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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장 (184/194)

제 27장 마지막 은닉처

용을 조종할 방법은 전혀 없었다. 어디로 가고 있는지, 용 자신도 볼 수가 없었던 것이다. 만약 허공에서 용이 갑자기 몸을 틀거나 거꾸로 돌기라도 한다면, 그들의 용의 넓적한 등판에 달라붙어 있을 수 없을 거란 사실을 해리는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리는 저 밑으로 회녹색의 지도 처럼 펼쳐진 런던을 뒤로 한채 점점 더 하늘 높이 올라가면서, 정말 불가능할 것처럼 보였던 탈출에 성공했다는 사실이 고마워서 그저 가슴이 벅찰 뿐이었다. 짐승의 목에 납작 엎드린 해리는 금속성의 비늘을 꽉 움켜쥐었다. 차가운 바람이 화상입고 물집이 잡힌 살갖을 어루만져 주었다. 용의 날개는 마치 풍차의 날개처럼 힘차게 공기를 가르고 있엇다. 그의 등 뒤에서는, 기쁨 때문인지 두려움 때문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론이 한껏 핏대를 세우며 계속 욕설을 퍼붓고 있었다. 한편 헤르미온느는 흐느끼고 있는 것 같았다.

5분 정도 지나자, 해리는 당장 용이 그들을 떨어뜨려 버릴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어느 정도 떨쳐 버릴수 있었다. 왜냐하면 용은 저 지하감옥으로부터 가능한 한 멀리 도망치겠다는 것 이외에는 아무 생각도 없는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언제 어떻게 용의 등에서 내려가느냐 하는 문제는 여전히 걱정스러웠다. 해리는 용들이 얼마나 오랫동안 착륙하지 않고 하늘을 날 수 있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 게다가 거의 앞을 보지 못하는 이 용이 과연 내려앉기에 적당한 장소를 고를 수 있을지도 의문이었다. 해리는 끊임없이 주위를 둘러보았다. 흉터가 쿡쿡 쑤시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그들이 레스트랭의 금고를 털었다는 사실을 볼드모트가 아는 데 얼마나 시간이 걸릴까? 그린고트의 도깨비들은 얼마나 빨리 이 사실을 벨라트릭스에게 알릴까? 과연 그들은 없어진 물건이 무엇인지 얼마나 빨리 깨닫게 될까? 그리고 황금 잔이 사라졌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나면? 결국 볼드모트는 그들이 호크룩스를 쫓고 있다는 걸 알게 될 것이다......

용은 더 차갑고 더 신선한 공기를 갈망하는 것 같았다. 차가운 구름 속을 날아갈 때까지 계속해서 쉬지 않고 솟구쳐 올라갔던 것이다. 해리는 더 이상 런던으로 쏟아져 들어가고 나오는 자동차 행렬의 알록달록한 작은 점들을 볼 수가 없었다.

그들은 계속해서 날고 또 날았다. 초록색 부분과 갈색 부분으로 나뉜 교외를 지나서, 마치 광택이 나는 리본과 나지 않는 리본처럼 땅 위를 구불구불 수놓은 강들과 도로들 위를 지나갔다.

“이 용이 뭘 찾고 있는 것 같니?”

점점 더 북쪽으로 자꾸만 날아가고 있을 때, 론이 큰소리로 외쳤다.

“전혀 모르겠어.”

해리도 소리쳐 대답했다. 두 손은 추위로 감각을 잃었지만, 감히 움켜쥔 손아귀를 펼 엄두가 나지 않았다. 한동안은 줄곧 만약 용이 드넓은 바다로 향한다면, 그래서 발밑으로 연안 선박을 보게 되면 어떻게 해야 할지를 고민했다. 죽을 지경으로 배가 고프고 목이 마른 건 말할 것도 없고, 추워서 온몸이 얼얼했다. 해리는 궁금했다. 이 용은 언제 마지막으로 먹이를 먹었을까? 이 용도 머지않아 뭔가 먹어야 하지 않을까? 만약 그런 순간에 용이 자기 등에 대단히 먹음직스런 인간 세 명이 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면 어떻게 하지?

