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3화 〉 71. 음습한 인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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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도 너무 예쁜데?”
유은하란 아이 정말, 예뻐도 너무 예쁘다.
저런 여자애는 처음이다. 반드시 자신의 인형으로 만들고 싶다. 조금은 가지고 놀아도 되지 않을까?
지금껏 제 능력에서 벗어난 인형은 없다. 아버지의 눈치를 보느라 지금껏 아무것도 못했으나, 한국이라면 인형을 좀 만들어도 될 것이다.
“정말 아버지도 바보. 고양이를 생선가게로 보내면 어쩌자는거야. 안 그래. 엄마?”
로즈마리는 입가에 비열한 미소를 띄우면서 그녀를 지키듯 뒤에 서 있는 금발의 여성에게 물었다.
마치 인형처럼 아름답지만 생기 하나 없으며, 죽은 눈을 가진 여자가 로즈마리의 손가락을 까딱거리자 무미건조한 얼굴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새로운 인형을 만들 준비를 해볼까~?”
로즈마리. 그녀는 미국에서 트리톤 길드에 소속했으나, 물밑으로는 마음에 드는 여자라면 가리지 않고 인형으로 삼는 빌런이었다.
* * *
일단 로즈마리에 대해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보자.
로즈마리는 겉으로 있는 헌터의 신분이지만, 그것은 빙산의 일각이다.
그 아래로는 그녀는 진짜 음습한 빌런이다.
아름다운 여자를 너무 좋아하는 여자다. 아름다운 여자라면 인형으로 곁에 두고 싶어하는 음습한 여자다.
즉, 빌런이다. 중요해서 두 번 말한다.
예쁜 여자는 모조리 납치하여 인형으로 만드는데, 그 증거가 남지도 않아미국 헌터 협회 측에서도 그냥 빌런이 여자를 납치한다 정도로만 결론을 냈다. 그 덕에 그녀는 들키지 않고 헌터의 신분을 유지할 수 있었다.
히로인 중 한 명으로 헌터와 빌런. 신분을 동시에 가진 인물.
자기 인형 같은 외모에 어울리지 않는 사악한 짓을 벌인다.
심지어 자기 엄마도 예쁘다는 이유로 인형으로 만든 미친년이다.
“아마, 나는 예쁘니까 나도 인형으로 삼으려 하겠지.”
확실하다. 아마 지금 즈음 혼자 “그럼 새로운 인형을 만들 준비를 해볼까~?”같은 헛소리를 하고 있을 거다.
그런데 이를 어쩌나. 나는 보통 인물이 아닌데.
악룡 앞에 일개 인형수집가 따위는 아무런 상대가 되지 않는다.
어쨌든 불방망이와 협회의 부탁이 있었으니, 오늘은 다른 히로인들은 미리 송도로 보내뒀다.
그리고 나는.
“유은하!”
“안녕 음습마리.”
아카데미가 끝나고, 오늘 하루는 음습마리와 친목을 다지기로 했다.
언뜻 보기에는 이건 위기다. 내가 보통 인간이라는 전제하에 말이다. 그러나 위기는 곧 기회라고 할 수 있다.
“응?”
“아니야. 그래. 나와 친해지고 싶어?”
“응!”
순진한 척하기는.
“여자끼리의 친목이 뭔지 알려줄까?”
“정말로?”
지금 그녀는 속으로 생각하고 있을 거다.
생각보다 나를 탐할 기회가 빨리 찾아왔다고 말이지.
음습한 로즈마리가 사람을 인형으로 만드는 방법은 자신이 만든 인형으로 목표물에게 접근하여 친분을 쌓다가 본인이 접근해서 고유능력으로 인형화시키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음습마리는 치명적인 실수를 저질렀다.
본체로 한성 아카데미로 들어와서 본체로 나에게 작업을 걸고 있다.
내가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건지. 그도 아니면 미국이 아닌 한국땅이라 이 정도 틈은 보여도 된다고 여긴 건지 모르겠지만.
