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0장 (187/194)

제 30장 세베루스 스네이프의 도주

그녀의 손가락이 표식에 닿는 순간, 해리의 흉터가 격렬하게 타올랐다. 별이 총총히 박힌 방이 눈앞에서 사라졌다. 이제 그는 절벽 아래의 불쑥 솟은 바위 위에 서 있었다. 파도는 그의 주위로 철썩철썩 밀려오고 있었고, 그의 가슴은 승리감으로 한껏 부풀어 올랐다.

그들이 녀석을 잡았다.

그때 쾅 하는 커다란 소리에 해리는 다시 자신이 서 있던 곳으로 정신이 돌아왔다. 해리는 어리둥절한 채 지팡이를 치켜들었지만, 그의 앞에 서 있던 마녀는 이미 앞으로 쓰러지고 있었다. 곧이어 마녀는 책장의 유리창이 파르르 떨릴 정도로 세게 바닥에 부딪혔다.

“난 D.A 연습 때 말고는 여태껏 한번도 기절 마법을 써 본 적이 없었는데.”

루나기 흥미롭다는 듯이 말했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좀 시끄럽구나.”

아닌 게 아니라, 천장이 진동하기 시작했다. 위층 침실로 통하는 문 뒤에서는 허둥지둥 달려오는 요란한 발소리들이 점점 커졌다. 루나의 주문 때문에 위층에서 자고 있던 레번클로 학생들이 깨어난 것이다.

“루나, 너 어디 있어? 나도 망토 밑에 숨어야 해!”

아무것도 없던 곳에서 루나의 발이 난데없이 나타났다. 해리가 서둘러 그녀의 곁으로 다가가자, 그녀는 망토를 그들의 머리 위로 덮어씌웠다. 그 순간 문이 왈칵 열리면서, 잠옷 차림을 한 래번클로 학생들이 밀물처럼 학생 휴게실로 쏟아져 들어왔다. 그리고 그곳에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는 알렉토를 보자, 헉하고 놀라는 소리와 비명이 터져 나왔다. 그들은 당장이라도 깨어나 공격할지도 모르는 야수를 다루듯, 천천히 그녀를 둘러쌋다. 곧 용감한 1학년 학생이 재빨리 그녀에게 다가가더니, 엄지발가락으로 그녀의 등을 쿡쿡 찔러보았다.

“죽은 거 같은데!”

1학년 학생이 기뻐서 소리쳤다.

“오오, 이것 좀 봐.”

래번클로 학생들이 알렉토 주위로 모여들자, 루나가 기뻐하며 속삭였다.

“아이들이 좋아하고 있어!”

“그래......잘됐어.....”

해리는 눈을 감았다. 그러자 흉터가 화끈화끈 쑤셨다. 그는 다시 볼드모트의 머릿속으로 들어가기로 결심했다.....이제 그는 첫 번째 동굴로 들어가는 통로를 따라 내려가고 있었다..........그는 이곳으로 오기전에 그곳의 로켓을 확인하기로 결정한 것이다........하지만 그 일은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다.....

그때 학생 휴게실의 문을 세게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래번클로 학생들은 일제히 동작을 멈추었다. 해리는 문 건너편에서 노래하듯 감미로운 목소리가 독수리 머리 모양 문고리에서 흘러나오는 것을 들었다.

“사라진 물건들은 어디로 가지?”

“몰라, 모른다고! 닥쳐!”

거친 목소리가 으르렁거렸다. 해리의 짐작으로는 캐로우의 오빠인 아마커스인 듯 했다.

“알렉토! 알렉토! 거기 있어? 그놈을 잡았나? 어서 문 열어!”

래번클로 학생들은 겁에 질려서 웅성거렸다. 곧 아무런 경고도 없이, 커다란 굉음이 잇달아 이어졌다. 마치 누군가 문에다 총질을 하는 듯했다.

“알렉토! 그분이 오셨을 때, 우리가 포터를 잡지못했으면......너도 말포이 가족처럼 똑같이 당하고 싶어? 어서 대답해!”

아마커스가 사력을 다해 문을 흔들며 고함을 질렀다. 하지만 문은 여전히 끄떡도 하지 않았다. 래번클로의 학생들은 모두 주춤주춤 뒤로 물러서고 있었다. 몹시 겁에 질린 몇 명은 침실을 향해서 헐레벌떡 계단을 뛰어올라갔다. 저 죽음을 먹는 자가 무슨 짓을 하기 전에 이쪽에서 먼저 문을 폭파하고 아마커스에게 기절 마법을 걸면 어떨까, 해리가 한창 고민하고 있을때, 아주 익숙한 목소리가 문 너머에서 울려 퍼졌다.

“무엇을 하고 계신지 물어봐도 될까요, 캐로우 교수님?”

“이 염병할 문을 뜷고 들어가려 하는 중이오!”

아마커스가 소리쳤다.

“당장 가서 플리트윅을 데려오시오! 그를 데려와서 이 문을 열게 해요, 어서!”

“하지만 당신의 동생이 저 안에 있지 않나요?”

맥고나걸이 물었다.

“플리트윅 교수님께서 오늘 저녁 일찌감치 그녀를 들여보내 주지 않았나요? 당신의 긴급 요청에 따라서요. 그렇다면 그분이 안에서 문을 열어 줄 수 있을 텐데요? 그러면 당신이 성안의 사람들 절반을 깨워 놓을 필요도 없을 테고요.”

“알렉토가 대답이 없단 말이야, 이 늙어빠진 할망구야! 당신이 열어! 헛소리하지 말고! 열어, 당장!”

“물론 그렇게 하지요, 정 바라신다면.”

맥고나걸이 소름 끼칠 만큼 싸늘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이윽고 문고리를 품위있게 탁탁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고, 노래하는 듯한 목소리가 다시 물었다.

