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1장 (188/194)

제 31장 호그와트의 전투

마법에 걸린 대연회장의 천장은 어둡고 별이 총총히 박혀있었다. 그 아래로 네 개의 기다란 기숙사 테이블에는 머리가 부스스한 학생들이 여행용 망토를 걸치거나 잠옷 바람으로 줄지어 앉아 있었고, 군데군데 학교 유령들이 허연 진주빛 광채를 발하고 있었다. 산 자나 죽은 자나 할 것 없이 모두 주시하는 가운데, 맥고나걸은 대연회장 위쪽의 높은 단상에서 연설을 하고 있었다. 맥고나걸의 뒤에는 나머지 교사들이 서 있었는데, 그중에는 켄타우로스인 피렌체와 싸움에 동참하기 위해 막 도착한 불사조 기사단 단원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필치 씨와 폼프라 부인이 학생들의 대피를 맡아 주십시오. 그리고 반장들은 내 지시에 따라 책임지고 질서정연하게 정해진 대피 장소로 자기 기숙사의 학생들을 인솔해야 할 것입니다."

학생들 대부분이 깜짝 놀라서 돌처럼 굳어 버린 듯했다. 하지만 해리가 론과 헤르미온느를 찾으려고 그리핀도르 테이블을 흝어보며 벽을 따라가고 있을 때, 후플푸프 테이블에서 어니 맥밀란이 벌떡 일어서서 소리쳤다.

"만약에 남아서 싸우고 싶다면요?"

약간의 박수갈채가 있었다.

"성년이라면 남아도 좋습니다."

맥고나걸이 말했다.

"물건들은 어쩌죠? 저희 트렁크랑 부엉이는요?"

래번클로 테이블의 한 여학생이 큰 소리로 물었다.

"지금은 소지품을 챙길 시간이 없습니다."

맥고나걸이 말했다.

"중요한 것은 여러분이 이곳을 안전하게 빠져나가는 것입니다."

"스네이프 교수님은 어디 계시죠?"

슬리데린 테이블의 한 여학생이 외쳤다.

"그분은, 속된 말로 표현하자면, 튀었습니다."

맥고나걸이 대답하자, 거대한 환호성이 그리핀도르와 후플푸프, 래번클로 학생들로부터 터져 나왔다.

해리는 여전히 론과 헤르미온느를 찾으며, 그리핀도르 테이블을 따라서 대연회장을 올라가고 있었다. 그가 옆을 지나가자 몇몇 얼굴들이 돌아보았고, 그가 지나가는 곳마다 수많은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우리가 이미 성 주위에 방어막을 설치해 놓았습니다."

맥고나걸이 말했다.

"하지만 그것을 더욱 강화하지 않는 이상, 오래 버티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여러분께 반드시 부탁하고 싶은 것은, 빠르고 침착하게 이동하고 반장들의 말을 따르라는..."

하지만 맥고나걸의 마지막 말은, 갑자기 대연회장에 울려 퍼지는 또 다른 목소리에 묻혀버렸다. 그 목소리가 한때 지배했던 괴물처럼, 그것 역시 벽 속에 수 세기 동안 잠들어 있었는지도 몰랐다.

"너희가 싸울 준비를 하고 있다는 걸 나는 알고 있다."

그러자 학생들 사이에서 비명 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들은 두려움에 사로잡혀 그 소리의 진원지를 찾아 사방을 두리번거렸다. 몇몇 학생들은 서로를 꼭 부둥켜안았다.

"하지만 너희의 노력은 전부 부질없다. 너희는 나와 맞서 싸울 수 없다. 나는 너희를 죽이고 싶지 않다. 나는 호그와트 교사들을 대단히 존경한다. 나는 마법사들이 피 흘리는 것을 원치 않는다."

곧 연회장에 침묵이 감돌았다. 그것은 고막을 짓누르는 팽팽한 침묵이었고, 너무 거대해서 벽이 터져 나갈 것 같았다.

"해리 포터를 내게 넘겨라."

볼드모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러면 아무도 해를 입지 않을 것이다. 해리 포터를 넘겨준다면 나는 학교를 건드리지 않고 떠나겠다. 내게 해리 포터를 넘겨라. 그러면 너희는 보답을 받을 것이다. 자정까지 시간을 주겠다."

무시무시한 침묵이 또다시 그들 모두를 집어삼켰다. 모든 사람들이 일제히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 있는 모든 눈길이 해리에게 쏠렸고, 수천 개의 보이지 않는 광선이 발사되어 그를 꼼짝 못하게 붙잡고 있는 것 같았다. 슬리데린 테이블에서 누군가 벌떡 일어섰다. 해리는 팬시 파킨슨이 부들부들 떨리는 팔을 들며 소리치는 것을 알아보았다.

"그가 저기 있어! 포터가 저기에 있어! 누가 그를 잡아!"

해리가 미처 뭐라고 말할 틈도 없이 거대한 움직임이 일어났다. 그의 앞에 있던 그리핀도르 학생들이 우르르 일어서더니, 해리가 아닌 슬리데린 학생들과 맞선 것이다. 뒤이어 후플푸프 학생들과 래번클로 학생들도 거의 동시에 일어섰고, 그들 모두 해리에게 등을 돌린 채, 오히려 팬시를 노려보고 있었다. 이 사태에 당황하고 충격을 받은 해리는 여기저기서 지팡이들이 망토나 소맷부리 아래로 불쑥불쑥 나타나는 것을 바라보았다.

"고마워요, 파킨슨 양."

맥고나걸이 딱딱한 목소리로 말했다.

"파킨슨 양이 제일 먼저 필치 씨와 함게 연회장을 떠나도록 해요. 파킨슨 양의 기숙사에 속한 다른 학생들도 따라가도록."

해리는 연회장 반대편에서 의자가 끌리는 소리에 뒤이어 슬리데린 학생들이 무리지어 움직이는 소리를 들었다.

"래번클로, 따라가세요!"

맥고니걸이 소리쳤다.

서서히 네 개의 테이블이 비어 갔다. 슬리데린의 테이블은 완전히 비어 버렸지만, 래번클로의 몇몇 상급생들은 친구들이 줄지어 나가는 동안에도 여전히 자리에 앉아 있었다. 그리고 그보다 훨씬 많은 후플푸프의 학생들이 뒤에 남았으며, 그리핀도르의 학생들은 거의 절반 정도가 자리에 남아 있었다. 그 때문에 맥고나걸 선생님들이 앉아 있는 단상에서 내려와 아직 미성년인 학생들을 몰아내야만 햇다.

"절대로 안 된다. 크리비! 그리고 너, 피크스!"

해리는 그리핀도르 테이블에 다 함께 앉아 있는 위즐리 가족 쪽으로 허둥지둥 건너갔다.

"론이랑 헤르미온느는 어디 있어요?"

"아직 못 찾았......"

위즐리 씨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문을 열었다.

하지만 킹슬리가 남아 있는 사람들에게 연설을 하러 높은 단상 쪽으로 걸어 나가자, 위즐리 씨는 하던 말을 멈추었다.

"이제 자정까지는 겨우 30분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우리는 빨리 움직여야 합니다! 호그와트 선생님들과 불사조 기사단 사이에서 작전이 합의되었습니다. 플리트윅, 스프라우트, 맥고나걸 교수님은 싸울 사람들을 이끌고 가장 높은 세 개의 탑, 그러니까 래번클로 탑과 천문 탑, 그리고 그리핀도르 탑으로 올라가세요. 거기서는 전체 상황을 한눈에 볼 수 있으니, 주문을 걸기에 가장 적합한 장소일 겁니다. 그동안, 리무스!"

그는 루핀을 지목했다.

"아서!"

그는 그리핀도르 테이블에 앉아 있는 위즐리 씨를 가리켰다.

"그리고 저는 사람들을 운동장으로 데리고 가겠습니다. 그럼 이제 학교로 들어오는 각 통로들의 입구를 방어할 사람이 필요한데...."

"그건 저희 몫인 것 같은데요."

프레드가 자신과 조지를 가리키며 소리쳤다. 킹슬리는 찬성의 뜻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지휘자들은 이리 올라오십시오. 인원을 나눌 것 입니다!"

"포터!"

단상으로 가득 몰려든 학생들이 앞 다투어 자리를 차지하고 지시를 받고 있는 동안, 맥고나걸이 서둘러 해리에게 다가오더니 말했다.

"지금 넌 뭔가를 찾아야 하는 것 아니니?"

"네? 오오."

해리가 대답했다.

"오, 맞아요!"

해리는 호크룩스를 까맣게 잊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찾을 수 있게 하기 위해서 이 전투가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조차도 잊고 있엇다. 론과 헤르미온느가 감쪽같이 사라져 버렸다는 사실이 일시적으로 그의 머릿속에서 다른 모든 생각을 쫓아내버린 것이다.

"그럼 어서 가 봐라, 포터, 가!"

"알았습니다. 예......"

