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4화 〉 33. 학원장과 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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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등교일이 되었다.
그리고 오늘은 왠지 모르게 새로운 가십거리가 있었다.
“와 씨 존나 예쁘네. 최시우.”
“원래 여자였던 거야?”
“신검의 영향 때문이라는 말도 있기는 한데.”
최시우의 상태가 이상하다.
여생도들의 생도복을 입고 있는 그? 그녀? 아무튼 시우의 모습은 삶의 기력을 잃은 모습이다. 머리카락은 어느새 은빛을 머금은 긴 생머리가 되었다.
심지어 속눈썹도 길어졌네. 가슴은. 꽤 크구나. 암컷화가 완벽하게 된 듯하다.
본인이 바랬어도 막상 아랫도리의 훌륭한 매그넘이 사라지고 대뜸 균열이 생겨있는데, 놀랄 만하겠지.
뭐라고 중얼거리는데 살며시 귀를 기울이면 “내가 고자라니.”라고 중얼거리는 것 같다.
좀 불쌍한데. 어쩔 수 없다.
그야 나도 수컷보다는 암컷 시우가 낫다.
남장하려 해도 부풀고 있는 저 가슴은 어쩔 수 없겠지.
"자, 다들 조용!"
불방망이가 아침부터 나타나 내뱉은 소리에 더욱 이 가십거리는 뜨겁게 불타올랐다.
“자, 사실 놀랍게도 최시우는 신검의 영향으로 여자가 되었다.”
와 노빠꾸 봐.
“가, 아니라. 음. 원래 여자였는데, 피치 못할 사정으로 남장을 하고 있던 것이다.”
실수라고 대충 멋쩍게 웃고 있는데, 생도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뻔할 뻔자다.
이미 몇 몇 생도들은 자기 아랫도리를 보면서 자신이 신검에게 선택받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고 안도의 숨을 쉬었다.
그리고 일부 남생도들은 여전히 넋이 나간 최시우를 동정이라도 하듯 안쓰럽게 쳐다보고, 평소 최시우에게 관심이 많던 여생도들도 넋이 나갔다.
이 파장은 어마어마했다.
제목: 최시우가 암컷이 된 것은 유은하탓이 아닐까?
ㄹㅇ킹능성이 있다. 불빠따는 남장이었다고 하는데 얼굴은 원래 꽤 미인이었다쳐도 그 맘마통에 남장이 된다고? 유은하가 하렘에 쥬지넣기 싫다고 최시우 저렇게 바꾼 게 틀림없음
불빠따가 처음에 신검의 영향이라 하지 않았냐?
그럼 유진석도 여자게? 신검마다 다를 수 있기는 한데.
헤으응. 은하눈나, 시우는 아가야. 애껴줘야 해.
익명게시판도 난리가 났고, 신문부에서는 나한테 인터뷰하다가 아카데미 신문을 내기도 했다.
U 최시우의 성전환은 나와 관련 없어……무책임한 언행. 이것이 나쁜 여자인가?
성전환하고 싶은 남생도들 급증……여생도들 생리가 좆으로 보이냐. 항변
아니, 대체 내가 사람 성전환을 어떻게 시킨다는 거지?
대놓고 반박하기도 뭐한 것이 내가 신검에게 말을 해두기는 했다.
당하고 싶으면 최시우를 완전 내 취향대로 만들라고.
그런데 설마 이렇게 빨리 바꿀 줄 몰랐지.
그나마 이런 걸로 최근 한성에서 일어난 흑신교의 습격사건이 위로받을 수 있다면 나는 받아들일 수 있다.
그 다음은 단체전이 문제지.
지금까지 신경쓰지 않았는데, 그 엘프유적은 아마 세계수와도 관련이 있을 것이다. 최시우가 아닌 내가 이야기를 주도하게 된 지금 엘프유적은 가야 한다.
“은하야. 단체전 다시 정해졌데. 장소도 바뀌었어.”
내 수하1인 불꽃창녀 한수지의 정보였다.
“어디서 여는데?”
“한성아카데미는 이번에 피해를 입어서 고려아카데미에서 본다는 거 같아.”
“거 다행이네.”
고려 아카데미라면 그럭저럭 괜찮다. 보안도 훌륭한 편이고. 아니, 솔직히 말해서 한성 아카데미도 나쁜 편은 아니다. 교관들도 다른 사람들은 한성의 엘리트 교관 답게 생도들을 잘 가르치는데. 불방망이가 이상한 거다.
“단체전 방식은?”
“그 AOS방식으로 진행한다는데? 각자 라인이 있고, 점령하고 마지막에는 깃발을 뺏는 거에요.”
레이나가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알 거 같다.
지금도 가끔 인터넷 게임으로 유행하는 것이 있지.
깃발뺏기라면 쉽다. 그냥 애들 다 두드려잡고 깃발만 잡아채면 되니까.