“사라진 물건들은 어디로 가지?”

“비존재로, 다시 말해 만물로.”

맥고나걸이 대답했다.

“훌륭한 표현이군.”

독수리 문고리가 대답했다. 그리고 문이 활짝 열렸다.

아마커스가 지팡이를 휘두르며 문턱을 넘어 들이닥치자, 뒤에 몇 명 남아있던 래번클로 학생들이 계단을 향해 쏜살같이 도망쳤다. 누이처럼 등이 구부정한 아마커스는 창백한 밀가루 반죽 같은 얼굴에 눈이 바늘구멍만 했다. 그의 눈길은 즉시 바닥에 꼼짝 않고 널브러져 있는 알렉토에게로 향했다. 그는 분노와 공포로 가득 찬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

“그 꼬맹이 녀석들이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냐?”

그가 소리를 질렀다.

“누가 이런 짓을 했는지 말할 때 까지, 그놈들에게 크루시아투스 저주를 내릴 테다........어둠의 마왕님은 또 뭐라고 하실까?”

아마커스는 누이를 내려다보고 서서, 주먹으로 이마를 탁치더니 빽 소리를 질렀다.

“우리는 그 녀석을 잡지 못했어. 게다가 그놈들이 와서 내 동생을 죽이다니!”

“그저 기절 마법에 걸린 것 뿐입니다.”

알렉토를 살펴보기 위해 몸을 숙이고 있던 맥고나걸이 짜증스럽다는 듯이 말했다.

“아주 멀쩡하다고요.”

“절대 멀쩡할 리가 없어.”

아마커스가 버럭 호통을 쳤다.

“어둠의 마왕님에게 붙잡힌 후에는 말이야! 알렉토가 그분을 호출했어. 내 표식이 뜨겁게 달아오르는 걸 느꼇다고, 그분께서는 우리가 포터를 잡았다고 생각하실 거야!”

“포터를 잡다니요?”

맥고나걸이 날카롭게 쏘아붙였다.

“무슨 말이죠, 포터를 잡다니요?”

“그분은 우리에게 포터가 래번클로 탑 안으로 들어오려고 할지도 모른다고 말씀하셧지, 그리고 만약 우리가 그놈을 잡게되면 연락을 하라고 하셨단 말이야!”

“어째서 해리 포터가 래번클로 탑에 들어가려고 한단 말이죠? 포터는 제 기숙사 학생인데요?”

해리는 불신과 분노가 가득 찬 맥고나걸의 목소리에서 자랑스러워하는 기색을 느낄 수 있었다. 순간, 그의 마음속에서는 미네르바 맥고나걸에 대한 애정이 용솟음쳤다.

“우리도 단지 그 놈이 여기에 들어올지도 모른다는 얘기를 들었을 뿐이야! 나도 그 이유는 모른다고, 알겠어?”

아마커스가 말했다.

맥고나걸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러고는 말똥말똥 빛나는 두 눈으로 방을 둘러보았다. 그녀의 눈길은 두 차레나 해리와 루나가 서 있는 곳을 스쳐지나갔다.

“이 일을 애들한테 떠넘기면 돼.”

아마커스가 말했다. 갑자기 돼지 같은 그의 얼굴이 교활하게 변했다.

“그래, 그게 우리가 할 일이야. 알렉토가 애들한테 기습을 받았다고 말하는 거야. 저기 저 위에 있는 애들한테....”

그는 별이 총총히 박혀 있는 침실 쪽 천장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 녀석들이 그녀에게 표식을 억지로 누르도록 강요했다고 하는 거지, 그래서 그분께 거짓 정보가 보내졌다고 말이야......그럼 그분은 얘들에게 벌을 주겠지. 애들 몇몇 쯤 줄든 늘든, 그게 뭔 차이가 있겠어?”

“진실과 거짓, 용기와 비겁함의 차이 뿐이겠지요.”

맥고나걸이, 창백해진 얼굴로 말했다.

“간단히 말해, 당신과 당신의 누이는 결코 구별할 수 없는 차이일 거예요. 하지만 나는 단 한가지만큼은 아주 분명히 하고 싶군요. 당신은 자신이 저지른 수많은 어리석은 행동들을 호그와트 학생들에게 떠넘길 수는 없을 거예요. 내가 용납하지 않을 테니까.”

“뭐라고?”

아마커스는 맥고나걸 곁으로 위협적일 만큼 바싹 다가갔다. 그의 얼굴과 그녀의 얼굴은 불과 10여 센티미터밖에 떨어져있지 않았다. 하지만 맥고나걸은 물러서지 않앗다. 그리고 마치 그가 변기에 말라붙은 더러운 뭐라도 되는 듯이 그를 내려다보았다.

“그건 당신이 용납하고 말고 할 사안이 아니야. 미네르바 맥고나걸. 당신의 시대는 끝났어. 이곳의 책임자는 바로 우리란 말이야. 당신이 나를 지지하지 않는다면, 그 대가를 치르게 될거야.”

아마커스는 그녀의 얼굴에 침을 탁 뱉었다.

해리는 투명 망토를 젖히고 지팡이를 들어 올리며 말했다.

“네놈이 감히 그따위 짓을 하다니.”

아마커스가 휙 몸을 돌렸을 때, 해리가 소리쳤다.

“크루시오!”

죽음을 먹는 자는 공중으로 붕 떠올랐다. 그는 고통을 못이겨 악을 쓰고 몸을 뒤틀며, 물에 빠진 사람처럼 허공에서 허우적거렸다. 곧이어 유리창이 와장창 깨지고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그는 책장의 전면에 부딪혔다. 그리고 의식을 잃고 바닥에 쓰러졌다.

“이제 벨라트릭스가 말한 뜻을 알겠군.”

해리는 머릿속에서 피가 들끓는 것을 느끼며 말했다.

