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7화 〉 232. 백화교의 세계정복 계획(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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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용이는 지금 청와대 밀실에 있어요.
역시 하정석. 아주 밤에 다 큰 처자를 부르고. 변태가 따로 없다.
“자네가 빌런 조직의 우두머리가 되었다고 해서 내 위에 있는 줄 아나?”
나를 보자마자 하정석은 잔소리를 시작했다.
백화일 때는 꼼짝도 못하면서!
“아뇨?”
어쨌든 형식적으로는 하정석이 국가원수니까.
애초에 나는 한국 대통령이 될 생각이 없어요.
그 자리 준다면 나는 용용왕국을 세우겠다.
“그럼 대체 왜 그런 쓸모없는 짓을 벌였나?”
하정석은 진지하게 물었다.
그리고 나도 진지하게 대답했다.
“사도에 죄악이 있으니까요.”
“그게 무슨 소리인 줄 알고 지껄이는 건가?”
이번 건 하정석도 제법 좀 놀란 눈치다.
하긴 설마 사도에 죄악이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겠지.
사도는 인류의 수호자고 죄악은 절대적인 적이니까.
“네. 제게는 아카식 레코드라는 아티펙트가 있습니다. 리스크가 크기는 하지만 아주 단편적인 지식을 얻을 수 있어요. 확실합니다.”
“허. 네 말이 맞다고 치자, 사도는 여전히 강력하고 기반이 튼튼한데. 네가 좋아하는 여자애 돕자고 거기서 시노하라랑 편을 먹어? 심지어 한국의 입장을 네가 대변해?”
그러니까 분명히 정부와 내 의견을 나눈 건데.
“애초에 백화의 뜻이기도 합니다.”
“백화의?”
“솔직히 사도 너무 꼰대 짓을 하잖아요. 안 그래요? 각하께서도 차라리 주한미군을 다시 들이지 라면서. 돈 아깝다고 하셨잖아요?”
이것도 사실이다.
정치적 공작이기는 하지만, 지금 시점에서 한국에게 사도는 필요가 없으니 돈 낭비만 하는 꼴이다.
“그래도 그렇지 서방은 다 사도 유지비용을 내는데.”
그딴 거는 내 알 바 아니고.
그렇게 걱정이라면 사도를 완전히 뿌리 뽑으면 된다.
애초에 천공의 섬이라니. 내가 입으로 압축포만 날려도 바로 떨어질걸.
“애초에 자기들이 신도 아니고 천공의 섬이라뇨? 한국에는 게다가 명분이 있다고요. 동북 삼성 개발비용이 한두 푼입니까? 중국이 그 개발비용 대준 것도 아니잖아요? 천산이라고 거기 전부 개발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흐음. 후폭풍은 어찌하려는 거냐?”
일본이 분담금에 빠졌으니 한국이 빠진다고 크게 문제가 될 건 없겠지만. 사도에 분담금을 내는 나라에서는 좀 말이 나올 수도 있다.
그러니까 다들 분담금 못 내게 만들어야지.
사도의 존재 자체가 필요 없게 만들면 된다.
그럼 가장 좋은 소재가 있다.
말이야 바른말이지 사도가 지금 못 하는 일이 있거든.
“사도는 침식지대를 정화하지 못합니다.”
“그렇겠지.”
“그래서 생각한 방법인데. 아시다시피 우리 백화교는 마기 정화장치 같은 고사양에 비싼 장비 안 들이고 침식지대를 정화시킬 수 있거든요?”
“그런데?”
구미가 당기는지 턱을 만지며 하정석은 귀담아듣고 있다.
하정석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지.
“세계 각지에 있는 침식지대를 정화하고 그 지역을 해방시킨다면? 사도보다 좋은 일을 하는 거죠. 어차피 국제법상 침식지대는 영토로 취급되지 않잖아요?”
침식지대를 회복하는 것은 지금 세계 각국의 입장에서는 너무 어려운 일이다.
“그것도 그렇군. 저 남미 대륙은 전체가 침식지대가 되어버렸으니.”
자, 그럼 이제부터 딜이다.
“자. 자 생각해보세요. 고구려 영토로 만족하실 겁니까?”
“뭐?”
“한국이 이 시대에 대영제국 같이 되지 말란 법이 없어요? 침식지대를 전부 정화한다 쳐보세요. 일단 남미의 절반은 손에 들어올 테고. 저 인도네시아에 아프리카에.”
