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5화 〉 190. 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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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나와
“젠장. 어디로 가야 하지? 수배가 떨어졌으니 이거야 원!”
오키나와 총리의 별장에는 한참 수배령이 떨어진 총리가 도망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도망칠 준비를 하던 총리의 뒤에 한 인형이 나타났다.
“어디를 가시려고 그러십니까?”
“크흑. 시노하라 유즈키!”
총리의 뒤에 나타난 것은 시노하라 유즈키였다.
아주 적절한 시기에 총리를 찾아온 것이다.
이 아이가 게이트를 열어 그 게이트로 순간이동을?
응. 그렇게 내가 매일 요바이 가능.
반대로 제가 하고 싶을 때는 안 되나요?
으음, 안 되는데 어떤 건지 알고 싶으면 케이트에게 명령해도 돼.
호기심에 케이트를 소개받은 유즈키가 케이트를 통해 오키나와를 찾은 것이 신의 한 수였다.
설마하니 전 흑신교가 일본에 지부를 만들려고 오키나와 좌표를 알고 있을 줄이야.
총리가 오키나와로 건너간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어 이놈이 도망치면 어쩌지 했는데, 역시 유은하라는 여자는 저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사랑스러운 존재였다.
매번 이렇게 도움만 받을 줄이야.
“일본을 이만큼 혼란에 빠트렸으면 죗값을 치르셔야지.”
“나는 일본을 위해 최선을 다했어!”
“최선?”
“그렇다! 이렇게 막부가 성립되기 전에 끝내려 했지!”
최선은 얼어 죽을.
“지금 일본이 시노하라가 없으면 멀쩡히 돌아갈 거 같습니까?”
“그건!”
“당장 죄악에 손 벌려 일본인들을 죽게 만든 당신이 할 말입니까? 사람이 솔직해져야지 당신이 노리는 것은 권력이 아닙니까?”
“막부가 이 시대에 서는 것이 정당하다 보나?”
시대에 따라 나라도 바뀌는 법이다.
지금은 결국 강력한 무가 정권이 나라를 쥐어 잡아야 동일본이 무너지면서 불안해하는 국민의 민심도 잡을 수 있다.
“지금이 뭐 냉전 시대 같은 대격변 이전 시대 같습니까? 대격변 이후 각 나라는 자기 나라에 맞게 체제가 변화했습니다. 시노하라가 권력을 잡을 수 있던 것은 괴수를 상대로 맞서 싸울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 덜떨어진 자위대가 할 수 있다 보셨습니까?”
“그건 컥?”
유즈키가 소환한 천검이 총리의 몸에 박히기 시작했다.
딱 죽지 않을 정도로만 수십 자루를 몸에 꽂았다.
“이미 죄악과 손잡은 시점에서 당신의 운명은 정해졌습니다. 그리고 당신은 죽기 전 최악의 시나리오를 보게 되겠죠.”
유즈키는 오니의 모습으로 변화했다.
기존의 어여쁜 미녀의 머리에 오니의 뿔이 나타나고 머리카락은 잿빛으로 물들었다.
“너. 너는.”
총리는 본능적으로 느꼈다.
눈앞에 있는 것은 괴물이라고, 오래전에 봤던 그 오니가 떠올랐다.
동일본은 공포에 몰아넣고 저 자신도 오줌을 지리게 만들었던 그 존재가, 지금 유즈키의 껍데기를 쓰고 있었다.
“쉽게 말하면 시노하라 유즈키와 혼돈의 오니가 융합한 모습이겠죠.”
“괴·괴물. 아. 안 돼. 괴물에게 일본을. 끄아아아악!”
총리는 마지막 저항을 하며 벗어나려고 했으나, 정체까지 까발린 마당에 총리를 살려둘 이유는 없었다.
“지옥에서 시노하라의 오니가 일본을 어떻게 다스리는지 지켜보시길.”
그 말과 함께 그녀의 앞에 남은 것은 총리였던 자의 잿더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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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일본에서 한국으로 돌아온 나를 레이첼이 반겼다.
“뭐야, 당신 나타나? 일본에 뭔 일 있던 거 같은데?”
음, 한국에도 알려진 모양이다. 하긴 요즘이 어떤 세상인데.
“당장 우크라이나로 괴인군 보낼 거야.”
“갑자기 왜?”
“명분이 생겼거든.”
죄악이 공격해댔으니, 정당방위로 죄악에 대해 조사해내고 그 근거지를 알아냈다. 이런 이야기를 성립할 수 있다.
“또 이상한 일 아니지?”
“아니야. 이 세상을 위해서야.”
나태의 죄악을 서서히 옥죄어야지.
그러자면 이번에는 내 위치를 써먹어야겠다.
나는 다시 케이트를 써서 헌터 협회 최철식의 방으로 왔다.
"하이요?"
"뭐냐 너?"
반짝거리는 머리를 닦던 최철식이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일단 통보해둘 것이 있어서요."
