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1화 〉 146. 군신과 탐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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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북 군벌의 떠오르는 별. 슈에리는 한국의 전쟁영웅을 만나겠다는 기대감으로 선양까지 왔다.
선양에서 만난 유은하는 드론으로 봤을 때처럼 꽤 자신처럼 무겁다기보다는 가벼운 분위기의 여자였다.
솔직히 의아했다.
대체 어디서 저런 여인이 튀어나왔을까. 그 강함의 비결은 무엇일까.
핑타오는 약하지 않았다. 오히려 강한 축에 속했다. 죄악을 직접 상대해본 것은 아니지만, 얼마 전 티튜브에 올라와 있던 핑타오와 유은하의 전투 녹화본을 봤을 때도 강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서북 군벌의 사령관께서도 말씀하셨다.
저건 황룡급의 힘을 지닌 것 같다. 저 여자애가 힘들겠군.
그런데도 압도적인 공격으로 제압했다.
원래 영웅은 항상 겸손하고 자신을 갖추고 노력하는 인물이기 마련인데, 유은하란 인물은 달랐다.
아하하. 거봐, 너는 나를 이길 수 없다니까?
켁. 케엑.
가지고 있는 힘의 원천이 달라요. 나약한 년아.
오만이 하늘을 찌르고 있었다.
죄악이 몇 번씩 변신하면서 한 번은 유은하의 몸에 창을 박았으나, 유은하는 아무렇지도 않게 일어나 그 창을 쳐내다 못해 그 기이한 불꽃 광선으로 핑타오의 온몸을 너덜너덜하게 했다.
자신이 알고 있는 영웅의 모습은 전혀 아니었는데, 그렇다고 싫어할 만한 인물은 아니었다.
그 누가 불만을 가져도. 그녀가 어떻게 그런 힘을 가졌든 간에, 그 강함은 유은하의 것이었으니까.
서북 군벌에서 산전수전 다 겪어봤으니 솔직한 말로 영웅이 저래도 되나 하는 보수적인 상식은 가지지 않는다.
살아남는 자가 강한 것이고, 살아남는 자가 영웅이 되는 법이다.
“솔직히 생각했던 인상과는 완전 딴판입니다.”
수하들도 그렇게 생각한 모양이다.
“무슨 뜻이지?”
“유은하 말입니다. 솔직히 방송으로 봤을 때는 핑타오에게 향하던 눈빛이 막 그거 같았어요. 감히 네까짓 게 나한테? 라는 느낌으로 자신은 너 같은 년과 다르다고. 그래서 진짜 무지막지하게 핑타오를 두들겨 팼잖아요. 뭐 막 타는 딴 놈이 가져갔지만요.”
“이미 전투는 끝났을 무렵이니까.”
그래도 확실히 그것은 격 떨어지는 놈이 감히 덤빈다고 노려보는 것 같았다.
핑타오의 머리를 붙들고 그대로 땅을 내려치는 것도 무서웠다.
“솔직히 사이코 같은 이미지인 줄 알았는데.”
“확실히 실력은 대단할지 모르지만, 리더만큼 되겠습니까?”
솔직히 유은하와 싸워서 승산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지 않을까.
유은하와 달리 자신은 지금의 힘을 얻은 것이 고작 몇 달 밖에 되지 않는다.
이 힘이 있어서 무능한 상관을 쳐내고 지금의 부대를 이끌 수 있게 되었다.
무엇보다 유은하와는 싸울 이유도 없다.
부득이하게 싸우게 된다면 맞설 생각이지만 그것이 아니라면 싸울 생각은 없다.
게다가 그녀는 단순히 힘만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다.
“유은하는 리더쉽도 가지고 있다. 우리들이 접수한 정보로는 그녀는 대통령의 견제로 졸지에 빌런집단을 맡게 되었지.”
“예. 백화교라는 해괴망측하고 강한 빌런 조직을 담당하게 되었다고 들었습니다.”
백화교. 한국의 침식지대에서 활동하는 괴인 집단이다.
“그런데 그 백화교의 조직원들이 유은하를 따르고 있다. 심지어 괴인들의 본성은 자기보다 강한 괴인을 따르는 거지. 아무리 강하다고 한들 절대 헌터나 일반인에게 복종하지 않아.”
그게 기이한 것이다.
분명 유은하의 몸에서는 핑타오와의 전투에서 마기가 아닌 마력이 터트렸다.
즉, 유은하는 괴인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만큼 강한 힘을 보유하고 있으면서, 동시에 그 힘으로 괴인들을 통솔하게 되었다.
“그러고 보니.”
“더군다나 황룡을 잡는 무기와 빌런을 수하로 둔 백화가 백화교를 맡겼다. 이것은 괴인들이 유은하를 괴인을 넘어서서 자신들이 따라야 할 존재라고 인식한 것이지.”
