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7화 〉 105. 청와대 습격사건(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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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혹적인 미소로 내가 손가락을 튕기자 수십 명의 헌터들이 서로를 공격했다.
서로 칼이나 창, 권총으로 공격하기 시작했다.
역시 혼돈 속에서 사람들이 서로 죽고 죽이는 모습은 아름다웠다.
“너 미쳤어!? 빌런들을 죽여야지!”
“몸이 멋대로 움직인다는 말이다!”
정말 멍청한 놈들이다. 아지다하카의 권능을 모르는 걸까.
“혼돈의 씨. 악룡 아지다하카가 썼다는 권능.”
“배. 백화. 이년!”
그래도 나에 대해 좀 아는 놈이 있었구나. 이건 좀 놀라운데?
“몸은 몸대로 정신은 정신대로 말 그대로 카오스로 만들었지요. 열심히 서로에게 칼을 휘두르다 끝내는 자멸하게 될 거예요? 어느 쪽이 이기든 살아남는 자는 자살할 테니까.”
슬쩍 다른 애들은 무엇을 하는지 보니까 한수지는 도끼를 휘두르며 하정석 헌터들의 머리를 깨고 있었다.
“와! 바로 이거지! 도끼로 깨버리는 맛 최고!♥”
저건 나도 좀 소름 돋는다. 원작의 한수지랑은 완전 딴판이다.
그런데 너무 꼴린다. 피 칠갑을 한 한수지의 얼굴과 몸을 있는 대로 핥아버리고 싶다.
“이 미친년 웃으면서 사람을 죽여?”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데 웃지 말라는 법이 있어?”
“괴인년이! 꿕!”
“시끄럽네.”
레이나는 말할 것도 없다. 화살을 쏠 때마다 적들이 마기에 중독되어 죽거나 그 화력에 사지가 남아나지 않았다.
콰아앙! 쾅!
얼마나 여유로운지 청와대 건물도 박살 내기 위해 여기저기 쏘아댔다.
최시우는 말없이 사복검만 휘두르고 있었다. 한 번 휘두를 때마다 하정석의 수하들이 순식간에 고깃덩이가 되었다.
촤아아아악!
사복검에 의해 허공에서 공중분해 된 헌터들이 땅에 떨어져 피바다를 만들었다.
아주 좋은 모습으로 분해되어있는 고깃덩이들의 모습은 꽤 볼 만 했다.
“나 잘했어?”
최시우가 피묻은 사복검을 집어넣으며 내게 애교를 부렸다.
“응. 정말 자궁까지 꼬리를 박아주고 싶을 정도로 잘했어.”
생각보다 쉬워도 너무 쉽다.
함정이 있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너무 쉽지 않나?
살짝 드론의 방송화면에서 채팅창을 보니 아주 난리가 났다.
일단 헌터만 참여하게 했는데, 숫자가 상당한 걸 보면 이미 소문이 쫙 퍼진 듯하다.
대통령이 헌터협회 만큼은 아니더라도 청와대소속 헌터는 A급 정예들로 알고 있는데? 저렇게 쉽게 썰려?
ㅋㅋㅋㅋ그냥 백화랑 괴인들이 강한 거 같은데?
저거 봐라. 다크엘프는 첨보는데, 화살 쏠 때마다 콘크리트랑 지면이 박살 난다.
조센징 빌런한테 정부 털리는 수준 www
위엣놈 컨셉 ㅈ 같네.
시청자 5천 명 6천 명. 이러다 1만 찍겠누. 영어랑 러시아어도 보이네.
일단 나도 꼬부랑글자는 보기 싫으니 눈에 대충 띄는 한국어만 봤다.
이런 시대라도 저렇게 어그로꾼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네.
“보셨죠? 여러분? 작은 백화를 건드리면 이렇게 좆되는 거에요. 꺄르륵 꺄르륵!”
“백화 님. 하정석의 헌터 병력을 전부 제압했습니다. 아군은 부상자만 있을 뿐 사망자는 없습니다.”
최시우를 조물락거리는 그때 백화교 신도가 만족스러운 보고를 했다.
음, 딱 보니 그래 보인다.
어마어마하게 죽었다. 싹 다 전멸했다.
우리 괴인들은 애초에 인간이 아니니 부상 정도야 금방 낫는다.
“아하. 청와대에는 마력도 없는 일반인들도 있을 거예요. 그래도 정부가 마비되는 건 원치 않으니까 대통령부터 족칩시다.”
“예!”
그런데 지금 청와대 습격사건을 보고 있는 백수들은 도네까지 넣고 있다.
잠깐 볼까? 적당한 것이라면 내가 들어줄 만도 한데.
그래서 채팅창을 봤는데, 요즘 시청자들은 참 대통령에 대한 불만이 많았다.
하정석 머리털 다 뽑으면 천만 원 후원한다.
ㅋㅋㅋㅋㅋㅋ하정석 두들겨 패면 천오백만 원 후원함.
어?
“한이 많이 맺혔나 보네요?”
도대체 어떻게 하면 제 나라 국민한테 이런 취급을 받을까?
