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9장 (186/194)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 4  (해리포터 시리즈 제7탄)  

조앤 K. 롤링 지음 / 최인자 옮김 | 문학수첩 펴냄 

원제 - Harry Potter and the Deathly Hallows

제 29장 사라진 보관

“네빌......대체.....어떻게.........?”

하지만 네빌은 론과 헤르미온느를 보자마자, 곧장 기쁨의 함성을 내지르며 그들을 와락 껴안았다. 보면 볼수록 네빌의 꼴은 말이 아니었다. 한쪽 눈은 노랗고 푸르스름하게 멍이 든 채 잔뜩 부었고, 얼굴에는 여기저기 파인 자국이 나 있었다. 전체적으로 너저분하기 짝이 없는 몰골은 그가 얼마나 힘들게 지내 왔는지를 보여 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잔뜩 얻어터진 그의 얼굴은 행복으로 빛이 났다. 네빌은 헤르미온느를 안고 있던 팔을 풀고서 입을 열었다.

“너희가 올 줄 알았어! 단지 시간문제일 뿐이라고 시무스에게 줄곧 얘기했지!”

“네빌,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뭐? 이거?”

네빌은 이 정도 부상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그저 머리를 한 번 흔들 뿐이었다.

“이건 아무것도 아니야. 시무스는 더 심한데 뭐, 너희도 할게 될 거야. 이제 우리 가 볼까? 참!”

네빌이 애버포스 쪽으로 돌아섰다.

“애버, 두세 명 더 오고 있는 중이에요.”

“두세 명 더?”

애버포스가 험악한 말투로 되풀이했다.

“두세 명이나 더 온다니, 이게 무슨 소리냐, 롱바텀? 마을 전체가 통금과 고양이아우성 주문에 걸려 있는데!”

“저도 알아요, 그래서 그들은 곧장 술집 안으로 순간이동을 할 거예요.”

네빌이 말했다.

“그들이 도착하면 그냥 통로로 내려 보내 주기만 하세요, 그럴 거죠? 정말 고마워요.”

네빌은 헤르미온느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리고 그녀가 벽난로 선반 위로 기어 올라가서 터널 속으로 들어가는 것을 도와주었다. 론이 뒤를 따랐고, 이어서 네빌이 올라갔다. 해리는 애버포스에게 인사를 했다.

“어떻게 고맙다는 말씀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저희의 생명을 두 번이나 구해 주셨네요.”

“인사는 됐으니, 저 애들이나 잘 보살펴라.”

애버포스가 무뚝뚝하게 말했다.

“세 번째엔 너희를 구해 줄 수 없을지도 몰라.”

해리는 벽난로 선반 위로 기어 올라갔다. 그리고 아리애나의 초상화 뒤로 뜷린 구멍 속으로 들어갔다. 그 반대편에는 매끄러운 돌계단이 이어져 있었다. 마치 몇 년 동안이나 거기에 통로가 있었던 것처럼 보였다. 놋쇠 등잔들이 벽에 매달려 있었고, 흙바닥은 닳아서 평평했다. 그들의 그림자가 벽 위로 부채처럼 너울거렸다.

“이 통로는 얼마나 오랫동안 여기 있었던 거지?”

통로를 걸어가면서 론이 물었다.

“호그와트 비밀 지도에는 안 나오잖아, 안 그래, 해리? 난 학교를 들락거릴 수 있는 통로는 딱 일곱 개 뿐인 줄 알았는데?”

“그자들이 학기가 시작되기 전에 그 통로들을 모조리 봉쇄했어.”

네빌이 말했다.

“이제는 어느 통로로도 들어갈 수가 없어. 입구마다 저주가 걸려있고, 출구에는 죽음을 먹는 자들과 디멘터들이 대기하고 있거든.”

네빌이 환하게 웃더니 그들을 빨아들이는 시늉을 하면서 뒷걸음쳤다.

“그런 건 신경 쓰지마.......그런데 그게 사실이니? 너희가 그린고트에 침입했다며? 용을 타고 탈출했어? 사방에서 다들 그 얘기를 하고 있어. 테리 부트는 저녁식사 시간에 대연회장에서 그 얘기를 큰 소리로 떠들어 대다가 캐로우한테 얻어맞았지!”

“그래, 사실이야.”

해리가 대답했다.

네빌이 기뻐하며 웃음을 터트렸다.

“용은 어떻게 했어?”

“들판에 자유롭게 놓아주었지.”

론이 대답했다.

“헤르미온느는 그걸 애완용으로 키우자고 했지만.....”

“허풍 떨지 마, 론!”

“그런데 뭘 하며 지냈어? 사람들은 해리, 네가 도망치는 데 급급한 거라고 말했지만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네가 무언가를 계획해 왔다고 생각해.”

“네 말이 맞아.”

해리가 대답했다.

“그보다 우린한테 호그와트 얘기 좀 해 줘, 네빌. 우린 아무 소식도 못 들었어.”

“학교는.........그러니까, 이제 더 이상 예전의 호그와트가 아니야.”

네빌의 얼굴에서 미소가 싹 가셨다.

“캐로우 남매에 대해서 알고 있니?”

“여기서 가르친다는 그 죽음을 먹는 자 두 사람 말이야?”

“그들은 그냥 가르치기만 하는 게 아니야. 모든 징계를 도맡고 있어. 캐로우 남매는 벌주기를 좋아해.”