태양이 점점 낮아지면서 하늘은 쪽빛으로 변해 갔다. 그래도 용은 여전히 날아갔고, 도시들과 마을들이 휙휙 스쳐갔다. 용의 거대한 그림자는 마치 커다랗고 검은 구름처럼 땅 위를 미끄러졌다. 해리는 용의 등에 딱 달라붙어 있으려고 애를 쓰다보니 온몸이 쑤시고 아팠다.

“내가 착각하는 건가?”

기나긴 침묵이 이어진 끝에 론이 소리를 질렀다.

“아니면 우리가 밑으로 내려가고 있는 거 맞아?”

해리가 밑을 내려다보았다. 짙은 초록색 산들과 석양을 받아 구릿빛으로 물든 호수들이 보였다. 눈을 가늘게 뜨고 용의 옆구리 너머로 내려다보니, 풍경들이 점점 더 커지고 뚜렷해지는 것 같았다. 해리는 혹시나 용이 호수에 반사된 햇빛의 광채 때문에 마실 물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것은 아닐까 생각했다.

용은 커다랗게 나선을 그리며 점점 더 낮게 날아갔다. 작은 호수들 중 하나를 향하고 있는 것 같았다.

“용이 충분히 낮게 내려가면 뛰어내리라고 내가 말할게!”

해리가 다른 두 사람을 돌아보며 소리쳤다.

“용ㄴ이 우리가 여기 있다는 걸 알아채기 전에, 곧장 물속으로 뛰어들어!”

두 사람이 동의했다. 헤르미온느는 약간 겁이 난 듯햇다. 이제 해리는 용의 넓적하고 노란 아랫배가 수면에 잔물결을 일으키는 것을 볼 수 있엇다.

“지금이야!”

해리는 용의 옆구리를 주르르 미끄러져 내려왔다. 그리고 호수 수면을 향해 곧장 뛰어들었다. 그가 어림잡았던 것보다 떨어지는 높이가 상당했다. 그는 세차게 물과 충돌했고, 돌맹이처럼 갈대로 가득 찬 초록색의 차가운 세상 속으로 풍덩 빠졌다. 그는 수면을 향해서 힘차게 발길질을 했다. 숨을 헐떡거리며 물위로 떠오르자, 론과 헤르미온느가 떨어진 자리에서 부터 원을 그리며 넓게 퍼지고 잇는 거대한 파문이 보였다. 용은 아무것도 알아차리지 못한 것 같았다. 이미 15미터쯤 떨어진 용은, 호수 위로 낮게 날아 내려가 상처 입은 주둥이로 물을 떠먹고 있었다. 론과 헤르미온느가 물을 푸푸 내뿜고 숨을 헉헉거리며 호수의 심연으로부터 떠올랐을 때, 용은 힘차게 날개를 흔들며 날아올랐다. 그리고 마침내 저 멀리 있는 강둑 위에 내려앉았다.

해리와 론, 그리고 헤르미온느는 반대편 호숫가를 향해 나갔다. 호수는 별로 깊어 보이지 않았다. 곧 헤엄치는 것 보다는 갈대와 진흙을 헤치고 나가는 게 더 커다란 문제가 되었다. 마침내 그들은 물에 흠뻑 젖고 숨을 헐떡이며 기진맥진 한 채, 미끈거리는 풀밭 위에 털썩 쓰러졌다.

헤르미온느는 기침을 하고 몸을 덜덜 떨면서 무너져 내렸다. 해리도 그대로 쓰러져 잠을 자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비틀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나 지팡이를 꺼냈다. 그리고 주위에 일상적인 보호주문을 걸기 시작했다.

그 일이 끝나자, 해리는 다른 두 사람 곁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금고에서 도망친 이후 처음으로 그들을 제대로 쳐다보았다. 두 사람 모두 얼굴과 팔 전체에 빨갛게 성이 난 화상자국들이 가득했다. 옷도 여기저기 불에 타 그슬렸다. 그들은 얼굴을 잔뜩 찡그린 채, 수많은 상처에 디터니 원액을 툭툭 두드려 바르고 있었다. 헤르미온느는 해리에게 약병을 건네주더니, 조개껍데기 오두막집에서 가져온 호박 주스 세 병과 세 사람이 입을 깨끗하고 마른 옷가지를 꺼냈다. 그들은 옷을 갈아입고 호박 주스를 꿀꺽꿀꺽 들이켰다.