“그걸 정말 진심으로 해야 한다는.......”

“포터!”

맥고나걸이 가슴을 움켜쥐며 속삭였다.

“포터.......여기 있었구나! 무슨........어떻게...?”

그녀는 마음을 가라앉히려고 애를 썻다.

“포터, 그건 어리석은 짓이었어!”

“이자가 교수님께 침을 뱉었어요.”

해리가 말했다.

“포터.....그건.........그건 아주.........기사도 넘치는 행동이었지만.....하지만 모르겠니?”

“아니요, 알고 있어요.”

해리가 그녀를 안심시켰다. 웬일인지 맥고나걸이 당황하는 모습을 보자 그의 마음이 침착해졌다.

“맥고나걸 교수님, 볼드모트가 이리로 오는 중이에요.”

“오오, 이제 그 사람 이름을 말해도 되는 거니?”

루나가 투명 망토를 벗으며 재미있다는 듯이 물었다. 또 다른 무법자의 출현으로 맥고나걸은 완전히 질려버린 것 같았다. 그녀는 낡은 격자무늬 잠옷의 옷깃을 꼭 움켜쥔 채, 비틀비틀 뒷걸음 치더니 가까이 있는 의자에 풀썩 주저앉았다.

“우리가 그를 뭐라고 부르든 별다른 차이가 없을 거야.”

해리가 루나에게 말했다.

“그자는 이미 내가 어디 있는지 알고 있어.”

그의 머릿속 저편에서, 잔뜩 성이 나서 화끈거리고 있는 흉터와 연결된 그곳에서, 해리는 볼드모트가 유령 같은 초록색 배를 타고 어두운 호수를 빠르게 건너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는 돌 대야가 놓여 있는 섬에 거의 도착했다......

“너는 달아나야 해.”

맥고나걸이 속삭였다.

“어서, 포터. 가능한 빨리!”

“그럴 수 없어요.”

해리가 말했다.

“저는 해야 할 일이 있어요, 교수님. 래번클로의 보관이 어디 있는지 아세요?”

“래......래번클로의 보관? 당연히 알 턱이 없지, 그건 수 세기전에 사라졌잖니?”

맥고나걸은 좀 더 꼿꼿하게 일어나 앉으며 말했다.

“포터, 이건 미친 짓이야. 완전 미친 짓이라고! 네가 이 성에 들어오다니..”

“그래야만 했어요, 교수님. 제가 찾아야만 하는 무언가가 여기에 숨겨져 있어요. 그리고 그건 그 보관일지도 몰라요. 혹시 제가 플리트윅 교수님하고 얘기를 할 수만 잇다면........”

그때 유리가  쨍그랑거리는 소리와 더불어 뭔가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다. 아마커스가 깨어나고 있었다. 해리와 루나가 행동을 취하기도 전에, 맥고나걸이 벌떡 일어서더니, 비틀거리는 죽음을 먹는 자를 향해 지팡이를 겨누며 말했다.

“임페리오”

아마커스는 스르르 일어서서 알렉토에게 다가가더니, 그녀의 지팡이를 주워 들엇다. 그리고 고분고분하게 맥고나걸에게 발을 질질 끌며 다가와서는 그것을 자신의 지팡이와 함게 넘겨준 후에, 다시 알렉토 옆에 드러누웠다. 맥고나걸은 다시 지팡이를 휘둘럿다. 그러자 은은하게 빛나는 한 발의 은색 밧줄이 난데없이 허공에서 나타나 뱀처럼 캐로우 남매를 칭칭 감았다.

“포터”

맥고나걸은 곤경에 처한 캐로우 남매를 완전히 외면하면서 다시 해리를 바라보고 말했다.

“이름을 불러서는 안 될 그사람이 정말로 네가 여기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

그 말이 떨어지자 마자, 신체적 고통과도 같은 분노가 해리의 흉터 위에서 불을 지피며, 온 몸을 뜨겁게 달구었다. 한순간 그는 맑게 변한 마법약이 담긴 대야를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수면 아래에 황금로켓이 없다는 것을 발견했다.....

“포터, 괜찮니?”

한 목소리가 들려왔고, 해리는 다시 정신을 차렸다. 그는 자신을 진정시키기 위해서 루나의 어깨를 꽉 붙잡고 있었다.

“시간이 다 됐어. 볼드모트가 점점 더 가까이 다가오고 있어. 교수님. 저는 덤블도어 교수님의 명령을 따르고 있어요, 저는 그분이 저에게 찾으라고 했던 것을 반드시 찾아내야 해요! 하지만 제가 성을 수색하는 동안, 학생들을 밖으로 내보내야만 해요. 볼드모트가 원하는 건 저예요. 그렇지만 몇 명쯤 더 죽이고 덜 죽이고 하는 일 따위는 개의치 않을 거예요. 이제.......”

이제 그는 제가 호크룩스들을 파괴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으니까요. 해리는 머릿속으로 남은 문장을 끝맺었다.

“네가 덤블도어 교수님의 명령을 따르고 있다고?”

맥고나걸이 물었다. 그녀의 얼굴에는 서서히 놀란 표정이 떠오르고 있었다. 그녀는 곧 몸을 쭉 펴고 일어섰다.

“네가 그것을.........그 물건을 찾는 동안, 우리는 이름을 불러서는 안 될 그 사람에 맞서서 학교를 지키겠다.”

“그게 가능한가요?”

“그럴 게다.”

맥고나걸이 담담하게 말했다.

“너도 알다시피 우리 선생들은 마법을 좀 하는 편이지. 우리가 한동안 그를 막을 수 있을 거야. 온 힘을 다 기울인다면 말이다. 물론 스네이프 교수에게 뭔가 조치를 취해야 할 텐데.....”

“제가 할게요.”

