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2화 〉 157. 밍 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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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집구석에 집안일을 하던 아내가 어느 날 자리를 비운다면 이건 킹리적 의심을 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
그런데 그런 내 생각은 틀려먹었던 것 같다.
“우리 레이 여기 학교는 다녀야 할 거 아냐. 이 세상은 학력이라는 것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면서?”
아, 레이. 학교.
“뭐 그렇지?”
한국은 대격변 이후 학력 사회가 많이 풀리기는 했으나 여전히 그래도 학력은 있어야 무시당하지 않는다.
게다가 레이도 이제 또래 아이들을 친구로 만들 때가 되었지.
레이가 수컷을 찾는 것은 꼬리를 뽑아서라도 막아야겠지만, 나처럼 암컷을 만나는 거라면 환영해줄 생각이다.
언젠가 자기 암컷을 나와 공유해주는 날도 오지 않을까?
그렇다면 수컷들은 필요 없다.
“이왕이면 여자들과 친하게 지내라고 해.”
“당신처럼 만들라고?”
“응.”
“그럼 우리 대 끊겨!”
그럴 일은 없을 것 같은데. 오히려 레이의 자궁에 수컷의 정자가 들어가는 것은 내가 용서할 수 없다.
“레이나도 있고, 내 피를 이었으면 똑같이 아이를 낳을 수 있지 않을까? 문제는 마그뉴트지.”
“마그뉴트?”
마그뉴트는 최근에 레이랑 잘 놀아주는 것 같다. 문제는 레이와 달리마그뉴트는 인간화가 힘들다는 사실이다.
“아무래도 내가 예전에 만들어서 거기 둔 것 같아.”
“역시 버려둔 거였구나?”
아니, 일부러 버린 건 아닙니다.
“이전의 내가 만들었는데, 그 기억이 없어.”
“진짜 못됐네.”
“아니, 진짜야.”
이상하게 옛 기억은 전부 얻었을 텐데. 마그뉴트에 대한 기억만 없다.
분명 나는 그 시절의 내가 맞을 텐데 말이다.
“하지만, 마그뉴트는 나이 먹을 만큼 먹지 않았어? 게다가 인화도.”
“응. 인화도 문제지. 마그뉴트는 오로지 내 피만 들어가서 쉽게 안 될 거야.”
그때의 나는 드래곤에서 인화가 되던 시절인데 마그뉴트는 안 되더라.
어쩌면 내가 죽기 전에 만들어서 어디 모자라 그런 걸지도 모르고.
“나도 마법으로 알아는 보겠는데, 음. 잠깐.”
“왜?”
“우리 레이 황룡 고기 먹고 인간이 되었거든.”
맞아. 그랬지. 동족상잔을 해버렸다. 그 덕에 레이는 훌륭하게 인간으로 변신할 수 있었다.
“남아있어?”
“머리통 부근 남아 있기는 한데.”
“그거 먹이면 어떨까?”
용머리 국밥이라도 되는 것일까? 그건 나도 먹어보고 싶다.
용이 그렇게 몸에 좋을 텐데.
“그거 얼려둬서 꺼내려면 좀 걸리는데, 머리 꺼내 뒀다가 내일 아침에 해보지 뭐.”
“알겠어. 그럼 나는 일단 죄악 년 꼬시러 가볼게.”
“아, 그러세요.”
관심 없다는 듯이 말하는 것은 조금 너무하는데.
* * *
북경
서북 군벌이 북경을 탈환한 이후, 북경에는 서북 군벌의 깃발이 걸려있었다.
괴수와 전투로 초토화된 북경에서 그나마 멀쩡해 보이는 구 북경 군벌의 지휘부 건물의 사령관 집무실은 서북 군벌의 영웅이자 지도자인 밍메이의 차지였다.
자금난에 시달리다가 최근 서방의 도움을 받으면서 조금이나마 상황이 개선되고 있던 밍메이는 앞으로 괴수토벌에 대한 병력 편성을 어찌해야 할지 머리를 굴리고 있었다.
그때, 밍메이의 앞에 검은 소용돌이가 일다니 검은색 후드에 망토를 걸쳐 정체를 숨기고 있는 한 인물이 등장했다.
“밍메이 장군.”
“네놈은 누구지?”
밍메이는 조심스럽게 그 기이한 인물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적의는 없지만, 기분 나쁜 모습이다.
온통 망토를 덕지덕지 입은 모습이 제 정체를 숨기지 못해 안 달난 겁먹은 강아지 새끼 같았다.
심지어 목소리까지 기계음에 가까우니 어쩜 이리도 기분 나쁜 존재가 있을까.
“그냥 당신에게 조금 도움을 주고 싶은 인물입니다.”
“도움이라?”
무슨 소리일까. 도움? 가만히 보니 서북 군벌의 절실함을 알고 뭔가 개수작을 부리러 온 존재인가 싶다.
