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1화 〉 226. 흥부네 집
* * *
* * *
용용이는 결정했습니다.
지연이에게서 당한 치욕. 흥부 부인에게 갚아주겠노라! 라고.
물론 갚아준다고 해도 다른 의미는 없다.
그냥 흥부에게서 NTL을 하겠다 이런 거니까.
일단 미리 한우 한 마리 풀세트를 선물로 준비하고 흥부네를 찾아갔다.
“안녕하세요?”
“아 이런 누추한 곳까지 다.”
항상 가난하게 살다 보니 자신감을 잃었다.
이런 여자는 좀 자신감을 가져도 되는데 말이다.
지금까지 고생했잖아? 게다가 이렇게 수컷을 유혹하는 얼굴과 몸매로 자신감이 없다고?
남편 잘못이 크지.
이건 흥부가 개새끼다.
이런 여자가 내 아내라면 나 같으면 매일 칼퇴근해서 떡방아 찧고, 가난하게 살 생각도 안 할 텐데.
그러고 보니 NTL하려면 적당히 손 봐야지?
좋아 칭찬을 때려 박는 것이 좋다.
이렇게 매일 남편에 의해 반강제로 가난하게 사는 이런 자신감 없는 여자는 조금만 칭찬해줘도 기뻐하고 상대에게 호감을 느끼는 법이다.
“누추하다뇨. 가족을 위해 희생하시는 부인이 있으신 곳이 어떻게 누추하다고 하겠습니까?”
일단 집은 투룸 정도다.
흥부 수준에서는 그나마 최고로 힘을 쓴 느낌이다.
이게 어떻게 누추하다고 할 수 있을까?
“그렇게 칭찬해주시니 감사합니다.”
“그런데 바깥 분은 어디 계십니까?”
“남편은 오늘도 야근이라서. 하아,”
정말로 야근이기도 한 모양이다.
진짜 멍청이인가 그건.
“매일요?”
“네.”
“아니, 이렇게 아름다운 부인과 딸이 있는데. 야근을 매일 한다는 말입니까?”
이건 그냥 칭찬이 아니라 정말이다.
이런 존나 꼴리는 몸매의 청순한 여자를.
금방이라도 쾌락으로 떨어트려 주고 싶은 순진한 표정을 짓는 여자를.
어떻게 그냥 두고 야근을 할 생각을 하지?
게다가 괴인도 아니고 그냥 인간이잖아.
여자는 남자와 달리 나이가 깡패다.
한창 무르익을 시기가 지나면 훅 가버리는 것이 여자란 존재다.
그런 여자를 그냥 내버려 둔다?
흥부는 미친 새끼임이 틀림없다.
“아.아름 답다뇨. 남의 부인에게 그런 칭찬은.”
“아름다운 걸 아름답다고 하지 아니라고 할 수는 없죠.”
이건 정말로 거짓 하나 없는 사실이라니까?
거짓말 아니라고.
“가·감사합니다. 레이 아버님도 멋있으세요.”
“이건 별거 아니지만, 우리 레이를 늘 돌봐주시는 것에 약소하나마 보답을 드리고자 하여. 올립니다.”
무려 한우 풀세트다.
“아니, 그래도 한우라뇨. 그것도 풀세트라니 엄청 비싸 보이는데.”
“이 정도는 제게 얼마 안 됩니다. 그러니 성의라 생각하고 받아주세요.”
차고 넘치는 것이 돈이다.
“으음. 둘 곳도 마땅치 않은데.”
“그까짓 거 혹시 몰라 이것도 가져왔습니다.”
나는 품에서 시커먼 정육면체를 꺼냈다.
딱 손바닥에 들어올 만한 크기의 이것은 인벤토리라고 할 수 있다.
“이건 뭔가요?”
“휴대용 아공간이라는 것으로 여기 안쪽은 시간이 전혀 안 가서 음식을 넣으면 딱 그 상태 그대로 저장이 됩니다.”
아직 냉동기능을 따로 넣은 건 아니라 온도조절은 불가능하지만, 최소한 음식이 상하는 일은 없다.
그냥 얼음 그대로 넣어둬도 되고.
“비. 비싸지 않나요?”
비싸? 아니지. 이건 그냥 푼돈이다.
흥부네 입장에서 보면 비싸보이긴 할 거다.
다만, 내게는 그렇게 비싼 것이 아니라는 뜻.
“천산에서 시험판으로 만들어준 거라서요. 괜찮습니다.”
“그래도 이런 건.”
“그간 노력 많이 하셨잖아요? 이 정도는. 아니, 그보다 더 많은 것을 받으실 자격은 충분합니다.”
남편은 분명 S급 헌터지만.