“그리고 만약 학교 정문에 어둠의 마왕이 서 있고, 호그와트가 포위당할 것 같으면, 정말이지 가능한 한 많은 무고한 사람들을 데리고 나가는 게 좋을 것 같구나. 플루가루 네트워트는 감시를 당하고 있고, 학교 안에서는 순간이동이 불가능하니......”

“방법이 있어요.”

해리가 재빨리 대답하고서, 호그스 해드로 이어지는 통로에 대해 설명했다.

“포터, 우리는 지금 수백 명의 학생들 얘기를 하고 있는 거란다......”

“저도 알아요, 교수님. 하지만 만약 볼드모트와 죽음을 먹는 자들이 학교 주변에 전력을 집중한다면, 어느 누가 순간 이동으로 호그스 해드를 빠져나가든 신경도 안 쓸 거예요.”

“일리가 있구나.”

맥고나걸이 수긍했다. 그리고 지팡이로 캐로우 남매를 가리키자, 은색 그물이 그들의 포박당한 몸 위에 펼쳐지더니 그들을 꽁꽁 묶어서 공중으로 들어 올렸다. 그들은 푸른색과 금색의 천장 밑에 두 머리의 흉측하고 거대한 바다 생물들처럼 대롱대롱 매달리게 되었다.

“좋아. 각 기숙사 사감 선생님들께 경고를 해야겠다. 너희는 투명 망토를 다시 쓰는게 좋겠구나.”

맥고나걸은 문 쪽으로 걸어가면서 동시에 지팡이를 치켜들었다. 그러자 지팡이 끝에서 눈 주위에 안경테 모양의 얼룩이 있는 은빛 고양이 세 머리가 튀어나왔다. 그 패트로누스들은 나선형 계단을 은빛 광채로 가득 채우며, 유유히 앞서 달려갔다. 맥고나걸과 해리와 루나는 다급히 그 뒤를 따라 내려갔다.

그들이 복도를 따라 질주하자, 패트로누스는 하나씩 그들을 떠나갔다. 맥고나걸의 격자무늬 잠옷이 바닥에 끌리며 사락사락 소리를 냈고, 해리와 루나는 투명 망토 아래 숨어서 그녀 뒤를 종종거리며 쫓아갔다.

그들이 두 층을 내려갔을 때, 그들의 발소리 이외에 또다른 조용한 발소리가 들렸다. 흉터에서 여전히 통증을 느끼고 있던 해리가 그 소리를 가장 먼저 들었다. 그는 목에 건 주머니 속에서 호그와트 비밀지도를 더듬어 찾았다. 하지만 그가 그것을 미쳐 꺼내기도 전에, 맥고나걸 역시 인기척을 느낀 듯했다. 그녀는 걸음을 멈추더니 지팡이를 들어 결투할 태세를 취한 채 말했다.

“거기 누구냐?”

“접니다.”

어떤 낮은 목소리가 답했다.

갑옷 뒤에서 세베루스 스네이프가 걸어 나왔다.

그를 보자 해리의 마음속에서 증오가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그가 저지른 엄청난 죄악 때문에 해리는 스네이프의 자세한 생김새를 까맣게 잊고 있었다. 그의 기름지고 검은 머리칼이 어떤 모양으로 수척한 그의 얼굴을 주위에 커튼처럼 늘어져 있엇는지, 그의 검은 눈이 얼마나 생기 없이 차가운 눈빛을 띠고 있었는지 잊고 있었던 것이다. 스네이프는 잠옷을 입고 있지 않았다. 대신 평상시와 같은 검은 망토를 입고 있었고, 똑같이 지팡이를 치켜든 채 싸울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캐로우 남매는 어디 있지요?”

스네이프가 조용히 물었다.

“어디가 됐든 당신이 그들에게 있으라고 한 곳에 있겠지요, 세베루스”

맥고나걸이 대답했다.

스네이프가 좀 더 가까이 다가왔다. 마치 해리가 거기에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라도 한 것처럼, 그의 눈길이 맥고나걸과 그 주위 허공을 쓱 흟어보았다. 해리도 역시 지팡이를 치켜들고 공격할 준비를 했다.

“저는 알렉토가 침입자를 잡은 줄 알았는데요.”

스네이프가 말문을 열었다.

“정말인가요? 무엇 때문에 그런 느낌이 드셧나요?”

맥고나걸이 물었다.

스네이프가 왼쪽 팔을 살짝 구부렷고, 거기에는 피부 깊숙이 어둠의 표식이 찍혀있었다.

“오오, 당연히 당신네 죽음을 먹는 자들은 비밀 소통수단을 갖고 있지요, 제가 깜빡했습니다.”

스네이프는 맥고나걸의 말을 못 들은척 했다. 그러나 눈으로는 여전히 그녀 주위의 허공을 더듬고 있었다. 그는 자신이 뭘하고 있는지 전혀 모르는 척 하면서 점점 가까이 다가왔다.

“오늘 밤 복도 순찰 당번이 당신인 줄 몰랐습니다. 미네르바.”

“이의 있으신가요?”

“무슨 일로 이 늦은 시간에 잠자리에서 나오셨는지 궁금하군요.”

“무슨 소란스러운 소리를 들은 것 같았어요.”

“정말인가요? 사방이 고요한 것 같은데요.”

스네이프가 그녀의 눈을 빤히 들여다보앗다.

“해리 포터를 보셨나요, 미네르바? 만약 당신이 그러셨다면 저는 반드시.....”

