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8화 〉 66. 무신의 편린(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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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개처럼 따먹고 나니, 남은 것은 분수대가 된 원수님.
어느새 그녀는 내게 복종하고 있었다. 두 눈에는 하트가 떠오른 모습이 또 따먹고 싶다.
들어보니 남편도 있다더라. 그래서 진짜 더 열심히 따먹었다. 열심히 따먹은 그녀는 조금만 만져줘도 쉽게 예민해졌다.
“그럼 우리 둘이 올라가서 싹 쓸어버릴 테니까. 오셔서 깃발이나 꽂으세요.”
“아.알겠네.”
그래도 하고 나니, 나름 체면 유지는 하고 싶은지. 애써 차려입는 몰골이 웃기기까지 했다.
그런데 말이다. 이 여자 아직도 뭔가 착각하고 있는 게 있다.
고작해야 관직으로는 나를 어쩌지 못한다는 것을 모르고 있는 걸까. 그래서 나는 그녀의 유두를 곽 꼬집었다.
“알.겠.네? 단 둘이 있을 때는 뭐라 하라고 했죠?”
내 말에 그녀는 유두탓에 흥분하고 있는지 형용할 수 없는 표정으로 두 손을 꽉 쥐었다.
불만이 많을 거다. 거의 강제로 쾌락을 느끼고 있었으니까.
“아.알겠……어요.”
“한 번 더 가게 해줄까? 뭐라고 부르라고?”
“히끗! 아. 알겠어요. 깃발 꽂겠습니다. 주.주인.님.”
이런 여자는 처음부터 강하게 굴복시켜야 한다. 결국 그녀는 성고문 앞에서 철저하게 무너졌다.
딱히 암컷타락과는 경우가 다르다. 힘으로 나를 이기지 못하는 마당에 성고문을 당하다가 강제적인 쾌락에 눈을 떠버렷다.
하면 안 되는 줄 알면서 몸은 바라게 되었다. 그래서 내가 또 성고문 하기 전에 알아서 굴복한 거다.
“그래. 착하다. 착해. 상으로 전쟁 끝나면 그 개보지를 개처럼 따먹어줄 테니까. 제대로 적시고 준비하세요.”
“네.에.”
얼굴이 험상궂게 일그러졌다.
안 따먹을 거라 생각했나 보지? 분위기에 취해서 쾌락과 17만의 목숨을 맞바꾼 그녀는 이번 전쟁에서 완전히 타락시킬 셈이다.
무려 두 시간만에 저 지경에 이르렀으니 쾌락에 면역이 없다는 뜻. 앞으로 조금 힘을 내면 무너트리는 것은 순식간이다.
갑옷을 차려입고 나오자 한수지가 얼굴을 들이밀었다.
“안에서 뭐하고 나온 거야?”
왜 한수지가 잔뜩 풀 죽은 얼굴로 있는 건가.
숨기기도 뭐하지 않나? 얼굴 보니 안쪽에서의 일은 다 들은 것 같은데.
“딱 보면 각 나오잖아? 하극상 벌이고 왔지.”
“아니, 그래도 그렇지. 일단은 편린이라도 우리 상관이라고?”
상관? 상관이 무슨 소용이야. 꼴리면 따먹을 암캐일 뿐이지. 저 육덕진 몸매를 보고도 아래가 당겨지는 클 리가 서지 않으면 그것은 미친년이 분명하다.
“상관이면 어떻고 수하면 어때. 일단 따먹고 보는 거야.”
나한테 직급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다. 내가 악룡인데 그 어떤 년이 나한테 덤비려
“아니, 그럼.나는?”
“너는 뭐?”
“아니, 그 저 나는. 그. 다른 애들은 다 했으면서.”
한마디로 하고 싶다는 뜻인가? 다리를 오므리고 비비는 꼴을 보니 그래 보인다. 자궁이 큥큥거리고 있는 걸까.
그런데 나는 그렇게 쉬운 여자가 아니다.
“왜 안 비벼주냐고?”
“아니, 꼭 그렇게 말할 것 까지는. 여자 입에서 하고 싶다는 말 나오게 하고 싶어?”
직설적으로 물었더니 반응이 무슨 나를 여자취급하는 것 같지가 않다.
아니, 그럼 나는 여자 아냐? 무슨 눈치없는 남친한테 욕구불만 여친이 하는 소리도 아니고.
“나도 여잔데?”
“아니, 용이잖아.”
“용도 암컷용이 있어요. 그래서? 하고 싶다는 거야. 싫다는 거야?”
나는 레즈인데, 어느새 암컷들 사이에서는 수컷처럼 분위기를 풍기는 걸까.
“대체 윤설과는 왜 한 건데?”
애인도 아니고 코치코치 따진다.
“일단 편린을 탈출하기 설득해야 하고. 가상인물과도 비비면 어떤 기분인지 알고 싶어서 그러는 거지. 그리도 하고 싶으면 내가 더 귀여워할 만한 짓을 해봐.”
