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5화 〉 외전용사파티의 S급 짐꾼(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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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레벨 업 루트가 따로 있었구나.”
가만히 보니 시련을 겪는 지역이 따로 정해져 있는 것 같다.
그전까지는 먼치킨 용사답게 싸우고, 문제는 마왕이 넘사벽으로 강해서 NTR 타락 루트가 존재한다는 뜻이다.
즉, 좀 돌려 설명하자면, 히로인 년들은 의외로 떨어트리기 쉬운 년들일지도 모른다. 뭐 그런 말이다.
자, 그럼 바로 밀어 붙여볼까.
나는 용사가 강해지는 레벨업 던전만 골라가기로 했다.
쓸데없이 다른 지역을 돌면서 용사의 명성을 올려주지 않고, 그냥 바로 보스런만 하는 것이다.
다음날, 나는 텐트 앞에서 모두를 모았다.
“용사님. 제가 괜찮은 던전 아는데, 그쪽으로 가시죠.”
“너를 어떻게 믿고?”
“아니, 왜 자꾸 저를 못 믿죠? 저 나름대로 돈 벌어야 한다고요. 돈 많이 벌어서 고향으로 가 가족과 만나고 싶거든요?”
계속 나를 의심하는 플레나에게 반대로 화를 내며 볼멘소리를 내자, 이년도 자기가 말을 심하게 한 것을 깨달았는지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당연히 용사의 꾸중을 받게 되었다.
“플레나 그 정도만 해. 지금껏 우리를 잘 안내해준 사람이야.”
“하지만.”
“플레나.”
“알았어. 알았다니까.”
용사의 말이라면 깜박 죽네. 아주 그냥 남자에 미친년들 같으니라고.
그렇게 도착한 곳은 지방 도시로 락토라고 불리는 마을이었다.
이 마을의 북쪽에 있는 공동묘지가 어느새 던전으로 변했는데, 오늘 갈 곳이 바로 이 공동묘지였다.
무려 마왕의 간부인 불멸의 리치 오르칸이라는 존재가 던전을 만들었다더라. 이 던전을 이용해 언데드 군대를 양성하여 인간의 나라를 침공할 예정인 것 같다.
원래 스토리라면 용사는 오르칸이 락토마을을 침공할 때, 그 소식을 듣고 뛰어와 맞서 싸운다. 하지만, 나는 오르칸이 언데드 군단을 만들기 전에 끝장을 보기로 했다.
그렇게 오르칸이 만들었다던 공동묘지 입구로 왔는데, 과연 아무나 들어오지 못하게 입구컷용인지 해골기사가 서 있었다.
중무장한 해골이 낫을 들고 말을 타고 있다.
안광에서는 붉은 빛이 피어오르는 것이 밤에 보면 존나 무서울 것 같고, 낮에 봐도 무서울 것 같다.
오죽하면 히로인들조차 겁을 먹고 있다.
“이거 아무래도 위험한 거 아니야? 쓸데없이 레벨에 높은 던전에 온 것 같은데?”
“그런 거 같은데.”
히로인들과 용사들에게는 솔직히 말하지 않았다. 말해도 의미 없을 테니까.
“아이고 걱정 마세요 용사님. 물약 전사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거든요. 이건 우리 고향에서 가지고 온 용용포션이라는 거에요.”
나는 품에서 붉은 기체가 담긴 유리병을 꺼냈다.
그래. 더 말해 무엇하리. 이 기체는 내 마력이다.
“뭐야, 이 안에 기분 나쁜 기체가 들어 있는 건?”
“왜요?”
“아니, 이거 믿어도 되는 거야?”
플레나나 루엘. 평소 나를 엿같이 여기던 년들이 자기 남자 입에 들어가는 것 하나하나 검수하고 나서니, 저것들이 정말 NTR 당하는 여자들인지 궁금하다.
그나마 신관년인 루이나가 찝찝한 표정을 짓고 있다.
“맞아요. 아무리 그래도 검증받지 않은 거잖아요!”
“내가 먹어볼게요.”
하여간 의심병 말기 환자들만 있구나.
뭐, 지금은 그 말이 사실이지만 말이다.
나는 그 약병을 따서 내가 꼬리로 쌌던 기체를 스스로 들이마셨다.
그저 그렇다. 내가 내 것을 머는 데 힘이 생길 리가 없지.
그래서 나는 원래의 힘을 보여주듯 마력을 분출했다.
용사를 비롯한 그 히로인들도 느끼는 것이 있는지 눈을 깜박이며 경악했다.
지금이 기회다. 나는 연기를 시작했다.
“오, 용의 기운이 솟는! 자, 맨주먹으로 저 해골기사를 죽이겠습니다!”
기체를 다 흡입하자마자 마력을 방출한 나는 해골기사를 향해 달려들었다.
“위험해!”
용사 루인이 나를 돕겠다고 뛰쳐나오는데, 그 사이 이미 해골기사 역시 나와 전투에 들어가 낫을 휘두르고 있다. 그러나 천하의 용용이는 약하지 않다.
