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9화 〉 48. 다크엘프
* * *
“아.안 돼요. 적어도 침실에서.”
“그리 젖어서 가능해? 가는 중에 애액 질질 흘릴 텐데?”
벌써 훈련장을 더럽히는 주제에. 이대로 침실까지 갈 수 있을까?
“으으으. 미워요.”
“귀여워라.”
내 말에 레이나는 흥분하더니, 눈동자와 혀가 바뀌었다.
얘는 흥분하면 바뀌는 식인가보다. 아, 진짜 꼴린다. 몇 번이고 생각하는 거지만 보지를 화나게 하는데 선수다.
상의를 벗기고 그대로 위에서 덮쳐 레이나와 키스를 했다.
눅진하고 달콤한 키스. 마치 혀끼리 서로 교미라도 하는 것처럼 얽혀 서로의 타액을 교환하는 듯했다.
그리고 이때, 나는 은근슬쩍. 내 마기로 만든 결정을 그녀의 입안으로 넣었다.
아주 작은 덩어리들이 여러개라 아마 레이나는 쉽게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이 알갱이들은 그녀를 내부에서부터 착실히 바꿀 것이다.
이미 문장까지 생기고, 자궁부터 내 마기를 침투시켰으니까.
“자.잠깐, 유독 기분이 좋은데. 이거. 읏♥ 잠깐, 더러워요. 핥지 마세요!”
나는 레이나의 몸을 싹싹 핥았다. 키스를 멈추고 귀에서 볼로. 볼에서 다시 입술을 핥고목으로. 그리고 가슴까지 내려와 유두를 혀로 톡톡 굴렸다가 깨물었다.
“하흥!?♥”
우리 레이나께서는 허리를 살짝 떨었다. 가볍게 가버린 모양이다.
이러니 내가 멈출 수가 있어야지. 그러다가 문득 떠올랐다.
아니, 나는 다크엘프화를 노리고 온 거잖아. 지금은 성욕이나 풀 때가 아니다. 내 마력도 적당히 먹였고.
그럼 뭐가 문제일까?
어쩌면 저 음문이 힌트일지도 모른다.
“은하?”
“이 음문에다 직접 마기를 흘려넣으면 어떻게 될까?”
“무슨 말을 하는 거에요?”
에라 모르겠다. 나는 조용히 음문에 손을 올리고 직접 다이렉트로 마기를 흘려넣었다.
독하디 독한 세계관 절대악이 가진 마기를. 있는 그대로 음문에 흘렸다.
그 순간, 레이나의 허리가 활처럼 휘더니, 마치 자신은 분수라는 듯, 조수를 뿜어댔다.
푸슈웃! 푸슈우우웃!
“힉! 히이이이익!?♥”
바들바들 떨면서 가버리는 레이나는 무척 천박하기 짝이 없었다.
누가 그 고귀한 엘프의 후손이라 할 수 있을까?
최시아처럼 대놓고 자궁을 개발한 것도 아닌데. 이렇게 가버릴 수 있나? 시아는 배만 만져도 아래가 젖지만, 한 번도 안 건드린 레이나가 이 정도라면 이 각인 자체가 어떠한 효과가 있는 것 같다.
궁금해서 마기를 더욱 쑤셔넣었다. 그러자, 레이나의 몸이 서서히 변하기 시작했다.
마치 마법소녀가 변신하는 것처럼. 빛을 내더니 보라색의 탁한 기운이 레이나의 몸을 덧칠하기 시작해다.
“오. 포도?”
레이나의 피부는 활기 넘치며 새하얀 피부에서 연보라빛을 내는 딱봐도 탁하지만, 뭔가 다크엘프라는 느낌이 드는 피부로 변했다.
오히려 이런 피부가 전보다 더 꼴릴지도 모르겠다.
음문은. 핑크색으로 빛이 난다.
그리고 가장 크게 바뀐 것은 머리카락과 귀였다.
머리카락은 금빛을 머금은 색에서 은빛으로 변화하고 귀는 길어졌다. 그야말로 다크엘프라는 느낌이 든다.
“와, 확연히 다르네.”
색이 좀 바뀌었는데, 분위기가 어우야.
그녀는 뭔가 짜증이 났는지 나를 날카롭게 노려봤다.
“뭐가 다르다는 거죠?”
“어때? 그 몸.”
내 물음에 그녀는 두 손을 쥐었다 폈다하면서 마기를 풀었다.