“저희와 협력하면 장군이 북경을 기반으로 일어설 수 있도록 경제적 기반을 만들어드리겠습니다.”
듣기만 하면 구미가 당기는 말이다. 그러나 그 악마의 목소리에 밍메이는 조소를 머금었다.
“너희가? 정체도 모르는데 무얼 믿고?”
“그저 간단한 일입니다. 동북 3성에 있는 게이트들에 병력을 몰래 보내 폭탄테러를 해주십시오.”
“폭탄 테러라. 설마 게이트 난을 일으키라고?”
밖에서 게이트 입구에 직접 공격을 하면 이변을 일으키는 경우가 종종 있다.
설마하니 그 짓을 하라는 건가.
그 게이트 난으로 인해 지금 세상이 얼마나 망가졌는데. 그 탓에 괴수들이 더 넘쳐나 지금 서북 군벌이 힘든 상황이 아닌가.
저 빌어먹을 존재는 더 이야기할 가치가 없는 인물이다.
“예. 간단한 일이 아닙니까? 한국이 멀쩡히 동북 3성을 집어삼키는 것은 장군도 별로 달갑지 않을 텐데요.”
“내가 달갑지 않다고 하여 한국이 승자로서 취한 것에 대해 졸렬하게 테러나 하자?”
웃기는 일이다.
게다가 밍메이는 한국이 동북 3성을 먹은 것에 불편하지도 않았다.
암덩어리나 다름없던 북경 군벌이 한국과의 전쟁에서 자멸해버렸다.
“무엇보다도 저희와 협력하면 자금난으로 경제적으로 힘든 서북 군벌이 일어설 수 있지 않겠습니까?”
“내 아무리 곤란하다한들 너희 같은 정체불명 테러조직 따위와 함께 할 성 싶으냐?”
아무리 힘들어도 그 속을 알 수 없는 더러운 놈들과 함께할 수는 없는 일이다.
“아쉽지만, 저희는 테러조직이 아니라.”
“세상을 정복하려는 개수작을 부리는 놈들이 테러조직들이지 무엇이란 말이냐? 심지어 너희들의 주구 노릇을 해라?”
밍메이는 장갑을 낀 오른손을 정체불명의 인물을 향해 앞으로 뻗었다. 그리고 손을 돌려 그대로 뒤집자, 망토의 인물이 마치 그녀의 손에 붙잡힌 것처럼 그대로 몸이 뒤집혀 바닥에 처박혔다.
“컥?”
“생각하는 꼬락서니 보니 죄악이란 놈들이 그저 만화에서나 나오는 악의 조직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로구나. 감히 어디 그딴 눈을 뜨고 나를 쳐다보냐?”
밍메이가 오른손을 조금씩 쥐어틀기 시작하자 망토의 인물은 바닥에서 고통에 몸부림치며 손과 발이 비틀어졌다.
“이러시면 후. 획. 크흑.”
콰직!
망토의 인물은 한참 비틀어지다 마침내 터졌다.
밍메이는 터진 괴한의 모습에 인상을 찌푸렸다.
‘인간이 아니야?’
피가 터진 것도 아니고 다짐육이 된 것도 아니다. 검은 잿가루가 공중에 흩뿌려지더니 괴한은 그 형체를 잃고 잿더미가 되었다.
얼마 뒤, 집무실에서 큰 소리가 난 탓인지, 얼마 전 치우단에 복귀한 슈에리가 집무실로 들어왔다.
“장군님! 이게 어떻게 된 일입니까?”
“흥. 본체로 오지도 못하는 겁쟁이 새끼가 어딜 감히 북경에 찾아오나. 슈에리. 네 말이 맞았다.”
사람을 설득하고 대화를 하려면 본체가 왔어야지. 겁쟁이가 아닌가. 자신들은 직접 움직이지도 않는 주제에 서북 군벌에게는 테러를 강요하고 있다.
“허. 은하 말이 맞았군요.”
“아무리 빈궁해도 악의로 가득 찬 놈들과 손을 잡을 수는 없는 법이지. 슈에리. 유은하와 친분을 다져 잘 되었구나.”
밍메이는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저, 그럼.”
“방송으로 봤을 때는 그저 힘에 취한 거만한 인물인 줄 알았는데, 백염의 검희란 값을 하는구나. 그 애가 우리에게만 죄악 일을 알린 것은 내가 저들의 요구를 들어주어 한국의 적이 될까 염려한 거겠지.”
그냥 젊은 혈기에 감당하기 힘을 가지고 마음껏 휘두르는 철부지인 줄 알았는데, 제법 세상을 보는 눈이 넓다. 그러니 의심 단계라고는 하나 당장 국제사회에 새로운 죄악이라는 존재를 알리지 않고, 서북 군벌에만 알린 것이 아닌가.
“예.”
“게다가 천산이라. 천산이면 이번에 화성 테라포밍으로 주가를 올린 기업이 아니더냐. 유은하가 그 천산과 우리를 이어주겠다?”