반대로 내가 가지고 놀면 되는 거다.
그녀는 가지고 싶은 인형을 위해서라면 무슨 수든 아끼지 않는다. 그렇게 해서 목표물을 안심시키고 그 틈을 노린다.
그것을 반대로 내가 이용해서 따먹는다. 명색이 히로인이고 어쩔 수 없이 접근해온다면 먹어야지.
“우리 집에서 라면먹고 갈래?”
“응.”
“좋은 걸 많이 알려줄게.”
정말로 좋은 것들을 알려주면 된다. 감히 나를 인형화할 생각이 들지 못할 만큼 능욕해줄 것이다.
“정말? 우와 기뻐.”
기뻐하는 연기 하나는 잘한다.
앞으로 무엇이 기다리고 있는지 전혀 모르겠지. 로즈마리는 내가 여자들을 취하고 있다는 사실까지는 모를 테니까.
아마 속으로는 내가 멍청하게도 잘 낚였다고 생각하면서 어떻게 나를 인형화시킬까 궁리할 거다.
“큭큭큭.”
“헤헤헤.”
멍청한 년. 이제 그 면상을 쾌락에 떨어진 암캐로 만들어줄 테다.
* * *
“떡볶이 정말 맛있어!”
나는 음습한 로즈마리를 데리고 아카데미 근처 맛집들을 들쑤셨다.
그래도 꼴에 여자애라고 달콤한 것을 비롯한 군것질거리를 좋아하더라.
원래 돼지도 살이 통통하게 오른 것을 먹어야 하는 법이다. 이 미친년은 그것도 모르고 나한테 점수따겠다고 잘도 따라왔다.
물론 그냥 살찌우게 해줄 생각은 없다.
당근과 채찍은 골고루 줘야 한다.
“그래? 그럼 다음은 더 맛있는 걸 사줄게.”
“어?”
“사실은 말이야. 아는 금발양아치가 추천해줘서 맛 들린 건데 말이야. 너한테 사주고 싶은 아이스크림이 있어.”
지금 내가 말하는 아이스크림은 과연 어떤 아이스크림일까?
“아이스크림? 좋아!”
바보 같은 년. 좋다고 해벌레 하면서 나를 낚으려고 한다. 그래서 음습마리를 위해 나는 직접 그 아이스크림을 사왔다.
나는 로즈마리 앞에 양손으로 잡을 수 있는 커다란 통을 두 통이나 내려놨다.
그 통은 민트초코 아이스크림의 그림과 함께 딱 봐도 나는 민초에요라는 느낌이 가득한 화려한 색이었다.
음습마리의 얼굴이 굳어버렸다.
“민트초코?”
“응. 민트초코 맛있어. 미국에서도 인기있는 아이스크림이잖아. 그치?”
“그.그렇기는 한데.”
로즈마리가 진땀을 뻘뻘 흘린다.
그래. 저 반응만 봐도 알겠지만 로즈마리는 민트초코를 싫어한다. 미국은 민초에 관해 호불호가 적은 편이지만설정상 음습마리는최시우의 히로인이 되기 위해서, 한국에 맞춰 민초에 대해 불호가 큰 캐릭터가 되어있다.
한마디로 나는 로즈마리에게 엿을 줬다.
“이.이걸. 먹는다고? 치약을?”
“친구의 부탁인데 같이 못 먹겠어?”
“그그건.”
“응? 로즈마리~함께 먹어주라. 응?”
“아.알았어.‘
이런 미친.
내가 시켜먹기는 했는데. 음습마리는 민트초코를 전부 먹어치우기 시작했다.
구역꾸역, 싫은 걸 먹는 기묘한 얼굴로.
물론 나도 먹기는 먹었다. 금태양이 자꾸 한 번만 먹어보라면서 귀찮게 하길래 먹어봤는데. 이거 의외로 맛있더라.
그렇다고 해도 저렇게 많이 먹지는 못한다.
불호인 음습마리는 더 그렇겠지.
