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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로인이 히로인을 공략함-198화 (198/331)

〈 198화 〉 183. 시노하라 유즈키 vs 혼돈의 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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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구마모토의 시노하라 이노스케 집에서 일본 헌터연합군이 헬게이트를 몰아내는 것을 지켜보던 나태의 죄악 케일은 주먹을 내리쳤다.

“제길. 하필 거기서 백화가 튀어나오다니!”

백화. 백화교 초대 단장으로 힘은 아지다하카의 권능과 비슷한 혼돈.

그것으로 악마들을 무참히 도륙하면서 나태가 숨겨두었던 두 번째 비수마저 수포로 돌아갔다.

차라리 큰 피해라도 입히면 좋았으련만, 시노하라도 대규모 병력을 동원해서 밀어붙인 탓에 헬게이트에서 나온 악마들은 일본에 큰 피해를 주지도 못 했다.

이렇게 되면 일본은 큰 전력을 남기고 후일 죄악에 방해가 될 것이 분명하다.

“후우, 진정하자. 아직은 아니야.”

이번에야말로 요하나에게 자신이 어떤 인물인지 보여줘야 한다.

한다면 하는 것을 보여줄 것이다.

그러니 그 이상한 용한테 주인님이라고 부르는 등의 소리를 하지 못하게 할 거다.

그래. 자신이 직접 움직이는 것을 보여준다.

“어디 오니도 처리할 수 있는지 보자고.”

일본인들에게는 일본 역사상 최악의 재앙으로 불리는 존재 ‘혼돈의 오니.’ 이것이 나와도 지금처럼 과연 잘 싸울 수 있을까.

케일은 방 한구석에 잇는 시노하라 이노스케를 불렀다.

“시노하라 이노스케.”

“네.”

“시노하라성은 실패했다고?”

“죄.죄송합니다.”

조금이라도 피해를 입혔으면 좋은데. 안타깝게도 실패했다.

하긴, 저런 놈이 도움이 될 리가 없다.

“후우. 뭐 유은하 일행이 있다고 하니 예상은 했지만.”

설마하니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유은하의 여자들이 이렇게 강했다니. 뭐 당연하다면 당연하겠지만.

“저, 이제 어떻게 해야 합니까?”

“오니를 준비해 줄 것이다. 그것으로 시노하라 유즈키를 움직이지.”

오니가 움직이기 시작하면 시노하라 유즈키도 움직일 것이다.

보아 하니까 백화는 필요 이상으로 접근할 생각은 없어 보이고. 그렇다면 안심이다.

“오니가 살아있습니까?”

“알 거 없어.”

나태가 이노스케를 째려보자 이노스케는 고개를 숙였다.

“네.”

과연 이것도 막을 수 있을까?

제아무리 시노하라 유즈키나 백화라고 해도 오니를 상대로 버티지 못하겠지. 어디 한 번 끝까지 가보자.

* * *

후지산 헌터 연합군 지휘부

시노하라 유즈키는 헌터 연합군의 피해 상황을 확인하고, 게이트 전선에 대한 재정비에 들어갔다.

헬게이트는 어떻게 막았으니 한동안 일어날 수 있는 게이트들을 방어하기 위해 바리케이드를 쳐두는 것이 좋을 것이다.

“당주님! 저쪽에 불기둥이 치솟았습니다!”

“저 불기둥은.”

보라색의 불기둥이 후지산 아래에서 치솟아 오르고 있다.

그 불기둥은 오래전, 일본인들에게 아픔을 주었던 혼돈의 불길이었다.

보는 것만으로도 공포심을 느끼고 두려워하게 만드는 불길.

혼돈의 오니가 등장했다는 뜻이다.

“오니가 나타났을 때랑 똑같은 불기둥입니다!”

설마하니 오니가 부활했다고?

“잠깐, 말도 안 돼. 오니가 지금 상황에서 나온다고? 범람이랑 헬 게이트를 밤새 막았는데?”

아니다. 애초에 지금 오니가 왜 나오는 것인가?

이해할 수가 없다. 오니가 나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할 텐데. 이미 오니는 전에 많은 희생을 치르면서 무찔렀을 텐데.

하는 수 없다. 이렇게 된다면 자신이 나서는 수밖에.

당장에 헬게이트를 이겨냈다면 오니 하나만 처리하면 그만이다.

“시노하라 당주님! 명령을!”

“오니는 나 혼자 상대할 것이다. 너희들은 절대 나서지 말도록.”

일본 헌터 연합군으로 오니를 상대하다가는 피해만 커질 뿐 제압할 수 없다.

이렇게 된 이상, 오니는 혼자 싸워야 한다.

지금 일본에서 가장 강한 자는 시노하라 유즈키 본인. 천검의 유즈키.