내 마음에 들도록 아양을 떨면 특별히 해주겠다. 그런데 가만히 보니 자기는 뭐 제대로 한 것도 없으면서 나에게 상을 바라고 있다.
“뭐야, 레이나랑 이유정은 그냥 했으면서?”
“레이나 엄마랑도 했는데.”
솔직히 유두를 비빌 수 없는 걸 빼면 레이첼이 확실히 가장 궁합이 잘 맞았다. 그래서 레이가 태어난 걸지도 모르지.
“뭐?”
“레이나 엄마랑은 자식도 낳았어. 레이라고. 일단 드래곤인데 어떻게 클지 모르겠.”
“아니, 왜 나랑은 안 해주고 벌써 자식까지. 그것도 레이나 엄마랑? 레이나가 엄마도 있었어?”
“응.”
아무렇지도 않게 패드립을 하네. 이래서 내가 한수지를 싫어할 수가 없다. 약간 단순무식하면서 순진해 보이는 느낌. 그래서 타락시키는 맛이 있다.
그래. 지금부터 저 얼굴을 내가 아니면 정말 아무것도 못하는 무능력한 여자로 만들어야 한다.
이미 계획은 다 있다.
“아니, 대체 나는 왜 안 해줘?”
왜냐니 더 안달나게 하려는 거지.
“레이나는 예쁨받을 짓을 하잖아. 나는 말이지. 내 옆에 계속 있는 여자들을 선호해. 너는 내가 훈련하라고 시켰지만, 한 번도 나 찾아오지 않았잖아. 안 그래?”
훈련하라고 뒀는데, 단 한 번도 나와서 나를 찾은 적이 없다더라.
그러니 이건 혼을 내야지. 안 그래? 핑계라지만, 성을 털어버릴 때 버리지 않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다.
내 말에 한수지는 허망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나 버리지 않는다고.”
“버리는 것과 질펀한 레즈섹스는 다른 거지. 그러니까 아직은 싫어.”
“어떻게 하기를 바라는데? 어떻게 해야 해줄 거야?”
어, 그거야 간단하지. 나한테 귀여움 받고 싶다면 어렵지 않다.
“살인에 익숙해져.”
너는 익숙해져야 한다. 빌런짓을 하려면. 세계적으로 분포한 빌런들을 조지기 위해서라면 살인을 즐길 줄 알아야 한다.
“이미 1천명 넘게 죽였잖아. 그러면 되는 거 아니야?”
“즐기는 수준에 도달해야지.”
“그건 그냥 쾌락살인마라는 거잖아.”
한수지는 그건 무리라며 고개를 저었다.
“너 내가 시키면 어쩔 수 없이 사람을 죽이는 거잖아? 내가 바라는 건 내가 시키면 너무 기뻐서 그런 거 시켜 좋다고 감사하다고 생각하면서 죽이는 거야.”
한마디로 사이코가 된다는 뜻이다.
“아니, 사람을 죽이는 거를 즐기면.”
“싫어도 죽이게 되어있는데, 즐기는 편이 좋잖아?”
이 정도 했으면 알아들을 거라 생각한다.
나는 그녀에게 모든 것을 맡기기로 했다.
과연 어떻게 변할까? 궁금하다.
* * *
윤설은 내 말대로 바로 올라오지 않았다. 그 틈에 나와 한수지는 북쪽으로 계속 올라갔다.
이왕이면 더 빨리 처리하기 위해서 날개를 펼치고 날아갔다.
“이거 처음 보는데.”
날개를 피해 내 등에 살포시 기대고 있는 한수지가 흥미롭게 말했다.
“당연하지. 지금껏 보여주지 않은 거니까. 아니, 상황이 되면 보여줄 생각이었는데, 서울 도심에서는 못하지. 미사일 맞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
“저기 그 북적놈들? 부락이 보이는데.”
한수지가 때마침 여진족 부락을 발견했다.
“그럼 이제 싹 털어버려야지.”
척준경은 늘 자기 나라를 위해 살았다. 이자겸의 난에는 어쩌다 연루되기는 하였으나, 양심의 가책을 느끼기도 했다. 지금 내가 하는 행동은 나쁘지 않다. 그가 못한 것을 내가 편린으로 나마 해주고 있으니까.
화르르르륵
부락 전체를 불태웠다. 아예 대지를 초토화시키려는 계획이 아니었던 터라 생존자들이 있었다.
그들은 내가 혼돈으로 머리를 혼란스럽게 만들어 따로 잡아 무릎 꿇렸다.
그중에서는 가족들도 있었다.
“사람살려!”
“사.살려주세요!”
“그냥 다 불태우면 되는데 사람들을 왜 다 붙잡았어?”