해리는 다시 대연회장을 달려 나갔고, 대피 중인 학생들로 여전히 붐비는 현관 복도로 들어섰다. 그동안에도 내내 뒤따라오는 사람들의 눈길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학생들 틈에 휩쓸려서 대리석 계단을 올라갔다. 하지만 일단 계단 꼭대기에 올라서자, 텅 빈 복도를 따라 헐레벌떡 뛰어갔다. 공포와 두려움이 그의 생각을 흐려 놓고 있었다. 그는 마음을 진정하고 호크룩스를 찾는 데 정신을 집중하려고 애를 써 보았지만, 온갖 잡생각들이 유리잔에 갇힌 말벌처럼 어지럽게 헛되이 날뛰엇다. 그를 도와줄 론과 헤르미온느가 옆에 없으니, 해리는 자신의 생각을 통제할 수가 없는 것 같았다. 차츰 발걸음이 느려졌고, 텅 빈 복도의 중간쯤에 이르자 그만 걸음을 멈춰 버렸다. 해리는 동상이 떠나 버린 빈 받침돌 위에 주저앉아, 목에 건 주머니에서 호그와트 비밀 지도를 꺼냈다. 하지만 지도의 어디에서도 론과 헤르미온느의 이름은 보이지 않았다. 해리는 마침 필요의 방을 향해 움직이고 있는 점들이 너무 빽빽하게 몰려 있었기 때문에, 그들의 이름이 가려져 안 보이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마침내 그는 호그와트 비밀 지도를 옆으로 치워 놓고, 양손으로 얼굴을 감싼 채 눈을 감았다. 그리고 정신을 집중하기 위해 안감힘을 썻다....

볼드모트는 내가 래번클로 탑으로 갈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니 그것이 거기에 있다는 건 명백한 사실이고, 거기가 출발점이었다. 볼드모트는 알렉토 캐로우를 래번클로의 학생휴게실에 배치해 놓았다. 그렇다면 딱 한 가지 설명만이 가능한 셈이었다. 볼드모트는 자신의 호크룩스가 그 기숙사와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해리가 이미 알고 있을까 봐 두려워했던 것이다.

하지만 누가 봐도 래번클로와 연관시킬 만한 물건은 오직 사라진 보관 뿐이엇다....그런데 어떻게 그 보관이 호크룩스가 될 수 있었을까? 어떻게 슬리데린 학생이었던 볼드모트가 수 대째 사람들로부터 자취를 감추었던 래번클로의 보관을 찾아낼 수 있었을까? 살아 있는 사람의 기억으로는 어느 누구도 보관을 본 적이 없다면, 과연 어느 누가 그에게 보관이 있는 곳을 얘기해 줄 수 있었단 말인가?

살아 있는 사람의 기억으로는.....

손가락 밑으로 해리의 눈이 다시 번쩍 떠졋다. 그는 받침돌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이제 하나뿐인 마지막 희망을 좇아, 왔던 길을 도로 내달렸다. 대리석 계단으로 다시 돌아가 보니, 수백 명의 사람들이 필요의 방으로 들어가느라 소란스러웠다. 반장들은 큰 소리로 지시를 내리며 자기 기숙사 학생들을 놓치지 않으려고 애를 쓰고 있었다. 학생들은 서로 마구 밀치느라 난리였다. 해리는 자카리아스 스미스가 제일 앞줄을 차지하려고 1학년생들을 줄줄이 넘어뜨리는 것을 보았다. 여기저기서 어린 학생들이 울음을 터뜨렸다. 한편 좀 더 나이가 많은 학생들은 형제자매나 친구의 이름을 애타게 부르고 있었다.....

바로 그때 해리는 진주 빛의 허연 형상이 저 아래 현관 복도를 미끄러지듯 가로질러 가는 것을 목격했다. 그는 이 북새통 속에서 최대한 큰 소리로 고함을 질렀다.

"닉! 닉! 할 얘기가 있어요!"

해리는 학생들의 물결을 힘겹게 뜷고서 간신히 계단 밑에 도착했다. 그곳에서는 그리핀도르 탑의 유령인, 목이 달랑달랑한 닉이 그를 기다리고 서 있엇다.

"해리! 우리 귀염둥이!"

닉이 양손으로 해리의 두 손을 덥석 잡았다. 그러자 해리는 마치 두 손을 얼음물에 담근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닉, 저를 좀 도와주셔야 해요. 래번클로 탑의 유령은 누구죠?"

목이 달랑달랑한 닉은 놀란 표정이 되었다. 그리고 약간 기분이 상한 것 같앗다.

"당연히 회색 숙녀지. 하지만 네가 필요로 하는 게 유령의 임무라면 내가..?"

"그 유령이어야만 해요. 혹시 그녀가 어디 있는지 아세요?"

"어디 보자.."

닉은 빽빽이 몰려가는 학생들의 머리 너머로 이쪽저쪽을 돌아보았다. 그러자 닉의 머리가 주름 깃 위에서 약간 달랑거렸다. 

"저기에 있는 저 사람이 그 유령이야, 해리. 머리가 긴 젊은 여자 말이다."

해리는 닉의 투명한 집게손가락이 가리키는 방향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키가 큰 유령을 발견했다. 그 유령은 해리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걸 알아채고 눈썹을 치켜세우더니, 단단한 벽을 통과해 달아나 버렸다.

해리는 그 유령의 뒤를 쫓았다. 그녀가 사라져 들어간 복도의 문으로 들어갔을 때, 해리는 통로 끝에서 그녀를 보았다. 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미끄러지듯 그로부터 달아나고 있었다.

"이봐요......기다려요........돌아와요!"

그 유령은 땅에서 몇 센티미터 둥둥 뜬 채로 멈추어 섰다. 해리는 허리까지 길게 머리를 늘어뜨리고 바닥에 닿을 만큼 긴 망토를 걸친 그녀가 무척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무척 도도하고 오만해 보이기도 했다. 가까이 다가간 해리는 그녀를 알아보았다. 복도에서 몇 번 지나친 적이 있지만, 한 번도 말을 걸어 본 적은 없는 유령이었다.

"당신이 회색 숙녀인가요?"

그녀는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래번클로 탑의 유령이시죠?"

"그렇다."

그녀의 말투는 퉁명스러웠다.

"부탁입니다. 저를 좀 도와주세요. 사라진 보관에 대해 당신이 말해 줄 수 있는 게 있으면, 뭐든지 알아야만 해요."

순간 싸늘한 미소가 그녀의 입가에 떠올랐다.

"미안하지만 널 도와줄 수 없을 것 같구나."

그녀는 그만 떠나려는 듯 방향을 돌리며 말했다.

"잠깐만요!"

해리는 고함까지 칠 생각은 아니었다. 하지만 분노와 두려움이 당장이라고 그를 집어삼킬 지경이었다. 회색 숙녀가 그의 앞에 둥둥 떠 있는 동안, 그는 시계를 곁눈질했다. 자정이 되기 15분 전이었다.

"이건 아주 급한 일이에요."

그가 사나운 어조로 말했다.

"만약 그 보관이 호그와트에 있다면, 전 그걸 찾아야 한다고요, 빨리."

"그걸 탐낸 학생이 네가 처음은 아니지."

회색 숙녀가 비웃듯이 말했다.

"몇 대째 학생들이 날 성가시게 했단 말이야........"

"이건 점수를 잘 받자고 그러는 게 아니에요!"

해리가 그녀를 향해 소리쳤다.

"볼드모트.....볼드모트를 무찌르는 일에 관한 거예요. 당신은 그 일에 관심 없나요?"

회색 숙녀는 물론 얼굴을 붉힐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녀의 투명한 두 뺨은 더욱 뿌옇게 변했고, 대답을 하는 그녀의 목소리는 잔뜩 격해져 있었다.

"물론 나는.......네가 어떻게 감히 그런 말을....."

"그럼, 도와주세요!"

회색 숙녀는 서서히 냉정을 잃었다.

"그......그건 상관없는 일이야...."

그녀는 말을 더듬었다.

"우리 어머니의 보관이랑은......"

"당신 어머니의 것이라고요?"

회색 숙녀는 자신에 대해 화가 난 모양이었다.

"살아 있을 때, 나는 헬레나 래번클로였어."

그녀가 딱딱한 어조로 말했다.

"당신이 래번클로의 딸이라고요? 그렇다면 당신은 틀림없이 그것이 어떻게 됐는지 알고 있겠군요?"

"그 보관이 지혜를 주긴 하지만......."

회색 숙녀는 자신을 진정시키려고 애쓰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렇다고 해도 스스로를 마왕이라고 부르는 그 마법사를 네가 무찌를 수 있을 가능성이 아주 높아질 것 같지는 않은데..."

"방금 말씀드렸잖아요. 전 그걸 쓰는 데에는 전혀 관심이 없어요!"

해리가 매섭게 쏘아붙였다.

"설명할 시간이 없어요......하지만 당신이 호그와트에 애정이 있다면, 그리고 볼드모트가 파멸하는 것을 보고 싶다면, 당신은 제게 그 보관에 대해서 알고 있는 건 모조리 알려주셔야 해요!"

회색 숙녀는 허공에 둥둥 뜬 채 그를 뜷어지게 내려다보며 전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절망감이 해리를 감쌋다. 이 유령이 뭔가 아는 것이 있었다면, 당연히 플리트윅이나 덤블도어에게 이야기했을 것이다. 두 사람도 분명 그녀에게 똑같은 질문을 했을 테니 말이다. 결국 해리가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막 돌아서 가려고 할 때, 그녀가 기어드는 목소리로 말문을 열었다. 

