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5화 〉 34. 단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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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진의 저택에서 얼마나 기다렸을까.
드디어 기다렸던 이유진이 경호원들과 함께 저택에 도착했다.
“수고했네. 돌아가 봐.”
“네. 아가씨.”
경호원들을 돌려보낸 이유진은 저택으로 들어오면서 잠시 걸음을 멈췄다.
“흐음.”
그럴 만도 하지. 나는 대놓고 거실 소파에 앉아있으니까.
“저기 내가 말이지 빌런들한테 몇 번 암살시도는 받아봤으니, 이런데 좀 예민하거든?”
호오. 그래. 뭐 그 나이에 천산그룹 회장 정도면 뭐. 답이 나오나.
“딱히 나를 죽이고 싶어 온 모양은 아닌데? 소파에 앉아서 뭐하는 거야?”
“하기야 뭐 빌런 여럿을 고용해본 여자한테 제가 너무 안일했네요.”
그녀가 고용한 빌런들이 어떻게 되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아마 뒤에서 조용히 처리했겠지.
“너는 누구야? 본 적이 없는데.”
“처음 뵙겠습니다. 흑신교의 수장 다하카라고 해요.”
조심스럽게 수녀다운 모습으로 인사를 하자, 이유진은 나를 위아래로 쭉 훑는다.
“다하카라면 흑신교의 수장이 일본계?”
“일단은 한국인입니다.”
그냥 풀네임 박을 걸 그랬나.
“그래. 뭐 그건 중요치 않겠지. 그래서 나를 찾아온 이유는? 설마 나를 협박해서 흑신교의 자본이라도 구하려고?”
“이런 협박이라뇨. 이건 아가씨 입장에서도 나쁘지 않아요?”
“나는 흑신교와 타협할 마음은 없는데.”
흑신교는 빌런들 중에서도 악질 중, 악질로 소문이 나있다.
“이것들은 어때요?”
나는 품속에서 마석 몇 개를 꺼냈다.
단순히 인공적으로 만들어낸 것이 아니라 오로지 내 힘만으로 만들어낸 순수한 마석.
무려 작가님이 창조한 귀염둥이 용용이가 만든 거다. 메이드인 아지다하카. 메이드 인 용용이.
나는 내가 만든 것에 대한 자부심이 있다.
내가 내민 마석을 받아든 이유진은 사업가의 눈으로 마석을 관찰하더니, 마석 감정대를 가져와 이리저리 확인해본다.
그리고 그녀는 놀랐다.
“마석? 어디서 이런?”
어떻게 이런 순도높은 마석이 나왔는지 궁금하겠지.
“세상 그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가장 순도 높은 마석이에요. 천산그룹에서 마석을 가지고 연구하고 있지 않습니까? 다만 협회에 만들어지는 물량 태반이 넘어가는 바람에 천산 자체가 독립적으로 연구하지는 못하고. 안 그렇습니까?”
“정기적으로 공급이라도 해주겠다는 건가?”
“저희들에게 필요한 것만 마련해주신다면야.”
아무래도 송도를 기반으로 살아남으려면 그저 주변에 말 안 듣는 빌런들 약탈만으로는 안 된다. 천산그룹 정도의 도움은 있어야 한다.
나는 마석을 주고, 그녀는 송도가 살아남을 수 있도록 물자를 준다.
이것이 서로 좋고 좋은 윈윈전략이 아닐까.
“이 나라를 뒤엎을 생각인가?”
“아하하. 그래도 한국인이라는 건가요. 그럴 리가요? 마음먹으면 뒤엎을 수 있는 것이 지금의 흑신교입니다.”
내가 히죽 웃으며 말하자 이유진은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그 두 눈에 묘한 빛이 번뜩였다.
진실의 눈. 이유진이 사용하는 능력.
사람의 거짓과 진심을 판단할 수 있다.
뭐 시도 때도 없이 사용할 수 있는 거짓말탐지기라고 비슷한 것이지만, 그녀가 가진 이능은 절대로 오차가 존재하지 않는다.
즉, 그녀는 내게서 진실을 보고 있다.
그리고 실제로 흑신교의 힘이라면 이 나라를 엎을 수 있다는 것까지.
한참 나를 쳐다보던 이유진은 동공에 지진을 일으키더니, 곧 감정을 추스렸다.
“그럼 대체 무슨 일을 꾸미는 거지?”
“송도에 다시 사람들을 모으고 있답니다. 정부에 버려진 사람들이 너무 불쌍하잖아요? 안 그래요?”
“흑신교가 굳이 그럴 필요가? 이제 와 이미지 쇄신이라도 하려고? 김재수로 한성을 습격했던 집단이 아닌가?”
한성은 이유진 동생 이유정이 다니는 곳. 그런 곳을 습격했으니, 아마 이유진의 안에서 흑신교의 위치는 더 떨어졌을 거다.
대체 죽은 김재수가 왜 이렇게 사람을 귀찮게 하는지 모르겠다.