“그러니까 좋은 일이라고 한다면.........”

두 손에 새살이 돋아나는 걸 지켜보며 앉아있던 론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

“호크룩스를 손에 넣었다는 거지. 나쁜 일은......”

“칼이 없다는 거야”

해리가 이를 악물며 말했다. 불에 타서 뜷린 청바지 구멍 속으로 심한 화상을 입은 자리에 디터니 원액을 떨어뜨리고 있었던 것이다.

“칼이 없단 말이지.”

론이 되풀이해서 말했다.

“그 쥐새끼 같은 배신자 악당 놈........”

해리는 방금 벗어 놓은, 물에 젖은 겉옷의 호주머니에서 호크룩스를 꺼냈다. 그리고 풀밭 위에 내려놓았다. 햇빛을 받아 반짝반짝 빛나는 그것은 주스를 병째 들이켜고 있던 그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적어도 이번에는 이걸 몸에 지니고 다닐 수 없어, 목에 걸고 다니면 꽤 이상해 보일걸.”

론이 손등으로 입가를 닦으며 말했다. 헤르미온느는 호수 건너편 저 멀리에 있는 강둑을 바라보았다. 그곳에서는 용이 아직도 물을 마시고 있었다.

“저 용은 어떻게 될 것 같으니? 무사할 수 있을까?”

헤르미온느가 물었다.

“너 꼭 해그리드처럼 말하는 구나.”

론이 말했다.

“저건 용이야, 헤르미온느. 얼마든지 자신을 돌볼 수 잇어. 정작 걱정해야 할 건 바로 우리야.”

“그게 무슨 소리야?”

“글쎄, 너에게 이걸 어떻게 깨우쳐 줘야 할지 잘 모르겠지만, 우리가 그린고트를 침범했다는 걸 저자들이 알아차렸을지도 모른다고.”

세 사람은 일제히 깔깔대며 웃기 시작했다. 일단 웃음보가 터지가 멈출 수가 없었다. 해리는 옆구리가 쑤셨고, 배고픔 때문에 머리가 어지러웠지만, 붉게 물들어 가는 하늘 아래 펼쳐진 풀밭에 벌렁 누워서 목구멍이 아프도록 실컷 웃었다.

“그런데 이제 우린 뭘 해야 하지?”

마침내 헤르미온느가 딸꾹질을 하며 다시 심각한 표정이 되어 물었다.

“그자가 알게 될 거야, 안 그래? 우리가 호크룩스에 대해 알고 있다는 사실을 그자도 알게 될 거라고!”

“혹시 그놈들이 너무 무서워서 그에게 알리지 않을 수도 있잖아?”

론이 기대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어쩌면 그냥 이 사실을 숨기기로........”

그때 하늘과 호수의 물 냄새와 론의 목소리가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칼에 맞은 듯이, 해리의 머리가 쪼개지는 것처럼 아팠다. 해리는 희미하게 불이 밝혀진 방 안에 서 있엇다. 마법사들이 반원을 그린 채 그를 향하고 있었다. 그의 발밑에는 조그만 형체가 바닥에 무릎을 끓고 앉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네놈이 나에게 뭐라고 했느냐?”

그의 목소리는 높고 차가웠다. 하지만 그의 안에서는 분노와 두려움이 이글이글 타오르고 있엇다. 그가 두려워했던 단 한가지 일..........하지만 이것이 사실일 리가 없었다. 그는 도무지 영문을 알 수 없었다. 도대체 어떻게.....

도깨비는 높은 곳에서 그를 내려다보는 빨간 두 눈을 차마 바라보지 못하고, 덜덜 떨고만 잇엇다.

“다시 말해 봐라!”

볼드모트가 중얼거렸다.

“다시 한번 말해!”

“주.........주인님.”

도깨비가 더듬거렸다. 그의 새까만 눈은 공포로 휘둥그래져 있었다.

