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로인이 히로인을 공략함-260화 (260/331)

〈 260화 〉 245. 불쌍한 알렌(2)

* * *

#

“알렌? 알렌이 온 거야?”

알렌이 온다면 이거 또 재밌어지겠는데.

“이번 일로 영국 원탁에서 알렌을 보냈다고 하는데?”

원탁에서 보냈다면 발등에 불이 떨어졌구나.

“그럼 만나봐야겠지.”

드디어 미끼를 물었구나. 재밌겠다.

슬슬 때가 되었다 여길 무렵. 알아서 로자리아를 바칠 놈이 찾아온 것이다.

이것으로 로자리아까지 먹으면 다 먹은 거나 다름이 없지.

사실 몇 명이 더 남기는 했지만, 적어도 지금 내가 가지고 싶은 히로인은 다 먹는 격이 아닌가.

로자리아까지 먹으면 거의 마지막이라 볼 수 있겠다.

큭큭큭. 알렌 그럼 어디 내게 여자를 바칠 준비가 되었는가?

* * *

알렌은 직접 송도에 찾아오기까지 했다.

역시나 잘생겼다.

역시 잘생긴 놈들은 그냥 죽는 것이 인류사를 위해 도움이 될 것이다.

오로지 예쁜 여자만이 남아야 해. 암.

아니, 그냥 기분 나쁘다. 세상의 예쁜 암컷은 내 것인데.

이런 존잘놈이 살아있으면 끼리끼리 놀 테고 예쁜 여자와 이어질 것이 아닌가.

그래서는 안 된다니까?

“알렌. 단체전 때 보고 오랜만이네요.”

“백화교 단장 유은하 양. 네. 단체전 이후 처음이로군요.”

그러게. 그 이후로 처음이네.

감회가 새롭다. 너는 나에게 여자를 NTR 당할 상이니까.

“그런데 무슨 일로?”

“무슨 일인지는 아실 거 아닙니까?”

그래. 무슨 일인지는 잘 알지.

알렌이 나를 찾아오는 이유는 결국 사도 때문이니까.

“사도 일 때문이로군요.”

“네.”

“애초에 사도에 관해서는 더 말씀드릴 일이 없습니다만.”

나한테 그런 말을 한들. 어이가 없을 뿐이지. 결국 국가원수는 하정석이거든.

그런데 이 알렌이란 놈은 나에게 매달리고 있다.

“그러지 마시고 부탁드립니다.”

부탁은 뭔 놈의 부탁.

“정하는 것은 대통령 각하지. 제가 아니지 않습니까?”

결과적으로는 국뽕타락 중인 하정석이 도와줘야 한다.

“분담금은 백번 양보한다 칩시다. 문제는 사도가 할 일을 백화교가 하고 있다는 말입니다.”

“애초에 사도의 능력으로는 정화가 불가능하지 않습니까?”

그런 주제에 어디서 사도를 들이대?

“그거야 그렇지만.”

“게다가 막부군도 이미 움직이기 시작하지 않았습니까?”

“쇼군인 시노하라 유즈키는 유은하 양과 친분이 있지 않습니까?”

그렇지 쇼군인 유즈키와 친분이 있지.

보지로 말이다.

“됐고. 영국의 편의를 위해 결국 사도에게 먹을 것 좀 나눠주라. 이 말이 아닙니까?”

“그건. 음. 네. 그렇습니다.”

뭘 그렇게 고민하고 있어. 자존심 죽이면 될 일을.

설마 지금 나에게 먼저 양보해달라는 것일까.

사도가 직접 와서 싹싹 빌지 않는 이상 무리인데.

그럼 여기서 사도를 조금 떠보도록 할까?

“싫은데.”

“아니, 그러지 말고.”

아니, 알렌 이놈도 이상하지.

이 내 또래인 놈은 뭐하러 총대를 메고 있어? 웃기지 않아?

“애초에 알렌님은. 왜 총대를 메고 있습니까?”

“그야 나는 원탁이니.”

원탁이고 나발이고 그냥 아예 희생양으로 나선 거 아닌가.

그러니 나한테 로자리아도 뺏기지. 안 그래?

“결국 사도를 돕는 것은 사도 측에서 저에게 무릎을 꿇고 빌어야 할 일이 아닌가요?”

나한테 와 무릎이나 꿇라 이 말이다.