“호오라.”
좋아, 관심음 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이거 다 되었구만.
하정석이란 인물의 욕심은 끝이 없다.
“국뽕 한껏 들이킬 수 있다고요?”
“하지만, 백화교가 그렇게 강한가?”
강력하지. 암.
“큭크큭. 백화교에 있는 간부들이 전부 수준급 괴인이라는 건 아시잖아요. 어차피 한국정부는 굳이 지원하지 않아도 되는 겁니다. 우리가 다 알아서 할 테니까.”
괴인에게는 굳이 먹을 것이 필요 없어도 된다.
이만큼 가성비 좋은 전쟁도 없다.
“확실히 그렇게만 본다면 대단하기는 한데.”
“그렇죠?”
“사도는 바보가 아니다. 방해하려 들 수도 있다.”
그렇겠지. 반드시 방해할 것이다.
특히 분노의 죄악은 막지 않으면 큰일이니까.
죄악들이 털리고 있는 이상, 분노의 죄악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을 거다.
병력이라도 크게 불려야 했겠지.
그런데 사도가 무슨 뜻으로든 우리를 방해한다?
그때는 전쟁이다.
그리고 뭣하면 한국의 사도들을 포섭할 수도 있겠지.
김삿갓 이런 사람들 말이다.
가재는 게 편을 드는 법이라지.
한국이 잘 나갈 좋은 기회를 그들이 버릴 리 없다.
“방해하면 정당하게 죽일 수 있지 않겠습니까? 침식지대를 정화하는데, 방해하는 세력을 누가 사도라 여길까요?”
“그것도 그렇군.”
침식지대의 정화는 인류의 숙원.
그 땅의 주인이 누가 되든지 간에 침식지대는 날로 세계를 좀먹고 있으니까.
“일본은 사실상 우리를 지지할 테고. 그나마 우릴 막을 국가는 미국이기는 한데. 각하께서는 미국이 방해해도 물리칠 만큼 강렬한 필살기가 있잖아요.”
“내가 미국을 막을 힘이 있다?”
그래. 단돈 50억에 구입한 하정석의 초특급 필살기.
미국 한정이지만 그거 하나만으로도 영향력이 극대화해주지.
“그거 있잖아요. 그거.”
“아.”
그래. 대통령 불륜섹스 영상이다.
세계 최강의 대통령을 순식간에 무력화시킬 수 있다.
게다가 미국 측에는 이미 에이미랑 질이 알아서 내 부하들을 늘리고 있다.
그야말로 괴인 집단이라는 느낌이지.
“좋은 제안이 아닙니까?”
“그렇다고 해도 문제가 남아있다. 그 땅에 깃발을 꽂는다면 어떻게 되겠나. 아무리 국제법으로 상관은 없다해도 세상의 절반이 한국의 손에 들어온다면. 미국이 아니더라도 한국을 쏘아붙이는 작자들이 있을 것이야.”
그렇겠지. 바보가 아니다.
“답은 간단합니다. 자치령의 깃발을 꽂으면 그만입니다. 백화교는 지금 전 세계적으로 팬도 늘어나는 중입니다. 다른 나라는 이것을 무시할 수 없죠. 한국 정부에서도 자치령에 대해 내정간섭은 할 처지가 아니라는 것도 밝히면 됩니다. 게다가 시노하라 유즈키를 제가 꽉 붙들고 있습니다. 이전 시노하라 당주와 달리 한국에 호의적인 막부의 쇼군입니다. 그녀만 우리 편을 들어준다면 크게 상관없을 겁니다.”
“흐음.”
하정석의 눈알이 구르고 또 구른다.
어떻게 좋을지 판단하는 것이다.
“이 기회를 놓치면 언제 다시 좋은 기회가 찾아올지 몰라요? 먼 훗날. 하정석이라는 ”
“좋아. 한번 해봐라.”
큭큭. 썩어도 대통령이다.
대통령의 허락이 떨어졌다면 거칠 것이 없지.
* * *
태평양의 어느 섬
마기로 가득한 이 섬은 세 명의 인물이 있었다.
분노의 죄악 레오
질투의 죄악 마그라
오만의 죄악 루시우스
그 셋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번에는 분노의 죄악 레오가 소집한 탓이었다.
오만과 질투는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분노가 직접 오는 경우는 잔소리할 때뿐이니까.