“주.........주인님......저희는 그.........그들을 막으려고, 노........노력했습니다.치....침입자들이 주인님........레그트랭 가문의 그..금고를 뜷고.........뜷고 들어가서........”

“침입자들이라고? 어떤 침입자들이지? 그린고트는 침입자들의 정체를 밝힐 수 있는 방법을 갖고 있는 줄 아는데? 그자들이 누구냐?”

“그건........그건.........포.........포터라는 그 소........소년과 두.........두 명의 공범자들........”

“그래서 그들이 뭘 가져갓지?”

그가 언성을 높이며 말했다. 숨 막히는 공포가 그를 덮쳤다.

“어서 말해! 그놈들이 뭘 가져갔지?”

“자........작은 황금 자........잔을, 주.........주인님......”

현실을 부정하는, 분노에 찬 비명 소리가 마치 다른 낯선 이의 것처럼 그에게서 흘러나왔다. 그는 격분했고, 광란에 빠졌다. 이것이 사실일 리가 없었다. 이건 불가능했다. 어느 누구도 그 사실을 알지 못했는데, 그 녀석이 어떻게 그의 비밀을 알아 낼 수가 있었단 말인가?

딱총나무 지팡이가 허공을 가르자, 초록 불빛이 방을 가로질러 발사되었다. 무릎을 끓고 있던 도깨비가 떼굴떼굴 구르더니 숨이 끊어졌다.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마법사들도 겁에 질려, 그의 앞에서 황급히 도망쳤다. 벨라트릭스와 루시우스 말포이는 다른 사람들을 밀치면서 문을 향해 전력질주했다. 다시, 또다시 그의 지팡이가 허공을 갈랐고, 남아 있던 자들은 모두 살해를 당했다. 그에게 이런 소식을 전한 죄로, 황금 잔에 대한 소식을 듣게 한 죄로.....

죽은 자들 속에서 홀로 남은 그는 폭풍처럼 사납게 날뛰었다. 그것들의 모습이 그의 눈앞을 스치고 지나갔다. 그의 보물이자 생명의 보호물이며, 불멸을 위한 닻인 그것들이, 일기장은 파괴되었고 잔은 도난당했다. 만약, 만약에 그 녀석이 다른것들에 대해서도 알고 있다면 어떻게 한단 말인가? 만약 그 녀석이 벌서 행동을 취하고 더 많은 호크룩스를 추적했다면, 과연 그가 알 수 있을까? 이 모든 일의 근원에는 덤블도어가 있었을까? 항상 그를 의심했던 덤블도어, 그의 명령에 의해 죽음을 당한 덤블도어, 그자의 지팡이는 지금 그의 것이 되었지만, 그러나 그 아이, 바로 그 아이를 통해서 그자는 치욕스런 죽음으로부터 손을 뻗고 있엇다.

하지만 만약 그 녀석이 호크룩스들 중 어느 하나라도 파괴했다면, 분명 볼드모트 경이 알아차리지 않았겠는가? 혹은 느끼기라도 하지 않았겠는가? 이 세상 모든 마법사들 중에서도 가장 위대한 마법사인 그가, 가장 강력한 힘을 지닌 그가, 덤블도어와 수많은 다른 무가치하고 이름 없는 자들을 죽인 바로 그가 말이다. 도대체 어떻게 볼드모트 경이 모를 수가 있단 말인가? 바로 그가, 그토록 귀중하고 소중한 자기 자신이 공격을 당하고 절단당햇는데?

물론 일기장이 파괴되었을때, 그는 그 사실을 감지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것은, 그때 그가 뭔가를 느낄 수 있는 몸을 갖지 못했었기 때문이라고, 유령보다도 못한 존재였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었다............아니, 분명히 다른 것들은 무사하다..........다른 호크룩스들은 틀림없이 전혀 손을 대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반드시 알아야만 한다. 분명히 확인해 봐야만 한다........그는 발길에 차이는 도깨비의 주검을 옆으로 걷어차면서 방 안을 서성거렸다. 부글부글 끓고 있는 그의 머릿속으로 온갖 영상들이 흐릿하게 떠올랏다가 회르르 타올랏다. 호수, 곤트의 집 그리고 호그와트......