“엄브릿지처럼?”

“아이고, 그 작자들에 비하면 엄브릿지는 순해 보일 지경이야. 다른 선생님들은 모두 우리가 무슨 잘못이라도 하면, 우리를 캐로우 남매에게 보내도록 되어 있어. 그래도 선생님들은 가능하면 그렇게 하지 않아. 선생님들 모두 우리 못지않게 그 남매를 미워하거든.

아마커스 그 작자는 예전에 어둠의 마법 방어술이었던 수업을 가르치는데, 지금은 그 수업이 곧 어둠의 마법이라는 점이 다르지. 우리는 징계 대상인 학생들에게 크루시아투스 저주를 내리는 연습을 해......“

“뭐라고?”

동시에 터져 나온 해리와 론, 헤르미온느의 외침 소리가 통로를 쩌렁쩌렁 울렸다.

“사실이야. 이 흉터가 그래서 생긴 거야.”

네빌이 뺨에 유독 깊게 파인 자국을 가리키며 말했다.

“나는 그걸 거부했거든.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그 일에 동참하고 있어. 크레이브와 고일은 그걸 아주 신나서 하지. 그 자식들이 무슨 일에서건 일등이란 걸 해 보기는 처음일 거야, 아마도.

알렉토는 아마커스의 동생인데 머글 연구 과목을 가르쳐. 그건 모든 학생에게 필수과목이야. 머글들이 얼마나 짐승같고 어리석고 불결한지, 그리고 머글들이 마법사들에 대해 적대적으로 나옴으로써 어떻게 마법사들을 은둔 생활로 몰고 갔는지, 자연의 질서가 어떻게 재편성되고 있는지에 대해서 그 여자가 설명하는 걸 우리 모두 듣고 앉아 있어야만 한다니까.“

네빌은 얼굴에 난 또 다른 칼자국 같은 상처를 가리켰다.

“이 상처는, 그 남매한테는 머글의 피가 얼마나 섞였느냐고 그 여자한테 물어봤다가 생긴 거야.”

“젠장, 네빌. 입바른 소리도 때와 장소를 가려야지.”

론이 말했다.

“넌 그 여자가 하는 말을 못 들어봐서 그래.”

네빌이 말했다.

“너 역시 참지는 못했을 거야. 중요한 건, 그런 일이 사람들이 그들에 맞서 대항할 때 도움이 된 다는 거야. 그건 모두에게 희망을 줘. 네가 그렇게 했을 때 나는 그 사실을 깨닫곤 햇어, 해리.”

“하지만 그놈들은 너를 마치 칼 가는 숫돌인 양 써먹었잖아.”

그들이 등잔 옆을 지날 때 네빌의 부상이 더욱 또렸이 두드러져 보이자, 론이 흠칫 물러서며 말했다.

네빌은 어깨를 으쓱했다.

“상관없어. 그자들은 순수혈통의 피를 지나치게 많이 쏟고 싶어하지 않아. 우리가 입을 놀리면 약간 고문은 하겠지만, 실제로 우리를 죽이지는 않을 거야.”

해리는 도대체 네빌이 말하는 그런 일들과, 그걸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 네빌의 사무적인 말투 중에 어느 게 더 끔찍한지 알 수가 없었다.

“정말로 위험에 처하는 학생들은, 학교 밖에 있는 친구나 친척들이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야. 그런 학생들은 인질로 잡혀 가거든. 제노 러브굿 노인네가 <이러쿵 저러쿵>에서 좀 지나치다 싶게 노골적인 발언을 하자, 그자들은 크리스마스 방학을 보내려고 집으로 돌아가는 열차에서 루나를 끌고 가버렸어.”

“네빌, 루나는 괜찮아. 우리가 루나를 만났는데....”

“그래, 나도 알아. 용케도 나에게 전갈을 보냈더라고.”

그는 주머니에서 금화 하나를 꺼냈다. 해리는 덤블도어의 군대가 서로 메시지를 보낼 때 사용했던 가짜 갈레온을 알아보았다.

“이게 제 역할을 톡톡히 했어.”

네빌이 헤르미온느를 향해 활짝 웃으며 말했다.

“캐로우 남매는 우리가 어떻게 교신하는지 절대로 알아내지 못했지. 그래서 잔뜩 열을 받았어. 우리는 밤에 몰래 빠져나와서 벽에 낙서를 하곤 했어. 덤블도어의 군대, 여전히 모집 중. 뭐 이런 것들을 말이야. 스네이프가 치를 떨었지.”

“하곤 했다고?”

해리가 과거 시제임을 알아채고 물었다.

“저, 그게 시간이 갈수록 힘들어지더라고.”

네빌이 말했다.

“크리스마스 때에는 루나을 잃었고, 부활절이 지나자 지니도 돌아오지 않았어. 그런데 우리 세 명이, 말하자면 지도자였거든. 캐로우 남매는 많은 일들의 배후에 내가 있다는 걸 알아차린 것 같았어. 그래서 나를 심하게 벌주기 시작했지. 그런데 그때 마이클 코너가 그자들이 사슬로 매어 놓은 1학년 학생들을 풀어 주려고 하다가 잡혓지, 그자들은 그를 아주 심하게 고문했는데, 그걸 보고 사람들은 완전히 겁을 먹었어.”