아직 마음이 아픈지 한수지가 붙잡힌 여진족들을 내려다보면서 아랫입술을 씹었다. 아직도 한수지는 이들이 진짜 인간으로 보이는 모양이다.
사람으로서 당연히 가지고 있어야 할 동정심에 참으로 감탄하면서 나는 그녀에게 명령을 내렸다.
“이 사람들 죽여.”
“아니, 아무런 죄도 없는 사람들이잖아. 그래도 죽이라고?”
얘가 아직 전쟁을 모르네.
“어차피 고려군 올라오면 다 죽게 될 텐데? 잘 생각해봐 약자는 강자 앞에 다 죽게 되어있어. 여기서 남자는 죽거나 그대로 잡혀가고, 여자는 강간당하고 끌려가겠지. 꼬마애들은 어차피 죽어. 그러니까 네가 죽이는 게 더 낫지 않아?”
“아니, 설마.”
살인에 조금이라도 정당함을 부여했다.
“전쟁이 그런 거라니까? 고려라고 다를 줄 알아? 당장 우리 현실에서도 헌터들끼리 전쟁터지면 그렇게 될 때 많잖아?”
“으.”
“그러니까. 죽여. 이건 절대적인 명령이야. 이건 그냥 털난 괴수들일 뿐이라니까? 이건 현실이 아니야. 죽여도 돼. 저기서, 아이부터 죽여. 부모에게는 자식이 죽는 만큼 끔찍한 것도 없거든.”
내 말에 한수지는 잡혀있는 일가족 앞에 섰다.
아무래도 생각을 비운 건지, 한수지의 두 눈에서 감정이 사라졌다.
김재수가 너무 못가르쳤다. 이왕 빌런짓할 생각이었으면 한수지도 어느 정도 제대로 기강을 잡아뒀어야지.
“사.살려.”
서걱!
자식의 목이 창으로 베이자 부모들이 비명을 질렀다.
그때 한수지의 두 눈에 묘한 빛이 깃들어있었으나, 그녀는 멈추지 않고 그 부모도 죽였다.
“허억. 허억.”
죽인 시체를 내려다보면서 그녀는 입가가 꿈틀거리고 있었다.
여기서 한 가지 설명하자. 솔직히 말해서 굳이 죽이지 않아도 나한테 의존할 수 있게 만들 수 있다. 그러나 내가 원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타락이다.
최시우처럼 어장치기에는 닭살돋고, 나에게 의존하게 만들면서 원작의 한수지보다 강화시키려면 흑화가 필요하다.
그래. 더 말하면 입만 아프다.
변태 작가 유은하의 흑화 설정집에 따르면 불꽃창녀 한수지는 도끼와 창을 사용하면서 사람들을 학살하는 연쇄살인마로 환골탈태를 하게 된다.
정확히 말하면 괴인이 되어서 변하는 인격이다.
결국 한수지의 안에 잠재되어있는 본성이라는 것이다. 도덕적 윤리관에서 벗어나 자유로워져 사람을 죽이는데 이유가 필요하냐는 쾌락살인마가 되는 것.
기왕이면 한 명 정도는 정상적으로 가지고 싶었는데.죄악이 벌써 뜬 이상 전력강화를 위해 조금이나마 강한 한수지로 지금부터 각성시켜야 한다.
“그때가 되면 정말 나도 막을 수 없으니 지금부터 의존시키려는 거지.”
몇 번이고 언급하는 거지만, 지금부터 미리 나에게 의존하고, 복종하게 만들어야 한다.
올라가는 동안 한수지는 계속해서 여진족을 죽였다.
처음에는 아이와 가족들을 시작하여 노인. 처음에는 그리도 싫어하는 한수지는 점점 살인에 재미가 들리기 시작했다.
고려군 측에서 보면 예방전쟁으로 봐야 하지만, 한수지는 계속된 살생 속에서 점차 윤리관이 뒤집혔다.
내가 도운 거라고는 계속 죽이라고 여진족을 줬을 것이다. 어느 순간 명령도 하지 않았다.
특히 그녀가 정신적으로 큰 충격을 받았을 때는, 한참 무고한 살생 끝에 지겨워져서 여진족 노인을 한 번 살려주려고 했던 차에 그 노인이 등뒤에 칼을 꽂으려 했을 때였다.
당연히 그 노인은 순식간에 목이 떨어졌고, 그때부터 한수지는 점점 바뀌었다.
“저, 은하야. 나 위험해.”
한수지는 슬슬 불안증세를 보이고 있었다.
온 몸이 피로 덧칠해진 그녀는 그야말로 피의 여왕이었다.
아, 졸라 섹시하다.
“뭐가?”
“뭔가 죽이는 게. 희열감이라고 해야 할까. 이상한 기분이 느껴져.”
그래. 그렇다는 말이지. 이럴 때는 적당히 위로해줘야 한다.
“어, 아까도 말했지만너는 살인에 재능이 있거든.”
팩트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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