“에잇!”
오히려 주먹으로 그 낫을 파괴하고 해골바가지의 몸을 부숴버렸다.
“골렘을 한 방에 처리했어?”
“후후후, 이건 아무런 후유증도 없다고요. 심지어 성검을 사용하시는 용사님이라면 더 그렇죠.”
성검을 가진 용사는 강한 법이지. 여기에 용용포션까지 먹으면? 아주 날고 기게 될 것이다.
“으음.”
“용사는 강한 적을 쓰러트릴수록 강해지잖아요? 갑시다!”
“좋았어. 해보자.”
용사는 내가 내어준 용용포션을 그대로 흡입하더니 그대로 공동묘지의 언데드들을 홀로 쓸어버리기 시작했다.
해골기사 수십 마리가 용사의 손에 죽고 오르칸이 기껏 모으던 언데드 군단도 용사의 손에 죽어버렸다.
그리고 순식간에 던전을 돌파하자, 멍청하게 던전 중심을 지키던 오르칸이라는 거대 해골이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뭐냐, 대체 어떻게 용사가 이런 힘을 가지게 된 거지?”
“이제 그만 죽어라!”
“아. 안 된다. 나는 이곳에서 죽을 수 없어! 끄아아아악!”
용사는 빛나는 성검으로 보스 오르칸을 단숨에 베어버렸다.
그리고 용사 루인은 마을의 영웅이 되어 많은 사람의 찬양을 받게 되었다.
“이거 정말 엄청나. 심지어 정말 아무런 후유증도 없어.”
“이렇게 힘이 강해지면 되는 거예요.”
그런데 이 순간, 히로인들의 견제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런 식으로 싸우는 건 좀 이상하지 않아?”
“맞아. 그런 약에 의지하는 것은 좋지 않아.”
“여신님께서도 용사는 정당한 시련을 겪으며 강해져야 한다고 그러셨어요!”
오, 작가 유은하가 그런 말을 했어?
하여간 도움이 안 된다.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은 이년도 그렇고.
“왜 그런 결과로 이어지는 거예요? 마왕을 빨리 무찌르면 좋은 거잖아요. 안 그래요?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마왕을 빨리 잡는 거예요. 강해질 방법이 있는데도 고지식한 방법만을 고집하면 어떻게 되겠어요?”
“그야 힘에만 도취한 용사가.”
그렇게 되겠지. 나는 그걸 노리고 있다.
“그게 아니죠. 이 순간에도 마왕은 인간의 영역을 쳐들어오는데, 한가롭게 천천히 강해지자? 아마 사람들도 어이없어할걸요.”
“그건.”
이년들도 더는 반박하지 못했다.
전혀, 틀린 말이 아니니까. 지금은 용사와 그 동료로서의 사명이 더 중요하지 나를 견제할 때가 아니었다.
“그러니 방해하지 않으시는 게 어때요?”
나는 빙긋 웃으면서 그녀들에게 말뚝을 막았다.
그렇게 용사파티는 용사를 중심으로 계속 강해져 갔다.
그리고 용사가 상처 없이 던전을 클리어할 때마다 신관 루이나의 우울해졌다.
왜냐? 그야 루이나가 지금까지 버프를 주고 상처를 치료해주고 그랬는데, 그녀가 하는 일이 사라진 것이다.
점점 강해지는 용사에게 자신이 이제는 쓸모없는 존재가 되었구나. 그런 생각을 하는 것도 같았다.
그리고 나에 대한 평가도 바뀌었다.
약혼자 귀잡이족 플레나와 마법사 루엘은 나를 그냥 미친년 취급했다.
정확히 말하면 내가 충분히 용사에게 호감을 얻고 접근할 기회를 가졌음에도 돈만 밝히니 그년들은 황당했던 것이다.
처음에는 그렇게 괜찮아 보였다.
그리고 한 달 정도가 지나자 마침내 터질 것이 터졌다.
루이나가 나를 부른 것이다.
“저를 왜 부르셨나요?”
“제발. 그 포션을 용사님께 주지 말아주세요.”
그럴수가.
“그게 있어야 깨기 쉬운 것은 성녀님이 더 잘 아실 텐데요?”
그 덕에 지금껏 강해져 왔고, 용사 덕에 마왕군은 자기들 세력권의 던전들을 잃어 상당히 주춤했다.
“부탁이에요. 나도 용사님께 도움이 되고 싶어요. 그러니 부디.”
“좋아요. 하지만, 저는 돈을 벌어야 해서 마왕을 빨리 잡았으면 하거든요? 그러니 대신 이 포션을 드세요.”
나는 용용포션을 그녀에게 주었다.
그녀는 멍청한 표정으로 내 것을 받아들고는 나를 쳐다봤다.
“네?”
“이 용용포션을 마시고 용사님께 버프를 걸면 같은 효과가 있을 거예요. 매일 드리죠.”
