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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로인이 히로인을 공략함-101화 (101/331)

〈 101화 〉 99. 남장 용용이와 사진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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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연은 적극적인 행동에 약한 타입이다.

그것도 상대가 좋아하는 사내라면 더 그렇지. 이런 말 하기는 뭐하지만, 유진석이 작정하고 서지연을 밀어붙이면 단 하루 만에 아기 만들기를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유진석 그 고자는 그러지 않았다.

애초에 서지연이 히로인 중 한 명일 뿐이라지만, 히로인 중 외모가 가장 귀엽고 말투 때문에 매력이 있다.

그런데 지금 용용이는 조금 화가 났어요.

내 맘마통을 의심하다니!

그건 참을 수 없다. 내 맘마통이 얼마나 큰데! 레이가 레이첼이 아닌 나한테 자꾸 매달려서 레이첼이 질투한 적도 있었다.

그래도 절대로 먹이지 않았다. 내 맘마통은 내 거다. 레이는 레이첼의 작은 빈유에만 붙여주었다.

물 것이 없다는 듯 서글프게 울어서 레이첼이 화내기도 했다.

두고 보자. 서지연. 공략한 날 열심히 맘마통을 빨아주겠다.

“잠깐, 나는 영화를 보러 가기 싫어.”

서지연은 내 손을 밀어내지 못하는 주제에 입으로만 조심스럽게 반항했다.

“그럼 이건 뭐야?”

“아니, 그건 원래 진석이랑.”

서지연은 더 말을 잇지 못한다. 저 얼굴을 보니 유진석은 지금 불방망이와 함께 있는 것이 분명하다.

“내가 뻔히 알지. 언니. 아니, 지연아. 너 액션물 좋아하잖아.”

내 말에 지연이 두 눈을 크게 떴다.

“내가 액션물을 좋아하는 건 어떻게 알아?”

“좋아하는 여자에 대해 조사하는 건 당연해. 자, 가자.”

서지연은 아마 꽤 당황스러울 거다.

지금 내 행동은 우유부단하지 않은 유진석의 모습이며, 서지연이 바라는 이상적인 모습이니까.

아직 처녀에 풋풋한 그녀를 노리기에는 충분하다.

"잠깐 좀 기다리라는 거임."

"들어줄 생각 없어."

나는 서지연의 손을 꼭 잡고 영화관으로 데리고 갔다.

“아니, 잠깐만. 이거 커플석임.”

“상관없잖아. 나는 커플로 있고 싶으니까.”

“너 이거 강제임! 성희롱이라는 것임.”

커플석까지 따라와 앉은 주제에 튕기는 거 봐라. 귀엽다.

은근슬쩍 그 부드러운 머리카락을 쓰다듬자 지연이 얼굴이 붉게 물들었다.

“너는 그냥 내가 하는 대로 따라오기만 하면 되는 거야.”

“아님. 그래도 내가 언니임.”

눈동자 흔들리는 주제에 이제 와 아니라고 해도 말이다. 설득력이 없어.

오히려 지금이 밀어붙일 좋은 기회다. 딱 적당히, 조금씩 내 곁에 품듯이 팔로 잡아당겼다.

“언니라도 사랑받고 싶은 여자일 뿐이잖아? 나한테 너는 그냥 내가 좋아하는 여자일 뿐이야.”

“으에엑.”

서지연이 인상을 찌푸리며 죽는 소리를 냈다.

대놓고 저렇게 거부하면 내가 기분이 나쁘지. 나중에 혼쭐을 내줘야겠다.

“느끼해?”

“조금 그럴지도 모르겠음.”

“싫지 않잖아. 이런 거 좋아하면서. 안 그래? 지연이 너 이런 거에 약하잖아. 오히려 더 리드해줬으면 좋겠잖아?”

실제로 지금 계속 내게 밀리고 있다.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임. 그보다 그렇게나 많이 조사함?”

“사랑해.”

딱히 할 말이 없어 그저 사랑한다고 속삭였다.

“무슨 소리임. 여자들 있는 거 다 암.”

“세상에 예쁜 여자들이 많은 걸 어떻게 해?”

먹을 건 먹어야지. 꼴리는 캐릭터들 남에게 주는 짓 따위는 못한다. NTR은 아닌데 NTR 당한 거 같이 화나거든.

특히 서지연은 부모의 정을 받지 못해 사랑에 목말라하는 부분이 있다. 그래서 알게 모르게 유진석에게 징징거리기도 했다.

그 부분을 적당히 공략하자.