그래도 머리털 뽑고 두들겨 패는 거야 그리 어렵지는 않다.
애초에 죽일 생각은 없다. 그저 이번에 하정석에게 겁을 제대로 주고 전력을 약화할 생각이었다.
작전은 성공했고, 그럼 한 번 하정석을 만나 머리털을 뽑아줄까.
하정석 xxx. 헌터 우대제도 싹 갈아엎어서 F급 헌터들은 알바해서 장비 겨우 마련해야 함. 그 새끼는 한국에 강자들만 있는 줄 앎.
그래놓고 출산율 올리겠다고 가족부양정책에 예산 돌리는데, ㅅㅂ놈이 지가 키우는 헌터에 들이는 예산만 돌려도 이지랄 안 남
ㄹㅇㅋㅋㅋㅋ북한 망했는데도 대동강까지도 못감ㅋㅋㅋ헌터강국이라는데 맞는지 모르겠음.
맞다. 이게 전부 대통령 하정석 때문이다.
“좋아요. 오늘 하정석 머리털을 싹 뽑고 두들겨 패겠습니다!”
허정석을 죽일 생각은 처음부터 없었다. 그래도 이 정도는 즐겨도 되지 않을까?
두들겨 패고 머리카락 뽑는 것. 솔직히 돈 받고자 하는 건 아니다.
애초에 헌터들도 알고 있다. 격리지역의 빌런이 돈을 벌어야 쓸 곳이 없으니. 더군다나 송도의 백화교는 이번 일로 세계가 알게 되었으니 돈은 더 의미가 없다.
헤으응. 대통령이랑 함께 눈나한테 밟히고 싶어.
가끔은 이런 미친놈도 있다.
* * *
청와대 밀실
“이럴 수가. 내가 그렇게까지 키운 헌터들이.”
대통령 하정석은 마도기어를 통해 보이는 청와대 바깥의 모습에 좌절하고 말았다.
협회도 지금 세력이 위축되었고, 길드 연합도 조금의 피해를 본다던가 제대로 싸우지 못한다면 협회에 책임을 물을 수 있었는데 그 전에 백화가 서울 한복판에 들어와 청와대를 노렸다니.
이건 정말로 허를 찔린 격이다.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믿을 수 없다.
“아니야. 이건 있을 수 없어.”
하정석은 고개를 떨궜다. 설마하니 아끼고 아껴온 것들이 이렇게 다 날아갈 줄은 몰랐다.
그리고 불안감이 엄습했다.
태어나서 처음 느껴보는 공포심이었다.
청와대 밖에 널려있는 고깃덩이들은 정말로 아끼고 또 아껴 키운 하정석의 수하들이었다.
길드 연합과 싸우면 승리를 장담할 수는 없으나. 빌런한테는 승리할 수 있는 전력이라고 생각했다.
이렇게 되면 청와대는 끝인가.
여기 밀실까지 뚫려버릴 수도 있나.
“설마 이곳도 뚫을까. 아니겠지. 아무래도 안 되겠다. 길드 연합. 아니야. 협회 놈들을 불러들일 수는 없지. 백화 년의 방송을 보니 헌터들을 불러도 올지 안 올지 알 수 없다. 그렇다면 이제 막 출발했을 국군을 불러들이는 것이. 그래. 그거로군 이봐 최 비서!”
“예. 각하!”
대통령 비서실장 최지수는 득달같이 달려왔다.
가만히 최비서의 모습을 보니 어느새 어딘가로 도망가려는 모습이다.
짐이란 짐은 바리바리 싸들고 왔다.
“당장 방위군 1사단 불러들여! 방벽을 넘은 지 얼마 되지 않았을 테니 불러올 수 있을 거다!”
“차라리 헌터 협회에.”
헌터 협회는 개뿔이. 그놈들 믿다가는 진짜 골로 가버리는 수가 있다. 느려터지게 온다거나 이후에 최철식에게 약점이 잡히게 될 것이다.
그러니까 안 된다. 유진석 놈들의 활약으로 헌터 협회가 득세하는 것을 김재수라는 멍청한 놈 덕에 겨우 위세를 꺾을 수 있었다.
“그 새끼들은 믿을 수 없어! 그리고 백화가 빠졌으니 길드 연합도 형식적인 공격으로 끝내지는 않을 거다!”
“그럼 얼른 도망치셔야지요. 그러고 보니 도쿄로 갈 수 있는 포탈이 있지 않습니까? 그거 게이트 말입니다.”
최지수가 그나마 안전한 방안을 내놨다.
그래. 나쁜 건 없지 지금이라도 당장 넘어갈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지금 일본으로 도망친다면 총리와 시노하라가 얼마나 비웃겠는가.
안 그래도 협력요청한 시노하라가 연락이 안 되는 처지라 화가 치밀고 있는데, 일본으로 도망? 웃기는 소리.
무엇보다도 자존심이 있다.
명색이 한국의 대통령이다. 적에게 등을 보일 수는 없다.
‘이런 것도 비서실장이라고!’