정작 하는 짓이라고는 밴댕이 소갈딱지가 따로 없지.
가족을 위한다면서 정작 자기 힘 강해지려고 가난해지게 만든다.
그 힘이 강해야 헌터 노릇해서 돈 번다는데. 개소리가 따로 없지.
'적당히'를 모른다. '적당히'를.
그냥 그 흥부는 가난에 중독된 미친놈이다.
그러니까 안내를 받아 가는 것 정도는 괜찮잖아?
“그건.”
“그러니 그냥 받아두세요. 그 흥부 님이 뭐라고 하신다면 흥부 님 몰래 감춰두면 되는 일 아닌가요?”
어차피 그 인간은 좆도 신경 안 쓸 거다.
당장 이런 몸을 그대로 내버려 두는데, 음식 숨긴다고 뭘 알겠어?
“아.”
“이 정도는 누리셔도 됩니다.”
이 정도는 누려도 된다고. 나는 그녀의 뇌에 새로운 것을 심어주기로 했다.
지금까지 충분히 노력하였으니, 사람이 주는 이 정도 호의는 받아들여도 된다고.
남편의 눈치를 볼 거 없다고. 이건 다 가난하게 만든 남편 탓이라고. 자기 좋을 대로 생각하는 이기심을 심어준다.
틀린 말도 아니니까.
결국 이 모든 것은 저 멍청이 탓이지
나는 흥부부인의 허락을 받고 안에 들어갔다.
“아빠 왔어?”
“안녕하세요!”
자 안쪽 방에서 레이랑 흥순이가 나한테 인사했다.
“잘 있었니? 우리 공주님. 그리고 음 흥순이라고 했나? 우리 딸과 친하게 지내주어 고맙구나.”
흥순이도 제법 귀엽네.
레이가 침을 질질 흘리는 이유를 알 것 같다.
“네!”
“아빠. 나는 흥순이 엄마도 내 엄마였으면 좋겠어!”
레이가 대뜸 흥순이 엄마를 가리켰다.
그래. 이런 식으로 판을 깔아준다는 뜻이지?
“아니지. 흥순이 어머니는 흥부 님이 계시잖니.”
“사실 저도 레이 아버지께서 제 아빠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이거 참 곤란하네.
살짝 흥부 부인을 보니 얼굴을 푹 숙이고 못 들은 척 일하고 있다.
아마 슬슬 복잡한 감정이 들 거다.
“그러고 보니 우리 레이가 괴롭히는 그 유녀는 어디 있니?”
“여기!”
레이가 두 손으로 한 유녀를 높이 들었다.
전형적인 한국의 유녀 얼굴인데, 제법 이목구비가 갖춰졌다.
장래가 기대되는 아이구나.
레이가 대단하다. 원석을 잘 찾았네.
그리고 유녀는 바둥거리고 있다.
“그. 그만 잡으라니까! 어딜 만지는 거야!”
품에 안겨 바둥거리는 것이 참으로 귀엽다.
“오오오. 맨날 남자라더니, 이제 여자로서 수치심도 느끼는 건가!”
“아니다!”
오오. 놀부 이거 웃긴데.
여자로 성전환해서 수치심을 배운다. 이거 참 꼴리는 대목이 아닙니까.
“그럴 수도 있지. 나는 너를 언제나 응원해.”
“이. 미친년. 정말 미친년.”
유녀는 고개를 저으면서 여전히 버둥거린다.
“음. 네가 유녀니?”
“그런데?”
미친 존나 귀엽네.
그 코털 엄청 많이 나고 수염만 길렀던 덩치 큰 중년남이 이렇게 작은 여자애가 되다니.
심지어 놀부 시절에는 자기한테 어울리지도 않는 같은 한복도 입지 않았다.
그래. 지금 놀부였던 유녀가 입고 있는 것은 새하얀 원피스다.
다 큰 중년남이 저런 하얀 원피스 입었다고 생각하면 화나는데, 이렇게 보면 또 다르다는 느낌이 든다.
“유녀야. 그러면 못써! 어른에게는 제대로 자기소개를 해야지. 반말도 하면 안 돼!”
흥순이 혼내고 있다.
“아니, 왜 맨날 내가 잘못한 게 되는 건데? 그리고 이흥순. 너 나한테 존댓말 하라고 했지?”
유녀는 씩씩거리며 얼굴을 붉혔다.
“하하하. 우리 레이 때문에 유녀 네가 고생이 많은 줄 안다.”
나는 유녀의 머리를 꾹 눌러 쓰다듬었다.
그 두껍고 거칠어 보이는 아저씨가 이런 느낌이라니.
“그걸 알면 자식 교육 똑바로…….”
“아무래도 우리 레이를 말리는 건 나도 무리니까.”