음습마리는 거의 통에 머리를 박고 빠르게 먹기 시작했다.
그냥 맛을 음미하지 않고 삼키겠다는 거다. 편식하는 애한테 싫어하는 음식 억지로 먹이면 나오는 반응이다.
그래도 표면상으로는 같이 먹는다는 것을 보여줘야 하니까 나도 한 통은 해치워야 한다.
나는 음습마리가 정신없이 먹는 동안, 공원에 미리 대기시켜둔 케이트를 불렀다.
”자, 민초 좋아하지? 먹어.“
”네. 다하카님.“
음습마리가 앞에서 힘겹게 민초를 다 먹을 무렵. 케이트는 이미 민초를 먹고 사라진지 오래였다.
다먹은 음습마리가 내 앞에 비어있는 민초통을 쳐다보면서 경악했다.
”그, 진짜 민초 좋아하는 모양이구나.“
”당연하지. 그럼 다음을 먹어볼까?“
내 말에 음습마리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빌런짓을 할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겠지.
”다.다음은 뭔데?“
”홍어, 돼지국밥.“
아주 때마침 삭힌 홍어를 파는 곳이 있더라.
그래서 나는 홍어와 돼지국밥을 차례대로 먹였다.
갈수록 음습마리의 얼굴이 썩어들어가는 것이 가슴이 웅장해졌다.
”자, 그럼 지금부터 라면 먹으러 가볼까?“
“또. 또 먹어?”
“당연하지.”
원래 여자는 배가 블랙홀이 아닌가. 군것질과 주식의 배가 따로 있는 법이다.
국밥까지 억지로 먹인 후, 로즈마리를 내 방으로 들여 라면을 먹였다.
성적인 의미가 아니라 정말로 라면을 먹였다. 이곳에서 가장 매운 인스턴트 라면인 핵꿩볶음면을.
“자. 잠깐, 유은하. 나. 무.물 좀 줄래? 이거. 너.너무 매워어.”
음습 마리가 입에서 불을 내뿜으면서 지랄발광을 했다.
당연하지 그게 바로 핵꿩볶음면인 걸. 양키의 혓바닥으로는 버티기 힘들 거다.
나는 그녀에게 친절하게 수면제가 가득 담긴 찬물을 내어줬다.
“그래. 자.”
꿀꺽 꿀꺽 꿀꺽
물 한컵을 원샷하던 음습마리가 두 눈을 꿈벅거리더니 손등으로 비비적거렸다.
“어? 뭐야, 잠깐. 갑자기 왜 이리 졸립. 어?”
“빠이? 아디오스?”
“설마. 너 전부 다 알 고 있.”
수면제를 대량으로 넣은 효과가 효과가 있다.
그녀는 나에게 무슨 말을 하려다가 고개를 떨궜다.
잠들었구나.
문제는 이 다음이라는 거다. 명색이 빌런이다. 그냥 잔다고 끝이 아니다.
“케이트. 게이트 준비해줘.”
“네. 다하카님.”
케이트를 이용해서 로즈마리를 데리고 송도 근처로 이동했다.
굳이 이곳으로 이동한 이유는 있다.
[침입자 확인 인형 친위대 발동]
이거 때문에 내가 이동하려 한 거다.
만일 주인인 음습마리가 어떠한 경우로 본인의 의사 없이 의식을 잃을 때, ’인형의 화원‘이라는 아공간에 있는 인형들이 소환된다.
대부분이 내가 침을 질질 흘릴 정도의 미녀다.
대충 십여명이 각자 무기를 들고 나를 포위했다.
“뷰지 하나 뷰지 둘, 뷰지 셋. 츄르릅.”
뷰지가 복사가 된다고!
심지어 음습마리년의 엄마도 있다. 지 아빠한테는 죽었다고 해서 장례식까지 치른 주제에 멀쩡히 인형으로 만들었다.
문제는 만화에서 나오는 안에 장기를 빼고 인형을 만드는 식이 아니다.