“그래서 나도 가지겠다는 말 아님? 나는 몇 번째임?”

따먹은 순서대로만 치면 이유정이 첫 번째고, 일단 로자리아는 빼고 레이나, 최시아, 레이첼, 한수지, 로즈마리, 엘리제, 최시우. 9번째구나.

어휴, 내가 미안한 짓을 했다.

하지만 말이다. 나름대로 변명거리는 있다. 내게 있어 서지연이라는 캐릭터는 마음 속의 첫 번째다.

“사실 마음속의 첫 번째.”

내가 말했는데도 좀 역하네.

“무슨 소리임?”

“몇 년 전부터 계속 노리고 있었으니까. 오빠가 아카데미 다닐 때 처음 너를 봤을 때 그대로 반해버렸으니까.”

약간 거짓말 좀 박아줬다.

아니, 그런데 몇 년째 최애캐는 맞다.

“뭐라는 것임. 미쳤음. 정말로 미쳤음.”

“날 레즈비언으로 만든 게 너라니까? 지금까지는 오빠한테 양보하려 했는데. 이제 더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어.”

이런 설정은 중요하다. 오빠한테 양보하려 했지만, 더는 안 된다. 그러니 지금이라도 가져가겠다.

그냥 막 밀어붙이는 거다.

동네 깡패처럼 생겼으면 모를까. 나는 멋있고 예쁘잖아.

“지금까지 참았다고?”

“오빠 같은 고자 새끼보다는 나한테 와. 나는 매일 너를 안아줄 수도 있고 사랑해줄 수도 있어.”

좆보다 맛 좋은 꼬리가 있습니다.

물론 자지처럼 쓰기에는 너무 힘들지만, 회복하면 만족시켜줄 정도로 가능하다.

“내가 유진석을 몇 년이나 좋아했는데?”

“그럼 유진석을 대신한다고 생각해 봐. 나 목소리도 비슷하잖아?”

목소리 변조까지 유진석 스타일로 완벽하다.

지금의 용용이는 유진석이나 다름이 없다.

“잠깐, 여기 영화관임. 그만 하셈.”

“솔직히 의심스럽잖아. 유진석이. 그 인간과의 미래를 그릴 수 있을지. 아니야?”

슬슬 의심해야지. 이제 일편단심 사랑을 끝낼 때가 되었다.

그리고 그 혼돈의 씨앗이 활짝 피는 것이다.

“그러면 나 화낼 거임?”

“여자는 나이가 생명이야. 지금 너는 한창때라고.”

유진석 하나만 보기에는 너무 아까운 나이가 아닌가. 유진석에게 사랑을 쏟기에 그녀는 너무 젊다.

그 젊은 세월을 낭비해서는 안 된다. 다른 사랑도 만나봐야지. 저러고 유진석 일편단심 바라보다가 섹스도 못 해보고, 모태솔로로 죽을 수는 없잖아.

“하, 그래도 그렇지 진석이는.”

“지금까지 열심히 했잖아? 어차피 너 빼고도 그 인간 좋아하는 여자는 많아. 그리고 너를 좋아하는 자는 끽해야 팬층일 뿐이지. 또는 그 음탕한 암컷 몸만 노린다던가.”

팬층은 진짜 두껍다. 그런데 오래 사귀면 말투 때문에 조금 부담될 것 같다는 반응이 많다.

자기들 주제도 모르고 팬들이 자기들끼리 여친평가를 내리는 거다.

그냥 보기는 좋으니 정말 옆에 두고 싶은 여성헌터 1위로 꼽을 뿐이다.

“정말 너무함. 말이 너무 심함.”

아주 잠깐이긴 한데 지연의 두 눈에 눈물이 맺혔다.

“하지만 딱 한 명만이 너를 진심으로 사랑해.”

서지연을 조금 더 내 쪽으로 밀착시켜 꼭 끌어안았다.

당연하지. 오로지 나만이 너를 사랑한다.

“설마 너라고 말하는 거임?”

“그래.”

“웃기지 마셈. 유진석이 네 말대로 고자라면 너는 예쁘기만 하면 다 가지고 놀다 버리는 거 아님?”

그럴 리가. 나는 꼴리는 것을 버리는 미친년이 아니다.

서지연은 너무 꼴리는 암컷이다. 그러니 내가 버릴 수 있을까? 아니다. 서지연이 싫다고 한다고 해도 나는 계속 집착할 것이다.

“예쁘면 무조건 좋아하지. 그런데 내 사랑까지 무시하지는 말아줘. 나는 네가 정말로 필요하니까.”