“아. 알겠어요.”
그녀는 무엇이든 하겠다는 듯 내가 준 포션을 소중하게 품었다.
멍청한 년. 이제 세 명을 동시에 공략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기 위해 초반부터 강하게 나간 것이다. 용사만 강해지도록. 히로인들이 소외감을 느끼도록 말이지.
나는 용사가 아닌 루이나에 용용포션을 매일 지급하기로 했다.
나는 용사에게 적당히 꾸민 거짓을 말해야만 했다.
“뭐야, 어째서 안 된다는 거야?”
“용용포션 공수를 다시 해야 해서요. 그래도 그 대신에 루이나양이 나서줄 거예요. 그녀도 연습 많이 했거든요.”
사실 지금도 꼬리로 쭉쭉 싸면 그만이지만. 이것은 내가 신관 루이나를 먹을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다.
그렇게 해서 루이나가 용사에게 남들보다 앞서나갈 기회가 주어졌다.
멍청한 년. 내가 마왕보다 더한 존재라는 걸 모르는 것이 불쌍하다.
“음. 믿어볼게.”
용사는 루이나를 옆에 뒀다.
이번에야말로 플레나는 약혼녀로서의 힘을 보여주고 루엘도 점수를 따려 했으나 그게 그리 쉬울 리 없었다.
던전에서는 여전히 용사의 무쌍이었다.
물론 용용포션의 도움은 없으나, 신관인 루이나가 가진 버프 덕이었다.
“어라? 진짜 그동안 연습 많이 했나 봐?”
“네! 용사님!”
루이나는 다시 용사에게 다가갈 기회를 얻었다.
그렇게 내 용용포션을 먹은 루이나는 점점 자신감을 되찾고 용사의 바로 옆에 설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플레나와 루엘이 점점 소외되었다.
자꾸만 강해져 혼자 전부 처리하는 용사덕에 그녀들이 나설 자리가 사라졌고, 오로지 루이나만이 용사의 근처에서 버프를 걸 뿐이니까.
이제부터가 시작이지.
이제 루이나의 몸에는 내 마력이 점차 쌓일 것이다.
내가 시아에게 한 것처럼 만들 생각이다.
그렇게 한 일주일이 지났다.
“꽤 신나 보이네요?”
“고마워요. 이게 다 당신 덕이에요!”
이년은 이제 당연하다는 듯 용용포션을 받기 위해 내 앞에 손을 내밀었다.
시발년. 넌 이제 끝났다.
이미 안에서부터 그녀는 바뀌어 가고 있을 테니까.
신관으로서 사악한 마력을 받았으니, 이제 신관의 능력은 사용하지 못할 것이다.
즉, 이렇게 보면 된다. 지금 그녀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괴인 타락하는 중이라는 것.
용사는 성검 덕에 면역이고 말이다.
“그런데 이 일을 어째? 나는 더는 줄 것이 없는데.”
“예?”
“이거 순전히 나한테는 아무런 이득이 없잖아.”
내 말에 그녀는 인상을 쓰다가 지갑을 꺼냈다.
“그럼 돈을.”
하지만 나는 손을 저어 거절했다.
슬슬 이제 빠져야지. 용사도 사실 강해질 만큼 강해졌고, 의미가 사라졌다. 신관년도 이제 쓸모가 없어졌다는 사실.
용사는 혼자 전부 할 수 있게 되었다.
“그거랑 다른 문제지. 설마하니 너는 내 도움 없이는 아무것도 못 하는 신관인가?”
“아. 아니, 나는. 필요 없어요! 이제 혼자서도 가능하거든요?”
그래. 그랬어야지.
얼마 지나지 않아 신관 루이나는 버프를 제대로 사용하지 못했다.
용용 포션의 힘만이 아니라 자기가 본래 가지고 있던 기술까지.
참고로 신관은 신성력을 이용한 회복마법이나 버프를 건다. 그런데 그마저도 사용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갑자기 왜 그래?”
“아, 죄·죄송해요. 이게 왜 이러지?”
루이나는 당황한 듯 몇 번이고 스킬을 사용하려 하다 실패했다.
용사는 약간 실망한 기색을 보였다.
저 용사 놈도 힘에 취하기 시작했다.
그런데도 꼴에 용사라 그건지 곧 표정을 바꾸고 괜찮다며 루이나를 응원했다.
“아니야, 그럴 수도 있지. 피곤한 모양인데 오늘은 끝내자.”
“네.”
플레나와 루엘은 루이나를 비웃었다. 최근에 루이나만 용사 곁에 붙어있는 것이 마음에 안 들었으니 당연했다.
그렇게 히로인들끼리의 관계도 망가지고 있었다.
처음에는 협의하고 친해졌던 것 같은데 지금은 다르다. 결국 다 함께 정실과 첩을 나눈다고 해도 한 명이 앞으로 나가면 짜증 나기 마련이다.
캣파이트의 시작이라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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