"내가 우리 어머니의 보관을 훔쳤어."

"당신이.....당신이 어쨋다고요?"

"내가 보관을 훔쳤다고."

헬레나 래번클로가 속삭이는 목소리로 되풀이했다.

"나는 어머니보다 더 똑똑하고, 더 유명해지고 싶었어. 그래서 난 그걸 갖고 달아났어."

해리는 어떻게 해야 그녀의 신임을 얻어 낼 수 있을지 알수가 없었다. 그러므로 아무것도 묻지 않은 채, 그저 열심히 듣기만 했다. 회색 숙녀는 계속 이야기를 이어갔다.

"사람들 말로는, 우리 어머니는 그 보관이 사라졌다는 사실을 결코 인정하지 않으시고, 그걸 여전히 갖고 계신 척 하셨대, 그분은 당신의 손실과 나의 끔찍한 배신을 다른 호그와트 설립자들에게 숨기셨던 거야.

결국 우리 어머니는 병이 나셨어. 죽을 병에 걸리셨지. 나의 배신에도 불구하고 어머니는 나를 한 번만 다시 보기를 간절히 바라셨어. 그래서 나에게 퇴짜를 맞고도 나를 오랫동안 사랑해 온 한 남자를 보내어 나를 찾게 했지. 어머니는 그 남자가 나를 찾아낼 때가지 결코 포기하지 않을 거란 걸 알고 계셨던 거야."

해리는 기다렸다. 그녀는 숨을 깊이 들이마시면서 고개를 뒤로 젖혔다.

"그 남자는 내가 숨어 있던 숲속까지 날 뒤쫓아 왔어. 내가 그와 함께 돌아가기를 거부하자, 그는 사납게 돌변했지, 바론은 언제나 성격이 불같았으니까. 내 거절에 분노하고 내 자유를 질투한 나머지, 그 남자는 나를 칼로 찔렀어."

"바론이라고요? 당신 말씀은 그러니까...."

"피투성이 바론, 맞아."

회색 숙녀는 대답했다. 그리고 입고 있던 망토를 한쪽으로 치켜들어 하얀 가슴팍에 나 있는 검은 상처를 보여 주었다.

"그는 뒤늦게 자신이 한 짓을 깨닫고, 회한에 사로잡혔지. 결국 내 목숨을 앗아 간 무기를 뽑아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어. 그로부터 수 세기가 지났지만, 바론은 여전히 회개의 뜻으로 자기 몸에 쇠사슬을 감고 다니고 있어....마땅히 그래야지."

회색 숙녀가 씁쓸하게 덧붙였다.

"그러면....그러면 그 보관은?"

"그것은 바론이 나를 찾아 숲을 들쑤시고 다닌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내가 숨겨 놓은 곳에 그대로 남아 있었어. 속이 빈 나무 안에 숨겨 놓았거든."

"속이 빈 나무요?"

해리가 되물었다.

"어떤 나무죠? 그게 어디 있죠?"

"알바니아의 숲이었어. 아주 외진 곳이었는데. 나는 그곳이 우리 어머니가 찾아오지 못할 만큼 멀리 떨어져 있다고 생각했지."

"알바니아."

해리가 되뇌엇다. 어지러운 혼란 속에서 기적적으로 정신이 들었다. 그는 이제야 왜 회색숙녀가 덤블도어와 플리트윅에게 말하길 거부했던 이야기를 그에게는 해 주고 있는지 깨달았다.

"당신은 이미 누군가에게 이 이야기를 했조? 다른 학생에게?"

회색숙녀는 눈을 감고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몰랐어......그는.......듣기좋은 말을 했어. 그는 꼭.......이해하는 것 같았어.....동감하는 것 같았어......"

그렇다. 해리는 생각했다. 톰 리들이라면 자신의 권한이 아닌 놀라운 물건들을 소유하고 싶어 했던 헬레나 래번클로의 욕망을 분명히 이해했을 것이다.

"리들이 교묘하게 물건을 빼앗은 사람이 당신이 처음은 아니에요."

해리가 중얼거렸다.

"뭔가 원하는 게 있을 때면, 그는 얼마든지 매력적으로 굴 수 있었으니까요....."

결국 볼드모트는 감언이설로 회색 숙녀에게서 사라진 보관이 숨겨진 곳을 알아냈던 것이다. 그리고 그 머나먼 숲까지 찾아가서 숨겨진 보관을 찾아왔던 것이다. 아마도 호그와트를 떠난 직후, 즉 보진과 버크가게에서 일을 시작하기 전일 것이다.

그리고 그 외진 알바니아의 숲은, 훨씬 나중에 볼드모트가 방해받지 않고 10여년 이라는 긴 세월 동안 호기를 엿보고 있을 장소가 필요했을 때, 훌륭한 은신처로 떠올랐을 것이다.

하지만 일단 그 보관이 귀중한 호크룩스가 되고 나자, 볼드모트가 그것을 그 초라한 나무 속에 남겨 두지 않앗다..... 아니, 보관은 은밀하게 진정한 고향으로 돌려보내진 것이다. 볼드모트는 그것을 거기에 두었을 게 분명했다......

".......그가 일자리를 구하러 온 남 발!"

해리가 생각 끝에 불현듯 외쳤다.

"뭐라고?"

"그는 보관을 성안에 숨겼어요. 이곳에서 가르치게 해 달라고 덤블도어 교수님께 부탁했던 그날 밤에 말이죠!"

해리가 말했다. 그렇게 큰 소리로 말하고 나자, 비로소 그는 모든 걸 이해할 수 있었다.

"그는 덤블도어 교수님의 사무실로 올라가는 길이나, 아니면 거기서 내려오는 길에 보관을 숨겼던 게 분명해요! 그렇지만 교사 자리를 얻으려는 시도 역시 나름대로 가치는 있었죠. 그렇게 되면 그리핀도르의 칼까지 훔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될 수도 있었으니까요.....고맙습니다. 정말 고마워요!"

해리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둥둥 떠 있는 유령을 남겨 둔 채 떠났다. 모퉁이를 돌아서 현관 복도로 되돌아간 해리는 시계를 확인해 보았다. 자정이 되기 5분 전이엇다. 비록 이제 마지막 호크룩스가 무엇인지는 알게 되었다 해도, 그것이 어디에 있는지를 알아내려면 여전히 막막하기만 했다....

몇 대가 지나도록 학생들은 그 보관을 찾는 일에 실패했다. 그렇다면 그것은 래번클로 탑 안에 있는 게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곳이 아니라면, 대체 어디에? 톰 리들은 호그와트 성 안에서 어떤 은닉처를 발견했을까? 어느 곳이 영원히 비밀로 감추어질 것이라고 믿었던 걸까?

골똘히 생각에 빠진 채, 해리는 모퉁이를 돌았다. 그런데 새로 나타난 복도로 겨우 몇 걸음을 떼었을 때, 왼편에 있던 창문이 귀가 멍멍할 정도로 요란한 소리를 내며 부서졌다. 해리가 놀라서 옆으로 펄쩍 물러서자, 거대한 몸뚱이가 창문을 통해 휙 뛰어 들어오더니 반대편 벽에 부딪혔다. 새로 나타난 그 사람으로부터 뭔가 커다랗고 털이 난 것이 깨갱거리며 떨어져나왔다. 그러고는 곧장 해리의 품으로 뛰어들었다.

"해그리드!"

사냥개 팽의 관심을 떨쳐 내려고 애를 쓰며, 해리가 소리쳤다. 턱수염이 나고 몸집이 거대한 사람이 엉금엉금 자리에서 일어섰다.

"아니, 도대체...?"

"해리, 너 여기 있었구나! 여기 있었어!"

해그리드는 허리를 숙이더니 다짜고짜 갈비뼈가 으스러지도록 해리를 꼭 껴안았다. 그리고 깨진 유리창 쪽으로 다시 뛰어갔다.

"잘했다. 그로피!"

그는 창문에 난 구멍에 대고 소리쳤다.

"잠시 후에 보자. 착한 녀석!"

해그리드의 어깨 너머로, 해리는 짙은 어둠이 깔린 바깥에서 멀리 섬광이 터지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괴이하고 날카로운 비명 소리를 들엇다. 그는 시계를 내려다보았다. 자정이엇다. 드디어 전투가 시작된 것이다.

"제기랄, 해리!"

해그리드가 헐떡거렸다.

"이게 그거지? 싸울 시간이 된 거지?"

"해그리드, 도대체 어디서 온 거예요?"

"저 위에 있는 우리 동굴까지 그 사람의 목소리가 들렸어."

해그리드가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목소리가 거기까지 들리지 뭐냐? '자정까지 나에게 포터를 넘겨 달라' 그래서 네가 분명 여기 있을 거란 걸 알았지. 뭔가 벌어지고 있단 걸 알았단 말이야. 앉아 있어 팽. 그래서 우리가 합세하러 왔지. 나랑 그로피랑 팽이 말이다. 우린 숲으로 둘러싸인 경계선을 뜷고 들어왔어. 그로피가 우리를, 그러니까 팽이랑 나를 태워 줬어. 그 녀석에게 성에 내려 달라고 말했더니, 글쎄 나를 창문을 통해 밀어 넣지 뭐냐. 대견한 녀석. 정확히 내가 뜻한 대로는 아니지만 그래도........그런데 론이랑 헤르미온느는 어디 있냐?"