하정석은 최지수의 뺨따귀를 후려쳤다.
짝!
“이런 멍청한 놈이! 한국의 대통령이 어떻게 외국으로 간다는 말이냐! 아관파천 시즌 2 찍자고? 다행히 이곳은 위치를 알아내기 어렵고 핵을 맞아도 끄떡없는 방공호다. 국군이 회군할 때까지 버틸 수 있을 것이야!”
화가 치밀었으니 한 대 더 후려쳤다.
짝!
볼이 얼얼한 최지수는 눈물을 글썽거렸다.
“구. 국군이 저놈들을 이길 수 있겠습니까?”
이기지 못할 거다. 당장 청와대 헌터들을 제압한 것만 봐도 국군은 그냥 아예 초전박살이 나겠지.
그렇기 때문에 더 부르는 거다. 백화에 있어서는 최악의 적이 될 테니까.
“백화 그 졸렬한 빌런 년은 국군을 공격하지 못한다. 공격했다가는 여론이 뒤집어질 테니까. 지금껏 방송으로 키운 팬층과 민심을 날리기는 싫겠지.”
1만이 그냥 1만일까. 청와대 헌터들은 자신의 수하들이라 죽어도 상관은 없었을 것이다. 국민들 사이에서도 이 헌터들은 대통령의 세뇌를 받았고, 물밑으로 범죄자들로 알려졌으니까. 하지만 국군은 다르다.
국군은 헌터와 비교하면 민간인에 가까운 수준이다. 심지어 그 1만의 숫자만 해도 백화가 건드린다면 지금까지의 여론이 뒤집힐 수도 있는 병력이다.
하정석 개인의 헌터와 나라를 지키는 국군은 그 의미가 다르다는 뜻이다.
“그럼 차를 대기시켜둘 테니 회군하는 국군에게 합류하시죠!”
“한 나라의 지도자가 적에게 등을 보일 수는 없는 일! 내가 죽던 그년이 물러나던 둘 중 하나가 되겠지!”
어차피 군대는 금방 회군할 것이다.
그때까지 이곳이 뚫릴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러니 괜찮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했다. 바로 밖에서 인기척이 느껴질 때까지는.
그거참, 대단하시네요. 독재자 주제에, 그렇다고 뭐 하나 이룬 것도 없는 주제에 마음가짐은 참 좋아요.
쾅!
백화의 목소리와 함께 하정석이 있는 밀실이 터져버렸다.
* * *
결국 청와대로 굴러들어오기는 했다.
아니 싹 다 죽이니까 들어가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오히려 파괴된 탓에 건물이 무너질까 조마조마했다.
생각해보니 안에 있는 사람들은 살아는 있을까? 이거 괜히 너무 텐션 올라서 청와대 박살 낸 것은 아닐까 싶네.
“후아, 청와대 공기 한 번 좋고요~”
송도도 맑은 편이었지만. 역시 청와대라 그런가. 대통령 놈이 지내는 곳이라 그런지 뭔가 느낌이 색다르다.
지방 촌놈이 서울 온 느낌?
뭐 그렇다고 이곳에 계속 머물고 싶다는 건 아니고. 말했듯, 내 침실이 마르기 전에 돌아가야 한다.
“음?”
뭔가 안쪽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가만히 보니, 이것저것 분주하게 챙기는 사람들이 보였다.
과연 정부의 중심이다. 이건가. 여기 오래 머물면 국가가 마비될 수 있겠다. 적당히 하정석만 조져야지.
“히이이익! 사. 살려주세요!”
“우리는 죄가 없어요. 부디!”
저렇게 겁먹을 필요가 없다. 나는 죽일 생각이 조금도 없으니까.
“후, 여러분. 할 일들 계속하시면 됩니다. 저희는 대통령만 조지러 온 거지. 필요 없는 살생은 하지 않아요.”
나는 착한 용용이니 사람을 마구잡이로 잡지는 않는다.
그런데 그 자식 어디 있지? 하정석 쥐어패려면 어디 있는지 알아야 하는데.
사람들 두들겨 패서 어디 있는지 물어보기에도 뭐하다.
일단 우리는 정당한 반격에 착한 사람들이라는 것을 표현해야 하니까.
누가 직접 말해주면 참 좋을 텐데 말이다.
"응?"
그때 옆에 쭈뼛거리면서 한 여자가 다가왔다.
정장 차림이 꼴리는 여자다.
“그, 저 대통령 각하께서는 마력석으로 인위적으로 만든 결계를 통과해야 들어갈 수 있는 밀실에 있습니다.”
아니, 이렇게 고마울 때가 다 있나.
“어머. 아, 이렇게 친절한 분이.”
“사·사실 팬이에요!”
이 꼴리는 정장녀는 팬이라면서 나한테 고개를 몇 번 숙였다.
진지하게 “다리를 벌려줄래?”라고 물을까 하다가 방송이고 뱀탕이 기다릴 것 같아 참기로 했다.
이거 잘하면 이 여자를 잘 꼬셔 그 결계까지 안내 받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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