나는 일본에서 있던 일과 아무래도 나태를 족쳐야 함을 진지하게 말하면서 최철식을 설득했다.
놈의 정체까지 확인한 것도 분명히 밝혔다.
“무슨 말이냐?”
“말 그대로입니다. 일본에서 죄악 사태가 일어난 건 아시겠죠.”
“그렇지.”
“그 미친놈들은 일본만이 아니라 시노하라 성을 건드리면서 저 역시 그들과 싸워야 했습니다. 한마디로 이것은 백화교를 건든 일. 죄악의 본거지를 조사한 결과침식지대인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쪽이었습니다.”
그곳에 나태가 만드는 중인 대규모 괴수, 괴인 군단이 있다.
오로지 침식지대에만 있으면서 이성을 잃고 그저 나태가 가진 권능에 이끌려 따르는 놈들이다.
그들을 토벌하려면 헌터 연합군까지 필요 없다. 백화교의 괴인군만으로도 충분하다. 하지만 일단은 나는 협회의 헌터기도 해서 허락이 필요했다.
“침식지대라면 괜찮겠지만. 괜찮은 거냐?”
“네.”
“거기가 죄악의 근거지란 증거는?”
“여기요.”
요하나의 집에서 가져온 것들로 미리 만들어낸 정보를 최철식에게 넘겼다.
“음, 이건 어떻게 발견했지?”
“나태의 죄악이 시노하라 이노스케란 반란분자와 놀아나면서 넘긴 일본정복 계획서입니다.”
“알겠다. 이 정도면 청와대도 설득할 수 있겠지.”
최철식은 시원하게 수락했다.
그래. 그래야 대머리 답지!
그럼 이제 나태를 철저하게 죽여주리라.
일단 한국에 퍼진 일본의 기사를 확인해보자.
시노하라 유즈키 우익세력 처단. 자위대 토벌 및 해산!
일본 시노하라막부 성립! 다시 무가 정권이 도래하나.
일본에 대한 소식은 역시 내전과 막부에 관한 것이었다.
나쁘지 않다.
[“다음 소식입니다. 백화교 2대 단장 유은하가 일본 시노하라성에서 나태의 죄악에 의해 열린 게이트에 의해 기습을 받았습니다. 백화교 측은 죄악과의 전쟁을 선언, 향후 청와대를 비롯한 막부와 협력할 것으로 보입니다.”]
나에 대한 뉴스도 나쁘지 않다.
한중전쟁 이후로 한국과 자치령 백화교는 국제사회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게 되었다.
죄악과 연관된 일이라 따로 거부할 명분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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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으로 우크라이나 크림반도에 대한 공격이 결정되었다.
일본의 막부 헌터군과 협회를 주축으로 백화교에 대한 지원이 시작되었고, 백화교의 괴인군단과 막부 헌터군 수만 명이 크림반도로 향하는 게이트를 통해 기습작전을 벌였다.
크림반도는 나태의 죄악의 본거지였으며, 괴수와 괴인들의 숫자가 상당했다.
그들은 원작에서 더욱 부풀어 세상을 침공한다.
지금 두들기는 것이 낫다.
“크림반도의 모든 괴인과 괴수들을 처단하자!”
“전우들의 복수를 하자!”
백화교의 괴인 군단과 막부의 헌터들은 크림반도를 유린하기 시작했다.
원작이라면 후반부에 방해가 될 나태의 군대들은 흑신교 이후로 내 밑에서 단합되어 강해진 괴인군과, 나태의 죄악에 대한 복수심에 물든 일본의 막부 헌터군에게 속절없이 무너졌다.
“이곳은 죄악께서 계시는 곳이다! 감히 인간 놈들 따위가!”
“응, 괴인군이 절반이야.”
찐따새끼의 추종자로 보이는 놈의 머리털을 쥐어뜯었다.
나도 직접 나서서 크림반도를 불태우기 시작했다.
어쨌든 이곳 물량도 많아서 백화교의 간부나 시노하라의 신선조 없이는 완벽히 제압하는 것은 불가능하니까.
“젠장! 유은하! 대체 내게 무슨 원수가 져서!”
찐따가 나한테 화를 낸다.
네가 화를 내?
세계를 정복하려는 네놈이 그렇게 말하면 안 되죠.
“그걸 말이라고 지껄였냐. 시발 실좆 찐따새끼야? 감히 너 따위가 유즈키의 몸을 건드려? 네가 금태양이 아니니 천천히 말려주는 정도라는 걸 알아둬라.”
금태양이었으면 좆뿌리를 뽑아서 불태웠을 것이다.
내 히로인을 건드리려 한 죄는 참을 수 없지!
심지어 곰곰이 따지고 보니 저 시발놈만 아니었으면 괴인이 되기 전 인간 상태의 유즈키를 따먹을 수 있었을 텐데!
아, 갑자기 빡치네?
넌 뒤졌다. 바로 네 앞에서 요하나와 녹진한 임신 섹스를 해주겠다.
