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7화 〉 85. 음습마리 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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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제를 음습마리로부터 빼앗은 다음 날, 음습마리가 나를 불렀다.
꼴에 직접 내 집까지 찾아왔더라.
그렇게나 엄마를 되찾고 싶었던 걸까? 그런데 이미 늦었다.
“내가 미안해. 제발 엄마를 빼앗지 말아줘. 제바알.”
음습마리는 내 앞에 무릎을 꿇고 싹싹 빌었다.
제발 어머니를 돌려달라고. 그런데 그러기에는 이미 늦었다.
그러게 있을 때 잘했어야지. 왜 자기 엄마를 인형으로 만들었나. 아마 이번에 내가 돌려준다고 해도 결국 다시 인형으로 만들 것이다.
“웃기는 소리 너 또 인형으로 만들 셈이잖아. 아니야?”
“아니야. 절대 아니야. 내가 잘 못했어. 나는 엄마가 필요해.”
엄마의 소중함을 이제야 깨닫다니. 진작에 그랬어야지.
그래도 늦었어. 너무 늦었지. 이미 네 엄마는 괴인이라 자기 배로 낳음에도 딸인 너를 절대 딸로 취급하지 않는다.
오히려 증오의 대상. 내가 죽이라고 하면 죽이려고 할 것이다.
“아쉽지만, 그러기에는 너무 늦었어. 너는 네 어머니한테 증오의 대상이 된 지 오래니까.”
“대체. 뭘 어떻게 했길래.”
“뇌사상태의 여자를 되살릴 방법이 뭐라고 생각해? 참고로 나는 힐러도 아니라 뇌를 고치는 것은 불가능해.”
뇌사상태였던 엘리제를 어떻게든 인형으로 만드는 방법은 있어도 결과적으로는 자아를 되찾게 만들기 위해서 괴인이 되는 방법 밖에 없다.
“대체 무슨.”
“나는 사람에게 코어를 박아서 괴인으로 만들 수 있지. 그것도 안정적으로 말이야. 어떻게 생각해?”
이 쯤 힌트를 줬으면 알겠지?
“서.설마 엄마를 괴인으로 되살린 거야?”
“맞아. 네 엄마 엘리제는 이제 괴인이야. 영상통화에서 금발로 나오게 했지만, 괴인이 되면서 흑발이 되었지.”
“어떻게 그런.”
로즈마리는 절규했다.
자기 어머니가 인간을 벗어났다는 사실에. 그리고 어머니를 잃었다는 사실에.
“너도 알고 있지? 괴인이 되면 부정적인 감정이 더 커진다는 사실을. 나는 네 엄마가 막 괴인이 되었을 때, 너에 대해 안 좋은 기억만 떠올리게 만들었어.”
“내가. 내가 그렇게까지 잘 못한 거야?”
그걸 말이라고 하나?
“너 말이야. 너의 인형이 되어버린 피해자의 가족이나 친구들 생각은 안 하지? 그 사람들도 네 인형이 된 사람들을 되찾고 싶어할 걸? 하지만 너는 그들에게 되돌려주었어? 아니잖아. 지금껏 굴렸지.”
나도 나쁜 년이지만, 너도 할 말이 없기는 매한가지. 음습마리의 손에 있는 인형들 중에는 행방불명된 사람만 있는 것이 아니다.
가족, 친구들에 의해 발견된 탓에 소중한 사람들과 자기 손으로 인연을 끊어버린 인형들도 있다.
심지어 그들은 억지로 헤어지게 된 거다. 속으로는 헤어지고 싶지 않은데. 로즈마리 탓에 모두 헤어지고 만 것이다.
회귀 전의 최시우는 양키 뷰지가 필요해서 로즈마리를 용서했는지 몰라도 나는 어떻게 봐줄 생각이 없다.
“흐윽. 흑흑.”
“네가 다시 어머니의 제대로 된 자식이 되지는 못해도 미운자식 취급은 하게 해준다했지?”
“응.”
나는 음습마리의 귀에 살짝 속삭였다.
“어머니랑 같이 있고 싶으면 방법은 딱 한 가지. 네가 괴인이 되는 길이야.”
“괴인이?”
“그래. 지금은 그게 답이야. 그럼 내가 엄마한테 잘 설명해줄게. 어떻게 할래?”
어차피 내가 이런 선택권을 줘봤자 그녀에게는 답이 정해져 있다.
“괴인이 되면 정말 나를 다시 엄마에게 붙여줄 거야?”
“그래. 어떻게 할래?”
내가 최시우라면 모를까. 음습마리에게 있어서 나는 객관적으로 봤을 대, 원인이 누구에게 있든지 원수나 다름이 없다. 그러니까 최악의 상황에 나를 배신할 경우를 생각하여 보험은 들어두는 것이 좋다.