쟤네들 의식은 남아있다.
“로즈마리님에게 위협을 하다니 용서하지 않겠다.”
“주인님께 감히!”
“로즈마리님을 건든 죄. 죽음으로 물을 것이다.”
심지어 감정도 어느 정도 남아있지.
로즈마리의 기술은 ’인형화‘ 사람의 정신에 시전자에게 복종하도록 만드는 인형의 자아를 심어서 원래의 인격과 자연스럽게 융화시켜, 자신이 이전에 누구인지 자각하면서 지금은 로즈마리를 따르는 인형이라고 여기게 된다.
그리고 사람이 아닌 ’인형‘이라는 판정이라 핏기가 사라지고 피부가 차가워지며 로즈마리가 시키지 않는 이상, 항상 무표정이다.
웃긴 점은 한국어를 쓰는 점이다.
아마 나 말고도 한국에서 인형을 만들 생각이니 인형들에게 한글을 익히게 한 것 같다.
“너희들 스스로가 인형인 건 알고 있나? 자기가 누구인지 잊었어?”
“알고 있다. 다만, 지금은 그분의 인형. 다른 건 중요하지 않아. 로즈마리님이 가족들을 죽이라면 인형으로써 죽이고, 시내 한복판에서 자폭테러를 하라 명하시면 하는 것이 우리들이다.”
“당신은 어떤데? 로즈마리의 엄마잖아?”
이번엔 금발에 몸매가 보비고 싶게 잘 빠진 백인 여성을 쳐다봤다.
“분명 로즈마리님은 내 배에서 태어난 존재. 생물학적으로 나는 그분의 생모이지만 지금의 나는 인형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야. 생모로서 딸을 생각하는 마음도 있으나 나는 인형이다. 인형이라는 사실만으로 다른 건 아무래도 상관없어.”
이런 식으로 변한다. 최우선 사항이 오로지 로즈마리를 따르게 되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래? 뭐 더 그럼 이야기할 필요가 없군. 미안하지만 음습마리의 음습한 정신조작은 악룡의 권능에 비하면 쓰레기야.”
딱!
나는 손가락을 튕겼다. 인형의 자아와 본래의 자아가 싸우는 것도 볼 만하겠지.
나는 악룡이다. 최시우라면 모르겠지만 나는 이 인형들에게 자비를 줄 생각이 없다.
인형들을 나를 향해 달려들다가 갑자기 머리를 부여잡고 쓰러졌다.
“꺄아아아아악!”
“끄아아아아악!”
“히.히이이이익!”
머릿속에서 인형화한 자아와 자기 본래 자아가 열심히 싸운다.
그러다 결국 죽게 될 거다.
왜냐? 로즈마리의 인형화의 자아는 그대로 남아있을 테니까. 마음먹으면 없애지 못할 것도 없지만 결국 쇼크사 해버린다.
인형들이 입에 개거품을 물고 그대로 쓰러졌다.
죽지는 않았지만, 퓨즈가 끊어진 것 같다.
이럴 때를 대비한 것인가. 하지만 꼴을 보니 정상으로 되돌릴 수는 없을 것 같다.
나중에 괴인으로 만들어야지.
“자, 그럼 남은 건. 세상 모르고 자빠지는 이년인데.”
음습마리. 오늘 너는 나한테 좆되는 거다.
나는 그녀를 데리고 팬트하우스로 이동했다.
“멍청한 년. 원작 덕에 내가 캐릭터는 다 꿰고 있다 이 말이야. 시노하라는 조금 걸리지만, 이런 음습한 빌런년 정도야 협박하면 그만이지.”
너의 패인은 내가 아무것도 모르고 있을 거라 생각하고 접근했다는 것. 그래서 방심하고 편한대로 나를 놀려먹으려 했겠지.
그렇게 반대로 민초와 홍어에 능욕당하고 이제는 면간당하게 생겼다.
그러니까 왜 호랑이 아가리. 아니, 용용이 아가리에 기어 들어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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