맥고나걸은 해리의 상상보다 훨씬 재빠르게 움직였다. 그녀의 지팡이가 허공을 휙 갈랐고, 한순간 해리는 스네이프가 의식을 잃고 쓰러질 게 분명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의 방패마법 역시 대단히 신속해서, 맥고나걸은 균형을 잃고 나뒹굴었다. 그녀는 벽에 걸린 횃불을 향해 지팡이를 휘둘렀고, 횃불은 받침대에서 빠져나와 붕 날아갔다. 그 바람에 스네이프에게 주문을 쏘려던 해리는 쏟아지는 불꽃 바깥으로 루나를 잡아끌지 않을 수 없었다. 불꽃들은 불의 고리가 되어 복도를 가득채웠고, 스네이프를 향해 올가미처럼 날아갔다.

곧이어, 그것은 더 이상 불이 아니라, 거대한 검은 뱀이 되엇다. 맥고나걸은 그것을 폭파해 연기로 만들어 버렸다. 연기는 다시 형상을 갖추더니 순식간에 단단하게 굳어서 뒤를 쫓는 무수한 단검들이 되었다. 스네이프는 자기 앞으로 갑옷을 불러와서 겨우 그것들을 피했다. 단검들은 철컹거리는 소리를 내며, 차레로 갑옷의 가슴에 박혔다.

“미네르바!”

어디선가 끽끽거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전히 날아오는 주문들로부터 루나를 보호하고 있던 해리는 그의 등 뒤에서 플리트윅과 스프라우트가 잠옷바람으로 복도를 따라 달려오는 것을 보았다. 뚱뚱한 슬러그혼은 헐떡거리며 그 뒤를 쫓고 있었다.

“안 돼!”

플리트윅이 지팡이를 들어 올리며 꽥 소리쳤다.

“넌 호그와트에서 더 이상 살인을 저지를 수 없어!”

플리트윅의 주문이 스네이프가 몸을 가리고 있는 갑옷에 맞았다. 그러자 덜거덕하는 소리와 함께 갑옷이 살아움직였다. 스네이프는 자신을 짓누르는 갑옷의 두 팔로부터 벗어나려고 몸부림을 쳤다. 그리고 갑옷을 공격자들 쪽으로 날려 보냈다. 해리와 루나는 갑옷을 피하기 위해 옆으로 몸을 던졌다. 갑옷은 벽에 부딪혀 산산조각나 버렸다. 해리가 다시 고개를 들었을때, 스네이프는 전력을 다해 달아나고 있었고, 맥고나걸과 플리트윅, 스프라우트는 일제히 쿵쾅거리며 그를 쫓아가고 잇었다. 스네이프는 어느 교실로 쏜살같이 뛰어 들어갔다. 잠시후 해리는 맥고나걸이 외치는 소리를 들었다.

“겁쟁이! 겁쟁이!”

“무슨 일이야? 무슨 일이야?”

루나가 물었다.

해리는 루나를 일으켜 세웠다. 그들은 투명 망토를 질질 끌며 복도를 따라 달려갔다. 그리고 빈 교실로 뛰어 들어가 보니, 맥고나걸과 플리트윅, 스프라우트가 깨진 유리창 앞에 서 있었다.

“그가 뛰어내렸어.”

해리와 루나가 교실로 뛰어 들어오자 맥고나걸이 말했다.

“그가 죽었단 말씀인가요?”

그의 갑작스러운 등장에 충격을 받은 플리트윅과 스프라우트의 비명 소리를 무시한 채, 해리는 창문 쪽으로 쏜살같이 달려갔다.

“아니, 죽지는 않았어.”

맥고나걸이 씁쓸하게 말했다.

“덤블도어 교수님과는 달리, 그자는 아직 지팡이를 갖고 있었어.....게다가 그의 주인으로 부터 몇 가지 재주를 더 배운 것 같구나.”

해리는 공포로 몸이 울렁거리는 걸 느끼면서, 저 멀리 거대한 박쥐 같은 형상이 어둠을 뜷고 학교 주변의 담 쪽으로 날아가는 것을 바라보았다.

그때 등 뒤에서 육중한 발소리와 헐떡거리는 거친 숨소리가 들렸다. 슬러그혼이 이제야 막 쫓아온 것이다.

“해리!”

슬러그혼은 에메랄드 빛 실크 파자마 아래로 넓적한 가슴을 문지르며 헐떡거렸다.

“귀여운 녀석.....어찌나 놀랐던지......미네르바. 제발 설명 좀 해주세요.......세베루스가.....무슨.....”

“우리 교장 선생님은 잠시 휴가를 가신답니다.”

맥고나걸이 유리창에 난 스네이프 모양의 구멍을 가리키며 말했다.

“교수님!”

해리가 양손으로 이마를 감싸며 외쳤다. 그는 그의 아래로 흘러가는 인페리우스들로 가득한 호수를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유령 같은 초록색 배가 지하의 호숫가에 부딪히는 것을 느꼇다. 볼드모트는 가슴에 살의를 품고 배에서 뛰어내렸다.

“교수님, 학교에 바리케이드를 쳐야해요! 그가 지금 오고 있어요!”

“잘 알았다. 이름을 불러서는 안될 그 사람이 오고 있습니다.”

맥고나걸이 다른 선생님들에게 말했다. 스프라우트와 플리트윅은 놀라서 숨을 삼켰고, 슬러그혼은 낮게 신음했다.

“포터는 덤블도어 교수님의 명령에 따라서 성안에 할 일이 있어요. 그러니까 우리는 포터가 할 일을 하는 동안 할 수 있는 모든 방어막을 설치해야 합니다.”

“당신도 물론 아시겠지만, 우리가 무슨 짓을 한대도 그 사람을 영원히 못들어오게 할 수는 없어요.”

플리트윅이 끽끽거리며 말했다.

“하지만 우리는 그를 잡아 둘 수는 있습니다.”

스프라우트가 말했다.

“고마워요, 포모나.”

맥고나걸이 말했다. 두 마녀 사이에 깊은 이해의 눈길이 오갔다.