부모가 딸을 막으면 되겠어? 아니지.
원래 딸을 이기는 부모는 없는 법이라고.
물론 레이가 생체딜도를 데리고 온다면 그 자리에서 생체딜도를 두들겨 패야겠지만, 장래가 보장된 외모를 가진 꼬꼬마 유녀는 괜찮지.
“아주 내다 버린 자식이냐?”
내다 버린 자식이라니. 말이 너무한걸.
레이가 최근 심하기는 심했지.
저런 유녀를 상대로 레슬링을 하는 건 좀 어떨까 싶다.
그럼 이럴 때 어떻게 하냐고 묻는다면 답은 하나다.
“대신 우리 레이에게 당해주는 값으로 1억씩 주마.”
나는 최고의 딜을 했다.
유녀 보쌈, 부대찌개 전부 망한 유녀다.
돈이라면 사족을 못 쓰겠지.
“1. 1억?”
1억에 눈이 뒤집히는 유녀다.
그렇겠지 1억이면 누구라도 뒤집힐 만은 하다.
“그래. 레이 너도 괜찮지?”
“크헤헤헤. 합법적으로 먹을 수만 있다면.”
뭐 이 유녀는 결국 알아서 무릎 꿇겠지만.
“크으윽. 내가 돈 앞에 굴할 것 같으냐!”
굴하지 않겠다면서 눈은 열심히 내 손에 있는 1억짜리 수표로 향했다.
어차피 이걸 그대로 주지는 못하니 계좌로 보낼 생각이지만, 원래 놀부 같은 스타일은 현금을 좋아하는 법이다.
“큭큭큭. 그냥 포기하고 편해지면 된다니까? 창녀도 그 정도로 못 벌어? 몸 몇 번 만지게 해주고 1억이면 거저 아니야?”
레이가 아주 좋은 말을 하는구나.
그래. 맞다. 어지간한 창녀도 그 정도는 아니지.
놀부는 바보가 아니다.
돈에 관해서라면 머리가 잘 돌아가는 인물이다.
확실히 내 딸에게 조금 괴롭힘당하는 정도로 1억이면 그 입장에서도 할 만하겠지.
그것도 한 번에 통치자가 는 것도 아니다.
괴롭혀질 때마다 줄 테니까.
“크으윽. 이 내가. 이 놀부가 이렇게 돈앞에 굴복해야 한다니.”
“놀부인지 뭔지 모르겠는데. 포기하면 편하다니까.”
레이가 이 유녀를 잘 키우면 나랑도 공유해주지 않을까?
물론 내 여자들은 공유할 수 없다.
딸의 여자는 내 여자고 내 여자는 내 여자다.
그런데 문제가
“아니, 자네는! 여기 어쩐 일인가?”
흥부다. 흥부가 왔다.
이렇게 되면 흥부 부인에게 접근하기가 좀 어려운데.
그냥 물리적으로 갈 걸 그랬나?
키스부터 박는 거다. 그리고 서서히 내 것으로 물들인다거나.
어쨌든 기회를 다시 보는 것이 맞다.
“제 딸아이가 와달라고 해서 왔는데요.”
“어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부인은 왜 그래? 나한테 먼저 확인을 해야지.”
확인이란다.
요즘이 어느 세상인데!
아무리 그래도 이 욕구불만인 몸을 안아주지 않고 열심히 밖에서 일할 거면 외간 남자 좀 들이게 해줘야지!
여기서는 흥부 부인 편을 드는 것이 맞을 것 같다.
흥부 부인과 공감대 형성이라는 거다.
그리고 뻔뻔하게 나가야지.
“일일이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까?”
“자네 그걸 말이라고 하나?”
“네. 왜 이리 빡빡하게 사시는지.”
나는 한숨을 푹 쉬었다.
“뭐야?”
“아니, 그렇잖습니까. 세상을 보는 눈을 넓혀보세요. 이대로 도태된다면 흥순이도 우물 안 개구리가 되고 말 겁니다.”
벌써 그래 보이거든.
“자네 전에도 그러더니.”
“딸을 좀 위하세요.”
“아니, 그래도 이 사람이!”
“여보. 적당히 좀 하세요. 틀린 말 없잖아요!”
여기서 흥부 아내가 내 편을 들었다.
이건 저 부인 입장에서도 당연하겠지.
상식적으로 나 같아도 쪽팔릴 것이다.
“커흐흠. 안 그래도 나도 생각한 것이 다 있다 이 말이야.”
“호오. 흥부 님이요?”
네 머리도 굴릴 때는 굴리는구나.
“그렇다. 그건 바로 천하제일 격투대회에 나가는 것!”
“격투대회요?”
대체 뭐야, 그 괴상한 대회는.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