설령 자신이 나서지 않는다고 해도 다른 실력 좋은 헌터들은 다른 곳을 맡고 있으니 오지도 못한다.

“위험합니다. 차라리 저희가.”

신선조들이 나서려 했으나 유즈키는 손을 저었다.

“오니를 너희는 상대할 수 없다. 걱정 마라. 시노하라는 절대 지지 않는다.”

여기서는 혼자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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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노하라 유즈키는 불기둥이 치솟은 곳으로 향했다.

불기둥 안에서는 집채만한 몸집의 존재가 천천히 걸어 나오고 있었다.

그것은 그야말로 그림 속에서나 볼 법한 거대한 도깨비였다.

붉은 몸집의 붉은 몸. 뿔. 잿빛의 머리. 하나하나가 너무 기이하게 생겼다.

“그르르르르르르.”

혼돈의 오니가 숨을 쉴 때마다 뜨거운 열기가 대지를 쓸었다.

그것만으로도 땅에 나 있던 풀들이 불타올랐다.

그 열기에 닿은 시노하라 유즈키는 몸에 마력을 퍼뜨려 그 열기를 밖으로 몰아냈다.

‘역시 보통이 아니야.’

그렇다고 여기서 물러설 수는 없다.

가장 베스트는 유은하와 함께 싸우는 것이지만, 따로 연락할 상황도 아니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옆에 둘 걸 그랬다.

“혼돈의 오니.”

“그르르르. 크아아아.”

“동일본과 서일본을 완전히 갈라 동일본을 구할 수 없게 만든 대재앙.”

사실상 수천만 명을 구할 수 없게 만든 존재.

그리고 오니의 부상으로 인해 시노하라는 권력을 쥘 수 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일본을 반으로 가른 일본에 대 재앙인 존재이자 시노하라가 권력을 잡을 수 있게 도운 존재. 하지만 이제 다시 오니가 나타나 일본을 망치려 한다.

시노하라가 권력을 잃을 수도 있다.

서일본 마저 완전히 박살날 수 있다.

다시는 그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혼돈이 이길까. 천검이 이길까.”

궁금하지 않니?

“크우아아아아!”

괴성에 맞춰 유즈키는 검을 뽑아 들었다.

아버지 대부터 이어져 내려온 시노하라 가문의 명검을 뽑자, 하늘에 천 자루의 검이 은수처럼 늘어서 혼돈의 오니를 포위했다.

“천검술. 양단베기.”

하늘에 떠오른 천 자루의 검들이 일제히 오니의 양단을 베어 갈랐다.

촤아아아악!

오니의 몸이 베이고 마치 화산이 폭발하는 것처럼 뜨거운 용암이 흘러내렸다.

피가 아닌 용암이 흘러내리는 모습에 시노하라 유즈키는 미간을 좁혔다.

“그우으아아아악!”

아무래도 선공을 당했다는 사실에 화가 난 것일까. 어느새 상처가 아문 오니가 두 눈으로 시노하라 유즈키를 노려봤다.

오니는 유즈키를 적으로 인식했다.

유즈키는 조금도 적에게 기회를 줄 생각이 없었다.

유즈키가 검을 휘두르자 마력을 머금은 천 자루의 검이 사방에서 오니를 공격했다.

푹! 푸부욱! 푸부부북!

고기를 내리찍는 소리와 함께 달려오던 오니의 몸이 순간 굳어버렸다.

“이래 보여도 일본을 맡은 몸.”

“그르르르르.”

“야만스럽고 천박하게 재앙 소리나 들으며 파괴밖에 모르는 저능한 오니 따위와는 마음가짐 자체가 다르다.”

유즈키가 손에 든 검을 살짝 흔들자 오니의 몸에 꽂혀있던 검들이 각기 다른 방향으로 살을 갈랐다.

콰지직!

“그아아아아악!”

온몸에서 용암을 분출하며 오니는 땅에 처박혔다.

기세를 탄 유즈키는 곧바로 오니의 아킬레스건에 다시 천검을 내질렀다.

온몸에서 용암을 뿜어내면서 오니는 일어나려다가도 아킬레스건에 검이 박힐 때마다. 괴성을 질러댔다.

오니는 그저 유즈키를 향해 붉은 눈만 번뜩였다.

“천검 소나기.”

푸부부부부북!

다시 쏟아지는 시노하라의 거센 칼바람은 오니의 몸을 찢어발겼다.

시노하라 유즈키는 유리하다고 결코 거만하지도, 방심하지도 않았다.

시노하라는 그랬다. 싸움에서는 절대로 냉정을 잃지 않는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특히나 일본이라는 거대한 짐을 짊어지고 있는 이상, 오니에게 조금도 틈을 내어줄 수 없었다.