"그거 아주 좋은 질문이에요. 어서 가요."

두 사람은 함께 서둘러 복도를 따라 달렸다. 팽은 그들 곁을 통통거리며 쫓아왔다. 해리는 사방 복도에서 사람들이 움직이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내달리는 발소리와 비명 소리들, 창문 너머로 캄캄한 운동장에서는 더 많은 불꽃이 터졌다.

"우리 어디로 가는 거지?"

쿵쿵 바닥을 울리며 해리의 뒤를 쫓아오던 해그리드가 헐떡거리며 물었다.

"저도 정확히는 몰라요."

해리는 또다시 닥치는 대로 방향을 틀면서 대답했다.

"하지만 론과 헤르미온느는 분명 이 근처 어딘가에 있을 거예요...."

저 앞쪽 통로에는 이미 최초의 전투 부상자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평상시에 교무실 입구를 지키던 두 마리의 이무기 석상은 또 다른 부서진 창을 통해 날아든 주문에 맞아 산산조각이 나 있었다. 그들의 잔해는 마룻바닥 위에서 파르르 떨고 있었다. 해리가 몸통에서 떨어져 나간 석상의 머리 하나를 뛰어넘었을 때, 그것이 희미하게 신음하며 말했다.

"오오, 나는 신경 쓰지 마라.....난 그저 여기 누워서 부서질 테니...."

못생긴 그 석상의 얼굴을 보자, 해리는 갑자기 제노필리우스 러브굿의 집에 있던, 괴상한 머리장식을 쓴 로웨나 래번클로의 흉상이 떠올랐다. 그리고 뒤이어 곱슬거리는 하얀 머리 위에 돌로 만든 보관을 쓴, 래번클로 탑의 조각상이 떠올랐다.

복도의 끝에 다다랐을 때, 마침내 세 번째 석상에 대한 기억이 그의 머리에 떠올랐다. 못생긴 늙은 마법사의 흉상이었다. 해리가 그 머리 위에 손수 가발과 녹슨 왕관을 올려놓았던 것이다. 순간 파이어위스키의 열기처럼 엄청난 충격이 전신을 타고 흘렀다. 해리는 하마터면 비틀거리며 쓰러질 뻔햇다.

마침내 호크룩스가 그를 기다리며 앉아 있는 곳을 알아낸 것이다.

어느 누구도 믿지 않고 혼자서 행동했던 톰 리들은 너무나 오만했기 때문에 오직 자신만이 호그와트 성의 가장 깊은 비밀을 간파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물론 덤블도어나 플리트윅 같은 모범생들은 그 특별한 장소에 결코 발을 들여놓지 않았다. 하지만 해리, 바로 그는 종종 엉뚱한 길로 빗나가곤 했던 것이다. 결국 이곳이 덤블도어가 결코 찾아낼 수 없었던, 그와 볼드모트만 아는 비밀이었던 것이다.

해리는 네빌과 대여섯 명의 다른 학생들을 이끌고 쿵쿵거리며 지나가는 스프라우트 덕에 정신을 차렸다. 그들 모두 방한용 귀마개를 한 채, 커다란 화분에 심은 식물처럼 보이는 것을 나르고 있었다.

"맨드레이크야!"

네빌이 달려가면서 어깨 너머로 해리를 향해 소리쳤다.

"이것들을 담 너머로 던져 버릴거야.....그자들이 이걸 반기지는 않을걸!"

해리는 이제 어디로 가야할지를 알고 있었다. 해리는 속력을 내어 달려갔다. 뒤에서는 해그리드와 팽이 껑충껑충 따라오고 있엇다. 그들은 초상화들을 차레차레 지나쳤고, 그림 속의 인물들도 덩달아 그들을 따라서 달렸다. 높은 주름 깃을 달고 승마용 반바지 차림을 하거나, 갑옷이나 망토를 입은 마법사와 마녀들이 성의 다른 구역으로부터 들려오는 소식들을 소리 높여 외치며, 서로 다른 캔버스 속으로 밀치고 들어갔다. 복도 끝에 다다랐을 때, 성 전체가 몹시 흔들렸다. 그리고 폭발의 여파로 인해 거대한 항아리가 받침돌에서 굴러 떨어지는 것을 보고 해리는 깨달았다. 이 성은 교사들이나 기사단의 것 보다 훨씬 더 악랄한 마법의 손아귀에 들어간 것이다.

"괜찮아. 팽......괜찮다니까!"

해그리드가 고함을 질럿지만, 깨진 도자기의 은칠된 조각들이 포탄의 파편처럼 허공에 흩날리자. 덩치 큰 사냥개는 그만 꽁무니를 뺏다. 해그리드는 겁에 질린 개를 쫓아서 해리를 홀로 남겨 두고 쿵쾅거리며 달려갓다.

해리는 지팡이를 치켜든 채, 우르르 진동하는 통로들을 계속 지나갓다. 복도 하나를 지나는 동안 내내, 그림 속의 조그만 기사, 캐도간 경은 그림들을 차레차레 통과하면서 그와 나란히 질주햇다. 그는 철거덕거리며 연방 격려의 말을 외치면서 작고 통통한 조랑말을 타고 해리의 뒤를 쫓았다.

"허풍선이들과 악당들, 개망나니들과 불한당들, 그런 놈들을 몰아내라, 해리. 그놈들을 내쫓아!"

해리는 쏜살같이 모퉁이를 돌았다. 그리고 프레드와 리 조던, 한나 아보트를 포함한 한무리의 학생들이 텅 빈 받침돌 옆에 서 있는 것을 발견햇다. 원래 그 받침돌 위의 동상은 비밀 통로를 가리고 있었다. 이제 그들은 지팡이를 뽑아 든 채, 숨겨진 구멍 쪽으로 잔뜩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멋진 밤이야!"

성이 다시 흔들리자, 프레드가 소리쳤다. 해리는 기운이 나기도 하고 겁이 나기도 하면서 전속력으로 그들 곁을 지나갔다. 그는 사방에 부엉이들이 가득한 복도를 질주했다. 노리스 부인은 씩씩거리며 앞발로 부엉이들을 후려치려고 애를 쓰고 있었다. 부엉이들을 제자리로 돌려보내려고 하는 것이 분명했다. 

"포터!"

그때 애버포스 덤블도어가 지팡이를 치켜든 채 복도를 가로막고 섰다.

"내 술집으로 수백명의 꼬마들이 우르르 몰려들었다!"

"저도 알아요, 우린 대피 중이에요."

해리가 말했다.

"볼드모트가....."

"공격하고 있지. 그들이 널 넘겨주지 않았기 때문에."

애버포스가 말했다.

"나도 귀먹지 않앗어. 호그스미드 전체가 그 사람의 목소리를 들었지. 그런데 너희 중 아무도 슬리데린의 학생들 몇 명을 인질로 잡겠단 생각은 못했단 말이냐? 그냥 무사히 내보낸 죽음을 먹는 자들의 아이들이 있던데....그 녀석들을 여기 잡아 놓는 게 좀 더 현명하지 않았을까?"

"그런 걸로 볼드모트를 막지는 못했을 거예요."

해리가 말했다.

"그리고 당신의 형님이라면 절대 그런 짓을 하지 않으셧을테고요."

애버포스는 툴툴거리며 반대 방향으로 멀어져 갔다.

당신의 형님이라면 절대 그런 짓은 하지 않으셧을 테고요......그래, 그것은 사실이었다. 해리는 다시 달려가면서 생각했다. 그토록 오랫동안 스네이프를 변호했던 덤블도어가 학생들을 인질로 붙잡을 리는 만무했다.

머잖아 마지막 모퉁이를 미끄러지듯 돌았을 때, 해리는 론과 헤르미온느를 발견하고 그만 안도감과 분노가 뒤섞인 고함을 내지르고 말았다. 두 사람 모두 커다랗고 구부러지고 더러운 노란 물체를 각기 품에 안고 있었다. 그리고 론은 겨드랑이에 빗자루를 끼고 있었다.

"도대체 어디 있었던 거야?"

해리가 빽 소리쳤다.

"비밀의 방."

론이 대답했다.

"비밀.......뭐?"

해리가 그들 앞에 다급히 멈춰 서며 물었다.

"모두 다 론의 생각이었어, 론이 했다고!"

헤르미온느가 숨 가쁘게 말했다.

"너무 멋지지 않니? 네가 떠나고 우리 둘이 남았을 때 말이야. 내가 론한테 말했어, 설령 우리가 또 다른 호크룩스를 찾는다 해도, 그걸 어떻게 없애지? 우리는 아직 이 잔도 제거하지 못했잖아! 그런데 바로 그때 론이 그 생각을 해낸 거야! 바실리스크!"

"뭐?"

"호크룩스를 없앨 수 있는 것 말이야"

론이 간단하게 대답했다.

해리는 론과 헤르미온느가 품에 안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이제야 죽은 바실리스크의 해골에서 뽑아 온 커다랗고 휘어진 송곳니를 알아보앗다.

"하지만 거기엔 어떻게 들어간거야?"