“설마!”

론이 중얼거렸다. 이제 통로는 오르막에 접어들었다.

“사실이야. 난 사람들에게 마이클이 겪은 일을 똑같이 겪으라고 말할 수가 없었어. 그래서 우리는 그런 식의 위험한 것들을 관뒀지.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싸웠고 지하 활동을 계속했어. 불과 이삼 주 전까지만 해도 말이야. 그제야 비로소 그자들은 나를 막을 방법이 딱 한 가지 있다는 결론을 내렸던 것 같아. 할머니를 찾아간 거야.”

“그들이 뭘 했다고?”

해리와 론, 헤르미온느가 일제히 소리쳤다.

“그래.”

통로의 경사가 아주 가팔라졌기 때문에, 네빌은 이제 약간 숨을 헐떡이며 대답했다.

“자, 너희도 그자들의 생각을 알겠지? 그건 아주 효과가 만점이었어. 아이들을 납치해서 그들의 가족들에게 고분고분하게 행동하도록 강요하는 방법 말이야. 그러니 아마도 그자들이 그 반대로 해 보는 건 그저 시간문제였을 거야. 그런데 말이지......”

네빌은 그들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해리는 네빌이 태연하게 씩 웃고 있는 걸 보고 기겁을 했다.

“그자들이 우리 할머니한테 섣불리 덤벼든 거지. 조그맣고 늙은 마녀가 혼자 살고 있으니, 특별한 강한 힘을 지닌 사람을 보낼 필요도 없을 줄 알앗겠지, 하여간.......”

네빌이 깔깔 웃었다.

“도울리쉬는 아직도 성 뭉고 병원에 입원해 있고, 할머니는 도망 중이셔, 할머니는 내게 편지를 보내셨어.”

네빌은 한 손으로 망토 가슴팍의 주머니를 탁탁 쳤다.

“내가 무척이나 자랑스럽다고, 나는 틀림없는 우리 부모님의 아들이라고 하시면서, 계속 정진하라고 쓰셨어.”

“정말 멋지다.”

론이 감탄했다.

“그래.”

네빌이 기뻐하며 말했다.

“그런데 단 한 가지 문제는, 일단 나를 마음대로 휘두를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자, 그자들이 결국 내가 없어져야 호그와트가 잠잠할 거라는 결론을 내렸다는 거였어. 그들이 나를 죽일 계획이었는지, 아니면 아즈카반에 보낼 계획이었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어. 어느 쪽이 되었든, 나는 이제 종적을 감출 때가 됐다는 사실을 깨달았지.”

“하지만 우리는 지금 곧장 호그와트로 들어가고 있는 거 아니야?”

론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물었다.

“물론이지.”

네빌이 대답했다.

“너희도 알게 될 거야. 이제 다 왔어.”

모퉁이를 돌자 앞쪽으로 통로가 끝나는 지점이 나타났다. 또다른 짧은 층계가 아리애나의 초상화 뒤에 감춰져 있던 것과 똑같은 문으로 이어져 있었다. 네빌은 그 문을 열고서 위로 올라갔다. 해리가 따라가고 있을 때, 네빌이 해리에게는 보이지 않는 사람들에게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누가 왔는지 봐! 내가 말하지 않았니?”

해리가 통로를 넘어 방에 들어서자, 곳곳에서 비명소리와 함성이 터져 나왔다.

“해리!”

“포터야. 해리 포터라고!”

“론!”

“헤르미온느!”

알록달록한 벽걸이들과 등잔들, 그리고 수많은 얼굴들이 해리의 눈앞에 한꺼번에 쏟아졌다. 잠시 후 해리와 론, 헤르미온느는 스무 명이 넘는 듯한 사람들에게 완전히 둘러싸였다. 사람들은 그들을 껴안고 등을 두드리고, 머리카락을 헝크러뜨리며 악수를 청했다. 마치 그들이 방금 퀴디치 결승전에서 우승하고 돌아 온 것 같았다.

“좋아, 좋아, 진정해!”

네빌이 외쳤다. 그러자 사람들이 뒤로 물러섰다. 해리는 비로소 주위를 살펴볼 수 있었다.

해리는 그 방이 어딘지 전혀 알아볼 수가 없었다. 그곳은 아주 거대했으며, 특별히 호사스러운 목조 저택이나 거대한 선박의 선실내부처럼 보였다. 온갖 색깔의 그물침대들이 천장과 발코니에 매달려 있었는데, 발코니는 짙은 색 나무판를 댄, 창문 없는 벽 앞으로 빙 둘러져 나 있었다. 그리고 벽들은 환한 빛깔의 벽걸이 양탄자로 뒤덮여 있었다. 해리는 빨간색 천 위에 수 놓인 그리핀도르의 황금색 사자를 보았다. 노란색을 바탕으로 한 후플푸르의 검은 오소리와 파란색을 바탕으로 한 레번클로의 청동빛 독수리도 있었다. 오직 은색과 초록색의 슬리데린만 보이지 않았다. 그 외에도 책들이 가득 꽂혀잇는 책꽂이와 벽에 기대어 놓은 빗자루 몇개, 그리고 한쪽 구석에는 나무로 된 커다란 라디오가 있었다.

“여기가 어디야?”

“당연히 필요의 방이지!”

네빌이 대답했다.