유은하는 단순히 죄악의 존재만 말한 것이 아니다.
서북 군벌이 온전히 자리를 잡을 수 있게 천산이 북경에 투자할 수 있도록 연결해주겠다 했다.
현재 천산은 세계에서 주목받는 기업. 아마 그 말대로만 된다면 북경의 상황은 한결 나아질 것이다.
그렇게 되면 난징도 견제할 수 있다.
“네.”
“너는 송도에 포탈을 설치하여 그곳에 있고 싶다?”
“네. 물론. 낮에는 서북 군벌의 자랑스러운 헌터로 활동할 것입니다만 밤이라도 좋으니.”
밍메이는 가만히 슈에리의 눈을 쳐다봤다.
선양에 다녀온 뒤로 슈에리는 이전과 달리 꽤 여유가 생긴 듯 보였다.
이전까지는 어떻게든 괴수와의 전쟁에서 승리만 해야 한다 그런 의지만 보였던 여자애가 지금은 다른 것에 욕심이 생긴 듯하다.
“그리하라.”
“예?”
“내 너를 너무 굴리는 거 같다 생각했다. 어차피 조금 안정을 찾으면 너를 좀 풀어줄 생각이었어.”
이제 막 스물이 된 파릇파릇한 한창때 여자애다. 그런데 또래의 다른 여자아이들과는 달리 친구도 없고 자기 꾸밀 줄도 모르며, 괴수와의 싸움 이외에는 아는 것이 없다. 인맥이라고 해봐야 수하들이 전부다.
‘나쁘지 않겠지. 심지어 전쟁에 참전한 유은하와 같은 인물은 단순히 어린 애로 볼 것이 아니다. 한국에 대한 영향력이 막대한 인물이 유은하다. 심지어 한국은 서방국가들과 친하며 동북 3성으로 붙어 있으니 나쁘지 않아.’
슈에리가 스무 살 여자애로서 활동할 수 있도록, 그리고 서북 군벌의 이익을 위해서도 한국과의 친분은 나쁘지 않다.
무슨 꿍꿍이가 있든 천산 그 자체의 지원만으로도 나쁘지 않으니, 슈에리의 부탁을 들어주지 못할 것도 없다.
“정말입니까?”
“그래. 너의 활약으로 북경도 탈환했고 괴수들도 초원으로 다시 축출했다. 한동안은 여유로우니 그리하라. 네가 서울로 갈 수 있도록 한국 헌터 협회에 일러두마.”
“감사합니다!”
슈에리는 기쁜 표정을 지었다,
난징에서도 공안을 중심으로 헌터를 키우고 있다.
아마 언젠가 그들과도 싸우게 되겠지. 적어도 슈에리에게는 언제까지 전쟁만이 세상의 전부라고 가르치기는 싫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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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의 아이돌 귀염둥이 용용이는 다시 작게 변했다.
그리고 케이트를 이용해서 좌표를 찍어뒀지.
아침에 왔다가 낮 4시쯤에 한 번 돌아갔다가 왔다 갔다 하면서 이년을 좀 괴롭혀주면 될 것이다.
그렇게 저택에 돌아와 아무렇지도 않게 탐욕의 방으로 들어가니, 탐욕 요하나가 나를 보고는 달려들어 꽉 끌어안았다.
“어? 류크 어디 갔었어요? 한참 찾았잖아요?”
“뀨르릇? (그래서 싫어?)”
나는 눈을 반짝거렸다.
이년은 이게 약점이다.
드래곤을 사랑하는 멍청한 여자니까. 그래서 더욱 애절하고 귀여운 표정을 짓자, 그녀는 얼굴을 붉혔다.
“류크. 그런 눈으로 쳐다보면. 우읏. 하아, 화내서 미안해요.”
“뀨리리릿 뀨릉! (그럼 젖탱이 대!)”
참을 수 없는 젖탱이는 내가 따 먹고 말겠다. 한 일주일 내로 작업 끝내고 이년에게 굴욕을 맛보여주자.
나는 요하나의 풍만한 가슴에 몸을 던졌다.
역시 푹신푹신하구나. 빨아먹는 맛도 일품이다.
일부러 나 때문에 신경이라도 쓴 건지 암컷의 살냄새만 나는 것이 이거 속이 불끈거린다.
“흐이잇? 자·잠시만요! 그. 그만해요! 아무리 엄마가 보고 싶다고 해도 그렇지. 이건.”
“뀨릇? (싫어?)”
고개만 살짝 들어서 그녀에게 묻자 요하나는 입을 우물거렸다.
“치·치사하게 이럴 때만 그런 눈을! 안 그래도 갑자기 대폭발이 일어나서 기분이 좋지 못한데!”
“뀨릉.”
“아. 알았어요! 그. 그래도 대낮인데.”
대낮이면 어쩌라는 거지? 꼭 이런 짓을 밤에만 하란 법은 없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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