“김재수는 혼자 단신으로 움직였었고, 뭐 그건 중요치 않아요. 어쨌든 이 정도라면 충분하지 않나요?”
마석을 더 꺼냈다.
이래도 아니야? 식으로 계속 밀어붙이니. 이유진도 점점 내 꾀임에 넘어가듯 진지한 두 눈이 약간 경계가 약간이나마 풀렸다.
“그냥 사이비 종교는 아니었군.”
“원래 주인이 왔으니 당연히 사이비종교에서 벗어나야죠. 그냥 군벌집단이라고 생각하세요. 왜 중국에도 있잖아요? 빌런출신 군벌들.”
그 군벌들 중 하나가 죄악이 있는 군벌이다.
결국 중국 공산당정부와 타협하고, 반독립적인 행보에서 공산당정부의 후원으로 북한을 먹으려고 침공을 시작한다.
“그러니까 내게 마석을 주는 대신 필요한 물자를. 격리지역으로 보내달라는 건가.”
“준비하고 이 마도기어로 연락만 주시면 게이트 사용자를 보내겠습니다.”
나는 흑신교에서 사용하는 마도기어를 이유진에게 주었다.
그녀는 거래를 하는 한 절대 나를 배신하지 못한다.
국익이나 애국따위보다 본인이 이끌어가는 천산그룹이 더 중요한 인물이다.
지금 그녀가 제대로 나와 거래의 타협점을 찾는지 하는 것이 관건인데.
“하다하다 흑신교와 손을 잡게 될 줄은.”
그럼 거래는 성립일까.
“그만큼 마석사업이 비전있다고 여기고 계시잖아요? 그럼 된 거죠.”
“그래서 얼굴은 보여주지 않을 생각인가?”
내 얼굴은 베일에 딱 가려져 있어서 진실만 보는 그녀의 눈으로는 볼 수가 없다.
“하하. 제 얼굴은 비싸요. 그것도 매우. 보고 싶다면 흑신교의 신도가 되시던가요.”
내 얼굴은 아무나 볼 수 없다고. 심지어 간부들조차 내 얼굴을 모르는데. 내가 왜?
“아직 뭐하는 지 모를 집단에 가입할 수는 없지. 알았어. 거래는 하지. 다만 딱 그 정도 선일 뿐이야.”
“네. 그럼 이만 저는 돌아가 보겠습니다. 이 마석들은 선금이고 마도기어로 필요한 것들을 요청하겠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나는 조심스럽게 밖으로 나와 하늘로 날아올랐다.
정 뭐하면 마석들을 전부 다른 기업들에 넘기겠다고 협박하려 했는데. 생각보다 이유진이라는 여자는 제법 욕심이 있는 여자다.
마석사업을 위해 빌런과 손을 잡을 생각을 하다니. 하긴 순순히 말을 듣는 것이 지도 이득이라는 것을 알 것이다.
눈앞에 서울을 불바다로 만들 수 있는 존재를 자극하지 않고, 더해서 마석사업도 할 수 있고, 이유진에게 이득이라면 이득이지 절대 불이익은 없다.
오히려 우리가 배후에 있으면 천산을 건드릴 놈들도 사전에 방지할 수 있고.
중국과의 마찰은 단체전에 이어 개인전 때부터 본격적이다.
단체전은 국내에서 하지만 개인전의 경우에는 중국과 일본의 생도들까지 참여한다. 그때 중국헌터와의 마찰이 있고, 최시우는 중국 헌터들과 싸우게 된다.
이후, 최시우는 중국 헌터들 사이에서도 꽤 유명해지고, 당연히 위험분자로 생각되어 공산당과 타협한 헌터군벌은 한국이 더 크기 전에 북한을 집어삼키려 한다.
생각같으면 나 혼자 중국가서 깽판치고는 싶은데.
미래가 어떻게 변할지 모르니 그럴 수도 없다.
개인전 시즌이 언제 될지 모르지만, 조금씩 밑작업을 해두고 있으니 문제는 없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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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은하가 사라진 이유진의 저택에서 이유진이 거친 숨을 내쉬었다.
“자.잘 버텼어. 이유진.”
이유진은 마치 죽다살아난 것처럼 심호흡을 했다.
사실 유은하는 모르는 것이 있었다.
이유진이 가진 진실의 눈은 단순히 거짓만 판별하지 않는다. 이유정의 상태감정과는 다르지만 분명히 그 사람의 본질을 알 수 있는 눈을 가졌다.
“서.설마. 그 다하카가 아지다하카였다니.”
아지다하카는 한국에서 난리를 피운 적이 없으나, 바로 이웃국가인 중국에서 저지른 일이 있으니 한국에서도 꽤 유명한 존재였다.
그런 존재가 갑자기 사라지고 흑신교라는 것이 나타나나 했더니. 설마 그 수장이 아지다하카 그 자체였을 줄이야.