“탐욕의 요하나는 잠적에, 나태는 쇼군에게 잡혀 온갖 고문을 당하고 있고. 참 잘 돌아가는 구나.”
분노의 죄악 레오는 한심하다는 듯 말했다.
“흥. 이제야 위기감을 느끼고 왔나?”
오만은 분노를 비웃었다.
그야 그렇다.
이 빌어먹을 분노라는 놈은 이제야 얼굴을 들이밀었으니까.
사실상 7대 죄악이 무너지고 있는 마당에. 이제야 얼굴을 들이민다.
“너희 같은 무능력한 것들이 죄악이니. 쯧.”
“뭐라고? 너 이 새끼.”
감히 그걸 말이라고 지껄이나.
지금까지 쉬고 있던 놈이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내 말이 틀리냐? 너희들 분명 서로 협조한 것도 아니잖아?”
“그건.”
“너희가 협조했으면 일본은 해치울 수 있었을 거다. 제아무리 유은하라고 해도 한국이 중요하지. 일본까지는 아니니까.”
만일 모두 협심해서 일본을 침략했다면 결과는 달라졌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무슨 꼴인가?
나태가 괜히 혼자 나섰으며, 요하나는 관심조차 없었다.
그리고 결국 지금에 이르렀다.
“내 말이 다르냐? 너희들 그 둘이 어떤 꼴인지 모르지?”
“무슨 말이지 그건?”
“봐라.”
레오는 SNS에 올라온 요하나의 영상을 보여줬다.
영상 속 요하나는 유두와 클리에 피어싱한 모습으로 눈이 가려진 채 능욕당하고 있었다.
그리고 터져 나오는 신음은 그녀가 요하나이면서 죄악의 일은 때려치우고 단순한 암캐가 되었음을 의미하고 있었다.
앙! 아앙! 앙! 더 해주세요! 주인님!
대사마저 음란하기 그지없다.
심지어 한국 말이다.
“이게 요하나라고?”
“이년 맨날 우리는 무시하던 주제에 자기는 정욕에 빠졌나?”
질투의 마그라와 오만의 루시우스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원래 이런 년들이 한 번 즐기면 끝이 없다.”
“미친년. 유두랑 클리에 피어싱해서 금줄로 엮었네. 완전히 다 떨어졌잖아.”
루시우스는 고개를 저었다.
그래도 좀 호감이 있던 계집애였는데, 저렇게 떨어질 줄이야.
“억지로 당하는 건 아닌가?”
“그년이 그런 거에 당할 년인가? 이년 스스로가 이 영상 올린 놈한테 복종하고 있는 거다. 신음만 들어도 알 수 있지.”
확실히 듣기만 하면 창녀가 따로 없다.
“미쳤구만.”
“나태는?”
“케일 그놈은 이 상태다.”
이번에는 케일의 영상이었다.
이쪽도 최악이라면 최악이다.
여.여기 잘 못 온 것 같은데.
Fuck you!
내 말을 들어!
Suction
지이이잉
아아아악!
게이 플레이를 강요 받고 있는 나태.
“어우. 망측해라.”
“그런 주제에 손가락 사이로 잘 보고 있군.”
질투의 마그라가 취하는 모습에 레오는 고개를 저었다.
답이 없다.
이렇게 되면 지원군을 찾아야겠지.
“이렇게 된 이상, 폭식이랑 색욕을 찾을 필요가 있다.”
“호오라 그 잘난 분노가?”
“뭐 그 년이 이렇게 떨어질 정도라면 상대가 어떤 남자인지 궁금은 하네.”
질투는 입가를 혀로 훑으면서 상상해봤다.
저 맨날 고상한 척하는 요하나가 여자의 자존심은 다 벗어던지고 한낱 짐승. 암캐가 되어버렸다.
저렇게 만든 이는 누구일까?
얼마나 큰 거근을 가지고, 얼마나 대단한 태크닉을 가지고 있길래 그 고상한 년이 자기 몸에 피어싱까지 하면서 복종하는 걸까?
살짝 몸이 후끈거린다.
그 계집이 누군가의 밑에서 앙앙거린다고 상상하니 아주 몸이 확 풀리는 느낌이다.
“질투. 미쳤냐?”
“그냥 궁금만 하다는 뜻이야.”
솔직히 궁금한 것이 당연하지.
그런 여자를 누가 타락시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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