해리는 송곳니들과 론을 번갈아 쳐다보며 물었다.

"파셀통그를 해야 하잖아!"

"론이 했어!"

헤르미온느가 낮게 말했다.

"보여 줘, 론!"

론이 목이 졸린 듯이 무시무시하게 쉭쉭거리는 소리를 냈다.

"이건 로켓을 열 때 네가 낸 소리야."

그는 해리에게 변명하듯 말했다.

"그걸 제대로 해내기까지 연습을 몇 번이나 해야만 했어. 그래도 결국 우린 거기에 들어갔지."

그가 겸손하게 어깨를 으쓱햇다.

"아주 끝내 줬다니까!"

헤르미온느가 말했다.

"정말 대단했어!"

"그래서....."

해리는 이야기를 따라잡으려고 애를 쓰고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호크룩스를 또 하나 없앴지."

론은 그렇게 말하더니, 외투 속에서 부서진 후플푸프 잔의 잔해를 꺼냇다.

"헤르미온느가 그걸 찔럿어. 그래야만 할 것 같았어. 헤르미온느는 아직 그 기쁨을 못 누려 봤잖아."

"천재적이야!"

해리가 외쳤다.

"아무것도 아니었어."

말은 그렇게 했지만, 론 역시 무척 뿌듯한 표정이었다.

"그런데 넌 뭐 새로운 소식없어?"

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머리 위에서 폭발이 일어났다. 세 사람 모두 위를 올려다보는 순간, 천장에서 먼지가 쏟아져 내리면서 아득한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난 보관이 어떻게 생격는지 알아냇고, 어디 있는지도 알았어.'

해리가 재빨리 말했다.

"그자는 그걸 내가 옛날에 마법약 교과서를 숨겻던 바로 그곳에 숨겨놨어. 수 세기 동안 모두가 물건을 숨겨 온 것이지. 그런데 그 자는 자기가 그곳을 찾아낸 유일한 사람이라고 착각했던 거야. 어서 가자."

벽이 다시 흔들렸다. 해리는 나머지 두 사람을 이끌고 숨겨진 입구로 들어갔다. 그리고 필요의 방으로 들어가는 층계를 내려갓다. 그 방은 텅 비어 있었고, 여자 세 명만 남아 있었다. 지니, 통스 그리고 좀먹은 모자를 쓴 늙은 마녀였는데, 해리는 그 사람이 네빌의 할머니라는 것을 즉시 알아차렷다.

"아, 포터!"

할머니는 마치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말했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어서 말해 보렴."

"다들 무사해?"

지니와 통스가 동시에 물었다.

"아직까지 우리가 알기론 그래요."

해리가 대답했다.

"호그스 해드로 가는 통로에는 아직도 사람들이 있나요?"

해리는 필요의 방 안에 여전히 사용자가 있을 때에는, 다른 용도로 전환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내가 그곳을 마지막으로 지나왔지."

롱바텀 부인이 대답했다.

"그리고 그 통로를 막아 놓았단다. 애버포스가 술집을 비운 마당에 통로를 열어 놓는 건 현명한 처사가 아닌 것 같아서 말이다. 내 손주 녀석은 보았니?"

"네빌은 한창 싸우고 있어요."

해리가 대답했다.

"당연히 그렇겠지."

노부인은 자랑스러운 듯이 말했다.

"실례하마, 나는 어서 가서 그 애를 도와야겠다."

노부인은 놀랄 만큼 빠른 걸음걸이로 돌계단을 향해 사라져버렸다.

해리는 통스를 바라보았다.

"당신은 친정에서 테디와 함께 있을 줄 알았는데요?"

"궁금해서 견딜 수가 없었어."

통스는 몹시 걱정스런 표정이었다.

"아이는 어머니가 돌봐 주실 거야...... 그런데 혹시 리무스 봤니?"

"루핀은 싸울 사람들을 이끌고 운동장으로 나가기로 되어 있었어요..."

그러자 통스는 한마디 대답도 없이 쌩하니 가 버렸다.

"지니!"

해리가 말했다.

"미안해. 하지만 너도 이 방을 나가야겠어. 잠깐 동안만 말이야. 그런 다음에 다시 돌아와도 돼."

지니가 통스를 따라서 신나게 층계를 뛰어 올라가자, 해리는 그녀의 등에 대고 외쳤다.

"반드시 다시 돌아와야만 해!"

"잠깐만 멈춰 봐!"

론이 날카롭게 말했다.

"그들을 깜빡했어!"

"누구?"

헤르미온느가 물었다.

"집요정들 말이야. 모두 아래층 주방에 있을 거야, 안 그래?"

"그러니까 너는 집요정들까지 이 싸움에 끌어들여야 한다는 거니?"

해리가 물엇다.

"아니."

론이 진지하게 대답했다.

"내 말은 그들에게 어서 여기서 나가라고 알려 줘야 한다는 거야. 우리는 더이상 도비와 같은 죽음을 바라지 않잖아. 안 그래? 그들에게 우리를 위해 죽으라고 명령할 수는 없......"

그때 덜거덕 소리와 함께 헤르미온느의 품에서 바실리스크의 송곳니가 툭 떨어졋다. 헤르미온느는 론을 향해 와락 달려들더니 두 팔로 그의 목을 꼭 끌어안고 그에게 열렬한 입맞춤을 했다. 그러자 론 역시 들고 있던 송곳니와 지팡이를 모두 내던지고, 헤르미온느를 땅에서 번쩍 들어 올리면서 열정적으로 응답했다.

"지금이 그럴 때야?"

해리가 주저하며 물었다. 하지만 론과 헤르미온느가 서로를 더욱더 단단히 껴안으며 제자리에서 비틀거리기만 할 뿐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자, 해리는 버럭 언성을 높였다.

“어이! 지금 여기 전쟁 중이거든!”

론과 헤르미온느는 그제야 서로 떨어졌다. 하지만 그들의 두팔은 여전히 서로를 안고 있었다.

“나도 알아, 친구”

론이 말했다. 그는 마치 방금 블러저로 뒤통수를 얻어맞은 사람처럼 보였다.

“지금이야말로 다시는 없을 기회잖아, 안 그래?”

“그건 됐고, 호크룩스는 어떻게 할 거야?”

해리가 소리쳤다.

“보관을 찾을 때까지 너희 두 사람은 그저...그저 그것만 안고 있으면 된다고 생각하는 거야?”

“그래...맞아.....미안....”

론이 대답했다. 그리고 론과 헤르미온느는 두 사람 모두 얼굴이 빨개져서 송곳니를 다시 주워 모았다.

그들 세 사람이 다시 위층 복도로 올라갔을 때, 그들이 필요의 방에서 몇 분을 보내는 동안에 성안의 상황이 몹시 악화되었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 수 있었다. 벽과 천장은 전보다도 훨씬 더 심하게 흔들렸고, 공기 중에는 먼지가 자욱했다. 해리는 가장 가까운 창문 너머로 성의 발치 아주 가까운 곳에서 초록색과 빨간색 불빛을 목격하고서, 죽음을 먹는 자들이 머잖아 이곳으로 들어닥칠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밑을 내려다보니, 거인 그룹이 지붕에서 떨어져 나간 이무기 석상처럼 보이는 것을 마구 휘드르며, 골이 나서 으르렁대며 어슬렁거리고 있었다.

“그롭이 몇 놈 밟고 지나가 줬으면 좋겠네!”

가까운 곳에서 더 많은 비명 소리가 울려 퍼지자 론이 말했다.

“그게 우리편만 아니라면 말이지!”

웬 목소리가 외쳤다. 해리가 뒤를 돌아보니, 지니와 통스가 유리창이 부서져 나간, 바로 다음 창문 앞에서 나란히 지팡이를 뽑아 들고 서 있었다. 심지어 그가 보는 와중에도, 지니는 밑에 있는 전사들의 무리 속으로 정확히 주문을 쏘았다.

“잘했다!”

누군가가 먼지 속을 뜷고 그들 쪽으로 달려오며 소리쳤다. 해리는 다시 애버포스를 발견했다. 그는 회색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소규모의 학생들을 이끌고 지나갔다.

“그놈들이 북쪽 흉벽을 뜷고 들어올 모양이야. 자기네 편 거인들을 데리고 왔어!”

“혹시 리무스를 보셨어요?”

통스가 그를 쫓아가며 외쳤다.

“돌로호브와 결투를 하고 있었어.”

애버포스가 소리쳣다.

“그 후론 못 봤네.”

“통스!”

지니가 말했다.

“통스, 분명히 그는 무사할 거예요.”

하지만 통스는 애버포스를 쫓아서 먼지 속으로 달려갓다.

지니가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해리와 론, 헤르미온느를 향해 고개를 돌렷다.

“그들은 괜찮을 거야.”

해리는 공허한 말이란 걸 알면서도 그렇게 말했다.

“지니, 우리는 잠시 후에 돌아올 거야, 무조건 피해, 무사해야 해...가자!”

해리는 론와 헤르미온느에게 말했다. 그들은 쭉 뻗어 있는 벽 너머에서 다음 입장자의 부름을 기다리고 있는 필요의 방으로 다시 달려갔다.