이전이라면 고통스러워했을 텐데
“확실히 전보다 힘이 더 끓어오르네요. 그저 엘프보다 아닌 단순한 이계인이라는 애매한 종족일 시절보다기분이 좋을지도 모르겠어요.”
마치 창녀들이나 지을 듯한 요염한 미소를 짓던 레이나는 세계수의 활에 마기를 흘려넣었다. 그러자 세계수의 활은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마치 손톱으로 유리를 긁는 소리를 내며 괴로워하는 듯하더니, 그 빛나던 활이 검은색으로 물들었다.
“세계수의 활이라고 해도 고작 무기 주제에 건방지게 주인에게 대들어서는 안 되죠.”
레이나는 한차례 세계수의 활을 비웃더니 저 벽면을 향해 활의 시위를 당겼다.
파시식
그녀의 피부처럼 탁하고 사악한 색의 화살이 활에 걸리더니, 이내 그녀가 활을 놓자 그대로 벽면을 향해 날아가 펑! 하고 터졌다.
이전과는 궤를 달리하는 파괴력. 심지어 터진 자리에는 아예 벽이 소멸하고 마기가 흘러넘쳐서, 보통의 헌터라면 버티지 못하고 쓰러질 것이다.
그나마 마력석으로 건물보호 결계를 치지 않았으면 무너졌을 거다.
“와. 굉장한데.”
“하지만, 엘프가 되고 싶었던 건데. 은하가 저를 이렇게 만들었으니 책임은 지셔야겠죠?”
“어?”
다크엘프 레이나는 눈가에 호선을 그리더니, 입꼬리를 그윽하게 말아 올렸다.
“이 몸이 되고 약간이나마 은하가 알고 있는 지식이 흘러들어왔거든요?”
뭔가 나는 좆됐음을 느끼고 그 위압감에 밀려 뒤로 물러났으나, 레이나가 활을 집어넣더니 내 양팔을 잡았다.
“그러니 이번에는 제가 보답을 해드립시다♥”
아무래도 도망가기는 그른 것 같다.
* * *
헌터협회
한국의 격리지역인 부평역에서 벌어진 방송은 협회에도 가십거리로 남아있었다.
그 탓에 길드마스터들을 비롯한 S급 헌터들은 헌터협회에 회의를 요청하였으며, 협회장 최철식은 받아들여야만 했다.
안 그래도 청와대에서 조차 격리지역으로 사람 보냈냐며 따지는 형편인데 마스터들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뭔 일이 터질지 알 수 없다.
급하게 소집된 S급헌터 회의에서 서지연이 최철식에게 손가락질을 했다.
“뭐임? 대체 뭐임? 이 대머리는 대체 무슨 짓을 하고 다니는 거임? 뭔 짓을 어떻게 하면 스마일가면을 낀 수녀가 빌런을 토벌하고 다님?”
“아니, 그래도 나 나이도 많은데.”
“씨발 대체 스트리머가 어떻게 부평까지 나가 있음? 통행증도 발급 안 했잖슴? 나윤언니가 말해줬음!”
서지연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자, 최철식은 이러려고 협회장이 되었나 하고 자괴감마저 들기 시작했다.
유은하를 내보낸 적은 있어도 정체불명의 수녀 스트리머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전혀 없다.
“아니, 나 진짜 몰라. 억울하다고.”
“억울하다고 끝낼 문제가 아닙니다.”
가만히 둘의 대화를 듣던 황제 길드의 차지은은 짜증이 났다.
그녀는 과거에 방벽을 세워 격리지역에서 마기가 서울로 흘러들어오는 것을 막은 서울시민들의 영웅이었다. 그래서 이런 일에는 유독 예민할 수 밖에 없었다.
“아니, 지은양. 나 정말로 모르는 일이네. 내 양심에 손은 얹고 말할 수 있어.”
“협회장님 양심은 그 반짝거리는 머리털 만큼이나 없지 않습니까?”
그 말에 최철식은 고개를 떨궜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유진석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협회가 전혀 모르는 일이라면 이건 더 그냥 넘길 일이 아닙니다. 방송 속 수녀의 상태로 보아 어디서 관리를 잘 받는 모양이고, 방송은 드론으로 촬영하고 있습니다.”
“답답하군. 그게 뭐?”
금발의 사내와 백정강이 퉁명스럽게 묻자 유진석이 한숨을 쉬었다.