“고작 그거 때문에!”
고작 그거라 하는 거 보면 여전히 정신 못 차렸네.
“너 같은 찐따 새끼한테 만지게 한 것이 역겹다는 뜻이거든? 또 도망이나 가지 그래? 겁쟁아.”
“큭.”
결국 놈은 시공간을 꺼내더니 또 도망쳤다.
어쩔 수 없거든. 저놈은 지는 싸움은 절대로 하지 않는다.
헬게이트를 다시 소환할 능력도 안 되고.
이제 수하들까지 다 죽었으니 남은 것은 멘탈파괴인가?
“그우아아아!”
가끔가다가 커다란 괴수도 등장하면서 연합군을 막았으나, 엘리제와 로즈마리가 지휘관인 괴인군을 이기지는 못했다.
크림반도는 순식간에 막부군과 백화교의 괴인 군단에 의해 점령되었다.
“여기서 얻을 건 있어?”
“뭐 나중에 백화교가 다시 말썽꾸러기 단체로 보이지 말아야 하니까.”
적당히 성과물을 제출해서 우리가 하는 짓은 정당하다고 알려야지.
그때 저 앞에서 한 무리의 사람들이 나타났다.
세 명 정도로 보이는데, 한 명은 늙도 다른 두 명은 젊은 남녀였다.
“여 수고했네.”
그 무리 중에 노인이 그렇게 말했다.
“당신들은?”
“우리는 사도네. 지금부터는 우리가 맡지.”
사도라, 이렇게 보니 또 신기하군.
“죄악에 대해서 사도가 맡는다고요?”
“그렇네. 그간 수고했네.”
코트를 입은 백인 할아버지가 칭찬하는 꼴이 우습다.
사도 중 가장 나이가 많은 인물이다.
얼굴을 보면 꽤 인자하게 생겼으나, 고지식하고 답답한 인물이다.
안 그래도 사도는 분노의 죄악이 한 축으로 존재하고 있어서 죄악에 대한 대책이 소극적일 수밖에 없었다.
아마 이 정도가 되어서야 사도도 큰일이라는 것을 깨닫고 움직이기 시작한 모양인데, 이것도 그 뒤로는 분노의 죄악이 더는 사도들을 막을 수 없고, 죄악의 정보가 넘어가면 안 된다. 판단한 탓일 것이다.
그렇다면 여기서는 굳이 사도와 함께 일할 필요가 없다.
“한국이 폭식의 죄악이 등장할 때는 가만히 있었던 주제에 이제야?”
“그때는 죄악이 이만한 위험 수준이라고는.”
웃기고 자빠졌네.
“그럼 늘 그렇듯이 뒷방에 처박혀 계십쇼.”
“그게 무슨 말버릇인가? 최근 잘 나간다고 해서 지금 어른들에게 그렇게 굴어도 되는가? 사도 후보에서 탈락하고 싶은 건가?”
그깟 사도 자리 내가 거절한다.
끽해야 괜찮은 동네에서 부귀영화를 누리면서 세계의 경찰 짓을 하는 작자들이다.
물론 사천왕 때는 제법 열심히 했으나, 분노를 하는 짓도 눈치채지 못하고 뒤늦게 죄악일 적에 간섭하는 것이 우스울 따름이다.
“뒷방에서 구경 질이나 하며 세금이나 처먹는 작자들과 한 무리가 되고 싶지 않군요. 크림반도도 우리가 찾아냈고, 우리가 토벌했습니다. 죄악은, 한국과 막부가 전담할 테니 지금까지 그랬듯 뒤로 빠지세요.”
“후회하지 않겠나?”
후회는 무슨. 여기서 너한테 맡기다가는 죄악에 대한 증거물을 모조리 날려버릴 텐데.
“후회는 씨발 앞으로 이미지 추락할 당신들이 해야 하고. 죄악이라고 해봐야 패배자 새끼들의 세상 정복 중2병 놀이일 뿐이니 제압 못 하는 것이 이상한 것이 아닙니까?”
꼰대들은 알지 못하는 모양이지. 자기 동료가 죄악이라는 것을.
“그 말 그대로입니다. 참견하지 마십시오.”
옆에서 함께 싸우는 유즈키도 거들었다.
“시노하라의 쇼군도 이 철없는 계집애와 함께하려는 건가? 젊은 혈기에.”
사도에 있는 노인네들은 자기들 위치와 나이만 믿고 뭐든 가능하리라 믿는 오만한 작자들이었다.
“사도라는 허울 좋은 칭호만 달고 있는 조직보다야 훨씬 믿음이 가지 않겠습니까.”
“이 무슨! 나라의 중대사를 어찌!!”
나라의 중대사니까 너희 같은 꼰대들에게 맡기지 못한다는 소리지.
죄악이랑 직접 싸워본 적도 없고, 나라를 다스려본 적도 없는 작자들이 끼어드는 꼴을 보니 짜증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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