나는 무엇이든 감추어 놓을 수 있는 방이 필요하다. 해리는 머릿속으로 그렇게 소원을 빌었다. 그러고 나서 그들의 벽 앞을 세번 왔다 갔다 하자, 문이 나타났다.

문턱을 넘어 등 뒤로 문을 닫는 순간, 모든 전투의 소음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사방이 고요했다. 그들은 마치 하나의 도시처럼 보이는, 거의 대성당 크기만 한 방에 들어와 있었다. 오래전에 떠나간 수천 명의 학생들이 숨겨 놓은 물건들이 우뚝 솟은 벽을 이루고 있었다.

“그런데 그자는 누군든 여기에 들어갈 수 있다는 걸, 전혀 알지 못했단 말이야?”

론이 물었다.

그러자 그의 목소리가 정적을 깨며 울려 퍼졌다.

“그는 자신이 유일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어.”

해리가 대답했다.

“나 역시 이런 식으로 물건을 숨겨야만 했었던 게 그자에겐 참으로 안된 일이지.”

그가 덧붙였다.

“이 아래쪽이었던 것 같아....”

해리는 박제한 트롤과 작년에 드레이코 말포이가 고쳐 놓아 그토록 끔찍한 결과를 초래했던 사라지는 캐비넛을 지나갔다. 그리고 온갖 잡동사니들로 이루어진 통로들을 위아래로 흝어보며 잠시 주저했다. 이제 어디로 가야 하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아씨오, 보관!”

헤르미온느가 필사적으로 소리쳤지만, 아무것도 그들 쪽으로 날아오지 않았다. 이 방은 그린고트의 금고처럼 그 안에 숨겨진 물건들을 쉽게 내놓지 않을 모양이었다.

“각각 흩어지자.”

해리가 나머지 두 사람에게 말했다.

“가발과 왕관을 쓴 노인의 돌 흉상을 찾아! 그건 수납장 위에 세워져 있었는데, 확실히 이 근처 어딘가에 있어...”

그들은 재빨리 주위의 통로들을 따라 달려갔다. 병과 모자, 나무 상자, 의자, 책, 무기, 빗자루, 박쥐 등 온갖 잡동사니 더미 너머에서 울려 퍼지는 다른 두 사람의 발소리를 해리를 들을 수 있었다....

“이 근처 어디야....”

해리가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여기 어딘가....어딘가....”

해리는 지난번에 이 방에 들어왔을 때 보았던 물건들을 찾으며, 미로 속으로 점점 더 깊이 들어갔다. 그의 숨소리가 자신의 귀에까지 들렸다. 그의 영혼까지도 파르르 떨고 있는 듯 했다. 그때였다. 바로 앞에, 그가 옛날 마법약 교과서를 숨겨 놓았던, 표면이 우둘투둘한 낡은 수납장이 있었다. 그리고 그 꼭대기에는 여기저기 흠집이 난 마법사의 돌 흉상이 있었다. 그것은 먼지가 뽀얗게 앉은 오래된 가발과 아주 오래되어 녹슨 왕관처럼 보이는 것을 쓰고 있었다.

아직 3미터 남짓 거리가 남아 있었지만, 해리는 벌써부터 손을 내뻗고 있었다. 그때 그의 등 뒤에서 누군가가 말했다.

“어디 한번 잡아 보시지, 포터.”

해리는 얼른 행동을 멈추고 돌아보았다. 크레이브와 고일이 나란히 어깨를 맞대고 지팡이를 해리에게 겨눈채 서 있었다. 싱글싱글 비웃고 있는 두 사람의 얼굴 사이로 드레이코 말포이의 얼굴이 보였다.

“네가 들고 있는 건 내 지팡이야, 포터.”

말포이가 크레이브와 고일 사이로 지팡이를 겨누며 말했다.

“이제는 아니야.”

해리는 산사나무 지팡이를 더욱더 꽉 움켜쥐며 숨 가쁘게 말했다.

“이긴 사람이 주인이지, 말포이. 그런데 누가 너한테 지팡이를 빌려줬지?”

“우리 엄마.”

드레이코가 말했다.

전혀 우스울 게 없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해리는 큰 소리로 웃어 댔다. 더 이상 론과 헤르미온느의 소리를 들을 수가 없었다. 그들은 보관을 찾아서, 소리가 닿지 않는 곳까지 멀리 가 버린 듯 했다.

“그런데 너희 세 사람은 어째서 볼드모트와 함께 있지 않은 거지?”

해리가 물었다.

“우린 상을 받을 거야.”

크레이브가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그토록 커다란 몸집에 어울리지 않게, 깜짝 놀랄 만큼 나긋나긋했다. 해리는 지금까지 그가 말하는 것을 거의 들어본 적이 없었던 것이다. 크레이브는 커다란 사탕 한 봉지를 약속받은 어린아이처럼 천연덕스럽게 웃고 있었다.

“우리는 돌아왔어, 포터. 가지 않기로 했지. 너를 그분께 데리고 가기로 한거야.”

“거참 훌륭한 계획이구나.”

해리는 잔뜩 비꼬는 어조로 칭찬을 해 주었다. 이렇게 막판에 와서 말포이와 크레이브, 고일에게 훼방을 당할 거라고는 생각조차 하지 못해다. 그는 천천히 뒷걸음치면서 호크룩스가 비스듬하게 놓여 있는 흉상 쪽으로 다가가기 시작했다. 싸움이 터지기 전에 저걸 잡을 수만 있다면...

“그런데 넌 여기에 어떻게 들어왔지?”

해리는 그들의 주의를 다른 데로 돌리기 위해 물었다.

“난 작년에 숨겨진 물건들의 방에서 거의 살다시피 했어.”

말포이가 날카로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들어오는 법을 잘 알지.”

“우린 바깥 복도에 숨어 있었어.”

고일이 으르렁거리며 말했다.

“우린 이제 투.....투영마법을 할 수 있다고!”

고일은 아둔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런데 그때 너희가 바로 우리 앞에 나타나서 보....보간을 찾을 거라고 말하더라! 근데 보간이 뭐지?”

“해리?”

해리의 오른쪽에 있는 벽 너머에서 갑자기 론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너 누구랑 얘기하는 거야?”

획 하고 채찍을 내려치는 듯한 동작과 함께, 크레이브는 지팡이로 온갖 고가구와 부서진 트렁크, 낡은 책들과 옷, 그리고 정체불명의 잡동사니들로 이뤄진 15미터 높이의 산더미를 겨누며 소리쳤다.

“디센도!”

벽이 휘청하더니, 쌓여 있던 잡동사니 더미의 위쪽 3분의 1 정도가 론이 서 있는 옆 통로로 쏟아져 내렸다.

“론!”

해리가 부르짖었다. 동시에 보이지 않는 어딘가에서 헤르미온느가 비명을 질렀다. 해리는 무너진 벽의 반대편 바닥으로 셀 수 없이 많은 물건들이 우르르 쾅쾅 떨어지는 소리를 들었다. 그는 벽을 향해 지팡이를 겨누고 “피니트!”라고 외쳤다. 그러자 그 벽은 잠잠해졌다.

“안 돼!”

크레이브가 종전과 같은 주문을 되풀이 하려고 하자, 말포이는 그의 팔을 제지했다.

“네가 이 방을 부숴 버리면, 이 보관이 파묻혀 버릴 수도 있어!”

“그게 무슨 상관이야?”

크레이브가 팔을 뿌리치며 말했다.

“어둠의 마왕님께서 원하시는 건 포터라고, 보간 따위를 알게 뭐야?”

“포터는 저걸 갖기 위해서 이 방에 들어온 거야.”

말포이가 우둔하기 짝이 없는 동료들에 대한 짜증을 감추지 못하며 말햇다.

“그렇다면 그건 분명히...”

“‘그건 분명히’ 뭐라는 거야?”

크레이브가 사나운 표정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말포이를 돌아보았다.

“네가 무슨 생각을 하든 누가 신경이나 쓴대? 난 더 이상 네 명령을 따르지 않겠어. 드레이코, 너나 너희 아빤 이미 끝장났다고.”

“해리?”

잡동사니 벽 반대편에서 론이 다시 소리쳤다.

“무슨 일이야?”

“해리?”

크레이브가 그 목소리를 흉내냈다.

“무슨 일이야?...안 돼 포터! 크루시오!”

해리는 왕관을 향해 돌진했다. 크레이브의 저주는 그를 비껴가 대신 돌 흉상에 맞았다. 흉상은 공중으로 날아갔다. 보관은 위로 붕 떠올랐다가, 흉상이 떨어진 잡동사니 더미 속으로 떨어지더니 모습을 감추었다.

“멈춰!”

말포이가 크레이브에게 소리쳤다. 그의 목소리는 거대한 방에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어둠의 마왕님께서는 그를 산 채로 잡기를 원하셔....”

“그래? 그를 죽이는 건 아니잖아, 안 그래?”

크레이브는 자신을 뜯어말리는 말포이의 팔을 뿌리치며 소리쳤다.

“하지만 할 수 잇다면 할 테야. 어둠의 마왕님께서는 하여간 저 녀석이 죽길 바라잖아, 뭐가 달라?”

빨간 광선이 발사되더니, 해리를 아슬아슬하게 비껴갔다. 이때 헤르미온느가 그의 등 뒤에 있는 모퉁이를 돌아서 달려왔다. 그리고 크레이브의 머리를 향해서 기절마법을 날렸다. 하지만 말포이가 그를 끌어내는 바람에 그만 빗나가고 말았다.