이제 약간이나마 마음이 진정되면서 그의 분노가 사그라졌다. 그가 곤트의 집에 그 반지를 숨겼다는 사실을 그 녀석이 어떻게 알 수 있겠는가? 그가 곤트 집안과 연관이 있다는 사실은 아무도 알지 못했다. 그는 그 관계를 철저하게 감추었고, 그 살인들은 한 번도 그와 연루된 적이 없었다. 그러므로 그 반지는 분명 안전했다.

그리고 그 녀석이, 혹은 이 세상 어느 누가 그 동굴에 대해 알 수 있을 것이며, 그 보호 마법을 뜷고 들어 갈 수 있겟는가? 그 로켓이 도난당했을 거라는 생각 자체가 말이 안 된다....

한편 학교로 말하자면, 오직 그 만이 호그와트 안의 어디에 그 호크룩스를 넣어 두었는지 알고 있다. 왜냐하면 그 장소의 가장 은밀한 비밀까지 파헤쳐 본 사람은 오직 그밖에 없으므로.....

게다가 내기니가 있었다. 이제 그놈은 더 이상 그의 명령을 수행하기 위해 멀리 보내지 말고, 반드시 그의 보호하에 가까이 두어야만 한다.

하지만 확실히 하기 위해서, 보다 철저하게 확인하기 위해서 그는 그의 은닉처들을 하나씩 찾아가 봐야만 한다. 그리고 그의 호크룩스 하나하나에 더욱 강화된 보호막을 쳐야만 한다......이것은 딱총나무 지팡이를 찾는 일처럼, 반드시 그가 혼자서 해야만 하는 일이었다.....

그렇다면 어느 것을 제일 먼저 찾아가야 할까? 어느 것이 가장 위험하지? 오랜 불안감이 그의 마음속에서 꿈틀거렸다. 덤블도어는 그의 중간 이름을 알고 있었다.....어쩌면 곤트 집안과의 연관성을 짐작했을지도 모른다........그들의 버려진 집이야말로 아마 그의 은닉처들 중에서 가장 위험한 곳일 것이다. 그러니 그가 제일 먼저 가야 할 곳은 바로 거기였다.....

그 호수는, 틀림없이 불가능했다......비록 덤블도어가 고아원을 통해서 그가 옛날에 저지른 악행들을 일부 알아냈을 가능성이 아주 약간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그리고 호그와트........하지만 그는 그곳에 있는 호크룩스가 무사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포터가 발각당하지 않고 호그스미드에 들어가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더구나 학교는 말할 것도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아이가 어쩌면 성에 다시 들어가려고 시도할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스네이프에게 미리 경고해 두는 편이 안전할 것이다......물론 그 녀석이 왜 돌아오려고 하는지 그 이유까지 스네이프에게 말해 주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벨라트릭스와 말포이를 믿었던 것은 참으로 크나큰 실수였다. 누군가를 믿는다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짓인지, 그놈들의 멍청함과 부주의함이 입증하지 않았는가?

이제 내기니를 데리고 제일 먼저 곤트의 집을 찾아갈 것이다.....앞으로는 결코 이 뱀과 떨어지지 않을 것이다..........그는 성큼성큼 방을 걸어 나와서 홀을 지낫다. 그리고 분수가 솟고 있는 어두운 정원으로 나갓다. 그는 파셀통그로 뱀을 불렀다. 뱀은 긴 그림자처럼 스르르 미끄러져 나와서 그의 곁으로 다가왓다.

해리가 두 눈을 번쩍 떳다. 그는 자신을 다시 현실로 되돌리기 위해서 기를 썻다. 그는 저물어 가는 태양이 비추는 호숫가 둔덕에 누워있었다. 론과 헤르미온느는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걱정 가득한 그들의 표정과 계속해서 욱신욱신 쑤시는 흉터로 미루어볼때, 그가 갑자기 볼드모트의 머릿속으로 들어갔단 사실이 들통난 모양이었다. 해리는 부들부들 떨면서 간신히 몸을 일으켰다. 자신이 여전히 흠뻑 젖어있다는 사실이 약간 놀라웠다. 그는 풀밭에서 무심히 뒹굴고 있는 잔과 석양을 받아 황금빛으로 물든 짙푸른 호수를 보았다.