“예전보다 훨씬 훌륭하지, 안 그래? 캐로우 남매가 나를 추적하고 있었고, 나는 이제 남은 은신처는 오직 하나뿐이란 걸 깨달았어. 결국 용케도 그 문을 통과해서 이곳을 발견한 거야! 사실 내가 처음 도착했을 땐, 지금처럼 이렇지는 않았어. 이 방은 훨씬 더 작았고, 그물침대 하나와 그리핀도르의 벽걸이 밖에 없었어. 하지만 점점 더 많은 덤블도어의 군대 회원들이 도착함에 따라 이 방은 더욱더 커졌어.”

“그러면 캐로우 남매는 못 들어오니?”

해리가 어디 문이 없나 둘어보며 물었다.

“못 들어와.”

피니간 시무스가 대답했다. 해리는 그가 말을 하기 전까지는 그를 알아보지 못했다. 시무스의 얼굴은 온통 멍이 들고 퉁퉁 부어 있었던 것이다.

“이곳은 아주 제대로 된 은신처야. 우리 중 한사람이라도 이 안에 머물고 있는 한, 그들은 결코 우리를 찾아낼 수 없어. 문이 열리지 않거든. 이건 모두 다 네빌이 알아냈어. 네빌은 정말로 이 방에 대해 훤하다니까. 필요로 하는 것을 정확하게 이 방에게 요청해야만 해. 이를 테면 ‘나는 그 어떤 캐로우 지지자들도 들어올 수 없기를 바랍니다.’ 하는 식으로 말이야. 그러면 이 방은 그대로 해 줄거야! 넌 그저 문구멍이나 제대로 닫으면 된다고! 네빌이 전문가라니까!”

“사실 이건 아주 간단한 거야”

네빌이 겸손하게 말했다.

“이 방에서 하루하고 한나절쯤 지냈을때, 너무나 배가 고파서 먹을 걸 좀 구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 그랬더니 바로 그때 호그스 해드로 가는 통로가 열리더군. 나는 그 통로를 따라 내려갔고, 애버포스를 만났지. 그 후로 줄곧 아저씨가 우리에게 음식을 대 주었어. 무슨 이유에서인지 이 방은 오직 한가지, 먹을 것만은 제공해 주지 못하거든.”

“그건 말이지. 음식은 원소 변신술에 대한 겜프 법령의 다섯가지 주요 예외 사항들 가운데 하나거든.”

론의 대답에 모두 깜짝 놀랐다.

“그래서 우리는 이 방에서 거의 2주 동안이나 숨어 지냈어.”

시무스가 말을 이었다.

“이 방은 우리가 필요로 할 때마다 더 많은 그물침대를 만들어 냈어. 심지어 여자 애들이 나타나니까 제법 괜찮은 화장실 까지 솟아나게 하더라니까.”

“맞아, 정말이지 간절히 씻고 싶다고 생각했거든.”

해리가 그 순간까지도 알아보지 못하고 있었던, 라벤더 브라운이 불쑥 끼어들었다. 이제 제대로 둘러보고 나서야, 해리는 여러 친숙한 얼굴들을 알아볼 수 있었다. 쌍둥이 패틸 자매도 있었고, 테리 부트, 어니 맥밀란, 안토니 골드스틴과 마이클 코너도 있었다.

“그나저나 너희는 지금까지 뭘 하고 지냈는지 얘기해 줘. 정말 너무나 많은 소문들이 무성했어. 우리는 계속 <포터워치>로 너의 근황을 따라잡으려고 애썻지.”

어니가 라디오를 가리키며 말했다.

“너희가 그린고트에 침입하지는 않았지?”

“그랬대!”

네빌이 말했다.

“용 얘기도 진짜래!”

산발적인 박수소리가 터져 나오고, 몇 명은 우우 함성을 질렀다. 론은 정중히 답례 인사를 했다.

“무엇을 찾고 있엇던 거야?”

시무스가 열의에 차서 물었다.

하지만 해리 일행 중 누군가 그 질문을 다른 질문으로 슬쩍 받아치고 넘어가기 전에, 해리는 번개 모양 흉터에서 불로 지지는 듯한 극심한 통증을 느꼇다. 그가 호기심과 기쁨으로 가득 찬 얼굴들로부터 다급히 등을 돌리는 순간, 필요의 방은 사라졌다. 그는 페허가 된 돌담집 안에 서 있었다. 썩어 가는 마룻바닥은 발치에서 갈가리 뜯겨 있었고, 그 구멍 옆에는 마루 밑에서 꺼낸 황금빛 상자가 텅 빈채 열려 있었다. 그리고 볼드모트의 분노에 찬 비명 소리가 그의 머릿속을 쩌렁쩌렁 울렸다.

아주 힘겨운 노력 끝에 해리는 볼드모트의 정신으로부터 빠져나와, 그가 휘청거리며 서 있는 곳, 즉 필요의 방 안으로 돌아왔다. 얼굴에서는 땀이 비 오듯 쏟아졌고, 그런 그를 론이 부축하고 있었다.

“괜찮아, 해리?”

네빌이 물었다.

“어디 앉을래? 피곤할 거야, 그렇지?”

“괜찮아.”