“격리지역에 저렇게 관리를 잘 받고, 저런 장비를 얻을 만한 장소가 있을까?”
“아.”
“통행증은 발급하지 않았으니, 장비는 밖에서 구했다는 소리로군.”
최소 인프라가 구축된 지역이 있지 않을까.
“보아하니 한국인인 것 같고, 어쩌면 격리구역 중에는 우리 모르게 행정시스템을 갖춘 도시나 마을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일리가 있군.”
생각해보니 그럴 듯한 가정이다.
유진석이 제법 활약하고 있었으나, 한국인의 생활 터전은 대도시 몇 개를 제외하면 크게 넓히지도 못했다.
“그렇다면 이참에 탐사대를 꾸려보는 것은 어떤지?”
“지금 당장 속단하기는 이릅니다. 그 백화라는 수녀가 또 방송할 때까지 기다려보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스트리머니 한번으로 끝내지 않을 것이다. 아마 앞으로도 다양한 방송을 찍겠지. 그때 빌런 토벌이나 위치를 알아내 거주지를 예측하면 된다.
“그거 좋은 방법이네. 하지만 탐사할 곳은 후보를 정해둬야 할 거야.”
“백화가 부평과 부천을 털었습니다. 격리지역이니 아무리 실력자라 해도 먼지역을 이동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아마 거주지에서 최대한 가까운 곳을 털어버린 거겠지요. 그럼 인천 쪽을 알아봐야겠습니다.”
유진석의 말에 길드마스터들이 긍정했다.
“응 그리하지.”
“그런데 대통령에게는 뭐라고 말합니까?”
격리지역으로 나가려면 어쟀든 청와대의 허락도 필요하다.
하정석. 그 인간이 과연 허락을 할까.
“지도 생각이 있으면 이번 탐사는 반대하지 않겠지. 떡하니 방송찍는 수녀도 있는데.”
청와대에서 탐사를 반대하는 이유 중 하나가, 격리지역에는 절대로 제대로 된 인간이 없다는 이유. 그러나 방송에서 본 백화란 여자는 제대로 잘 먹고 잘 사는 몸집에 거친 곳에서 살아남은 것 같지 않은 발랄한 말투를 썼다.
심지어 뛰어난 능력도 있었지.
“한성 아카데미는 어쩝니까?”
한성도 문제였다.
“한성은 당분간 내부보수에 들어가야 해. 죄악의 파편이 얼마나 퍼졌는지 모르니까.”
“문제는 3대 아카데미의 단체전에서 벌어진 일이라 여론을 누를 수도 없는 일입니다. 한성에서만이라면 숨길 수 있었을 텐데.”
한성에서만 열린 단체전이라면 어떻게든 숨기고, 협회측에서 비밀리에 파편을 조사하면 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하필이면 3대 아카데미에 민간인까지 대회를 관전할 수 있던 탓에 숨기는 것이 불가능했다.
생각없는 다른 두 아카데미의 학장들은 대놓고 한성을 견제하고 있다. 김영희는 어떻게 수습하려는 것 같지만 그나마 지금 평판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백염의 검희인 유은하라는 존재 때문이다.
“그나마도 동생이 힘내준 덕이지.”
“그래. 유진석. 잘 난 동생 뒀네?”
“아주 남매가 쌍으로 대단하셔.”
유진석은 동료들의 칭찬에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그러나 한성아카데미의 명예실추로 동생이 겪을 심리적 부담감을 생각하면 오히려 위로해줘야 할까. 그런 고민이 들었다.
최근에는 자신의 기대에 열심히 부응하면서 생도생활을 하는 애다.
생도로서의 긍지가 흘러넘치는 아이다. 그렇다면 동료들이나 자신의 힘으로 조금 월권행위를 부려도 되겠지.
구세대의 영웅들이 힘을 모으면 한국의 여론따위 잠재우는 건 간단한 일이었으니까.
* * *
“진짜 아카데미 탈주하고 싶어지네.”
앞으로 2주 후에 휴교 푼다는 문자를 받고 머리에 혈압이 올랐다.
평판은 이제 더 떨어질 것도 없지만, 솔직히 말해 귀찮고 짜증난다. 실력도 충분한데 내가 왜 그딴 곳에 다녀야 할까. 자부심도 없다.
무엇보다도.
나는 침대에서 조수를 질질 흘리는 다크엘프를 쳐다봤다.