그게 바로 음습마리의 괴인화. 지도 괴인이 되면 나를 어디다가 찌르지 못하겠지. 게다가 내 충실한 종으로 만들 수 있다.
“알았어. 그렇게 할게.”
“엄마~! 얘가 다시 엄마 딸하고 싶데.”
파지직!
나는 미리 대기하고 있던 엘리제가 번개와 함게 나타났다.
“어머 진짜? 염치도 없지.”
“어.엄마아.”
음습마리가 구슬프게 울었다.
“엄마, 날 봐서라도 자식 취급해주는 건 어때? 얘 괴인 되겠데.”
“정말? 그건 참 현명한 선택을 했구나.”
인간을 그만두겠다는게 현명한 선택이란다.
엘리제도 정말 내가 원하는 이상의 여자가 다 되었다. 이래야 내 엄마로서의 가치가 충분하지 않은가.
“엄마아.”
“앞으로 나랑 내 딸 은하 말을 잘 따르면 그래도 딸 취급은 해주마. 어떻게 생각하니?”
“그렇게 할게요. 엄마랑 은하말이라면 전부 다 들을 테니까. 그러니까. 제발 나를 곁에 있게 해주세요.”
로즈마리는 내 앞에 무릎을 꿇고 싹싹 빌었다.
“엄마. 이거 A급 코어인데 어때? 자 이거 엄마의 손으로 직접 로즈마리의 가슴에 박아줘. 엄마가 새로운 딸을 만드는 거야.”
나는 엘리제에게 불길해 보이는 코어 하나를 넘겼다.
지금이 기회다. 음습마리가 제대로 된 판단을 하지 못할 때 괴인으로 만드는 것.
로즈마리는 어떻게 변할지 참 기대된다.
인형만큼 귀여워질까? 능력은 얼마나 가지게 될까?
“자.잠깐. 잠깐. 시.싫어. 이건 아니잖아! 어.엄마. 진짜 딸을 괴인으로 만들 생각이야?”
“이제 와 딴말하는 거야?”
이거 실망적인데, 그 음습마리가 마지막에 감성팔이라니. 원작에서 조차 이렇게 감성적이지는 않았다.
그래도 꼴에 헌터로서의 자부심은 있는 건가. 아니면 국가적 자존심?
미국의 대표로 이곳에 온 꼴이니 이해는 간다. 빌런이라 불린 것도 아름다운 걸 탐한 탓에 그늘 밑으로 불린 거지 어쨌든 겉으로는 헌터가 맞으니까.
“그치만 인간을 그만두라니! 너무하잖아!”
눈물까지 줄줄 흘리며 고개를 젓는 것이 상황을 모면하려는 뻔한 속임수다.
“너는 외관만 인간이지 하는 짓은 빌런보다 사악하잖아.”
“그.그건. 아니야. 너는 빠져! 엄마! 제발! 앞으로 인형으로 만드는 못된 짓은 안 하니까 용서해주세요!”
어휴 안 통한다니까 그러네. 엘리제도 딱 보니 귀찮다는 표정이다.
“진심이니?”
“네!”
오 이걸 용서하나? 아니, 그런 것 치고는 음습마리를 보는 엘리제의 두 눈이 차갑게 식어있다.
“사랑하는 우리 딸. 그래 엄마 품으로 오렴.”
“봐봐. 유은하! 내 말 맞지! 어머니는 나를 버리지 않아!”
쌤통이라는 듯이 나를 쳐다보면서 가소로운 미소를 짓고 있는데, 음습마리는 제 엄마가 쳐다보는 저 가식적인 미소를 모르는 걸까.
푸슉!
무언가가 고기를 푹 찌르는 소리.
가만히 로즈마리를 보자 로즈마리의 입과 가슴에서 피가 줄줄 흘러내렸다.
“어?”
로즈마리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자기 어머니를 쳐다봤다.
그래. 바로 저거지. 저 배신감에 물들은표정.
“괴인한테 부모와 자식의 정을 기대하면 곤란하다니까.”
“어.엄마? 어.어째서.”
로즈마리가 배신감에 찌든 표정으로엘리제를 바라보는데, 이보다 더한 막장도 없을 것이다.
어머니가 직접 자기 딸을 인간으로서 죽이고 괴인으로 부활시키는 순간이니까.
어째서기는 당연히 너 같은 못된 딸에게 낚일 생각이 없다는 거지.
“말했잖니. 내게 딸은 은하 뿐이라고. 그러니까 내 딸이 되고 싶으면 이 방법 밖에 없다니까?”
“자.잠깐. 흐끄으읏!?”
A급 코어가 완전히 가슴에 처박혔다.
사실 S급 코어를 박을까 생각도 했는데, 그러려면 다른 곳에 가서 S급 괴수도잡아야 한다.
그렇다고 죄악을 두고 여유롭게 내 마기로 키울 수도 없는 노릇이고, 일단 A급 코어로 적당히 강화시킨 다음 내가 따먹어주면서 키우면 된다.