해리가 대답햇다. 그는 볼드모트가 방금 또 다른 호크룩스가 사라진 걸 알았다는 사실을 무언중에 알리려고 애쓰며 론과 헤르미온느를 바라보았다. 시간이 빠르게 바닥나고 있었다. 만약 볼드모트가 다음으로 호그와트를 방문하기로 결심한다면 그들은 기회를 놓칠지도 모른다.

“우리는 당장 시작해야 해.”

해리가 말했다. 두 사람의 표정을 보고, 해리는 그들이 상황을 이해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럼, 이제 우린 무얼 해야 하지, 해리? 계획이 뭐야?”

시무스가 물었다.

“계획?”

해리가 되물었다. 그는 볼드모트의 분노에 다시 굴복당하지 않으려고 자신의 모든 의지력을 다 쏟고 있었다.

“어, 우리는......그러니까 론과 헤르미온느와 나는 말이지 해야 할 일이 있어, 우리는 여기를 떠날 거야.”

이번에는 어느 누구도 웃거나 환호하지 않았다. 네빌은 당황한 듯 했다.

“무슨 말이야. 여길 떠나다니?”

“우린 이곳에 머물려고 돌아온 게 아니야.”

해리가 통증을 진정시키려고 흉터를 문지르면서 대답했다.

“우리에겐 꼭 해야 할 아주 중요한 일이 있거든....”

“그게 뭔데?”

“너희에게 말 해 줄 수 없어.”

이 말에 온 방 안이 투덜대는 소리로 술렁였다. 네빌이 눈살을 찌푸렸다.

“왜 우리한테는 말할 수 없는 거야? 그건 그 사람과 싸우는 것과 관계된 일일 거 아냐, 그렇잖아?”

“어, 그래.....”

“그럼 우리가 너희를 도와줄게”

다른 덤블도어의 군대 회원들도 열의에 찬 얼굴로, 혹은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중 두 명은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면서, 기꺼이 당장이라도 행동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너희는 이해 못할 거야.”

해리는 지난 몇 시간 사이에 이 말을 아주 많이 한 것 같았다.

“우리는.........우리는 너희에게 말해 줄 수가 없어. 그 일은 우리가 해내야 해....우리 힘만으로.”

“왜?”

네빌이 물었다.

“왜냐하면......”

해리는 한시라도 빨리 숨겨진 호크룩스를 찾고 싶어서, 아니면 적어도 론과 헤르미온느하고만 따로 모여서 어디서부터 수색을 시작할지를 의논하고 싶어서 안달이 났기 때문에, 생각을 집중하기가 어려웠다. 흉터는 여전히 타는 듯 했다.

“덤블도어 교수님은 우리 세 사람에게 어떤 임무를 남기셨어.”

그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리고 우리는 그 임무에 대해서 말해서는 안 돼.....그러니까 교수님은 우리가 그 일을 해내길 바라셨어. 딱 우리 셋이서만 말이야.”

“하지만 우리는 교수님의 군대야.”

네빌이 말했다.

“덤블도어의 군대라고. 우리는 모두 한 팀이야. 너희 세 사람만 따로 떠나 있는 동안에도, 우린 그걸 유지해 왔다고.....”

“우리가 소풍을 갔던 건 아니야, 친구.”

론이 말했다.

“그렇다고 말한 적은 없어. 하지만 난 왜 너희가 우리를 못 믿는지 모르겠어. 이 방에 있는 사람 모두가 계속 싸워 왔고, 캐로우 남매의 추적을 받아서 이곳에 쫓겨 온 거야. 여기 있는 사람들은 모두 덤블도어 교수님에 대한, 그리고 너에 대한 충성을 입증했단 말이야.”

“이봐”

해리가 무슨 말을 해야 할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막연히 입을 뗐다. 하지만 그것은 중요치 않았다. 바로 그때 그의 뒤에서 갑자기 터널 문이 열렸기 때문이다.

“우리는 네 메시지를 받았어. 네빌! 안녕 너희 세 사람! 나는 너희가 반드시 여기 올 거라고 생각했지!”

그것은 루나와 딘이었다. 시무스는 기쁨을 못 이기고 큰 소리로 웃으며 마구 달려가더니, 단짝 친구를 꼭 껴안았다.

“안녕, 애들아! 아아, 돌아오니까 너무 좋다!”

루나가 신이 나서 외쳤다.

“루나!”

해리가 어리둥절한 얼굴로 말했다.

“너 여기서 뭐 하는 거야? 너 어떻게....?”

“내가 루나에게 연락했어.”

네빌이 가짜 갈레온을 들어 보이며 말했다.

“너희가 나타나면 알려 주기로 루나와 딘에게 약속했거든. 우리는 모두 네가 돌아오면, 그것은 곧 혁명을 의미한다고 믿었어. 우리가 스네이프와 캐로우 남매를 타도할 거라고 말이야.”

“그야 당연하잖아.”

루나가 환한 얼굴로 말했다.

“안 그래, 해리? 우리는 그들을 호그와트에서 쫓아낼 거잖아?”

“내 말 좀 들어 봐.”

해리는 점점 커져가는 당혹감을 느끼며 말했다.

“미안해. 하지만 우리가 돌아온 이유는 그게 아니야. 우리가 해야만 하는 일이 있어. 그 다음에......”

“너는 우리를 이 아수라장 속에 남겨 두고 갈 거란 말이야?”

마이클 코너가 다그쳐 물었다.