“바로 그 잡종이다! 아바다 케다브라!”

해리는 헤르미온느가 옆으로 몸을 날리는 것을 보았다. 순간 크레이브가 그녀를 죽이려고 했다는 사실에 분노가 치솟으면서, 순식간에 그의 머릿속에서 다른 모든 생각들이 싹 사라져 버렸다. 해리는 크레이브에게 기절 마법을 쏘았다. 하지만 크레이브는 재빨리 한쪽으로 몸을 날려 피했다. 그러면서 말포이가 손에 들고 있던 지팡이를 탁 쳤다. 그의 지팡이는 부서진 가구와 상자 더미 아래로 굴러 들어가 버렸다.

“그를 죽이지 마! 그를 죽이지 마!”

말포이가 해리를 향해 지팡이를 겨누고 있는 크레이브와 고일에게 고함을 질렀다. 그들이 망설이는 그 짧은 순간이야말로 해리에게 필요한 전부였다.

“엑스펠리아르무스!”

고일의 지팡이가 그의 손에서 쑥 빠져 날아가더니 옆에 잔뜩 쌓여 있던 물건 더미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고일은 지팡이를 되찾으려고 바보처럼 제자리에서 펄쩍펄쩍 뛰었다. 한편 말포이는 헤르미온느의 두 번째 기절 마법을 맞고 튕겨 나갔다. 그때 갑자기 통로 끝에서 나타난 론이 크레이브에게 강력한 동작 그만 주문을 쏘았지만, 그것은 아깝게 빗나갔다.

크레이브는 빙그르 몸을 돌리더니 다시 소리쳤다.

“아바다 케다브라!”

론은 초록색 광선을 피하기 위해 펄쩍 몸을 날려 사라졌다. 이제 지팡이가 없는 말포이는 다리가 세 개뿐인 옷장 뒤에 움츠리고 있었다. 한편 헤르미온느는 고일에게 기절 마법을 쏘며 그들을 향해 다가왔다.

“그게 이 주위 어딘가에 있어!”

해리가 낡은 왕관이 떨어진 잡동사니 더미를 가리키며, 헤르미온느에게 소리쳤다.

“내가 론을 도우러 가는 동안, 그걸 찾....”

“해리!”

그녀가 빽 소리쳤다.

그의 등 뒤에서 들려오는 요란한 소리에 해리는 순간적으로 바싹 긴장했다. 재빨리 고개를 돌려 보니, 론과 크레이브가 전속력으로 그들을 향해 통로를 따라 달려오고 있었다.

“뜨거우니까 좋지, 이 자식아?”

크레이브가 달리면서 소리쳤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저지른 일에 대해 아무런 통제력도 갖지 못하는 듯 했다. 어마어마한 불꽃이 양쪽에 쌓인 잡동사니 벽을 핥으며, 그들을 쫓아오고 있었다. 잡동사니 더미는 불길에 닿자마자, 새까만 숯덩이가 되어 무너져 내렸다.

“아구아멘티!”

해리가 큰 소리로 외쳤지만, 지팡이에서 뿜어나온 물줄기는 허공에서 그대로 증발해 버렸다.

“도망쳐!”

말포이는 기절 마법을 맞은 고일을 붙잡아 질질 끌고 갓다.

크레이브가 그들 중 제일 앞서 도망치고 있었는데, 완전히 겁에 질린 듯한 표정이었다. 해리와 론, 헤르미온느는 크레이브의 뒤를 쫓아갔고, 불은 그들을 쫓아오고 있엇다. 그것은 보통 불이 아니었다. 크레이브는 해리가 전혀 알지 못하는 저주를 사용했던 것이다. 그들이 모퉁이를 돌았을 때, 화염은 마치 살아서 감각을 느끼며 그들을 죽이겠다고 작정이라도 한것처럼 끈질기게 쫓아왔다. 이제 불길은 계속 모습을 바꾸면서, 불타오르는 짐승들의 거대한 무리를 이루엇다. 활활 타오르는 뱀, 키메라, 용들이 불길 속에서 솟구쳐 올랐다가 다시 가라앉곤 했다. 그 짐승들은 수 세기 동안 쌓인 잡동사니 더미를 먹어치우고 있었는데, 날카로운 발톱을 세운 발로 잡동사니들을 허공에 높이 튕겨 올린 다음 송곳니가 난 입 속으로 던져 넣엇다. 그러면 잡동사니들은 순식간에 지옥불 같은 화염에 휩싸여 사라져 버리는 것이었다.

말포이와 크레이브, 고일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었다. 이제 해리와 론, 헤르미온느는 꼼짝달싹도 하지 못하게 되었다. 불타오르는 괴물들이 그들을 둥글게 에워싼 채, 발톱과 뿔과 꼬리를 휘두르며 점점 더 가까이 다가오고 있었고, 뜨거운 열기는 그들을 둘러싼 벽만큼이나 완강했다.

“우리 이제 어떡해?”

헤르미온느가 귀가 멍멍해질 정도로 요란한 불길의 포효속에서 소리쳤다.

“어떡하지?”

“여기!”

해리는 바로 옆에 있는 잡동사니 더미로부터 묵직해 보이는 빗자루 한쌍을 낚아채 하나를 론에게 던져 주었다. 론은 헤르미온느를 끌어당겨 자기 뒤에 태웠다. 또 다른 빗자루 위로 올라탄 해리는 힘차게 땅을 박찼고, 그들은 공중으로 솟아올랐다. 그들을 향해 덥석 물듯이 달려들던 활활 타오르는 맹금의 구부러진 부리가 아슬아슬하게 비껴갔다. 연기와 뜨거운 열기는 점점 더 맹렬해지고 있었다. 그들의 발아래에서 저주의 불길은 추적에 쫓기던 학생들이 몇 대째 감추어 놓은 금지된 물건들과 금지된 실험의 떳떳하지 못한 숱한 결과물들, 그리고 이 방에서 은신처를 구했던 무수한 영혼들의 비밀들을 태워없애고 있었다. 해리는 그 어디에서도 말포이나 크레이브, 고일의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그는 그들을 찾기 위해 약탈을 자행하고 있는 불꽃 괴물들의 위로 가능한 한 낮게 날았다. 하지만 불길 말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얼마나 끔찍한 죽음인가.....결코 이런 일을 바란 건 아니었는데...

“해리, 나가자! 나가자고!”

론이 소리쳤다. 하지만 시커먼 연기 때문에 문이 어디 있는지 찾기란 불가능했다.

바로 그때 해리는 모든 것을 집어삼키고 있는 불길의 천둥같은 굉음과 끔찍한 소란의 한가운데에서 희미하고 가련한 비명 소리를 들었다.

“너무 위험해.....!”

론이 소리쳤지만, 해리는 다시 빙 돌아 날아갔다. 그의 안경이 약간이나마 연기를 막아주었다. 그는 살아 있는 사람의 신호를 찾아서, 아직 숯덩이처럼 까맣게 타지 않은 팔다리 한짝이나 혹은 얼굴이라도 찾아보기 위해 불길을 헤치고 아래로 내려갔다.

마침내 그는 보았다. 말포이가 의식을 잃은 고일을 팔로 감싸고 있었다. 그들 두 사람은 부서지기 일보 직전인, 새카맣게 탄 책상들의 탑 위에 앉아있었다. 해리는 재빨리 뛰어들었다. 그가 다가오는 것을 발견한 말포이가 한쪽 팔을 치켜들었다. 하지만 그의 팔을 붙든 순간, 해리는 그래 봐야 아무 소용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고일은 너무 뜨거웠고 말포이의 손은 땀으로 흥건하게 젖어 잇엇기 때문에 바로 해리의 손에서 미끄러져 버렸던 것이다.

“이러다 저놈들 때문에 우리가 죽기라도 하면, 넌 내손에 죽었어, 해리!”

론이 울부짖었다. 바로 그때 이글이글 불타는 거대한 키메라가 그들을 덮쳤다. 론과 헤르미온느는 고일을 그들의 빗자루에 끌어올린 다음, 빙글빙글 돌고 흔들거리며 또다시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한편 말포이는 해리의 뒤로 기어올랐다.

“문, 문으로 가, 문!”

해리의 귀에 대고 말포이가 소리쳤다. 해리는 소용돌이치는 검은 연기를 뜷고 론과 헤르미온느, 고일의 뒤를 쫓아서 빠르게 날아갔다. 숨조차 쉴수 없었다. 게걸스러운 불길에 아직까지 타지 않고 남은 물건들이 그들 주위를 어지럽게 날아다니고 잇었다. 저주받은 불의 짐승들은 환호하듯 그것들을 높이 던져 올렸다. 검과 방패, 반짝이는 목걸이, 낡고 녹슨 왕관....

“너 뭐 하는 거야, 뭐 하는 거냐고! 문은 저쪽이야!”

말포이가 마구 악을 썻지만, 해리는 다시 방향을 돌려서 불길 속으로 뛰어들었다. 반짝거리는 보관이 쩍 벌린 뱀의 아가리 속으로 빙글빙글 맴을 돌며 천천히 떨어지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바로 그때 해리는 그것을 손목에 걸어 낚아챘다.