“확실히 듣고 보니 굉장한 인물이군요.”
선양 길거리에서 괴인들이 유은하를 대하는 모습을 잠깐 봤었는데, 그 눈은 분명히 말해 존경의 시선이었다.
특히 같은 여성인 괴인들로부터 뜨거운 시선을 받는다.
인간과 괴인을 넘어선 상사와 수하의 관계. 주종관계라 해도 다를 것이 없었다.
한참 놀고먹던 수하들을 보고 있자니 슈에리는 잠시 자리를 벗어나가고 싶었다.
“나는 잠시 나가보겠다.”
“예? 이 시간에 어디를.”
이 시간에 밤바람을 쐬는 것도 나쁘지 않다.
“어차피 한국의 헌터와 백화교가 지키는 지역이다. 무슨 일이 있겠느냐? 잠시 바람이나 쐬려고 하는 것이니 너희도 적당히 마셔라.”
“““예.”””
바람 쐬러 나온다고는 했는데, 막상 와보니 궁금한 것투성이다.
선양에 오고 나서, 유은하를 직접 만나보고서 유독 더 그러했다.
정말로 유은하란 존재는 어떻게 그런 리더쉽을 가지고 있을까.
슈에리 본인도 군신으로부터 선택받았으나, 일반 성좌와는 다른 느낌이다.
[수심이 가득하구나]
한참 걷다 보니 성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군신이라고 불리는 성좌. 사실상, 무를 다루는 성좌 중 가장 끝판왕이라 할 수 있는 성좌가 슈리에에게 말을 걸었다.
“그냥. 묘합니다. 서북에서는 생사를 넘나들며 싸우고 성좌님을 만나 이렇게 되었는데 유은하란 인물은 보니.”
이런 말 하기는 뭐한데 어떤 노력도 안 한 모습이다. 그건.
[너도 나를 만나 몇 달 만에 지금에 이르렀다. 다른 이들이 보면 너 역시도 함부로 접할 수 없는 인물이다. 많은 이들이 너를 부러워하겠지]
그건 그렇다지만, 애초에 자신은 괴수들과의 최전선에서 반강제로라도 싸우지 않으면 죽는 지경에 이르렀으니 기회를 받은 것이나 다름이 없다.
심지어 유은하는 그 힘이 성좌에게서 받은 것도 아니라는 사실.
“알고 있습니다.”
[이 세상은 내가 알고 있는 세상과는 많이 다르지만, 유은하란 여자는 황제라 망상하는 장학체란 인물과 적대하는 국가의 실력자가 아니더냐]
“예.”
[친분을 다져두거라. 언젠가 네가 저 드넓은 화북을 지배하게 될 때, 저 청구의 유은하는 너의 든든한 우군이 되어줄 것이다]
“네. 군신님. 응?”
우효오오옷!
으아악 그만해요. 이 미친년아!
끼요오옷!
내. 내가 잘 못 했다니까. 으앙!
어디선가 요란한 한국말이 들려 슈에리는 소리의 출처를 따라가 보았다.
그리고 백화교의 괴인들이 사용하는 것으로 보이는 어떤 건물에 도착했는데, 그때 슈에리는 살짝 보고 말았다.
군신 덕에 강화된 시력으로 저 2층 창문에 보이는 것을.
무려 낮에 봤던 유은하가 엘프를 침대에서 다리를 벌리게 하교 성관계를 하는 자세로 열심히 치고 비비고 있었다.
“가·가위?”
오랜 시간 몽골 쪽에서 밀려오는 괴수들을 상대하면서 문화생활을 즐기지 못했던 슈에리에게 유은하의 저 과격한 행위는 약간 감성적으로 변해 있던 그녀를 혼란스럽게 만들기 충분했다.
“여자와 여자끼리도 저런 것이 가능한가?”
가만히 보니 유은하의 옆에는 지쳐 쓰러진 것으로 보인 다른 동료들도 보였다.
너무 황당하기 짝이 없었으나, 슈에리는 어떻게든 이 상황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렇다. 이제야 알겠다. 유은하는 확실히 영웅이 맞다.
그도 그럴 것이 영웅호색이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유은하에게도 해당된다는 것이다.
[슈에리야]
“네. 군신님.”
[청구에는 참으로 기이한 문화가 있구나]
“그. 그러게 말입니다.”
저게 과연 문화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유은하의 저 광폭한 행동은 어째서인지 머지않은 미래에 저에게 향할 것만 같은 기분이 강하게 들었다.
* * *
만주 1 게이트
선양 서쪽에는 게이트에서 생성된 동굴이 존재한다.
그 동굴은 미궁형 던전으로 북경 군벌이 있던 시절부터 존재했던 던전이다. 그러나 북경 군벌이 몰락하고 게이트를 토벌할 헌터가 사라지자 다시 마기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곳을 찾은 한 여인이 있었다.