소문. 아니, 중국에서 온 정보에 따르면 아지다하카는 대규모 학살, 식인, 선동 등. 온갖 재앙을 몰고 왔었다고 한다.
그런 아지다하카의 제안을 아무렇지도 않게 받고, 흑신교에 들어오라는 제안까지 거절했다.
“하아. 하아.”
이유진은 간만에 몹시나 흥분되었다.
저 악룡이 무슨 페로몬이라도 뿌리고 다니는 건지 몰라도. 이유진이란 인물은 압도적인 두려움 앞에 성적 흥분이나 느끼는 변태였던 건가.
지금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았다.
팬티에서 습기가 느껴진다.
아무래도 혼자만의 시간을 가져야 할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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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체전 당일. 고려 아카데미에 도착했다.
그리고 다시 단체전의 규칙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방식은 설명한 대로 깃발뺏기라는데. 솔직히 그냥 서로 두들겨 패는 것이 더 편하다. 말이 좋아 깃발뺏기지 이건 뭐. 나중에괴수들과 하하호호 깃발뺏기 쟁탈전을 할 건가? 빌런들이야 딜로 찍어누르면 그만이다.
어쨌든 나는 학원장으로부터 부탁받은 것도 있으니, 답답하지 않게 스피드겜하기로 했다.
“와 유진석의 동생 유은하다.”
“아, 그 레즈로 유명한.”
“2대신검 최시우도 있. 어? 쟤 여자였어?”
어떤 새끼가 고려아카데미에도 소문을 낸거야?
걸리기만 해봐라 아주 피와 살을 분리해주마.
[한성아카데미 A반 1조 VS 고려아카데미 C반 2조]
때마침 고려아카데미가 상대라니. C반이면 뭐 볼 것도 없다.
나는 주인공이 성장할 기회 주겠답시고 내 힘을 죽이는 짓은 하지 않는다. 애초에 지금 최시우와 히로인들은 꽤 강한 편이다.
나중에 괴인으로 만들어서 더 강하게 만들어주자.
그리고 C반 2조라면 우리보다 한참 미달이다. 굳이 레이나, 한수지, 최시우가 힘을 뺄 필요가 없다.
힐러인 로자리아는 말할 것도 없다.
승리 조건은 깃발을 뺏거나 상대팀 5인을 전투불능으로 만들면 승리한다.
“너희들 한성에 지면 안 된다! 상대가 A반이라도 작살내!”
“유은하! 너 지면 안 돼! 저 양키새끼들한테 한방 먹여!”
아니, 비올라 밑에 있다고 양키가 되는 건 아닌데.
그런데 비올라의 영향을 받은 건지, 고려아카데미 생도들은 한성을 때려잡을 기세로 우리 생도들을 노려보고 있었다.
“비올라 선생님이 아니어도 고려 아카데미의 명성을 걸고 절대 질 생각이 없습니다!”
아무래도 고려의 생도들도 단순히 ‘깃발’이 아니라 전투를 치를 모양이다.
이럴 거면 의미가 있나?
본래 목표는 서로 줘패고 싸우면서 전투불능을 만드는 것이고, 아무래도 약골들과 지능캐를 위해 추가한 것이 깃발이란 거겠지.
시험장은 시뮬레이션 실험실이었다.
마도기어를 이용한 압축결계가 설치되어있는 거대한 전장.
결국 10명만 들어가는 공간이 쓸데없이 컸다.
“우리는 어떻게 해?”
“깃발지키기잖아. 열심히 깃발 지켜야지. 일단 미드는 시우랑 로자리아가 맡고, 탑은 한수지, 봇은 레이나가 지키도록 하자.”
AOS게임과 똑같다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5명 중 4명이 전부 수비수고 나머지 1명이 공격수다. 이 경우에 한곳만 돌파할 경우 수비가 취약해진다.
“우리가 뭐가 모자르다고 지켜? 그냥 뚫어버리지?”
그러고 싶은데 김영희씨가 나보고 압도적으로 잡으라 그랬다.
굳이 나한테만 전화하는 거 보면 내 힘을 보여달라는 거겠지.
우리 레이나에게 무기 하나 장만해줘야 하는데 이 정도는 해야지.
“굳이 어렵게 가지 않으려고 그래. 미리 상대에 대해 조사해 봤거든. 최시우. 너는 어떻게 생각해?”
“나도 너한테 맡길게.”
“좋아, 나는 정글로 간다.”
게다가 상대는 꽤 괜찮은 방법을 써먹고 있다.
우리보다 약한 것을 알고 있는 건지. 단순한 우연인지 몰라도 한 곳 씩 돌파할 셈인 것 같다.
원작 최시우팀에게 했던 것과 동일하다.
상대 5인의 전투방법은 이미 꿰고 있다.
일단 5명이 숲으로 이동해서 우리 팀이 서로 연계할 시간 없이 곧바로 기습한다.
그래서 나는 홀로 표적이 되기 쉽게 나왔다.
과연 얼마나 낚일지는 두고 봐야 알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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