뱀이 그를 향해 돌진해 오자, 해리는 다시 방향을 돌렸다. 그리고 위쪽으로 곧장, 부디 문이 열려있기를 간절히 바라는 곳을 향해 솟아올랐다. 론과 헤르미온느와 고일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보이지 않았다. 말포이는 비명을 지르며, 아플 만큼 세게 해리를 껴안고 있었다. 그때 해리는 자욱한 연기 너머로 벽에 난 직사각형 모양의 문을 보았고, 그것을 향해 빗자루에 박차를 가했다. 잠시 후 많은 공기가 그의 폐를 가득 채웟다. 그들은 복도 건너편 벽과 그대로 충돌하고 말았다.

빗자루에서 굴러 떨어진 말포이는 바닥에 엎드린 채 헐떡거리며 기침을 하고 헛구역질을 했다. 해리는 나동그라졋다가 다시 일어나 앉았다. 순식간에 필요의 방의 문이 사라졌다. 론과 헤르미온느는 고일 옆에 앉아서 숨을 헐떡거리고 있엇다. 고일은 여전히 의식이 없었다.

“크.....크레이브...”

말을 할 수 있게 되자마자, 말포이가 켁켁거리며 말했다.

“크....크레이브......”

“그는 죽었어.”

론이 냉정하게 말했다.

침묵이 흘럿고, 들리는 것이라고는 헐떡이는 숨소리와 기침소리뿐이었다. 그때 수없이 많은 굉음들이 연달아 성을 뒤흔들었고, 투명한 형상들로 이뤄진 거대한 기마 부대가 말을 타고 달려갔다. 그들의 머리는 갑옷 아래에서 피를 부르며 악을 쓰고 있었다. 목이 없는 사냥꾼들이 지나가고 나자, 해리는 비틀거리며 일어났다. 그리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전투는 아직도 사방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해리는 후퇴하는 유령들의 비명소리보다 더 많은 비명 소리를 들을 수 잇엇다. 그의 마음속에서 공포가 활개를 쳤다.

“지니는 어디 있지?”

해리가 날카롭게 물었다.

“지니는 여기 있었어. 이제 다시 필요의 방에 들어가 있어야 한단 말이야.”

“젠장, 넌 지금 저 불을 보고도 그 방이 여전히 작동할 것 같니?”

론이 물었다. 하지만 론 역시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가슴을 문지르며 좌우를 둘러보았다.

“우리 흩어져서 찾아볼...?”

“아니야.”

헤르미온느 역시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말했다. 하지만 말포이와 고일은 여전히 복도 바닥에 힘없이 쓰러져 있었다. 그들 중 누구도 지팡이를 갖고 있지 않았다.

“함께 붙어 있자. 내 말은 함께 가자는 거야. 그런데 해리. 네 팔에 그거 뭐니?”

“뭐? 오 이거....”

그는 보관을 손목에서 빼냈다. 그리고 높이 들어 올렸다. 보관은 여전히 뜨거웠고 검게 그을려 있었지만, 가까이 들여다 보자, 그 위에 새겨진 작은 글자들을 알아볼 수 있었다. 헤아릴수 없이 깊은 지혜는 인간의 가장 큰 보물이다.

바로 그때, 타르 섞인 검은색 피처럼 보이는 물질이 보관에서 흘러나오는 것 같았다. 순간 해리는 보관이 사납게 진동하는 것을 느꼇다. 곧이어 그것은 그의 손안에서 부서져 버렸다. 그와 동시에 해리는 아주 어렴풋하게 희미한 고통의 비명 소리가 운동장이나 성에서가 아니라, 바로 그의 손안에서 방금 부서져 버린 물건으로부터 흘러나오는 것을 들은 듯 했다.

“그건 틀림없이 악마의 화염 이엇을 거야!”

헤르미온느가 부서져 버린 보관들의 조각들을 바라보며 신음 하듯이 말했다.

“뭐라고?”

“악마의 화염, 저주받은 불이지. 그건 호크룩스를 파괴할 수 있는 물질 가운데 하나야. 그렇지만 나는 단 한 번도 감히 그걸 사용할 엄두를 못냈어. 그건 너무 위험하거든. 도대체 크레이브가 그걸 사용하는 법을 어떻게....?”

“캐로우 남매에게 배운 게 분명해.”

해리가 침울하게 말했다.

“그 불길을 멈추는 법을 가르쳐 줄 때, 그 녀석이 집중을 하고 있지 않았다는 게, 정말 유감이로군.”

론이 대답했다. 그의 머리카락은 헤르미온느의 것과 마찬가지로 온통 그을려 있었고, 얼굴은 새카맸다.

“그 녀석이 우리 모두를 죽이려 들지만 않았어도, 난 그가 죽은게 무척 슬펐을 거야.”

“하지만 넌 아직 모르겠니?”

헤르미온느가 목소리를 낮추고 말했다.

“이건 무슨 뜻이냐 하면, 만약 우리가 그 뱀을 잡을 수만 있다면.....”

하지만 느닷없이 고함 소리와 비명 소리, 그리고 틀림없는 결투의 소음이 복도를 가득 채우는 바람에, 헤르미온느는 말을 멈추고 말았다. 주위를 둘러본 해리는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것 같았다. 죽음을 먹는 자들이 호그와트 안으로 침입한 것이다. 그제야 프레드와 퍼시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두 사람은 모두 가면과 두건을 쓴 사람들과 싸우고 있었다.

해리와 론, 헤르미온느는 그들을 돕기 위해 앞으로 달려갔다. 발사된 광선들이 사방으로 날아다녔다. 퍼시와 한창 결투를 벌이고 있던 사람이 잽싸게 뒤로 물러섰다. 그 순간 그의 두건이 흘러내렸고, 그들은 불룩 튀어나온 이마와 희끗희끗한 머리카락을 알아보았다.

“안녕하세요, 장관님!”

퍼시가 곧장 씨크니스를 향해 주문을 날리면서 외쳤다. 씨크니스는 지팡이를 떨어뜨리고, 몹시 불편한 듯이 망토의 앞자락을 움켜쥐엇다.

“제가 사표를 냈다는 말씀을 드렸던가요?”

“농담을 다하네, 퍼스!”

결투를 하고 있던 죽음을 먹는 자가 각기 날아온 세 방의 기절 마법을 못이기고 쓰러지자, 프레드가 외쳤다. 한편 씨크니스는 온몸에 작은 가시들이 돋아난 채 바닥에 쓰러졌다. 마치 성게 비슷한 모습으로 변해가고 있는 것 같았다. 프레드가 씩 웃으며 퍼시를 바라보았다.

“형이 정말로 농담을 다 하다니.....퍼스......도대체 마지막으로 형이 농담하는 걸 들어 본게.......”

바로 그 때 쾅 하고 폭발이 일어났다. 해리와 론, 헤르미온느, 프레드, 그리고 퍼시는 다 함께 한곳에 몰려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발치에는 기절한 죽음을 먹는 자 한 명과, 성게로 변신한 다른 한명이 쓰러져 있엇다. 그 짧은 순간에, 위험이 일시적으로 멀어진 것 같은 그 순간에, 온 세상이 산산조각나고 만 것이다. 해리는 자신의 몸이 공중으로 붕 날아가는 것을 느꼇다. 그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손에 쥐고 있는 유일한 무기인 가느다란 나무 막대기를 가능한 한 꼭 움켜쥐고 두 팔로 머리를 감싸는 것 뿐이었다. 그는 동료들의 비명 소리와 고함을 들었고, 그들에게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고 싶지 않았다.....

이윽고 고통과 어슴푸레한 어둠에 싸인 채, 세상이 다시 돌아왔다. 해리는 방금 전에 끔찍한 공격을 당한 복도의 잔해 속에 반쯤 파묻혀 있었다. 차가운 공기가 느껴지는 걸 보니, 성의 측면이 폭파된 모양이었다. 뺨에 느껴지는 뜨겁고 끈적거리는 느낌은 자신이 피를 흘리고 있음을 알려 주었다. 바로 그때 해리는 가슴 밑바닥에서부터 솟구쳐 올라오는 소름 끼치는 울부짖음을 들었다. 그것은 그 어떤 불길이나 저주로도 불러일으킬 수 없는, 처절한 고뇌의 울부짖음이었다. 해리는 비틀거리며 일어섰다. 그날 그 어느 때보다도 더욱더 겁이 났다..... 아마 평생 이보다 더 두려운 적이 없었을 것이다....

헤르미온느는 페허 더미 속에서 몸을 일으키려고 버둥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세 명의 빨간 머리들이 벽이 폭발한 자리에 모여 있었다. 해리는 헤르미온느의 손을 꼭 쥐었다. 그들은 휘청거리면서 부서진 돌과 나무 더미를 넘어갔다.

“안 돼.....안 돼.......안 돼!”

누군가 소리쳤다.

“안 돼! 프레드! 안 돼!”

퍼시가 동생을 잡아 흔들고 있었다. 론은 그들 옆에 털석 무릎을 끓고 앉았다. 그리고 프레드의 두 눈은 멍하니 허공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의 얼굴에는 마지막 웃음의 흔적이 여전히 새겨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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