“그가 알았어.”

볼드모트의 높은 비명 소리 이후에 자신의 목소리를 들으니 웬지 낯설고 낮게 느껴졌다.

“그가 알았어. 이제 그는 다른 호크룩스들이 잇는 곳을 살펴 보러 갈 거야. 그리고 마지막 호크룩스는........”

해리는 이미 벌떡 일어나 앉았다.

“호그와트에 있어. 난 알았어. 난 알았다고.”

“뭐라고?”

론이 그를 보며 입을 딱 벌렸다. 한편 헤르미온느는 몹시 걱정스런 표정을 지으며 똑바로 앉았다.

“하지만 뭘 본 거니? 어떻게 알았어?”

“그자가 이 잔에 대해 알게 되는 장면을 보았어. 난.........난 그자의 머릿속에 있었지. 그는.....”

해리는 그 살해 장면을 떠올렸다.

“그는 굉장히 분노하고, 겁도 났어. 우리가 어떻게 그 사실을 알고 잇는지 이해할 수 없었거든. 이제 그자는 다른 호크룩스들이 무사한지 확인하러 갈거야. 제일 먼저 그 반지부터. 그자는 호그와트에 있는 호크룩스가 가장 안전할 거라고 생각하고 있어. 왜냐하면 스네이프가 거기 있으니까. 그리고 거긴 눈에 띄지않고 숨어 들어가기가 무척 어려우니까 말이야. 그래서 내 생각에는 거기 있는 걸 제일 마지막으로 확인해 볼것 같아. 하지만 어쩌면 그자가 불과 몇 시간 내로 호그와트를 찾아올 수도 있어.”

“호그와트 안 어디에 있는지도 보았니?”

론이 물었다. 이제는 그도 급히 일어섰다.

“아니, 그자는 온통 스네이프에게 경고를 해야겠다는 생각에만 몰두하고 있어서 정확히 그게 어디 있는지는 생각하지 않았어.”

“잠깐, 잠깐 기다려!”

론이 호크룩스를 집어들고 해리가 다시 투명 망토를 꺼내는 순간, 헤르미온느가 다급하게 소리쳤다.

“이대로 갈 수는 없어. 아무 계획도 안세웠잖아. 우리 먼저.....”

“먼저 떠나야만 해.”

해리가 단호하게 말했다. 해리 역시 이제 잠을 잘 수 있으리란 희망에 부풀어 새 텐트 속으로 들어갈 순간만을 고대해 왔다. 하지만 이제 그건 불가능햇다.

“너희는 그자가 반지와 로켓이 사라졌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당장 무슨 짓을 할지 짐작이 가니? 만약 그것도 안전하지 못하다고 판단해서 호그와트에 있는 호크룩스를 옮기기라도 한다면?”

“하지만 어떻게 호그와트 안으로 들어가지?”

“일단 호그스미드로 갈 거야.”

해리가 말했다.

“그런 다음에 학교 주변에 어떤 보호 장치가 설치되어 있는지 보고, 뭔가 방법을 궁리해 보자. 헤르미온느, 어서 투명 망토 속으로 들어와. 이번에는 다 같이 쓰고 갈거야.”

“하지마 우리가 다 쓸 수는 없........”

“곧 어두워질거야. 우리 발 정도는 아무도 알아채지 못할텐데 뭐.”

거대한 날개가 펄럭이는 소리가 검은 수면을 가로질러 울려퍼졌다. 용은 실컷 물을 마시고 이미 하늘로 날아 올라가 있었다. 출발 준비를 하던 세 사람은 동작을 멈추고 점점 더 높이 솟아오르는 용을 지켜보았다. 이제 빠르게 어두워지는 하늘에 찍힌 까만 점이 된 그것은 근처 산 너머로 사라져 버렸다. 이윽고 헤르미온느가 앞으로 걸어오더니 다른 두 사람 사이에 섰다. 해리는 투명 망토를 최대한 밑으로 끌어당겼다. 다 함께 그 자리에서 빙그르 돈 세사람은 온몸을 짓누르는 어둠 속으로 빨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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