“학교 주위에 기본적인 방어막을 설치하고, 학생들을 모아서 대연회장에서 만나도록 합시다. 대부분은 학생들은 대피해야 겠지요. 하지만 성년이 된 학생들 중에 남아서 싸우고 싶어하는 사람에게는 누구든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동감입니다.”

스프라우트가 벌써 문으로 달려가며 말했다.

“20분 후에 제 기숙사 학생들과 함께 대연회장에서 뵙겠습니다.”

스프라우트는 종종걸음으로 시야에서 사라졌고, 그녀가 중얼거리는 소리만 들려왔다.

“텐타큘라, 악마의 덫, 그리고 스네어갈러프 씨주머니...그래, 죽음을 먹는 자들이 그것들을 과연 어떻게 물리치는지 보고 싶군.”

“저는 여기서부터 시작하겠습니다.”

플리트윅이 말했다. 그리고 비록 키가 작아 창밖을 거의 내다볼 수도 없었지만, 부서진 유리창 밖으로 지팡이를 겨누더니 굉장히 복잡한 주문을 중얼거렸다. 해리는 뭔가 돌진하는 듯한 요상한 소리를 들었다. 마치 플리트윅이 바람의 힘을 운동장에 풀어놓고 있는 것 같았다.

“교수님!”

해리는 이 왜소한 마법의 대가에게 다가가며 말했다.

“교수님, 방해해서 죄송하지만, 긴히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혹시 래번클로의 보관이 어디 있는지 아시나요?”

“.....프로테고 호리빌리스.......래번클로의 보관?”

플리트윅이 끽끽대며 말했다.

“약간의 가외 지식이 일을 그르치는 경우는 없지, 포터. 하지만 지금 이런 상황에서 그건 별 소용이 없을 거 같은데?”

“단제 제 말은........그게 어디 있는지 아시나요? 그걸 본 적이 있으세요?”

“그걸 보다니? 살아 있는 사람의 기억으로는 그 누구도 보지 못했다! 사라진지 오래됐어, 이 녀석아!”

해리는 끔찍한 절망감과 당혹감이 뒤섞인 기분을 맛보앗다. 그렇다면 대체 무엇이 호크룩스 일까?

“그럼, 래번클로 학생들과 함께 대연회장에서 뵙겠습니다. 필리우스!”

맥고나걸이 해리와 루나에게 따라오라는 손짓을 하며 말했다. 그들이 막 문 앞에 이르렀을 때, 슬러그혼이 주절주절 말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아이고!”

슬러그혼은 파랗게 질리고 땀범벅이 되어 숨을 헐떡거렸다. 그의 팔자수염은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이게 무슨 난리인지! 난 이게 현명한 처사인지 완전히 장담 할 수가 없군요, 미네르바. 그자는 어떻게든 들어올 방법을 찾을 것이고, 알다시피, 그자를 막는 사람은 누구든지 아주 심각한 위험에....”

“저는 교수님과 슬리데린 학생들도 마찬가지로 대연회장에서 20분후에 만나는 걸로 알고 있겠습니다.”

맥고나걸이 말했다.

“만약 학생들을 데리고 떠나고 싶으시다면, 말리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당신들 중 누구 한 명이라도 우리의 저항을 방해하거나 이 성에서 우리를 향해 무기를 겨눈다면, 그때는 호레이스, 우리는 상대방이 죽을 때까지 결투할 것입니다.”

“미네르바!”

슬러그혼이 혼비백산 해서 외쳤다.

“슬리데린 기숙사가 어디에 충성을 바칠지 결정해야 할 시간이 왔습니다.”

맥고나걸이 말을 가로챘다.

“가서 학생들을 깨우세요, 호레이스”

해리는 슬러그혼이 헛소리를 지껄이는 걸 보려고 자체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그와 루나는 맥고나걸을 쫓아서 뛰어갔다. 맥고나걸은 복도 한가운데에서 지팡이를 치켜든 채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피에르토툼.....오오 세상에, 필치, 지금은 아니에요.....”

늙은 관리인이 절뚝거리며 시야에 나타나 마구 소리를 질러댔다.

“학생들이 잠자리에서 나왔어요! 학생들이 복도에 있어요!”

“저들은 다 이유가 있어서 나온 거예요. 이 허풍선이 얼간이!”

맥고나걸이 호통을 쳤다.

“당장 가서 뭔가 건설적인 일을 해 바요! 피브스를 찾으라고요!”

“피.......피브스요?”

필치는 마치 전에 한 번도 그 이름을 들어 본 적이 없다는 듯이 말을 더듬었다.

“그래요, 피브스! 이 얼간이, 피브스 말이에요! 당신은 사반세기 동안이나 그에 대해 불평을 늘어놓지 않았나요? 가서 그를 데리고 와요, 당장!”

필치는 맥고나걸이 제정신이 아니라고 생각한 게 분명햇다. 하지만 어깨를 구부정하게 숙이고 낮게 구시렁거리면서 절뚝거리며 사라졌다.

“자, 이제 피에르토툼 로코모토르!”

맥고나걸이 소리쳤다.

그러자 복도를 따라 서 있던 모든 조각상들과 갑옷들이 받침돌에서 뛰어내렸다. 위층과 아래층에서도 쿵 소리가 울려퍼지는 것을 듣고, 성 전체에 있는 그들의 동료들이 똑같이 행동햇음을 깨달았다.

“호그와트가 위험에 빠졌다!”

맥고나걸이 외쳤다.

“호그와트 전역에 병력을 배치하고 우리를 보호하여, 학교에 대한 그대들의 임무를 수행하라!”

철컹거리는 소리와 함께, 움직이는 조각상들의 무리가 함성을 지르며 앞 다투어 해리를 지나갓다. 그중에 어떤 것들은 실물보다 크기도 하고, 작기도 했는데, 동물들도 잇었고, 철컹거리며 칼과 철퇴를 휘두르는 갑옷도 잇엇다.