“그 말을 어찌 믿음.”

사람 참 못 믿는다.

나를 톡 쏘아붙이면서 은근슬쩍 손을 쳐내려 하는데. 나는 놓치지 않고 더 힘을 줘서 가까이 붙였다.

커플석에서 이런 행위는 누가 봐도 커플처럼 보이지 않을까.

“유진석의 주변에는 이미 사람들이 충분하잖아.. 너 한 명 정도는 뭐 어때? 지금까지 목 빠지게 어필했으면 됐지. 알아주지 않는 것이 이상하다니까? 나는 네가 진심으로 필요해. 괴인이기 때문에 도움받을 사람이 많지 않으니까.”

“하아.”

“아니면 뭐야. 여자끼리는 싫어?”

“당연한 거 아님?”

와 신세계를 경험한 주제에 어떻게 그러지?

암컷은 결국 암컷끼리 난입하는 것이 눈도 즐겁다.

쥬지난입은 사도나 다름이 없다. 굳이 시도한다면 임신에 필요한 씨를 얻는 것 정도?

물론 나는 내 히로인들에게 그럴 기회를 주지 않을 것이다.

서지연도 마찬가지다.

“저번에 그걸 보고도? 잘 생각해봐. 나는 네가 너무 필요해.”

“남매가 한 명은 고자고 다른 한 명은 나한테 구애하고. 그것도 여자애라니.”

츄읍

참을 수 없어 먼저 덮쳤다.

아, 물론 영화관이니 딱 키스다. 아무래도 여자라 모텔이 아니면 이런 곳에서 하기 힘들다.

꼬리는 절대 무리고. 나도 즐길 수 없으니 꺼낼 수 없다.

“너 이거 진짜 성희롱임. 진짜 협회에 찌름?”

“찔러도 돼.”

“안 무서움?”

글쎄 안 무서운데. 정말 극단적이라면 정체 다 밝히고 전부 불태워도 상관없다.

어차피 나한테는 내 여자들만 있으면 될 뿐이니까.

“너를 믿고 알려줬어. 뭐 내가 싫다면 언제든 까발려도 돼. 그런 거 각오하고 나는 알려준 거니까.”

“정말 미치겠음. 나 같은 년이 뭐라고.”

서지연이 머리를 벅벅 긁으면서 짜증을 부렸다.

저 몸짓 하나하나가 귀엽다는 것을 본인은 알지 못할 것이다.

“그 꼴릿한 몸이 어때서?”

“조금 생각해보겠음.”

생각이라, 그것만 해도 큰 진전이다,

“그럼 생각하는 기념으로 모텔갈래?”

“너는 진도가 너무 빠름.”

황당하다는 시선으로 잔뜩 쏘아보길래 나도 맞섰다.

“몇 년째 바라보고만 있는데 당연한 거 아냐?”

따지고 보면 나는 이미 상상 속으로 방에 녹진한 암컷 냄새가 퍼질 때까지 열심히 비볐다는 말이다.

회사원 시절 소설로 봤을 때부터 쭉. 음습한 새끼라서 상상했다. 그 긴 시간을 최애로 삼았는데 당연한 거 아닌가?

내 말을 어떻게 들은 건지 서지연의 얼굴이 정말 홍당무처럼 붉어졌다.

“조금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함. 그러니 내가 나중에 따로 연락하겠음. 아, 그리고 백화 토벌이 시작될지 모르니까. 사람들 데리고 피난 가거나 그러셈.”

“고마워. 그리고 이거.”

나는 마도기어 하나를 꺼내 그녀에게 주었다.

“뭐임?”

“혹시 모르니까. 이건 우리 백화교에서만 사용하는 마도 기어. 화상통화도 되니까 폰섹스도 가능할지도.”

“!! 안 함!”

뭐가 그리 부끄러운지 그녀는 마도 기어를 챙기더니 영화를 마저 보지도 않고 사라졌다.

하여간 유진석 세대는 하나같이 너무 빠르다니까.

“음, 일단 오늘은 이걸로 괜찮을까. 응?”

­다 뒈져라!

­차을봄 이 미친년! 진짜로 던졌어!

­투광 투두두두두!

요란한 소리에 살짝 스크린 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어떤 미친년이 길거리에 폭탄을 던지면서 액션물을 찍고 있었다.

역시 나한테 액션물은 안 어울린다니까.

역시 19금 영화가 최고지. 물론 백합만이다.

“어?”

갑자기 뭔가가 뇌리를 스친다.

송도에 부족한 병력을 무기로 때우면 어떻게 될까?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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