“아니야! 우리가 하려는 일은 결국 모두에게 이로운 거야, 그건 전적으로 그 사람을 제거하기 위한 거니까.........”

론이 말했다.

“그러면 우리가 돕도록 해 줘! 우리도 이 일에 참여하고 싶어!”

네빌이 분노에 차서 말했다.

그때 그들의 등 뒤에서 또다시 무슨 소리가 들렸다. 해리는 돌아섰다. 그 순간 그의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것 같았다. 지니가 벽의 구멍을 타고 올라오고 있었던 것이다. 프레드와 조지, 리 조건이 그 뒤를 바짝 쫓아 들어왓다. 지니는 해리는 향해서 눈부신 미소를 던졌다. 해리는 까맣게 잊고 있었거나, 아니면 이제껏 한 번 도 제대로 깨닫지 못했던 것이 분명했다. 지니가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말이다. 하지만 그녀를 보는 것이 이렇게 반갑지 않기는 처음이었다.

“애버포스 씨가 좀 짜증스러워 하시던걸.”

프레드가 몇몇 사람들이 인사하는 소리에 손을 들어 답하면서 말했다.

“한숨 자고 싶은데, 그의 술집이 철도역으로 바뀌었으니.”

해리의 입이 떡 벌어졌다. 리 조던의 바로 뒤에서 해리의 옛 여자 친구, 초 챙이 나타났던 것이다. 그녀는 그를 향해 미소지었다.

“메시지를 받았어.”

초 챙이 가짜 갈레온을 들어 보이며 말했다. 그리고 앞으로 걸어가서 마이클 코너 옆에 앉았다.

“그래, 계획이 뭐야, 해리?”

조지가 물었다.

“그런 건 하나도 없어.”

해리가 대답했다. 이 모든 사람들의 갑작스러운 출현으로 여전히 혼란스러웠고, 모든 상황을 제대로 파악할 수가 없었다. 게다가 흉터는 여전히 불로 마구 지지는 듯 아팠던 것이다.

“우리는 쫓아가서 그냥 거들기만 하면 되는 거야? 그거야말로 내가 제일 좋아하는 방식이지.”

프레드가 말했다.

“당장 이런 짓을 그만둬!”

해리가 네빌에게 버럭 소리를 질렀다.

“뭐 하러 이 사람들을 다 불러들인 거야? 이건 정신 나간 짓이야!”

“우리는 싸우고 있어, 그렇잖아?”

딘이 가짜 갈레온을 꺼내며 말했다.

“여기 이 메시지에는 해리가 돌아왔다고 적혀 있어, 그리고 우리는 함께 싸울거야! 물론 난 지팡이가 있어야 하겠지만.........”

“너, 지팡이가 없단 말이야?”

시무스가 말문을 열었다.

론이 갑자기 해리 쪽으로 돌아섰다.

“왜 애네들이 도우면 안 되는데?”

“뭐라고?”

“얘네들이 도와줄 수 있어.”

론이 목소리를 잔뜩 낮추고 말했기 때문에, 그들 사이에 서 있던 헤르미온느를 빼고는 아무도 그 말을 들을 수 없었다.

“우리는 그게 어디 있는지 몰라. 그리고 한시라도 빨리 그걸 찾아야 해. 굳이 그게 호크룩스라고 말할 필요는 없잖아.”

해리가 론과 헤르미온느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헤르미온느가 속삭였다.

“론의 말이 맞아. 우리도 우리가 뭘 찾고 있는지 모르잖아. 우리에겐 이 얘들이 필요해.”

해리가 여전히 확신이 안 서는 표정을 짓고 있자, 그녀가 다시 말을 이었다.

“너 혼자서 모든 걸 해야 할 필요는 없어, 해리.”

해리는 재빨리 생각했다. 흉터는 여전히 쿡쿡 쑤셨고, 머리는 다시 쪼개질 듯이 아팠다. 덤블도어는 그에게 호크룩스에 대해서 론과 헤르미온느를 빼고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경고를 했었다. 비밀과 거짓말. 그게 우리가 성장한 방식이었어. 그리고 알버스는..........그는 천부적이었지.........그도 덤블도어처럼 변해 가고 있는 걸까? 믿기를 두려워하며 가슴속에 비밀들을 단단히 묻은 채? 하지만 덤블도어는 스네이프를 신뢰했다. 그리고 그것이 어떤 결과를 낳았던가? 가장 높은 탑 꼭대기에서의 살인이었다.........

“좋아.”

해리는 다른 두 사람에게 조용히 말했다.

“그럼, 좋아!”

해리가 모두를 향해서 외치자 모든 소음이 싹 사라졌다. 옆의 사람들을 즐겁게 해 주기 위해서 농담을 쏟아 내고 있던 프레드와 조지도 입을 다물었다. 모두가 바짝 긴장하고 흥분한 모습이었다.

“우리는 뭔가를 찾아야만 해.”

해리가 말했다.

“그러니까 우리가 그 사람을 물리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는 뭔가를 말이야. 그게 여기 호그와트에 있는데, 어디 있는지를 모르겠어. 그건 아마도 레번클로의 물건일 거야. 누구든 그런 물건에 대해 들어 본 적 없니? 이를테면 레번클로의 독수리가 위에 앉아 있는 그런 물건을 우연히라도 본 적 없어?”