“천검­일격”

허공에 있는 수십 자루의 검이 하나의 큰 검으로 변하더니 오니의 몸을 꿰뚫었다.

“크하아아아아악!”

천검의 유즈키란 이명이 절대 울지 않도록 그녀는 열심히 검을 움직여 오니를 공격했다.

지금 저렇게 당하고 있으나 오니는 틀림없이 “고작 이 정도냐.”라고 말하고 있을 것이다.

유즈키는 그렇게 생각하며 검을 멈추지 않고 계속 내리쳤다.

치고 박고 찍고 베어 넘기고. 오니의 몸을 잘라내는데, 열중했다.

온몸이 자신이 흘린 용암으로 덮어진 오니는 고통에 울부짖었다.

“그윽. 그아아아악!”

그리고 놈의 몸에서 막대한 마력이 터져 나왔다.

그것과 동시에 검들이 모두 튕겨졌다.

조금 위험하지 않을까 싶지만, 못해볼 것도 아니다.

분명히 말해서 상처는 그대로 남아 있다.

즉, 상처를 치유할 틈없이 덮쳐야 할 정도로 시노하라 유즈키는 강하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다.

시노하라 유즈키의 이명은, 검격은 절대 약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유즈키는 더욱 멈추지 않았다.

이 싸움에서 이기고 돌아가자. 일본에 있어 최악의 재앙인 오니를 단신으로 쓰러트려 얻은 민심으로 막부를 만들자.

그리고 돌아가서 유은하를 안자.

그 많은 여자보다 자신이 더 쾌락을 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자. 증명하자.

‘질 수도 없고, 지지 않겠다.’

시노하라의 천검이 매섭게 울었다.

혼돈의 오니는 다리를 절뚝이며 위협적으로 걷기 시작했다.

시노하라 유즈키는 오니의 움직임에 눈을 집중했다.

겉으로 보면 상처를 입은 다리로 걸어오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아니었다.

검에 맞으면서 몇 걸음 걷던 오니가 갑자기 지면을 박차고 날아올랐다.

“졸렬한 놈.”

오니의 손톱은 상대가 무엇이든 순식간에 찢어발긴다.

지금 공중에 날아오른 오니의 손톱이 시노하라의 천검을 노렸다.

“그오아아아아!”

손톱을 내려찍기에 앞서 오니는 자신의 상처에서 용암을 쏟아냈다.

“천검 검막”

오니가 쏟아내는 용암은 천 자루의 검이 방패가 되어 용암을 막아냈다.

여기서 막아내야 한다. 막지 못한다면 오니는 저에게 향하던 용암들을 일본 전국에 부어버릴 것이다.

콰악!

오니의 손톱과 시노하라의 검이 맞부딪쳤다.

“강하지만 버티지 못할 정도는 아니야.”

부활한 지 얼마 안 된 탓에 생각보다 오니가 약한 건지도 모른다.

실제로 마력이 그렇게 강하지도 않다.

그렇다면 한 번 이겨볼 수 있지 않을까.

콰앙!

본격적으로 근접전이 시작되었다.

시노하라 유즈키의 천 자루의 검은 계속해서 혼돈의 오니를 압박하고 유즈키가 든 검이 오니에 들이쳤다.

오니는 분명히 덩치에 맞지 않게 속도는 빠르지만 안타깝게도 유즈키에게 공격이 닿지 않았다.

유즈키는 오니보다 한참 작은 몸으로 날렵하게 오니의 공격을 피했다.

동시에 천검을 조작해서 오니를 반대로 공격했다.

푸슈우아아악!

“그으으으윽!”

오니가 비명을 지르며 살이 찢어져 용암이 분출했다.

땅에 떨어진 용암은 대지를 그대로 녹여버렸다.

쿠르르르

저기에 닿는다면 틀림없이 온몸이 녹아버릴 것이다.

수많은 일본인이 저 용암 속에서 고통에 울부짖으며 온몸이 불타올랐다.

시노하라 가문에서는 후계자 교육을 받을 때, 그 어느 순간이라도 방심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배운다.

유즈키는 과거 오니에 당했던 일본의 모습을 잊지 않았다.

그 고통 속에서 시노하라 가문이 발흥하여 괴수들을 몰아냈던 것도.

믿고 따르던 아버지도 지금은 없다.

시노하라 가문의 당주로서, 일본의 지도자로서 이제 저 대재앙을 자신이 상대해야 한다.

몇 번이고 같은 말을 속으로 되뇌며 방심하지 않고 저 재앙 덩어리에 비명에 간 일본인들의 원수를 갚는다.

이때 다시 한번 혼돈의 오니가 용암이 흘러 지옥을 방불케하는 대지를 박차고 뛰어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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