 따져야 할 문제다.
“대체 보지를 얼마나 휘두르고 다니는 거야?”
하도 화가 나서 따졌다.
아주 그냥 괘씸죄가 적용되어야 하거든.
감히 나를 두고 그 셋을 유혹하다니. 용서할 수 없습니다.
“천박한 소리 좀 그만 할래? 다 너처럼 꼬인 년들이지.”
그러면서 은근슬쩍 아이스크림을 퍼 먹더니 인상을 찌푸린다.
민초가 얼마나 맛있는데 저럴까?
“역시 이건 내가 먹을게 못된다니까. 너나 먹어라.”
그녀는 대뜸 자기가 먹던 것을 내 안에 밀어 넣었다.
자신의 타액이 섞인 그 한스푼을. 내 안에!
“저거 완전 은하담당 일진도 아니고 고수 그 자체네.”
“그러게 말이야. 은하가 꼴릴 수밖에 없는 일을 잘해.”
“이러다가 반대로 공략당하면 어째?”
“성격은 다르지만 쟤 은하류 아닐까?”
내 히로인들 마저 질투하는 인물이라니. 대체 올리비아는 어떤 여자일까?
특히 지연이의 두 눈이 위험하다.
일단 이곳에 들인 김에 여러 가지를 시도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가령 이번에는 내가 올리비아에 대해 알아본다던가 말이지.
원래 적을 공략하려면 적에 대해 알아야 하잖아?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백승이란 말이 있거든.
“올리비아. 너에 대해 알려주렴?”
“말해줬을 텐데? 저쪽 세상에 대해서.”
말해주기는 했지. 너무 대충이라서 문제일 뿐.
예를 들면 올리비아 자신에 대해 말을 안 해준다든가.
“아니 너에 대해서.”
“나? 나는 그냥 공작가의 영애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야.”
“그런 것 치고는 숨기는 것이 많아 보이는데?”
우리 올리비아 그러면 곤란해요. 나는 이렇게 비비고 싶어서 열심히인데 비협조적으로 굴다니 말이야!
정말로 너무한단 말이야!
“확실히 귀찮아서 제대로 말하지 않은 것도 있기는 해.”
“어째서?”
“귀찮은 건 어쩔 수 없겠지. 뭐 좋아. 너도 이 세상에 대해 많이 알려줬으니 나도 알려주는 게 서로 좋겠지.”
그래. 그래.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하는 게 낫다고.
원래 세상은 그런 거란 말이야.
“맞아. 맞아. 그렇다니까?”
“그래서? 원하는 게 뭔데?”
아주 귀찮다는 표정이다.
너무하는 걸 저런 표정을 지으면 이 용용이는 너무 속상해요.
이래 보여도 나란 여자는 굉장히 속이 여린 여자란 말이다.
“나도 그쪽 세상에 대한 역사라던가 말이야.”
“음. 알았어.”
그녀는 제국과 왕국의 역사에 대해 자세히 말해줬다. 그리고 그것을 넘어선 대륙의 역사ㅣ까지.
중간에 뭔가 말하려고 만 것이 있는데 그건 뭘까.
아무튼 그래도 자기 나름대로 많은 것을 알려줬다.
그럼 다음 중요한 것은 앞으로 그녀가 돌아가고 또 오는 것에 대한 것이다.
“그럼 돌아갈 수는 있어?”
“뭐 좀 어렵겠지만 조금 연구하면 돌아갈 수 있을걸?”
“다시 오는 것도? 왕복 가능해?”
그게 가장 중요하거든.
어쨌든 나는 올리비아와 쭉 가고 싶으니까.
판타지 세계. 마망의 세계로 가봤으니. 올리비아 세계도 갈 수 있지 않을까?
“아마. 가능할걸?”
“그럼!”
“오는 게 귀찮아서 문제지.”
올리비아는 한숨을 쉬더니 닭발을 입에 넣었다.
닭발을 입에 넣는 모습이 얼마나 섹시한지 모르겠다.
그런데 저런 건 잘 먹네. 귀족이라더니.
역시 판타지 세계는 중세 유럽과는 조금 다른 건가?
아니 잠깐. 지금 뭐라 그랬나. 귀찮다고? 지금 나를 만나는 것이 귀찮다 뭐 그런 말인가?
“너 전화할 때는 이런 캐릭터 아니지 않았어?”
이런 캐릭터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전화에서는 어엄청 친절했는데. 아주 엄청. 진짜 사람 딱 반하게 할 만큼의. 덮쳐서 더럽히고 싶을 정도로 고상하고 기품 넘치는 귀족 캐릭터였는데.
“굳이 너에게 일일이 잘보일 필요는 없다 생각해서.”
이게 그 이미지 메이킹을 그만둔다 뭐 그런건가?
“와 너무해.”
“이런 년인 줄 알았으면 관심 끄던가.”
“아니, 너무 좋은데?”
이런 거 너무 좋거든 진짜로. 너무 좋구요.
올리비아의 얼굴이 진짜 너무 무섭게 일그러졌다.
저 경멸의 시선! 너무 좋아요!
아. 아래 젖어버렸다.
그것도 아주 푸욱.
설마 내가 이런 성벽이 있을 줄이야.
“에휴. 뭐 이런 변태를 세상을 넘나들면서 만나네.”
“원래 사람 인생이란 그런 거지 뭐.”
원래 인생이란 다 그런 거다. 이 말이야.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