다만 문제가 한 가지 있다.
내 힘을 어디까지 사용하냐는 거겠지.
단체전에서 히로인들은 B반과 다른 아카데미와의 전투에서 크게 성장한다. 내가 악룡의 힘을 휘둘러 바로 대회에서 우승할 수도 있는데. 상황을 보고 결정해야 할 것 같다.
“인과율에 따라서 단체전도 바뀔 수 있겠지?”
[빌런들이 개입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아카식 레코드에 등록된 미래에는 빌런들이 개입되는 미래와 아닌 미래가 있는 것 같군.
“뭐라고 했어?”
“아니야. 그럼 결국 실력으로 상대를 다 잡고 깃발을 뜯거나, 꼼수를 써서라도 깃발을 뺏으면 된다 이 소리네?”
“그렇지.”
결국 간단한 문제다.
소설에서도 다른 아카데미는 크게 언급되지 않았다.
인과율의 문제도 다른 아카데미에서 비틀어지지는 않을 것 같다. 그럼 중요한 것은 B반이 아닐까.
B반에 척준경의 환생이라 불리는 그놈이 아마 최시우에게는 굉장히 위험한 상대가 될 것이다.
실제로도 그랬지. 놈의 무력은 만만치 않으니까.
여자 최시우가 어떨지는 두고 볼 문제다.
“너희들은 괜찮겠어? 이번에 시선이 마냥 곱지는 않을 거야. 한성의 방비가 너무 허술했으니.”
“그건 한성탓이지 우리 탓은 아니잖아요?”
“그런 한성의 생도라 무시당할 수 있다는 의미야.”
고려나 서울아카데미는 한성에 밀리는 상황이다.
그럴 때, 흑신교의 습격이 있었다.
그럼 자연히 다른 아카데미는 한성아카데미를 물고 뜯을 것이 뻔하다.
그 생도들이라고 다를까?
“그럼 취시우인데.”
“최시우는. 지금 멘탈 완전히 나간 상태같은데요.”
레이나는 한쪽에서 궁상을 떨고 앉아있는 최시우를 쳐다보면서 고개를 저었다.
쟤한테는 특효약이 있지.
척준경의 환생인 박준혁인가 뭔가랑 싸우게 만드려면 최소한 멘탈잡게 만들어야 한다.
싱크로가 가능한 것을 보면 박준혁을 상대로 승산은 있을 테지.
“야, 최시우. 너 정말 이렇게 좌절할 거야? 잠깐 멘탈정리 필요한 건 알겠는데. 지금 당장 정신차려야 하거든? 단체전이코앞이야.”
“…….”
“일어서라! 일어서! 네 목표가 뭐야? 결국 신검사용자로서 세상을 구하는 거잖아? 그런 큰일을 하는데 성별이 바뀐 것이 중요해?”
내 말에 최시우 두 눈에 다시 생기가 돌았다.
원래 주인공이었었다. 당연히 정의를 위해 들고 일어날 수밖에 없다.
그야 세계 구하겠다고 히로인들 다 저버리고 과거로 돌아온 인물이 아닌가? 그만한 각오라면 성별은 문제 없을 것이다.
분명 최시우 본인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테고.
“맞아! 세상을 구해야 하는데. 남자고 여자고 무슨 상관이야?”
“그렇지. 그래야 우리 시우지.”
전회차에 대체 얼마나 해댔으면 여자들 다 포기하고 단순히 세상 구하겠다는 일념만으로 넘어왔는지는 모르겠다만.
아무튼 그 고생을 했으면 이제 암컷으로 살아도 되잖아?
그저 내 밑에서 아양떨면 되는 것 뿐이다.
“유은하. 학장님이 보자고 하신다.”
내가 속으로 시우 이년을 어떻게 요리할까 생각할 무렵. 불빠따가 나를 지목했다.
“아, 네. 일단 단체전 준비는 해야 하니, 시우가 이 둘 훈련시키는게 어때? 난 학장님한테 가볼게. 너희도 시우말 잘 듣고.”
“아, 네.”
“응.”
“어?”
시우는 좀 놀란 듯했다.
그녀 입장에서는 한 번 쓰러진 다음 나를 처음보는 것이다.
즉, 다시 말해 내가 죽는 운명이 바뀐데다가, 정작 자기 포지션(주인공)을 내가 맡고 있으니 더 어이가 없겠지.
주인공자리 뺏는 것 같아 미안한 마음도 들기는 하는데.
솔직히 최종결전에서 멀티엔딩으로 히로인들 데리고 다른 세상으로 튄 것도 아니고 다시 회귀한 것만 해도 얼마나 고생했는지 알 만하다.
그래서 나는 주인공 자리에서 지쳤을 최시우에게 조금이나마 짐을 덜게 해주고 싶은 것이다.