해리는 기대에 찬 눈길로 몇 명 안되는 레번클로 학생, 파드마와 마이클, 테리 그리고 초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정작 대답을 한 것은 지니가 앉은 의자의 팔걸이에 걸터앉아 있던 루나였다.

“저, 래번클로의 사라진 보관이 있어. 내가 너한테 그것에 대해 얘기했었는데, 기억나, 해리? 래번클로의 사라진 보관! 아빠가 그걸 똑같이 다시 만들고 계시거든.”

“그래, 그런데 그 사라진 보관은........”

마이클 코너가 눈을 굴리며 말했다.

“사라졌어. 루나. 중요한 건 그거야.”

“그게 언제 사라졌지?”

해리가 물었다.

“사람들 말로는 수 세기 전이래.”

초가 대답햇다. 해리는 심장이 덜컹 내려앉았다.

“플리트윅 교수님 말씀으로는, 그 보관이 래번클로가 사라질때 함께 사라졌었뎄어. 사람들이 찾아봤지만....”

초는 자신의 래번클로 동료들에게 동의를 구하듯이 말했다.

“아무도 그것의 행방을 찾지 못했어, 안 그래?”

그러자 래번클로 학생들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미안한데. 도대체 ‘보관’이 뭐야?”

론이 물었다.

“그건 일종의 왕관이야.”

테리 부트가 말했다.

“래번클로의 보관은 마법 능력을 갖고 있어서, 그것을 쓴 사람은 지혜가 향상된대.”

“그래, 우리 아빠의 렉스퍼트 빨대도....”

하지만 해리가 루나의 말을 가로막았다.

“그러면 너희 중 아무도 그게 어떻게 생겼는지 모르는 거니?”

그들은 모두 고개를 저었다. 해리는 론과 헤르미온느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자신이 느끼는 실망이 거울에 비친듯 그들의 얼굴에도 똑같이 떠올라 있엇다. 이토록 오랫동안, 게다가 아무런 흔적도 없이 사라진 물건이 성안에 숨겨진 호크룩스일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였다. 해리가 다른 질문을 하기도 전에 초가 다시 말문을 열었다.

“네가 만일 그 보관이 어떻게 생겼는지 보고 싶다면, 내가 우리 기숙사의 학생 휴게실에 데리고 올라가서 보여줄 수 있는데, 해리. 래번클로 동상이 그걸 쓰고 있거든.”

바로 그때 해리의 흉터가 다시 화끈 달아올랏다. 한순간 필요의 방이 눈앞에서 소용돌이치더니, 방 대신에 검은 땅이 발밑에서 솟아오르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거대한 뱀이 어깨를 감싸는 것이 느껴졌다. 볼드모트는 다시 날고 있었는데, 지하 호수를 향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여기 호그와트를 향하고 있는 것인지 알수가 없었다. 어느 쪽이든, 이제 시간이 얼마 없었다.

“그가 이동 중이야.”

해리는 조용히 론과 헤르미온느에게 말했다. 그리고 초를 흘끗 바라본 후에 다시 그들을 바라보았다.

“이봐, 별로 실마리가 되지는 않겠지만, 어쨌든 난 가서 그 동상을 봐야겠어. 최소한 보관이 어떻게 생겼는지라도 알아내야지. 잠깐만 기다려. 그리고 다른 건 알지? 몸조심해.”

초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러자 지니가 아주 매섭게 쏘아붙였다.

“안 돼. 루나가 해리를 데리고 갈거야! 그렇지, 루나?”

“오오, 그래 내가 갈게.”

루나가 즐겁게 승낙했다. 초는 실망한 표정으로 다시 자리에 앉았다.

“어떻게 빠져나가지?”

해리가 네빌에게 물었다.

“이리로 와.”

네빌은 해리와 루나를 한쪽 구석으로 인도했다. 거기엔 작은 벽장이 열려있었고, 가파른 층계로 이어져 있었다.

“이건 매일 다른 곳으로 나가게 돼 있어. 그래서 그자들은 결코 이걸 발견할 수 없었지.”

네빌이 말했다.

“단 한 가지 문제는, 우리도 이 방에서 나갈 때 과연 어느 곳에 떨어질 지 정확히 알 수가 없다는 거야. 조심해 해리. 그자들은 밤마다 복도를 순찰하고 있어.”

“문제없어. 잠시 후에 봐.”

해리가 말했다.

해리와 루나는 서둘러 층계를 올라갔다. 횃불로 밝혀진 그 층계는 길게 이어져 있었고, 예기치 못한 곳에서 꺽였다. 마침내 그들은 단단한 벽처럼 보이는 것 앞에 도달했다.

“이 아래로 들어와.”

해리가 투명 망토를 꺼내 두 사람의 머리위로 덮으며 루나에게 말햇다. 그리고 벽을 살짝 밀어보앗다.

그가 건드리자마자, 벽은 녹듯이 사라져 버렸다. 그들은 밖으로 빠져나갔다. 해리는 뒤를 흘끗 바라보았고, 벽이 즉시 다시 봉해진 것을 확인했다. 그들은 어두운 복도에 서 있엇다. 해리는 루나를 그늘진 곳으로 끌어당긴 다음, 목에 건 주머니를 뒤져서 비밀 지도를 꺼냈다. 그리고 그 지도를 바로 코앞에 펼쳐 들고서 자세히 살펴보다가, 마침내 자신과 루나의 점을 발견했다.