“그건. 그렇기는 한데. 끄응.”

네놈 사정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

나도 내가 중요하지 영국 따위의 사정이 뭐가 중요해?

“입장이 이해가 가지 않는 것도 아닌데. 저도 나름 이제는 한 단체를 이끄는 몸입니다. 당연히 국익을 우선시해야 하죠.”

남미 호구조사 들어가면 아마 어마어마할걸?

순식간에 백화교 자치령은 본국보다 어마어마한 인구수를 얻게 되는 것이다.

바야흐로 용용왕국 달성이라는 거지.

인구 수만 몇억쯤 되지 않을까?

“영국은 한국의 우방국입니다. 그 정도는.”

에이 그건 아니지.

“원탁과 영국 정부가 다른 것은 다 아는 사실이고. 당연히 자치령과 한국 정부도 다르고.”

원탁과 영국 정부는 완전히 다르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미 원탁은 영국 내에서도 독립적이니까.

그런 상황에서 갑질할 수 있는 원탁이 사도를 통해 뭔가 보여주지 않는다면 별다른 실적이 없으니 욕을 먹는 거고.

바보가 아니고서야 사도의 지분은 영국. 원탁이 가지고 있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니까.

“그럼 정말 안 된다는 겁니까.”

그렇게 불쌍한 척을 해도 말이야.

안 되는 건 안 되는 겁니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용용이는 무척이나 단호하다 이 말이에요!

“안 되고 말고 할 거 없이. 나는 알렌씨가 참 이상하다. 이 말입니다. 대체 무슨 일이 있는 겁니까?”

“솔직히 말하자면 그것이.”

알렌은 들을 가치도 없는 자신의 사정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한·일이 반사도 정책을 밀어붙이면서 분담금을 끊고, 자치령의 백화교는 남미의 죄악 세력들을 몰아내고 장악했다.

여기까지는 좋았다.

그런데 내 생각대로 빌런조차 죄악 세력과 싸우는데, 정작 사도는 뭐하냐는 의문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한 것.

이러다가는 한국과 일본만이 아니라 다른 나라들도 사도에 대한 정책을 달리할 수 있다는 점.

문득 궁금한 것이 생겼다.

솔직히 사도란 존재는 군대도 아니다.

소수이기 때문에 유지비용도 본래는 싸다 이 말이다.

사도의 부하들까지 다 먹여 살린다 해도 그렇게 비싸지 않다.

전부 그 천공의 섬 유지비용이지.

애초에 그 섬에 있지 않아도 될 텐데.

어쨌든 들을 가치도 없는 내용이었다.

결국 같은 이야기의 반복이지 않나?

비슷한 말을 해서 어떻게 해서든 동정이라도 받고 싶은 모양인데.

내가 궁금한 것은 하나다.

“일단은요.”

“말씀하시죠. 유은하 양.”

“애초에 천공의 섬을 버리면 되는 일 아닙니까? 말이야 바른 말이지 천공의 섬에서 뭔 짓을 하길래 그 섬을 버리지 못하는 건데요?”

원작에서도 이 부분은 나오지 않았다.

어디까지나 천공의 섬은 사도의 섬이라고만 나왔지.

그리고 마지막에 죄악이 천공의 섬을 이용한다는 것 정도가.

“그게, 천공의 섬에는 사실.”

“사실?”

“어마어마한 아티펙트가 있습니다.”

어마어마한 아티펙트?

그건 조금 끌리는걸.

“아티펙트? 무슨 아티펙트입니까?”

“말 그대로 천공의 섬율 유지하는 겁니다만. 움직이는 섬 아닙니까? 그만큼 메리트가 있으니까요.”

그렇다면 섬 전체가 그냥 하나의 아티펙트라고 봐도 되겠구나.

그만큼 희귀하다면 유지하고 싶은 것도 이해는 가는데.

“그냥 섬 전체가 아티펙트니까. 그걸 유지하고 싶어서?”

“그걸 유지라기보다는. 군사적 요충지가 될 수도 있고요. 만일에 빌런 손에 넘어가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백화교 단장 앞에서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어가지 않습니까? 빌런 손에 들어가도 사용하지 못할 텐데요.”

지금 빌런이라고 해봐야 내가 최강이고.

“무엇보다 품위 유지비라는 것.”

“진짜 말 이상하게 하네. 결국에는 쓸데없는 거 아닙니까?”