* * *
“반갑네. 나는 학장인 김영희야. 우리 초면이지?”
학장은 소설에서도 봤다.
유부녀이며 전 A급 헌터.
그리고 유진석의 선배였던 사람. 히로인은 아니다.
그냥 유진석에게 도움을 주던 역할이었는데. 이번 작품의 주인공 최시우가 있을 때는 크게 접점이 없었다.
한성아카데미의 학장은 1대 신검 유진석 선배의 선배라고 한다. 틀림없이 강하겠지?
최시우의 독백과 함께 나중에 단체전 이후, 상을 직접 최시우에게 전달하는 역할만 한 뒤, 그 다음에는 딱히 나오지 않았다.
유부녀이기도 하고 작품 후반부에서는 아이도 임신했다.
“네. 학장님.”
“단도직입적으로 부탁할 일이 있네.”
“말씀하세요.”
뭔가 대충 감이 오기는 하는데.
“고려아카데미와 단체전이 있는 것은 알고 있겠지.”
“고려아카데미 말고. 서울아카데미도 있지 않습니까?”
“고려아카데미는 성좌빨이지만, 서울은 솔직히 우리 상대가 되지 못해. 더군다나 이번 흑신교의 습격으로 고려아카데미의 학장 비올라가 나를 엄청 무시하고 있네. 그 때문이라도 우리는 절대 질 수 없어.”
“그냥 고려와 한성의 학장인 두 분이 라이벌관계라 학장님은 질 수 없으니, 저보고 노력해달라는 거 아닙니까?”
김영희와 비올라는 전작에서 유명한 라이벌관계였다. 학장이 된 지금도 이 모양인 것 같다.
“바로 그거지만. 애초에 비올라는 양키야. 한국인이 양키따위에게 질 수 있겠나?”
“아, 그.그렇죠.”
여기서 민족애를 보인다고?
그럼 그 양키 밑에 있는 생도들은 뭐냐고 진지하게 따지고 싶다.
암만 봐도 이 여자 본인의 사정일 뿐이다.
져줄 생각도 없지만, 학장이 부탁한다면 특별히 압도적으로 상대를 조져줄 수도 있다.
물론 그만한 상은 받아야지.
“부탁이네. 반드시 이겨야 해.”
“아니, 음. 어 이긴다면 제게 무엇을 주나요?”
“남국이용권과 엘프유적 탐험권으로는 만족 못하나? 바라는 건 전부 주지. 하지만 유부녀니까 나는 노리지말고.”
학장의 귀에도 내가 레즈라는 소문이 도는 건지. 유부녀랍시고 제 몸을 꽉 끌어안아 나한테서 거리를 뒀다.
그런 주제에 일부러 풍만한 가슴골을 보이는 것은 무슨 생각없는 짓일까.
자기가 골키퍼 있어도 골은 들어가는 골대라는 증거일까. 단순히 암컷임을 과시하고 싶은 걸까?
전작에서는 섹드립도 많이 하는 캐릭터기는 했는데.
“아. 아무리 그래도 학장님을 어떻게 건드립니까. 어. 음…….”
건들까?
솔직히 몸이 엄청 꼴리는. 꿀꺽
아니다. 물질적인 보상을 바라는 것이 좋다. 회사원시절에 경험해봤다. 유부녀는 함부로 건드리면 정말 위험해.
그럼 그 대신 받을 것이 있지.
“그. 아카데미 지하에 아이템 창고 있지 않나요?”
“바라는 거라도 있나?”
“세계수의 활이라고 있죠?”
세계수의 활. 엘프가 만든 최종무기이자, 작 중 후반부에 레이나가 가지는 무기다. 세계수의 활을 레이나가 후반부에나 가지게 된 탓에 화력에서 다른 히로인에 턱없이 밀렸었다. 엘프의 후손들은 피는 고귀하고 마력을 많이 가지고 있어도 결국 엘프제 무기가 아닌 이상 제 힘을 끌어낼 수 없다.
미리 레이나가 세계수의 활을 챙기고 전력이 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세계수의 활은 반드시 필요하다.
“있기는 한데, 설마 그걸?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건.”
“엘프가 만들었으니 엘프 후손이 주인이 되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그러니까 무기한대여라는 식으로 레이나가 받게 해주세요.”
“음. 알았어. 그 정도라면 뭐.”
나쁘지 않은 거래였다.
대회 전에 받아서 단체전을 벨붕을 만들고 싶지만, 레이나가 세계수의 활을 제대로 다룰 수 있을지 아직은 알 수 없다.
시우도 무슨 생각이 있는 것 같고. 그렇다면 그냥 잠시 놓아두는 것도 방법이다.
그럼 지금은 천산그룹의 이유진을 만나러 갈까?
송도를 하루빨리 먹여 살려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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