“자, 포터!”

맥고나걸이 말했다.

“너와 러브굿은 돌아가서 친구들을 대연회장으로 데리고 오는 게 좋겟구나. 나는 다른 그리핀도르 학생들을 깨워야겠다.”

그들은 다음번 계단 꼭대기에서 헤어졌다. 해리와 루나는 다시 필요의 방의 감춰진 입구를 향해 달려갔다. 그러는 동안에도 선생님과 반장의 인솔하에 대연회장으로 내려가는 학생 무리와 마주쳤다. 그들은 대부분 잠옷 위에 여행용 망토를 걸치고 있었다.

“저 사람이 포터야!”

“해리 포터!”

“그가 맞다니까, 정말이야. 내가 방금 봤어.”

하지만 해리는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마침내 그들은 필요의 방 입구에 도착했다. 해리가 마법에 걸린 벽 쪽으로 몸을 기울이자, 벽이 열리며 그들을 들여보냈다. 해리와 루나는 서둘러서 가파른 계단을 뛰어 내려갔다.

“무슨......?”

방 안의 광경이 시야에 들어오자마자, 해리는 깜짝 놀라서 층계 몇 단을 그대로 미끄러지듯이 뛰어내렸다. 방 안은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그가 아까 들어왓을 때보다 훨씬 더 북적대고 있었던 것이다. 킹슬리와 루핀이 그를 올려다보고 있었고, 올리버 우드와 케이티 벨, 안젤리나 존슨과 앨리샤 스피넷, 빌과 플뢰르, 위즐리 부부도 마찬가지였다.

“해리,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잇는 거냐?”

루핀이 층계 밑으로 다가와 그를 맞이하며 물었다.

“볼드모트가 오고 있어요, 사람들은 학교에 바리케이드를 치고 있어요, 스네이프는 달아났고요, 그런데 여기서 뭐 하고 있어요? 어떻게 아셨어요?”

“우리가 나머지 덤블도어의 군대에게 전갈을 보냈어.”

프레드가 설명했다.

“설마 모두가 이 재밌는 일을 놓칠 거라 생각한 건 아니겠지, 해리? 그리고 D.A 회원들이 불사조 기사단에 알렸어. 그래서 이렇게 눈덩이처럼 불어난 거야.”

“무엇부터 하지, 해리?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어?”

조지가 소리쳤다.

“우선 어린 학생들부터 내보내고 있어요. 모두가 대연회장에 모여 대열을 갖출 거예요.”

해리가 말했다.

“우린 싸울 겁니다.”

엄청난 함성과 함께 사람들이 우르르 층계 발치로 밀어닥쳤다. 그들이 그를 밀치고 뛰어가는 바람에, 해리는 한쪽 벽으로 떠밀렸다. 불사조 기사단과 덤블도어의 군대, 퀴디치 팀의 동료들이 뒤섞인 그들은 모두 지팡이를 뽑아 든 채 대연회장 쪽으로 앞 다투어 달려갔다.

“어서, 루나”

지나가던 딘이 소리치며 지팡이를 들지 않은 손을 내밀었다. 루나는 그 손을 잡고 그를 쫓아 다시 층계를 올라갔다.

사람들의 숫자가 점차 줄어들어 오직 한 무리의 사람들만이 필요의 방에 남아 잇었다. 해리는 그들에게 다가갔다. 위즐리 부인이 지니와 말싸움을 하고 있었고, 그들 주위에는 루핀과 프레드, 조지, 빌 그리고 플뢰르가 서 있었다.

“넌 미성년자야!”

해리가 다가갔을 때, 위즐리 부인이 딸을 향해 소리쳤다.

“난 절대 용납 못한다! 사내애들은 괜찮아. 하지만 넌.......... 너는 집에 돌아가야 해!”

“안 가요!”

지니가 엄마의 손에서 휙 팔을 잡아 빼는 순간, 그녀의 머리칼이 휘날렸다.

“저도 덤블도어의 군대란 말이에요!”

“십 대 불량학생 모임이지!”

“그자와 대결하려고 했던 십 대 불량학생 모임이죠. 어느 누구도, 그렇게 할 용기를 내지 못했는데 말이죠!”

프레드가 한마디 거들었다.

“이 애는 이제 열여섯 살이야.”

위즐리 부인이 빽 소리쳤다.

“아직 나이가 어리다고! 너희 둘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야, 이런 아이를 데려가다니.....”

프레드와 조지는 약간 부끄러워하는 기색이었다.

“엄마 말씀이 옳아, 지니.”

빌이 부드럽게 말했다.

“넌 이래선 안돼. 미성년자는 모두 떠나야 해, 그게 옳아.”

“난 집에 갈 수 없어요!”

지니가 소리쳤다. 두 눈에서는 분노에 찬 눈물이 반짝거렸다.

“가족이 모두 여기에 있는데, 아무것도 모른채 집에서 혼자 기다리는 건 못 참아요, 그리고....”

지니의 눈이 처음으로 해리와 마주쳤다. 그녀는 애원하는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지만, 해리는 고개를 저었고, 지니는 씁쓸하게 외면했다.

“좋아요.”

지니가 호그스 해드로 돌아가는 통로 입구를 노려보며 말했다.

“그럼 작별 인사를 할께요. 그리고.....”

이때 뭔가 부스럭거리는 소리와 함께 요란하게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다. 누군가가 통로에서 나오다가 중심을 잃고 넘어지면서 구른 것이엇다. 그 사람은 제일 가까운 의자로 기어 올라가더니, 비스듬하게 걸쳐진 뿔테 안경 너머로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

“제가 너무 늦었나요? 벌써 시작됐나요? 전 이제 막 알았어요, 그래서 전.....전.....”