말이 또 돌고 돌았다.

결국 무조건 자기 체면을 좀 봐달라는 것이다.

“우리 측 사도인 레오가 여러 가지 이유로 그 섬을 유지해야 한다고 해서. 생각해보세요. 그 거대한 섬이 어디든 떨어지게 된다면 해일이 닥치지 않겠습니까?”

그거야 천공의 섬이 트롤짓하면 그런 거고.

애초에 그거 하나 떨어진다고 세계가 어떻게 될 일도 없다.

“그럼 조심스럽게 섬을 내려놓으면 될 일 아닌가요?”

“사도들도 그렇지 못하니 무리죠. 사도들이 어떤 분들입니까?”

“허세에 죽고 허세에 죽는 종자들이죠.”

그리고 알렌 너는 괴인이 되었다가 최시우에게 죽는 놈이고.

오히려 이거 지금 상황이 많이 변해버렸다.

생각외로 이 알렌이란 놈은 역사가 바뀌어서 괴인이 되지 못할 수도 있다.

하필이면 내가 사도를 건드린 탓에 자연스럽게 알렌이 총대 메고 있는 상황이 되었다. 이런 말.

“사도는 유지해야겠고. 그 과정에서 품위 유지비 때문에 천공의 섬은 꼭 필요하다라.”

“넵.”

아마 알렌도 제대로 모르는 모양이지만.

천공의 섬은 확실히 저 드높은 창공에 있다.

확실히 그 섬을 이용해서 지구를 공격한다면 귀찮아지지.

아마 레오가 뒷공작을 치밀하게 하고 있을 거다.

사도들에게는 미안하지만, 희생양이 되어야지.

세계조직은 사도가 아니라 우리 백화교가 되어도 나쁘지 않으니까.

“그렇다면 직접 그 썩은 놈들이 앞에 와서 무릎 꿇고 기라고 하세요. 특히 그 꼰대들 정식으로 도와달라고 하지 않으면 이 이상은 무리입니다.”

한마디로 이 용용이의 발밑에서 무릎 꿇고. 싹싹 빌란 소리다.

“그것도 좀.”

아니, 그럼 오로지 우리가 굽히고 가기를 바랄 뿐인가?

“아니, 이것도 안 된다. 저것도 안 된다. 어쩌라는 말입니까?”

“죄·죄송합니다. 그래도 그건 좀 어떻게 안 되겠습니까?”

음, 좋은 생각이 났어.

알렌 이놈을 엿먹이면서 원작과 달리 괴인화를 최대한 막고. 로자리아를 가지는 방법이.

애초에 지금 알렌이 괴인화가 되는 전개가 나올 부분을 넘어가는지 오래다.

그렇다면 가능성이 있지.

“좋아요. 뭐 동남아 쪽 죄악이 있는 전선 하나를 뚝 떼어드리죠.”

못 해줄 것도 없다.

이미 남미만으로 백화교는 어마어마하게 공을 세웠고, 침식지대는 아프리카와 중동도 있으니까.

그것도 죄악인 레오에게 자기 땅을 공격하게 만들면 재밌을 거 같다.

다 끝나고 백화교가 사도에게 기회를 준 거라 생각하면 되고.

“그럼!”

그렇게 좋아할 이유가 없는데.

어차피 너는 나에게 여자를 주게 되는 거니까.

“대신 조건이 있습니다.”

“그게 뭐죠?”

불안해하지 말거라.

어쨌든, 사도에게는 어느 정도 주는 거니까.

“걱정 마세요. 사도에 거는 조건이 아니라 당신에게 거는 거니까.”

“말씀하세요. 무엇이든 들어드리겠습니다.”

무엇이든? 내가 무엇을 바랄 줄 알고?

“사실 저 레즈입니다.”

“아, 네. 그건 들어서 알고 있습니다.”

그래. 세상은 내가 레즈라는 걸 다 알고 있다.

오죽하면 내 팬클럽에는 자기 따 먹어달라는 여자애들이 댓글달기도 했었지.

물론 그런 여자애들은 전부 최시우가 백화교의 괴인으로 만들어버린다.

레즈 괴인. 정말로 꼴리는 소재가 아닐까.

그리고 지금의 나는 로자리아를 원한다.

“저는 로자리아를 가지고 싶어요.”

자, 찌질 우리 영국남자 알렌의 반응은?

* * *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