“하루종일 뒹굴고 싶다.”
다크엘프모드의 레이나는 성욕이 미쳤다.
솔직히 말하지. 순간 내가 당할 뻔할 정도다.
각성하면서 내가 가진 지식을 습득했다는데. 아마 저 자궁 위 하복부에 생긴 음문탓이겠지.
어쨌든 간만에 꽤 재밌었다. 그저 당하는 레이나가 아니라 맞서는 레이나라니. 하아.
“후우, 진짜 당할 뻔했네.”
힘과 경험으로 밀어붙이지 않았다면, 저 타락한 엘프의 귀가 성감대만 아니었다면. 침대에 다리를 벌린 채 조수를 뿜고 있는 것은 레이나가 아니라 내가 되었을 것이다.
일단 내가 박고 말하는 것도 뭐하지만, 저 문장에 다시 마력을 넣어보는 것은 어떨까.
마기가 아니라 마력이다. 순수하게 내 마력회로에서 구분지어서 뽑아내는 정화된 마력.
쓰러진 레이나의 음문에 손을 올리고 마력을 불어넣자, 아니나 다를까 신체가 보랏빛으로 물들었다.
시간이 얼마간 지나자 레이나는 원래대로 돌아왔다.
다만 백엘프는 되지 못했다. 그냥 다크엘프 각성 전 레이나다.
“한마디로 ON/OFF능력이란 거군. 나쁘지 않아.”
딱 갭차이가 어마어마하지 않나? 다크엘프 레이나와 짭엘프 레이나. 이대로 엘프루트를 타면 엘프, 다크엘프를 입맛에 맞게 조절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한참 레이나를 쳐다보고 있는데, 레이나가 때마침 정신을 차렸다.
아마 ON/OFF에 따라 절정을 느끼는 것도 초기화된 걸까?
그럼 ON/OFF로 거의 무한히 레이나를 절정시킬 수 있다는 뜻인가?
그녀는 엘프로 진화하기 전 상태로 돌아오더니 멍한 얼굴을 하다가 대뜸 소리쳤다.
“헉. 저 엄청난 꿈 꿨어요! 다크엘프가 되어서 은하랑 침대에서 뒹구는 꿈을!”
“아, 그거 꿈아니야.”
“네?”
“너 다크엘프로 변신할 수 있어. 잘 생각해봐. 그거 현실이라니까? 그렇게 현실적인 레즈섹스가 꿈일 리 없잖아.”
당장 침대만 하더라도 어마어마하지 않나? 이건 꿈이 아니다.
“아. 다크엘프라니. 그렇다면 저는.”
“걱정마. 그래서 내가 변신시킬 수 있다는 거야.”
자궁의 음문에 마력과 마기를 넣어서 말이지.
“나는 나중에 커서 훌륭한 엘프가 되기로 마음먹었는데!”
“좀 있으면그 힌트 얻으러 엘프유적 갈 거니까. 걱정마.”
“이미 저 다크엘프될 수 있잖아요?”
나도 처음에는 그렇게만 생각했는데, 가능성은 남아있다.
내가 박은 이 음문이, 진화를 자유롭게 조절해줄 것이다.
“다시 돌아왔잖아? 어쩌면 엘프랑 다크엘프모드를 동시에 사용할 수 있지도 몰라. 한마디로 넌 타락한 엘프인 동시에 정통엘프가 될 수 있는 거지.”
“하아. 알았어요.”
“그리고 다크엘프모드로 네가 해줄 것도 있어.”
본격적으로 백화가 활동하려면 조직자체를 백화로 조직하여 다크엘프인 레이나도 나서줘야 한다.
“그 빌런일이요?”
“응.”
다크엘프모드는 기존의 레이나와 달리 워낙 이미지와 분위기가 달라서 굳이 가면을 쓰거나 위장하지 않아도 괜찮을 것 같다.
“들키면 조금 위험한 거 아니에요?”
“걱정마. 실제 촬영분은 나와 시아가 다할 테니까. 너는 내가 부탁하는 것만 해주면 돼.”
“알았어요.”
곧 엘프유적에 가면 엘프가 될 방법도 찾을 테니까. 그때가 되면 굳이 다크엘프모드를 사용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애초에 괴인화 자체가 타락컨셉이니, 내가 제어하지 않으면 사회에 민폐끼치는 악이 되기 쉬우니까. 조금의 보험이라도 들어두는 것이 좋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