퍼시가 침을 튀기며 떠들어 대다가 순간 말을 잃었다. 여기서 가족 대부분과 맞닥뜨리게 될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햇던게 분명했다. 한동안 놀라움으로 어쩔 줄 모르는 순간이 길게 이어졌다. 그때 플뢰르가 루핀을 향해 고개를 돌리더니 불쑥 “저어, 아기 테디능 잘 지내죵?”하고 물었다. 그것은 이 긴장을 깨뜨려 보려는, 무모할 만큼 뻔한 시도였다.

루핀은 깜짝 놀라서 멀뚱멀뚱 그녀를 바라보았다. 위즐리 가족 사이에 흐르는 침묵은 얼음장처럼 더욱 단단해지는 것 같았다.

“저는........오오, 물론이죠........아기는 잘 있어요!”

루핀이 큰 소리로 대답했다.

“통스는 아기와 함께 잇어요.......친정에.....”

퍼시와 다른 위즐리 가족은 여전히 꼼짝하지 않고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자, 여기 사진이 있어요!”

루핀이 외투 안쪽에서 사진 한 장을 꺼내더니, 플뢰르와 해리에게 보여 주며 소리쳤다. 사진 속에서는 밝은 청록색 머리칼이 한 움큼 자란 조그만 아기가 카메라를 향해 통통한 주먹을 흔들고 있었다.

“제가 바보였어요!”

퍼시가 울부짖었다. 그 소리가 어찌나 컷던지, 루핀은 하마터면 사진을 떨어트릴 뻔 했다.

“제가 머저리였어요! 저는 잘난 척 하는 얼간이였고, 저는......저는.....”

“마법부를 사랑했고, 가족과 의절한, 권력에 굶주린 저능아였지.”

프레드가 말했다.

퍼시가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그래, 난 정말 그랬어.”

“거참, 대답 한번 잘했어.”

프레드가 퍼시에게 손을 내밀며 말했다.

위즐리 부인은 왈칵 울음을 터트렸다. 부인은 앞으로 달려가더니, 프레드를 밀쳐 내고 퍼시를 숨 막힐 정도로 꼭 끌어안았다. 한편 퍼시는 아버지의 눈을 바라보며 어머니의 등을 두드렸다.

“죄송해요, 아빠.”

퍼시가 말햇다.

위즐리 씨 역시 빠르게 눈을 깜빡거리면서, 아들을 포옹하기 위해 달려왔다.

“어쩌다가 제정신이 돌아온거야, 퍼스?”

조지가 물었다.

“벌써 오래전부터였어.”

퍼시가 여행용 망토 자락을 들어 안경 밑으로 눈을 훔치며 대답했다.

“하지만 빠져나갈 방도를 찾아야만 했어. 마법부에서는 그게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거든. 그들은 언제나 배신자들을 투옥하니까. 나는 용케도 애버포스 씨와 연락을 취했는데, 그가 10분 전에 호그와트에서 싸움이 벌어질거라고 나에게 살짝 알려 주었지. 그래서 이렇게 온거야.”

“좋아. 우리는 이와 같은 상황에서 우리의 반장들이 통솔력을 발휘해 주기를 기대하겠어.”

조지가 잔뜩 거드름을 피우는 퍼시의 태도를 똑같이 흉내내며 말했다.

“이제 올라가서 싸우자. 안그러면 그 많은 죽음을 먹는 자들이 전부 다른 사람들 차지가 될거야.”

“그럼, 이제 당신이 저의 형수가 되시나요?”

빌, 프레드, 조지와 함께 층계를 향해 서둘러 출동하는 와중에도, 퍼시는 인사를 건네며 플뢰르와 악수를 나눴다.

“지니!”

그때 위즐리 부인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지니가 이 화해의 순간을 틈타서, 덩달아 몰래 층계를 올라가려 하고 있엇던 것이다.

“몰리, 이렇게 하는 게 어떨까요?”

루핀이 제안했다.

“지니는 그냥 이 방에 있도록 하면 안 되겠습니까? 그러면 적어도 전투에 참여하지는 않으면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는 알게 될 테니까요. 그래도 싸움의 한복판에 뛰어드는 건 아니잖아요.”

“전.........”

“그거 좋은 생각이로군.”

위즐리 씨가 단호하게 말했다.

“지니, 너는 이 방에 그대로 잇어라. 내 말 들어.”

지니는 그 제안이 별로 맘에 들지 않았지만, 평소와는 다른 아버지의 엄한 눈초리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위즐리 부부와 루핀도 층계로 향했다.

“론은 어디 있죠? 헤르미온느는 어디 있나요?”

해리가 물었다.

“그 애들은 이미 대연회장에 올라가 있을 게다.”

위즐리 씨가 어깨 너머로 소리쳤다.

“전 걔들이 지나가는 걸 보지 못했어요.”

해리가 대답했다.

“그들은 뭔가 화장실에 대해서 얘기하고 있엇어.”

지니가 말했다.

“오빠가 떠나고 얼마 안 있어서 말이야.”

“화장실?”

해리는 성큼성큼 방을 가로질러 필요의 방 바깥으로 이어지는 열린 문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그 너머에 잇는 화장실을 확인했다. 화장실 안은 텅 비어 있었다.

“그들이 화장실 얘기를 했던 게 확실해?”

바로 그때 흉터가 불로 지지듯이 아파왔다. 순식간에 필요의 방은 자취를 감추었다. 그는 날개 달린 수퇘지가 양쪽 기둥에 장식된 드높은 연철 대문 너머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어두운 학교 운동장 저편에 있는 성 쪽을 바라보았다. 성은 불빛으로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내기니는 그의 양쪽 어깨 위에 늘어져 있었다. 그는 살인을 저지르기에 앞서 찾아오는 냉혹하고도 무자비한 목적의식에 사로잡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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