와 그래도 엄마였는데, 저렇게 들이박는구나.
쩝쩝쩝!
“코어가 심장먹어 치우는 장면은 언제 봐도 재밌다니까.”
심지어 저 코어는 육식성인지 심장을 물리적으로 먹어 치우고 있다.
코어들마다 괴인화 방식이 다른 건 알고 있었는데, 심장을 먹는 방법은 몰랐다.
일단 엘리제가 직접 딸을 타락시키는 거라 어떤 후유증이 있을지 모른다.
내가 아닌 다른 자가 괴인화를 시도하면 김승준처럼 겁대가리를 상실한 단순한 미친놈이 될 뿐이다.
그래서 나는 로즈마리의 몸에 마기를 흘려 괴인화를 안정시켰다.
과연 로즈마리는 어떻게 변할까?
코어가 심장이 있던 자리를 차지하더니, 벌어진 상처가 마치 입술처럼 변했다가 살포시 아물어졌다.
뭐야 이거 무서워.
조금 시간이 지나자 그 심장의 코어를 중심으로 빛이 머물더니, 음습마리의 머리가 흑색으로 물들고 조금 더 길어졌다.
피부는 더 새하얗고 뜨고 있는 눈도 무미건조한 흑안이 되었다. 원래는 벽안이었는데, 훌륭하게 변했다.
감정이 하나 담기지 않은 죽은 것 같은 눈동자.
심지어 몸도 변해서 구체관절 같은 것이 생겼다.
“뭐야, 마치 인형처럼 변하네. 인형관절에 뭐야. 정말 인형이 되어버리는 거야?”
인형사라더니 정말 인형? 최소한 외관은 인간을 유지해야 정상인데?
“아.으으.으아악. 큭. 으아앗.”
끼긱끽끼기긱
표정도 감정도 담기지 않은 로즈마리의 인형이 고개를 들었다.
이건 좀 기분 나쁘다.
뷰지가 없잖아. 뷰지가. 젠장, 그럼 이제 로즈마리와는 비비지 못하는 건가?
그렇게 잠시 실망하던 차에 인형 로즈마리가 갑자기 고개를 숙이더니 기침을 하기 시작했다.
“콜록 콜록. 푸하악!”
한참 기침하더니 뭔가 토했는데. 튀어나온 것은 또 다른 로즈마리다.
“콜록 콜록 푸하악!”
그 로즈마리도 토하더니 또 로즈마리가 나왔다.
그렇게 독수리 5형제. 아니, 음습마리 5자매가 만들어졌다.
문제는 여전히 인형이라는 점인데. 어?
5기 중 하나는 멀쩡하다. 인간일 시절과 달리 얼굴은 뭔가 좀 차가운 분위기가 느껴지는 것이 인간과는 다르다.
그보다 알몸이구나.
괴인이 될 때 퍼지는 빛은 옷을 벗기는가 보다.
“으.어? 대체 뭐가. 콜록 콜록.”
그런데 본체 로즈마리도 잘 보니달릴 건 다 달렸는데, 손이 조금 다르다.
마치 마네킹 같은 손. 무언가 조작할 것 같이 생긴 손이다.
게다가 움직임도 묘하게 부자연스럽고. 아니, 저건 이제 막 일어나서 그런가.
“뭐야, 내 몸 이상해.”
가만히 보니 위에 그 나무로 만들어진 꼭두각시 인형을 조종하는 손잡이가 있었다.
마력으로 만들어진 건가?
아니, 마력을 넘어선 뭔가 기이한 능력이 담겨있다.
“호오호오. 이런 식이구나. 로즈마리. 위에 봐봐.”
“저건.”
“네 능력이야. 저걸로 몸 조절해봐.”
“대체 이건. 뭐야, 내 몸 이상해.”
로즈마리의 머리 위에 떠오른 십자가 모양의 손잡이가 움직이며 마네킹 손같은 자기 손가락을 부자연스럽게 움직였다.
로즈마리의 본체는 저 손잡이가 된 것일까.
“음, 내가 한 번 알아보지. 아카식 레코드?”
[네. 마스터. 로즈마리의 괴인화는 인간인 시절 가진 인형사의 능력이 한층 업그레이드 된 모습입니다. 이전 능력인 ‘인형사’라면 지금은 그녀자체가 인형이 된 상태입니다. 그녀의 능력은 ‘인형의 극의’로 인형으로 만든 상대의 몸을 의식까지 조종할 수 있으며, 그 몸으로 이동해서 본체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오, 그건 좀 부러운 능력인데.
한마디로 몸이 망가져도 다른 몸으로 이동해서 새 본체로 사용할 수 있다 이런 건가.
즉 자신이 다른 뷰지의 주인이 되는 경험도 할 수 있다는 뜻이잖아? 크싸레에게는 너무 부러운 능력이나 다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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