“우리는 6층에 있어.”

해리가 저 앞쪽의 복도에서 그들로부터 멀어져 가는 필치를 주시하며 속삭였다.

“어서, 이쪽이야.”

그들은 살금살금 기어서 빠져나갔다.

해리는 예전에도 여러 번 밤에 성안을 어슬렁거린 적이 있었다. 하지만 심장이 이토록 빠르게 뛴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리고 이곳을 안전하게 지나가는 것이 이토록 중요했던 적도 없었다. 해리와 루나는 달빛이 마루 위에 만들어 놓은 네모난 그림자들을 지나서, 갑옷들 앞을 지났다. 갑옷의 투구는 그들의 조용한 발소리에 삐걱거렸다. 그들은 다시 뭔가 숨어 있을 지도 모를 모퉁이들을 요리조리 돌아갔다. 그리고 불빛이 있을 때마다 비밀지도를 확인하며 걸어갔다. 도중에 유령이 그들을 보지 못하고 그대로 지나가게 하기 위해 두 번이나 멈춰서야 했다. 해리는 언제라도 장애물과 맞닥뜨릴 것을 예상하고 있엇다. 그가 가장 두려워한 것은 피브스였는데, 걸음을 옮길 때마다 소리의 요정의 접근을 알려 주는 신호들을 곧바로 알아차리기 위해서 귀를 쫑긋 세웠다.

“이쪽이야, 해리.”

루나가 나선형 계단 쪽으로 그의 소매를 잡아끌며 속삭였다.

그들은 뱅글뱅글 어지럽게 원을 그리며 올라갔다. 해리는 이렇게 높은 곳까지 올라와 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마침내 그들은 어느 문 앞에 이르렀다. 거기에는 손잡이도, 열쇠 구멍도 없었다. 그저 평범하고 널찍한 오래된 나무 문짝과 독수리 모양의 청동 고리 말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루나가 파리한 손을 뻗었다. 그녀의 손은 팔과 몸뚱이에서 분리되어 허공을 둥둥 떠가는 듯, 무시무시해 보였다. 루나가 문을 한 번 두드렸다. 이 고요한 정적 속에서 그 소리는 해리의 귀에 대포 터지는 소리처럼 들렷다. 곧 독수리의 부리가 활짝 열렸다. 히자만 새 울음소리 대신, 부드럽고 노래하는 듯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어느 것이 먼저지? 불사조? 아니면 불꽃?”

“어....뭘까, 해리?”

“뭐라고? 그냥 암호가 있는 게 아니야?”

“오오, 아니야, 질문에 대답해야 해.”

루나가 말했다.

“틀리면 어떡하고?”

“그럼, 다른 누가 맞힐 때 까지 기다려야지, 그런 식으로 배우는 거야, 알겠지?”

“응........그런데 문제는 다른 누구를 기다릴 만한 여유가 없다는 거야, 루나.”

“그래, 나도 알아.”

루나가 진지하게 말했다.

“저어, 그 문제의 정답은 원에는 시작이 없다는 것 같아.”

“설득력 있군.”

목소리가 말했고, 곧 문이 활짝 열렸다.

텅 빈, 래번클로의 학생 휴게실은 넓고 둥근 방이었다. 그리고 해리가 호그와트에서 봤던 그 어떤 장소보다도 바람이 잘 통했다. 우아한 아치 모양의 창문들이 벽을 수놓고 있었고, 창문에는 푸르스름한 청동색 비단 천이 드리워져 있었다. 낮이면 래번클로 학생들은 주변 산들의 근사한 풍경을 즐길것이다. 천장은 돔 모양으로 되어 있었고, 별이 그려져 있었는데, 그것은 암청색 카펫과 멋진 조화를 이루었다. 또한 탁자와 의자, 책장 등이 있었고, 문 맞은편의 벽감에는 하얀 대리석으로 만큰 키 큰 동상이 서 있었다.

해리는 루나의 집에서 보았던 흉상 덕분에 로웨나 래번클로를 알아볼 수 있었다. 동상은 한 문 옆에 서 있었는데, 아마도 위층의 침실로 통하는 문인듯 했다. 해리는 곧장 대리석으로 된 여인에게 다가갔다. 그녀는 희미하게 짓궃은 미소를 띠며 그를 바라보는 것 같았다. 아름다운 얼굴이었지만 약간 위협적이었다. 그녀의 정수리에는 정교해 보이는 머리장식이 대리석으로 재현되어 있었다. 그것은 플뢰르가 결혼식 때 썼던 티아라와 비슷했다. 거기엔 깨알만 한 글씨들이 새겨져 있었는데, 해리는 그것을 읽기위해 투명 망토 밖으로 걸어 나왔다. 그리고 래번클로의 동상이 서 있는 받침돌 위로 올라섰다.

“헤아릴 수 없이 깊은 지혜는 인간의 가장 큰 보물이다.”

“그건 너를 진짜 알거지에 멍청이로 만들지.”

꽥꽥거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해리는 몸을 휙 돌리며 받침돌에서 미끄러져 내려왔다. 등이 구부정한 알렉토 캐로우가 그의 앞에 서 있엇다. 그녀는 해리가 미처 지팡이를 들 겨를도 없이, 뭉툭한 집게손가락으로 팔에 찍힌 해골과 뱀의 표식을 꾹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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