이런 던전에는 조금도 어울리지 않는 드레스를 입은 금발의 백인 여인이 걷고 있었다.
“도움도 안 되는 인간들 같으니.”
다 같이 세상의 종말을 목표로 한 주제에 조금도 협조가 없다.
같은 목표만 아니었으면 진작에 연락을 끊고 살았을 인간들이다.
적과 싸우기 위해서는 정보가 중요하다. 그런데 그 멍청한 오만과 질투는 정보 없이도 싸울 수 있다고 자신하고 나태는 관심도 없다.
“결국 나 혼자 해야 한다는 말이지.”
던전에 들어가자 고블린 몇 마리가 여인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에에에엑!”
“더러운 것들이 감히 내가 누군지 알고!”
여인이 더러운 것을 쳐다보듯이 고블린을 노려보더니 눈을 반짝였다.
그 순간, 여인을 향해 마치 덮칠 듯이 달려들던 고블린들이 순식간에 몸이 굳어버렸다.
“자, 이 하찮은 것들아. 너희들은 내 것이다. 그러니 감히 주인에게 대들면 안 되겠지?”
“그에에. 그에.”
고블린들은 여자에게 고개를 푹 숙였다.
그 모습에 여인을 만족스럽다는 듯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그놈들이 없어도 나 탐욕 요하나 혼자서도 충분히 유은하 패거리에 대해 알아낼 수 있다는 걸 보여주죠.”
요하나는 그 말을 끝으로 던전 내부로 들어갔다.
그리고 얼마 후, 던전 근처는 범람이라고 하기에는 많은 수의 괴수들이 흘러나와 일대를 점거하니, 이것이 만주 1 게이트에서 일어난 대범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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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양에 오고 하루가 지났다.
내 얼굴은 반짝반짝하다.
그리고 레이나는 다크서클이 밑으로 쭉 내려와서 하마터면 다크 엘프로 착각할 수준이었다.
그리고 다리는 후들거리면서 걸을 때 여자답지 못하고 살짝 벌리고 걷는다.
그 모습이 언뜻 보면 우스꽝스러울 수준이다.
한수지와 최시우는 그런 레이나의 눈치를 보고 있었다.
“음, 레이나. 변신하지도 않았는데, 왜 다크엘프같아?”
“묻지 마세요.”
“포경수술한 것도 아니고 왜 그래?”
맞아. 그게 떠오르네. 포경수술 같다.
진짜 엄청나게 비벼댔다. 보지가 진짜 새빨개질 때까지.
“아래. 아래가 너무 따가워요.”
“우리 쓰러진 사이에 무슨 일 있었어?”
“말하기도 진짜.”
밤새 비벼댔다. 정말로 밤새. 레이나가 비명을 지르고 욕이 튀어나올 때까지 흠씬 비벼줬다.
참 즐거웠지.
그런 생각을 하며 소집장소에 도착하니 정나윤이 기다리고 있었다.
“아주 다들 기운이 좋구나. 음, 그런데 레이나 생도는 왜 저렇지?”
“아. 아닙니다.”
레이나는 애써 다리를 오므렸다. 그래도 계속 아픈지 다리를 부르르 떠는 모습이 이 자리에서 꼬리를 박아주고 싶다.
“저, 시노하라랑 로자리아는요?”
“저기 오는구나.”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오는 걸까. 저 멀리 보이는 포탈에서 두 여자가 보였다.
“으으, 토가 쏠려요. 포탈 연결을 어떻게 한 거야.”
둘 다 포탈을 타고 온 모양이다.
로자리아가 임산부가 입덧하는 것처럼 우웩거렸다.
설마, 설마하니 빌어먹을 알렌 새끼가 수상한 짓을 하지는 않았겠지? 임신시켰을 리는 없다고 생각한다.
애초에 원작을 생각하면 로자리아는 알렌을 극도로 싫어한다.
알렌이 로자리아를 먹을 일은 없다는 뜻이다.
“아무래도 영국은 거리가 멀다 보니 선양에 직통으로 연결하는 포탈은 좀 힘들겠지.”
“로자리아, 코토네쟝 오랜만이야!”
나는 두 여자에게 다가가 사이좋게 어깨동무를 했다.
시노하라 코토네는 그 특유의 미소를 지으며 받아주고 로자리아는 멀미를 해서 지쳤는지 흐느적거렸다.
“유은하. 전쟁 이후 오랜만이네요. 전쟁은 정말 대단했어요.”
오 코토네가 내 칭찬을?
“반했어?”
“아직은요?”
아직이라고 하면 가능성이 있는 건가? 그게 아니라면 지금 튕기고 있는 걸까?
어느 쪽이라도 상관은 없다. 결국 다 내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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